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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전
제1장. 외계인 웁쓰양 제2장. 지구인 웁쓰양 제3장. 예술인 웁쓰양 멍때리고 나서 |
WOOP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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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뇌종양을 앓으시던 아빠가 정말로 자연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발인하는 날, 엄마가 제발 그만 좀 울라고 할 정도로 울었다. 기력이 다하도록 울었다. 아빠를 아프게 한 나쁜 말들과 거짓말들이 후회가 되어 계속 그 순간을 곱씹으며 울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엄마를 위해서 했다고 생각한 거짓말, 가족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했던 모진 말들이 사실은 철저히 이기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을. 아빠는 죽음으로 사라지면서 과거의 나를 꺼내셨다.
문득, 가족 여행을 가던 그날이 다시 떠올랐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를 위해 우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운다. --- 「죽음」 중에서 누군가는 운동을 해보라고 권했다. 누군가는 좀 쉬어보라고 권했다. 누군가는 다른 일에 몰두해보라고 권했다. 누군가는 여행을 가보라고 권했다. 다 맞는 말 같았다. 역시 사람은 모르면 물어봐야 해. 다시 요가를 시작해볼까? 뭔가 새로운 걸 배워볼까? 여행? 일단 어디로든 가볼까? 상상은 쉽다. 그런데 잠깐! 저거 다 돈 드는 일이잖아? 지금 내 통장은 한없이 가벼운데, 저게 방법이라고? 그럼 분명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길 텐데? 대체 어디서부터 엉켜버린 걸까? --- 「뭔가 이상해」 중에서 고기가 당기는 것은 몸이 고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단백질, 칼슘, 철분이 필요하니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먹고 싶어서 먹는 거지. 자기도 모르게 멍때리고 있는 순간이 늘어난다면, 몸과 마음이 그걸 필요로 한다는 것 아닐까? 우리 시대에 소진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것은, 모두에게 멈춰 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멍때리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저 커피값 정도의 작은 사치일 뿐. --- 「오토바이」 중에서 수입이 없다고 노는 게 아니다. 사실 엄청나게 바쁘다. 전시 준비 모드가 되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바쁘다. 고생하는 거 알아달라고 떼쓰는 건 아니다. “시간 많으니까 네가 좀 해라.” 그런 식으로 당연하다는 듯 말하지 말고, 좀 물어봐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시간 되냐고. 괜찮겠냐고.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그때 왜 더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 「무급이지만 무직은 아니에요」 중에서 우리는 쉬고 싶어서 쉬는 것뿐인데, 왜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떠안아야 할까? 사회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쉬는 것만큼은 정말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 다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거네. 나 말고 다 바빠 보이니까 괜히 더 불안한 거였어. 그래서 쉬면서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거야. 아주 잠시라도 모두가 다 멈춰 쉴 수는 없을까? 내가 한번 그렇게 해봐야지.’ 카페에서 멍때리며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수첩에 그렇게 끼적였다. ‘멍때리기 대회’ --- 「멍때리기 대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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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걸까?
‘멍때리기 대회’ 창시자 웁쓰양이 전하는 ‘나’를 위한 딴짓의 시간 이 책은 다음 벌어질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단톡방이나 마찬가지다. 알림은 켜두시길. 언제 다음 놀이판이 펼쳐질지 모르니까. _탁재형PD(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멍때리기가 나를 자유케 하리라! _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멍을 때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보다 느슨해지고, 나태함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_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대표, 미술에세이스트) 흔해 빠진 예술인이 시작하는 머리 비우는 휴식의 시간! 무가치한 것은 나쁜 것일까? ‘멍때리기 대회’가 가진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대 해석과는 별개로 이 책은 보편적인 생각을 가진 한 작가가 세상을 마주하면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관찰하고 있는지 표현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웁쓰양(김진아) 가수 크러쉬(Crush)의 우승으로 화제가 된 ‘멍때리기 대회’ 창시자 웁쓰양의 어린 시절부터 ‘멍때리기 대회’를 기획하고 개최한 아티스트 웁쓰양까지, 인간 김진아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든 이들이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면 웁쓰양은 이 대회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휴식이 필요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쉬지 못하고 쉬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웁쓰양은 지금껏 바쁘게 움직인 뇌를 쉬게 하자며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산’, ‘효율’에 맞춰진 인간 세상 속 ‘딴짓’, ‘뻘짓’이라는 힐링 찾기 도시에서의 놀이란 소비 활동의 연장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웁쓰양의 ‘도시 놀이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멍때리기 대회’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의도로 2014년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도심 속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모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을 만들었다.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 서울 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 처음 개최된 이 대회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비웃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멍때리는 것이 전부였다. 대회가 처음 시작될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고 ‘병맛 대회’라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국내를 비롯하여 북경 등 해외까지 번져 나가 국제적인 대회로 발전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쉬고 싶어서 쉬는 것뿐인데 죄책감을 가진 이들, 쉬고 싶지만 사회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이들을 위해 웁쓰양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아주 잠시라도 모두가 멈춰 쉬는 시간을 만들어 쉬는 것에 눈치 보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길 바란다. 