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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Mother (큰글씨책)
권비영
gasse(가쎄)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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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9
복잡한 가족사 /13
미역국 /29
할머니의 소원 /43
소설 쓰는 시간 /51
해혼(解婚) /64
너만 그러고 싶냐? /79
명월각시 /83
일곱 살 겨울 /96
생의 스펙트럼 /101

저자 소개 1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출간 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혜옹주는 영화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출간 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혜옹주는 영화화되었으며 러시아 외 5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이어 다문화가족의 이야기 『은주』, 일제강점기 세 여자 이야기 『몽화』와 중단편집 『달의 행로』, 이 시대 어머니들의 이야기 『엄니』를 펴냈다. 2019년 말에 『택배로 부탁해요』라는 동화도 한 권 냈다. 올해 2021년 여름 여성독립운동가 『하란사』를 출간하고,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창작집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으로 소설 쓴 흔적을 더 보탠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소설21세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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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210*297*30mm
ISBN13
9791191192346

책 속으로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자궁은 불쌍하고 위험하다. 저들이 무엇을 낳아 키워야 하는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내 뱃속에서 태동하는 생명에 대한, 아주 경건하고 소중한 임무를 성실히 다할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생명을 키우는 따뜻한 엄마여야 하니까. 그런 다짐은 진지하고 성스럽기까지 했다.

어머니의 계략에 말려들 수는 없다. 한때의 춘정을 이기지 못해 아내 아닌 여자와 몸을 섞었다가 불행하게 태어나는 아이들 간의 갈등을 모르지 않았다.

나, 장길주,
내 이름은 장길주다.
너는 길에서 주운 애다. 장 보러 갔다가 오는 길에 길바닥에서 나았어. 도움을 받을 데도 없고 길바닥에서 너를 나았으니, 혼자 탯줄 끊고 치마 벗어 너를 싸가지고 왔다. 그래서 이름을 길주라고 지었다. 길에서 주운 아이. 나는 거기다 더 부친다. 장 보러 갔다가 길에서 주운 아이.

그이기도 하고 그녀이기도 한, 그의 이니셜은 Y다. 내가 찾아낸 최고의 자궁이며 모성이며 생의 원천이기도 하다. 존재하고 있는 것이 모두 그러하듯이, 어머니의 자궁을 빌려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 곁에는 Y가 존재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나는 상처받고 슬퍼하며, 가끔은 맑은 하늘도 보면서 허망한 존재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21그램은 진짜 영혼의 무게일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영혼이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있다는 말에도 나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팔딱거리는 가슴 한 언저리, 거기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내 생각은 고집이었다. 그 고집이 Y를 보게 했다.

-너만 그러고 싶냐? 나도 그러고 싶다.
길주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리를 질렀다. 속이 좀 후련해지는 듯싶었지만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비질거리고 흘렀다.
-너만 그러고 싶냐고?!

금주도 말이 없었다. 길주가 팔려가던 날 집에서 나올 때 아랫목에서 자고 있던 오라비였다. 몰랐다고는 못 할 것이다. 혹, 그때는 몰랐다 하더라도 찾으려면 그 세월이 얼만데 이제야 나타나 오라비라는 걸 밝히는가.

징그럽다. 살아온 세월이 징글징글하다. 여필종부, 여자는 세 남자를 따라야 한다든가. 아버지, 남편, 아들. 그게 법도라, 길이라, 입 다물고 살아온 세월이다. 죽은 듯 살아온 세월이다. 아니 죽지 않으려고, 살아남으려고, 이를 악물고 살아온 세월이다.

한을 풀지 못하고 가슴에 쌓이면 독이 된다. 그 독은 사람의 영혼을 병들게 해.
사랑하는 딸, 너를 위해 살아라, 후회 없이! 그 방법이 어떤 것일지라도 너 자신을 위해! 회전목마는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너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바라볼 풍경은 아닌 것이다.

