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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 004

제01장 단군신화의 원형적 세계관과 풍류정신

1. 단군신화와 역사?철학의 조응 ································· 020
2.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신화의 자료 ···················· 023
3. 단군신화에 나타난 신과 인간의 유형 ······················· 027
4. 단군신화의 철학적 의의 ·········································· 035
5. 단군신화에 나타난 풍류의 이념과 전승 ··················· 041

제02장 원효의 화쟁사상과 무애행의 실천

1. 원효의 생애와 저술 ················································· 048
2. 화쟁사상의 내용과 원융회통사상 ···························· 051
3. 화쟁사상의 근거와 한마음의 특징 ··························· 057
4. 화쟁사상의 구현 또는 무애행과 요익중생의 실천 ···· 062
5. 화쟁사상의 현대적 의의 ·········································· 068

제03장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에 나타난 화엄사상

1. 의상의 생애와 저술 ················································· 074
2. ?화엄일승법계도?의 도인과 내용 ···························· 077
3. ?화엄일승법계도?의 특징과 의의 ···························· 081
4. 의상의 화엄사상에 대한 평가 ·································· 085

제04장 지눌의 돈오점수와 정혜쌍수 사상

1. 목우자, 십우도와 같은 삶의 여정 ····························· 092
2. 교선일치로부터 선교일치에로 ································· 096
3. 돈오점수 사상 ························································· 103
4. 정혜쌍수 사상 ························································· 108
5. 철학적 의의와 돈점논쟁의 새로운 점화 ··················· 114

제05장 삼봉 정도전의 불교 배척의 내용과 성격

1. 성리학의 도입과 수용기의 핵심 인물들 ··················· 118
2. 삼봉의 불교 배척에 관한 기본입장 ·························· 124
3. 이론적 측면에 대한 불교 배척의 논변 ······················ 127
4. 전대 사실을 통한 불교 배척의 논변 ························· 149
5. 삼봉 불교 배척의 성격과 의의 ································· 157

제06장 퇴계 이황의 철학적 입장과 ‘경’사상

1. 퇴계의 생애와 저술 ················································· 164
2. 주체적 도덕주의의 입장 ·········································· 166
3. 가치론적 내원과 리의 능동성 문제 ·························· 175
4. ‘경’사상과 ?성학십도?의 내용 ·································· 183
5. 후대의 영향과 평가 ················································· 217

제07장 고봉 기대승의 학문정신과 철학사상

1. 문제의 소재 ····························································· 222
2. 학문정신의 기본입장 ··············································· 224
3. 성리학적 관점 ························································· 229
4. 경세론의 입장 ························································· 244
5. 논의의 종합과 의의 ················································· 262

제08장 우계 성혼의 도학적 삶과 학문연원

1. 문제의 소재 ····························································· 268
2. 우계 성혼의 시대와 생애 ········································· 270
3. 우계 성혼의 도학적 학문연원 ·································· 286
4. 논의의 종합과 전망 ················································· 307

제09장 율곡 이이의 대동사회론과 철학적 지향

1. 문제의 소재 ····························································· 312
2. 대동사회론의 사상적 연원 ······································· 314
3. 대동사회의 지향과 소강(少康)사회의 강조 ················· 321
4. 담론의 전환과 왕도정치론의 의의 ··························· 332
5. 논의의 종합과 전망 ················································· 339

제10장 서계 박세당의 실학적 사유의 기초

1. 시대와 생애 ····························································· 344
2. 주자학에 대한 비판적 입장 ······································ 346
3. 사물의 차이성에 대한 강조 또는 주체의 발견 ·········· 350
4. 공허한 사변의 거부와 경험적 지식의 강조 ··············· 355
5. 생활세계의 중시와 지행합일의 목표 ························ 360
6. 탈주자학적 실학사상의 토대 ··································· 364

제11장 남당 한원진의 역사인식과 조선중화주의

1. 남당이 본 역사인식의 기초 ······································ 370
2. 역사 교훈주의와 사례역사의 거울 ··························· 374
3. 조선중화주의의 의리론적 입장과 특징 ···················· 387
4. 남당 역사인식의 철학적 의의 ·································· 402

제12장 성담 송환기의 「태극도설」 해석의 기본입장

1. 문제의 소재 ····························································· 408
2. 무극과 태극의 관계 ················································· 410
3. 음양의 움직임과 고요함에 관한 문제 ······················· 414
4. 오행의 세 가지 전개순서 ········································· 420
5. 건곤남녀와 만물화생의 선후문제 ···························· 431
6. 중정인의의 선후와 체용의 관계 ······························· 436
7. 논의의 종합과 의의 ················································· 445

