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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보여주는 사람, 들려주는 사람
1부. 사는 일이 이러코 기쁠 수가 없다이 우리 엄마 소원 들어주었던 절집 새벽 4시, 내가 만나고 싶은 귀신 프리랜서 엄마의 특별한 화폐 자식 얼굴 보듯 굴비를 보는 사람 천하를 얻은 듯 기쁜 사람들 김치 담글 때 드러나는 자만심 우리 엄마 조여사를 모델이 되게 해주세요 허영심과 유머를 잃지 않는 삶 자연인 조금자와 엄마 조금자 사이 오메! 명절에 우리 딸들이랑 송편을 다 빚네이 공명정대한 생일 선물 근면 성실 말고는 별 매력 없는 조금자 씨의 칠순 2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도 꼬추가 떨어질 일이 없어 며느리 대신 탐구하는 시아버지가 어디 있어? 글루미 선데이, ‘아버지의 강’에 가다 열네 번에서 두 번으로 줄인 종가 제사 배추 600포기 담는 김장이 별거 아니라는 마음 시아버지 환상적 투망질, 모두 빵 터졌다 사랑만 보고 결혼하나요? 노래 실력도 봐야죠 아버지 팔순, ‘블록버스터’급 마을 잔치 잘 먹는 사람 앞에서 무릎 꿇는 병 아버지에게 들은 마지막 말 아버지가 남겨준 것들 아버지 보내고 첫 명절, 기쁘게 놀았다 에필로그 : 더 바랄 것 없는 마음, 걱정하지 말라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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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평생 우직하게 일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일을 야무지게 하느라 남들보다 더 고생했다. 그래서 엄마의 신조는 선명하다. ‘한 번 일을 잘 하면, 평생 일만 하고 산다.’ 당신 딸들은 다르게 살기를 바랐다. 우리 자매들은 엄마가 옆에 있을 때는 밥도 안 차려 먹고, 양말이나 속옷도 빨지 않고 컸다.
--- p.160, 「김치 담글 때 드러나는 자만심」 중에서 고고한 남자와 살면 여자는 팍팍하고 외로워요. 우리 엄마가 그렇게 살았거든요. 그런데도 추석날 달빛 아래서 줄넘기하는 우리 엄마를 본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반할 거예요. --- p.163, 「우리 엄마 조여사를 모델이 되게 해주세요」 중에서 내가 자라서 밥벌이를 하고, 책을 읽고, 아이들을 기르고,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온전한 내 힘이 아니다. 그 옛날에 12개월 할부로 책을 들여놔 주고, 시골에 살면서도 대도시의 동물원에 데려가주고, 바리바리 먹을거리들을 싸서 해수욕장에 같이 다닌 부모님이 있었다. 나이 들어 셋집에 살면서도 허영심과 유머를 잃지 않은 당신들이 나를 이루어주었다. --- pp.76-77, 「허영심과 유머를 잃지 않는 삶」 중에서 우리 엄마는 음식 앞에서 아내도, 엄마도 아닌, 오로지 ‘자연인 조금자’로만 존재한다. 당당하며 거침없이 먹는다. (…) 나는 일터에서 돌아오는 엄마 뒷모습을 본 적 있다. 배낭을 메고, 빨간 장화를 신고, 오로지 씩씩하게만 걷던 조여사. 기골이 장대하고 통 큰 당신의 유전자는 딸들에게 물려주지 않은 이기적인 우리 엄마. 나는 까닭 없이 어깨에 힘이 빠지고 몸이 땅으로 꺼지는 날에는, 조여사가 만든 고추장굴비를 먹는다. 조여사의 씩씩한 뒷모습을 생각한다. --- pp.79-84, 「자연인 조금자와 엄마 조금자 사이」 중에서 내가 아버지를 처음 뵈었던 날에도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부엌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거실에 서서 머쓱해하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웃으면서 “야야, 우리는 이렇게 산다.”라고 했다. (…) 아버지는 나에게 전통적인 며느리의 역할을 바라지 않았다. 내가 뭐라도 하려고 하면 “네가 이걸 할 수 있겠냐?” 하면서 그저 웃었다. --- pp.115-117, 「며느리 대신 탐구하는 시아버지가 어디 있어?」 중에서 나는 둘째 임신했을 때 조산으로 두 달간 병원에 누워 있었다. 의사도, 하느님도, 부처님도 아기의 건강을 장담하지 못할 때, 오직 아버지만이 “애기는 건강하게 돼 있어. 걱정하들 말어. 배지영이부터 건강해야 써.”라고 말했다. --- p.156, 「사랑만 보고 결혼하나요? 노래 실력도 봐야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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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씩씩한 엄마와 정다운 시아버지…
당신들이 나를 이루어주었음을 잊지 않을게요.” 딸 ‘지영’이 바라보는 엄마 조금자 씨는 대부분 우직하고, 때로는 고집불통이고, 가끔은 소녀다. ‘한 번 일을 잘하면, 평생 일만 하고 산다’는 신조를 가진 그녀는 딸들에겐 양말 빨래 한 번 안 시켰지만, 정작 본인은 고집스럽게 김장을 잔뜩 해서 딸들과 동생들에게 보낸다. 그녀는 굴비 엮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로, 자식들에게 용돈을 보내며 뿌듯해한다. 손마디가 닳아 없어질 만큼 일하며 살았어도 감수성이 풍부해서 어떤 곳에 가든 “아따 좋아야.” 하면서 금방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 모처럼 딸과 떠난 여행에서, “꽃을 처음 본 사람처럼 꽃밭 속에 들어가서 철쭉꽃을 껴안는 시늉을” 하는 사랑스러운 어른이다. 며느리 ‘지영’이 바라보는 시아버지 강호병 씨는 편견이 없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농부이자 어부였던 그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도 꼬추가 떨어질 일이 없다.”는 말을 평생 증명하며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렸다. 그에게 ‘요리’란 시간 나는 사람이 하면 되는 일이지 여자의 일이 아니다. 열네 번의 제사를 두 번으로 줄이고, “내 제사는 지내도 그만, 안 지내도 그만”이라며 지금 재미있게 잘 사면 된다 말하는 사람. 사회적 시선이나 고정관념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를 위해 애쓰는 근사한 어른이다. 이 책은 ‘엄마’ 조금자와 ‘시아버지’ 강호병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그 속에서 삶의 태도를 배우고, 그들이 물심양면으로 베풀어준 온기를 품고 자라난 ‘배지영’이라는 사람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고단한 삶을 꿋꿋하게 통과해내며 “사는 것이 이러코 기쁠 수가 없다이.” 말하는 나의 엄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심지어 자신의 암 투병 생활 속에서도 “그리여, 걱정하들 말어.” 미소 짓던 나의 시아버지. 지영에게 이 두 사람이 있듯이, 우리는 그 누구도 홀로 태어나 홀로 자라오지 않았음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지영이’이자 ‘지영이’를 품어줄 사람일 수 있음을,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는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