뭐라도 해야 하는 불안한 이들에게 전하는 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멍때리기 대회’는 보편적인 우리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웁쓰양의 어린 시절 가정 환경은 비교적 불행했다고도 할 수 있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사업 수완이 좋아 돈을 잘 벌었고 그만큼 화끈하게 쓸 줄도 알았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출중했던 엄마. 그 아래 걱정 없는 나날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자식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이뤄지지 못하고 아빠의 사업 부도로 한순간에 집안 분위기가 침체되고 만다. 불안감이 가득한 집 안, 어떤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된 분위기 속 웁쓰양은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한다. 어린 시절 가장 큰 보물이었던 푸른 구슬을 들여다보며 우주를 유영하며 현실을 벗어난다. 부모님이 특히 심하게 다투는 날, 옥신각신 서로를 밀치고 당기는 소리, 무언가 깨지는 소리, 비명 소리를 듣다 보면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며 길을 잃을 만큼 멀리 우주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정 환경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이들 누구나 도피하고 싶은 일, 그로부터 야기되는 공포와 불안한 감정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존 능력을 하나씩 발휘해 세상을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능력, 남을 잘 웃기는 능력, 싸울 때 고래고래 큰 소리로 기선을 제압하는 능력, 적당히 거리를 두는 냉정함과 무심함으로 생존하는 것이다. 흔히 성격상의 특징이라고 하는 이 방법들은 나름의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방법일 것이다. 웁쓰양은 ‘회피’라는 생존 능력을 통해 ‘해피’를 찾았다. 꼭 무언가를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멍때리기, 내 일은 멍때리기 적어도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가정 환경, 사회생활, 다양한 인간관계,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기 어렵게 된 코로나19 감염병과 그로 인해 비롯된 코로나 블루 등 인생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사람들은 지쳐간다. 실제로 현대인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울의 감정은 생활 여기저기에 침투하여 우리를 공격한다. 흔히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고, 취미 생활을 갖고, 운동 혹은 여행을 떠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쉼 없이 움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생존 방식이 효과가 없었다면 잠시 머리를 비우고 멈춰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지부터 새롭게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웁쓰양은 ‘멍때리기 대회’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단 몇 시간을 만들어준다. ‘모두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같이 천천히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곁에 생겨난다면 적어도 오늘 하루, 내일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휴식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내일은 멍때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두렵지만 무언가를 하는 것도 두렵고 힘들다면 잠시 쉬어가는 용기가 필요하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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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프로그램 PD가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여행이다. 남들이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그들은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시간이 없다. 〈멍때리기 대회〉의 창시자 웁쓰양도 그런 면에선 비슷하다. 온갖 재미난 일들을 상상하고 실행에 옮기느라 정작 그녀는 멍때릴 시간이 없다. 각 잡힌 과체중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다이어트처럼, 웁쓰양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세계를 절박하게 멈춰 세운다. 〈멍때리기 대회〉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통해. 이 대회가 전 세계를 멍때리게 만들 동안, 그녀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속았지롱! 우리를 다 멍때리게 해놓고 그녀는 다음 재미거리를 찾아 질주하는 중이다! 이 책은 다음 벌어질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단톡방이나 마찬가지다. 알림은 켜두시길. 언제 다음 놀이판이 펼쳐질지 모르니까. - 탁재형 (PD, 여행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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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하루 종일 실험만 했는데요!” “자네 문제가 바로 그거야. 그렇게 바빠서야 무슨 아이디어가 떠오르겠는가! 제발 멍한 시간을 가져보게나. 멀리 초록색을 쳐다보라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옆방 교수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바쁘다. 외계인 아티스트 웁쓰양의 책이 내게 새로운 전기가 되기 바란다. 멍때리기가 나를 자유케 하리라! -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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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게 행복한 삶의 형태를 묻는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현실화하며 사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아가 대단한 삶의 형태를 묻는다면 캐릭터가 다양한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웁쓰양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행복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그녀가 만든 〈멍때리기 대회〉의 초창기 팬 중 하나인데, 그녀 덕분에 일상에서 ‘멍때리는 기술’을 늘려갈 수 있었다. 멍을 때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보다 느슨해지고, 나태함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난 화가로서의 거침없는 웁쓰양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의 오랜 부캐릭터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예술 기획자’인 것은 존경한다. 그녀의 내밀한 이야기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기 바라면서. 오늘도, 내일도 멍때리기 - 이소영 (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대표, 미술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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