제13장 간정 이능화 ?조선도교사?의 학술사적 의의와 한계

1. 간정 이능화의 생애와 저작 ······································ 454
2. ?조선도교사?의 구성 체계 ······································ 458
3. ?조선도교사?의 철학사적 의의 ······························· 462
4. ?조선도교사?에 내재된 몇 가지 한계들 ··················· 465
5. 논의의 종합과 전망 ················································· 470

제14장 만해 한용운이 본 주체의 문제와 민족자결의 원칙

1. 문제의 소재 ····························································· 474
2. 주체성의 발견과 무아의 혁명 ·································· 475
3. 불교적 주체에 대한 반성과 불교유신론 ··················· 486
4. 문명과 야만의 경계 ················································· 494
5. 민족자결의 원칙과 독립정신 ··································· 500
6. 논의의 종합과 의의 ················································· 505

[부록] 탈경계 시대의 한국철학의 인문학적 의의와 전망: 율곡의 철학
적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 509
참고문헌 ·················································································· 557
찾아보기 ·················································································· 569
개정증보판 후기 … 579

저자 소개 1

李鍾晟

1965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하여 청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장자철학관련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부터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2017년 현재 한국동서철학회, 새한철학회, 율곡학회 등의 부회장 및 한국도교문화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도가철학의 문제들』, 『믿음이란 무엇인가』(2015년 세종도서교양부분 우수도서), 『율곡과 노자』(2017년 세종도서학술부분 우수도서), 『맨얼
1965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하여 청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장자철학관련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부터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2017년 현재 한국동서철학회, 새한철학회, 율곡학회 등의 부회장 및 한국도교문화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도가철학의 문제들』, 『믿음이란 무엇인가』(2015년 세종도서교양부분 우수도서), 『율곡과 노자』(2017년 세종도서학술부분 우수도서), 『맨얼굴의 장자』가 있고, 『위진현학』(2002년 문화관광부 학술부분 우수도서)을 비롯한 『21세기의 동양철학』 등 20여 권의 공저와 「『노자』 제25장의 존재론적 검토」, 「장자의 소대지변에 관한 지식론적 고찰」, 「함석헌의 장자관」, 「풍우란의 노장해석의 관점과 그 전변의 문제」, 「곽말약의 묵자관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 90여 편의 연구논문이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노장철학ㆍ제자백가ㆍ위진현학ㆍ한국도가철학이며, 현재가 된 고전과 동아시아사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모색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 책은 14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철학의 정신적 지향점에 관해 짚어본 것으로서, 저자가 기획하고 있는 한국도가철학사의 집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 같은 성격을 갖는다. 저자는 최근 영화 속에 담긴 동양의 철학적 모티프를 찾아내어 대중화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저술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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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82쪽 | 153*224*35mm
ISBN13
9791165031336

책 속으로

한국철학사의 전승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철학자들을 현재에 소환하여 그들의 실천적 지혜의 숨결에 나의 호흡을 함께 맞추어볼 수 있다는 것은 뜻밖의 행복이다. 더군다나 시간을 초월한 곳에서 역사 속의 숨은 철학고수들과 만나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배움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더없는 행복이다.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뜻밖의 철학고수들이 지금도 사방도처에서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21세기 한국이라고 하는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21세기적인 삶의 문법이 분명 존재할 것만 같은데, 지금 나는 도무지 그것을 알 도리가 없다. 지난 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또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착각이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지금의 나에겐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고 21세기적인 한국인의 삶이 어떤 것이며, 또한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다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질문처럼 비쳐지기만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답변에 궁색하기만 하다. 도무지 이 시대에는 꿈, 희망, 이념, 지향 등과 같은 가치가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또 거기에다가 그 흔한 사랑까지도 온통 흔들리는 깃발처럼 요동칠 뿐이다. 바람이 움직이는지, 깃발이 움직이는지, 아니면 마음이 움직이는지, 그런 것에 대한 물음은 과잉된 관념의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더 난감할 뿐이다.

