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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8
구영사 / 13 되돌아 봄 / 45 너의 말이 옳다 / 77 아라쿠노캄파 루미노사 / 107 민들레를 꿈꾸다 / 137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 170 도둑과 풀 / 200 오월의 첫날 / 231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 262 파도를 넘는 방법 / 297 내가 죽기 전에 / 329 혹 /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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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로소 구영사의 사연을 알 수 있었다. 콩콩콩,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의 울음은 들리지 않았다.
904, 구영사는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너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봄날이니 따사롭고 여름에는 피서 가고,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엔… 겨울이 오면 따듯한 방에서 둘이 손잡고 잠자면 되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스레인지를 켰다. 새파랗게 올라오는 불꽃에 가슴까지 서늘해졌다. 얼마쯤 열기가 느껴졌을 때, 나는 냉기가 가신 계란을 터트렸다. 닭이 품었던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당신의 할머니를 본 적은 없지요. 고종 황제를 뵌 적은 더더욱 없구요. 당신의 어머니가 마사에인지도 나는 몰라요. 하지만 당신을 믿어요. 당신의 꿈을 믿고 당신의 믿음을 믿어요. 소망이의 꿈을 믿고 소망이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믿어요. 세상이 당신을 광녀라 불러도 나는 당신을 분홍이라 불러요. 당신의 그 아름다운 춤을 찬미하고 당신을 가두고 있는 세계에 짙은 어둠이 있음을 믿어요. 어둠 속의 그 세계는 견디기 힘들지만 언젠가 당신은 길을 찾을 거예요. 아무리 깊은 어둠에도 한 줄기 빛이 스미는 길은 있어요. 그 길을 찾아 어둠을 이겨내는 당신을 믿어요. 분홍이 당신을 믿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풀은 자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풀은 산을 덮을 것이다. 허영자가 내게 관심을 접고 문 씨가 풀의 행방을 찾는 동안,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내 것은 이곳에 하나도 없으므로. 심지어 풀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조차 없으므로. 세상의 광풍 앞에서 풀은 쓰러진다. 그러나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그리워할 것이 필요했다. 문학은 내게 분명 그리움이었다. 내내 닿을 수 없는 그리움…. 어쩜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이유인지도 몰랐다. - 벨롱장? 무슨 말이지? - 벨롱이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뜻입니다. 제주 말입니다. -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장? 그게 뭐지?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러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히죽 웃었다. - 말이 참 예쁘지 않습니까? 제주 말은 이쁜 말이 많아요. - 그렇군. 벨롱이란 말이 참 예쁘네. - 그렇죠? 오늘 제가 모시고 갈 곳이 그곳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영상통화는 어딘가 늘 아쉬웠다. 보이기는 하되 만질 수 없었다. 보이기는 하되 숨결을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이 늘 아쉬웠다. 영상통화는 영혼을 간질이다 마는 미혹이었다. 결국 그 문제는 내가 죽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고 말았다. 아, 나는 그날 이후로 원룸 하나를 얻어 따로 나와 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는 혹이 되어버리고 나는 섬처럼 고독해져서 고독사할 수밖에 없는 노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득 성주댁이 그리워졌습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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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권비영이 그리움을 엮어 길어 올린
반짝반짝 빛나는 열두 편의 이야기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시대에, 소설은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로 주저앉았다. 서글퍼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그래도 써야 하는 이유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쓰일 것이니까. - 「작가의 말」 중에서 문학은 내게 분명 그리움이었다. 내내 닿을 수 없는 그리움…. 어쩜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이유인지도 몰랐다. 나에게 가족이 없다는 사실이 전에 없이 홀가분했다. 당분간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계는 꾸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느긋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글을 써야 한다는 절박감은 더욱 나를 옥죄어 왔다. 나는 나날을 초조하게 보냈다. 그건 또 한 번 베스트셀러를 내야 한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내가 작가라는 자각이 그런 초조한 마음을 갖게 한 것 같았다. 닿을 수 없는 거기, 더욱 그리워진 갈증이 나를 자꾸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