가끔 어머니의 편지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가 별처럼 멀어져 있을 때〉라는 문장. 그 뒤를 잇는 문장은 각자 생각 나름이다. 〈우리의 관계는 아름다울 것이다〉라든가, 〈서로가 그리울 것이다〉라거나.

-세상은 변하는 거야.
그가 확인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세상은 유사 이래로 언제나 변했지.
구남도 암호 같은 그의 말에 대꾸했다.
-우리의 양심도 변해야 해. 제사 못 지낸다고 상심할 것도 없어. 조상 영혼은 제사 안 지내준다고 우리를 해코지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도 아들이 있으면 든든하긴 하지?
구남이 건조하게 물었다.

여자들은 어쩌면 전사일지 모른다. 이미 오래전 옛날에 있었던 모계사회에서 익혀온 전투적 본성이, 나이 들면서, 세상이 바뀌면서, 드러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자신만의 생을 즐기려는 전사들. 그렇게 따지면 상철은 그녀에게 버리고 싶은 짐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단다. 얼마나 한스러웠으면 그 말을 하고 또 하고 했을까. 그 말을 할 때의 할머니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니? 그건 제도에 대한 반항이었어. 반항할 수 없는 여자의 반항. 여자가 견디어내야 하는 것들은 덕목이라는 말로 포장되었지. 여자여서 참아내야 하는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반역은 할 수 없도록 제도가 꽁꽁 묶어두었지.

할머니는 오히려 새로운 세상을 사시고 싶은 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자의 도리를 벗어낼 자신이 없었던 거지. 그래서 아들을 찾는 거야. 당신의 한을 풀어줄 대상은 아들뿐이니까.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덕혜옹주〉 작가 권비영이 던지는 ‘여성들의 존재 양식에 관한 서사’
한국사회의 여성 생존사가 고스란히 담긴, 3대에 걸친 희로애락 연대기


이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딸에게 들려주고 싶고 엄마에게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

밀리언셀러 〈덕혜옹주〉의 작가 권비영 신작 〈엄니〉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또한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이 땅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한국사회의 ‘엄니’들에게 세계는 곧 가정이었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세계의 전부인 가정을 지키는 것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이어져 왔다.
〈엄니〉는 이러한 역동적인 한국사회를 힘겹게 살아왔으며 또한 여전히 살아내고 있는 여성의 생존사를 한 가정의 여성 3대를 통해 생동감 있게 담아낸 소설이다.

소설은 ‘내 인생 얘기로 풀면 소설책 몇 권은 나온다’는 식의, 한(恨) 서린 한국 여성(어머니/할머니)의 삶에서 출발한다. 유교적 틀에 눌려 살아온 수많은 여성들, 자신의 억울한 삶에 항거는 물론이려니와 생의 선택마저도 맘대로 할 수 없었던 그들. 그들의 희로애락이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남성의 소유물이거나 그 아래 존재하며 그들의 수발을 들거나 희생의 존재로 긴 시절 살아왔던 여성들. 그래서 언제나 생이 억울하고 한스럽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만 낳으면 위상이 달라질 거라는 아이러니한 사고에 갇혀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 장길주라는 인물을 통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엄니〉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들은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약자로서 고민한다.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서 자아를 찾고 싶은 여성들의 열망은 자신과 같은 삶이 자식 대엔 답습되지 않길 바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결과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이어지나, 그마저도 굴절된 사회적 틀 안에서 종종 불상사를 겪는다. 남아선호사상에 얽매인 노모 장길주, 그리고 그 노모가 살아온 질곡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아들 황구남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권비영이 〈엄니〉를 통해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상호 존중과 이해,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한 균형 유지를 역설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성만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가 소실되지 않기를 바란다. 본래적 모성이 아직은 많은 여성에게 남아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을 지켜가는 ‘엄니’의 마음이라는 게 권 작가의 메시지다.

이 세상은 어머니가 키워온 세상이며, 그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더라도 어머니가 지닌 강한 모성은 여전히 이 세상을 지켜가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것이 작가 권비영이 이 소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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