나에게 이와 같은 느낌의 체계가 생성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특정한 소수 학생들의 문제의식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죽어 버린 철학의 시대에 화석이 되어버린 생각의 다발들을 좇아간들 그게 나와 그리고 이 시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근자에 어떤 학생에게 들었던 저와 같은 종류의 말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그것이 나를 보이지 않는 차꼬로 마치 노예처럼 결박하고 있는 중 이다. 진리? 존재? 인식? 가치? 철학? 한국철학? 더군다나 전통철학? …. 그런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와 같은 종류의 냉소적인 비판의 말이 비수처럼 또는 독화살처럼 나의 심장 한 가운데 날아와 박혀 있다. 깊은 상처는 실연의 아픔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요, 이별의 고통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다. 뱉어진 말은 바람처럼 흘러서 지나갔지만, 아직도 말에 머물러 있는 나는 고민스럽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공부해온 동양적인 것, 수양이니 마음 챙김이니 좌망이니 하는 개념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나는 지금에야 겨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만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고 하였는가 싶다. 나는 지금의 학생들이 인식하는 것과 같은 이러한 철학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또한 어떻게 극복하면서 대응해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한국인에게 한국인의 철학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혼돈스럽기만 하다. 과거의 철학자들이 모두 죽어버린 귀신같은 존재인데, 그들을 만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변하던 어느 반인문학자의 말이 덩달아 지금 나의 뇌리에서 너울거린다. 울렁증이 인다. 나의 정신적 울렁증이 내가 들었던 말들을 휘발시키지 못하고 무의식의 저편에 남겨두었다는 증거다. 휘발되지 않은 저 같은 말들이 나의 울렁증의 봉인을 해제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는 미래가 없듯이,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과거라는 시간과 아무런 연결의 끈이 없이 그저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나의 사유와 나의 행동에 연대되어 있던 수많은 지난 시간들의 기억과 인습과 관념과 행위들이 있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누구이며,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여전히 고민하는 나의 실존이 분명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이란 존재가 어쩔 수 없이 부여된 자신의 삶을 피동적으로 살다가 가버리면 되는 그런 존재라면, 나의 고민과 나의 질문은 모두 용도 폐기되어도 무관할 일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어디 그렇게만 살아가도록 이미 결정되어버린 존재이던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 또는 존재 자체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게끔 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또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살아야 하는 그런 존재가 인간이란 존재 아니던가? 존재가 아닌 실존이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나의 실존이 존재적 가치에서 멀어진 지 너무 오래된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이 땅에서 누군가처럼 숨 쉬고 울고 웃으면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어울려서 살던 살맛나는 저편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이 시대에 소환할 수있다면 그로써 족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땅에서 벌어졌던 숱하게 고맙고 미안했던 일들을 교훈삼아서 오늘의 나를 단속하고 고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도 분명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전통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대의 삶의 문법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라고 본다. 소가 자신의 먹이를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불교의 가르침 하나가 불현듯 떠오른다. 같은 물을 마셔도 누가 그 물을 마시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가르침이다. 같은 물을 마셔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를 생산하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을 뿜어낸다는 진리가 새롭다. 결국 받아들이는 주체와 그의 관념이 문제다.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문제다. 나의 관념도 나의 실천도 모두 나의 주체와 관련이 있다. 귀가 있어야 들리지 않겠는가?

마음이 있어야 들리지 않겠는가? 먼저 듣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숱한 시간의 조각들이 이어져온 우주의 시간에 비한다면 대수로운 것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시간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왔음에 분명하다. 그 시간의 조각들 위에 서서 그나마 자신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었던 수많은 철학자들의 언어를 만난다는 것은 여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 본다. 그것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내가 공유해보지 못한 공간적 역사 속의 삶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거의 전통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지나간 과거에 포박되기 위함이 아니다. 과거를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환상이나 공상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삶과 우리의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귀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과거의 지혜를 미래의 지남으로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방편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소중하게 끌어안아야 한다면 우리는 또한 지나간 과거를 반추하며 ‘지금 여기’에서 보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러한 것들과 나눈 대화의 일종이다. 물론 그것이 나만의 대화였다는 점에서 하나의 독백의 산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독백도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직조될 수는 없는 일이었음을 안다. 나보다 이전에 나와 같은 주제들을 놓고 고민하고 씨름했던 선배 철학자들의 발자취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들이 다시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사 속의 한국철학’이라는 주제를 설정해 놓고 보니, 전통시대에 한국에서 활동했던 철학자들이 무수히 많았음을 재삼 확인하였다.

수많은 철학자들의 다양한 저술들이 자신의 따뜻한 숨결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다. 역사 속에 남겨진 다양한 종류의 철학적 저술들을 만나다 보니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사유하고 논쟁하고 또한 실천하면서 살았던 선배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곁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 딴에는 그들과 밤낮없이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삶의 결을 이해해 보고자 노력하였던 시간들이 마냥 고마울 뿐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의 양상이 때로는 불교인의 모습으로, 또 때로는 유학자의 얼굴로, 또 때로는 도가적 삶의 울림으로 전해져 왔다.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본 느낌이랄까? 색깔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관념의 옷을 입고 나의 영혼도 다양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 서로 다른 사유와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수많은 목소리가 여전히 나의 귓전에 머물러 있다. 그들이 있었다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역사와 철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들은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종횡으로 교직되어 있다. 이 책은 한국의 역사 속에서 전개된 총 14개 주제의 철학적 논의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인물별로 선별하여 논의한 것이다. 항상 하늘의 자손임을 자부하며 하늘을 닮아 하늘처럼 생각하고 하늘처럼 삶으로써 이 땅에 하늘을 구현하고자 하였던 한국인의 철학적 사유가 이 책의 행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 책은 단군신화의 원형적 세계관과 풍류정신, 원효의 화쟁사상과 무애행의 실천,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에 나타난 화엄사상, 지눌의 돈오점수와 정혜쌍수 사상, 삼봉 정도전의 불교 배척의 내용과 성격, 퇴계 이황의 철학적 입장과 ‘경’사상, 고봉 기대승의 학문정신과 철학사상, 우계 성혼의 도학적 삶과 학문연원, 율곡 이이의 대동사 회론과 철학적 지향, 서계 박세당의 실학적 사유의 기초, 남당 한원진의 역사인식과 조선중화주의, 성담 송환기의 「태극도설」 해석의 기본입장, 간정 이능화 ?조선도교사?의 학술사적 의의와 한계, 만해 한 용운이 본 주체의 문제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관한 내용들을 시대적 인물과 주제에 따라 검토한 것이다.

인간의 현재는 지나간 과거를 부정하고 존재할 수 없다. 지나간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적 과거의 전통 철학은 현대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이자 삶의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과거가 되고 있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가 지나간 시대의 철학적 사유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리 앞에 도래하지 않은 새로운 미래를 보다 주체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인간주의적인 소망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할 때, 이 책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 한국인의 삶의 방향성에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기에 실린 글들의 절반 이상은 이전에 이러저러한 요청에 의해 발표되었던 것들이다. 대체적으로 중반 이후의 글들은 기 발표된 것들을 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여러 편들은 새롭게 작성하여 이전의 것들과 모았는데, 애초에 기획하였던 생각만큼 충실한 결과를 내지는 못하였다. 이미 만들어져 있던 원고 중에서도 제외되었던 것들이 여러 편 있었지만, 또한 보완하여 시대별 맥락이라도 훑어보고자 한 내용 가운데도 뜻을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다. 특히 한국도가 철학과 관련된 몇 편의 원고들이 의도적으로 제외되었다. 이것은 한국도가철학사와 관련된 또 다른 저서의 기획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 이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에 싣지는 못했지만 애초에 기획하였던 여러 가지 주제별 연구들이 향후 한자리에 모여질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책의 미진함을 감추기 위한 방편에서라도 꼭 새롭게 보완될 수 있다면, 지금의 한없이 부족한 이 결핍감으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와 같은 종류의 인문학 서적은 이미 시장성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기꺼이 출판을 독려해준 사람들과 기관이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와 출판문화원은 이 책의 출생에 있어 산증인이며 산파와도 같은 존재였다. 특히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에는 이 책을 통해 두 번째 빚을 지게 되었다.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제공과 문장교정에 도움을 준 황국하, 오지환, 최민영 세 선생님에게 고마운 뜻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모든 선배 철학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들은 죽은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결코 죽지 않았음을 나는 안다. 그들은 죽어서 밤하늘의 별들이 되었을 것이라는 오래된 기억의 전설이라도 나는 믿고 싶다.

별이 총총히 나의 연구실로 내려앉는다. 지금, 이것은 하나의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불후의 정신’을 좇았던 선배 철학자들이 과거로부터 보낸 한소식이라고 굳게 믿기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초발심을 회상시키는 믿음의 귀환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 학문세계에 대한 ‘귀명’(歸命)을 믿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2017년 6월 15일
충남대학교 인문관 연구실에서
이종성 삼가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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