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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나를 버티는 일,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일 1부. 몸 좀 쓰러 왔는데요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계기는 만드는 것 크고 굵은 몸 작고 마른 몸 농구를 하고 싶습니다 누상동 이돌핀과 두부찌개 코트에 계신 농구의 신이시여 운동 종목을 찾아서 내가 생각하는 나와 보이는 나 사이의 38,000킬로미터 선입견이 잠재력을 누를 때 내가 오십견이라니 언니, 그건 지난 체력이잖아요 그 많던 멍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운동하기 딱 싫은 날씨 넘어지지 않는 스케이트보드 강박적이고 단순한 사람의 자기 보존법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간 다 운 동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만보기 경쟁 나도 요기가 되고 싶어 슬로우 하이킹 클럽 2부. 체력은 태도가 됩니다 내가 선택한 고향 역세권보다 체세권 나는 걷기가 싫었어요 산책의 즐거움 계획하고 실패하고 실망하고 기뻐하며 조금씩 앞으로 어디로든 갈 수 있어 아빠의 일면들 뜻밖의 살사댄스 운동의 목적 여름의 맛 심해어냐 미역이냐 질병 그리고 술 느슨하게 그러려니 위쪽 공기는 더 상쾌한가요 엄마는 왜 박수를 치며 TV를 볼까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이번엔 꼭 추고 말 거야 숏컷 만만세 브라 없는 삶 노 얄개 존 좋은 사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에필로그 _ 둘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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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속으로 우리에게는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운동장 구석으로 밀려났던 시간을 극복할 만큼 수도 없이 필요하다. ‘보여지는 몸’이 아닌 ‘기능하는 몸’으로 롤 모델이 되는 여성들을 훨씬 더 많이 보고 싶다. 그들을 따라 몸을 굴리고 내던지고 겨루고 버티면서 강해지는 여자들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여가여배는 계속될 것이다. 운동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남성 중심 종목들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다. 여성에게 권장하지 않았던 종목들에 대한 클래스가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농구도! 야구도! 축구도! 레슬링도!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활동과 이야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퍼져나가길 소망한다. 너도나도 이 ‘난리 잔치 파티’의 주인공이 되기를. (23면)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다져진 체력은 자연스레 몸의 변화로 이어졌다. 허벅지 근육은 튼튼하고 매끈한 바다코끼리와 흡사할 정도로 눈에 띄게 반질거렸다. 물살을 이겨보겠다는 마음은 흐려지고 물과 정직하게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지난 강습 때보다 더 나은 영법을 구사하고 싶어서 발차기와 팔의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몸에 굴곡을 만들어 물속으로 쑥 빠져드는 잠영을 처음으로 완벽하게 해냈을 때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물속으로 뛰어들던 순간, 수영장의 소음이 물 밖으로 튕겨 나간 그 자리에 내 호흡이 자리 잡던 순간, 크고 거친 나의 숨소리에 귀 기울였던 순간, 밑바닥에 닿을 듯 아주 가까이 내려가 레인을 천천히 훑던 순간. 몸을 움직이는 만큼 나아가는, 온전한 내가 되는 그 순간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우아한 감각이었다. 이제 나는 자유형과 배영, 평영, 한 팔 접영까지 할 수 있다. 체력 소모는 수영에 대한 애정과 정비례해서 커졌다. 금방 허기가 졌고 매번 두부찌개로 속을 채웠다. (51~52면) ‘할 수 있다’라는 건 저런 걸까. 불가능한 무언가를 한 방에 해내는 게 아니라 배운 대로 매일매일 연습해서 실패를 줄여나가는 것. 그것을 오래 하는 것.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보통 사람이 자신의 지지부진을 견디고 마침내 자기가 원하는 상에 가까워지는 것. (58면) 등 번호도 있는 어엿한 농구인으로서 부상이란 말만 들어도 미간에 내 천(川) 자 주름이 생긴다. 이 크고 굵은 몸에서 고작 검지 하나 삐끗했을 뿐인데 코트 옆에 서서 연습 시합을 바라만 봐야 하는 자의 슬픔은 팥죽보다 진하다. 어차피 뛰지도 못할 걸 거기에 왜 가냐고 묻는다면 그 말이 백 번 맞다. 그러나 세상일이 언제나 이치에 맞게 돌아가는 건 아니듯이, 사람도 섭리에 딱딱 맞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찜통더위 속에서 농구에 축구에 배구까지 한다고 설쳐대는 꼴을 보니 딱딱 맞기는커녕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버렸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이른바 ‘미친 고구마 줄기 이론’이다. 당신 주위에 운동에 미친 고구마가 한 명 있는가? 그 사람을 잡아당겨 보자. 다른 미친 고구마들이 줄줄이 엮여 나올 것이다. 운동에 미친 사람들은 다 이렇고 그렇게 생겨 먹었다. (96~97면) 밖으로 나와 계절 위를 걷고 풍경을 읽으면, 소란했던 생각과 마음이 잔잔해진다.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면 천천히 가라앉는 찻잔 속의 찻잎들처럼. 걷고 나면 ‘기분이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된다. 오후 5시 반,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도 에어팟을 꽂고 흐르는 계절에 발맞춰서 걸어야지. 여러분, 저 먼저 퇴근합니다. (179면) 몸의 언어는 느낌의 언어이기도 하다.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하기는 그만큼 느낌과 뉘앙스가 중요하다. 상대방과 교감하기 위해 감각을 매 순간 예민하게 곤두세워야 하며 타이밍을 잘 파악해야 한다. 같은 리듬 안에서 춤추고 있는 사람이 다음 동작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지금의 속도를 유지해도 되는지, 더 빨라야 하는지 등은 몸으로 익히기 전까지 알 도리가 없다. 다른 언어를 몸으로 세세하게 체득하는 경험의 매개가 춤이라면 꽤 낭만적일 것 같다. 다른 나라에 대한 설렘이 나와 손을 잡고 리듬을 맞추는 사람들의 환대로 한결 느긋해지지 않을까. (202면) 자전거 가게 사장님과 요가 선생님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다. 이것은 내가 가진 오래된 선입견 중 하나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 선입견은 더욱 강화되는 중이다. 자전거 가게 사장님들은 바람을 넣어주거나 안장 높이를 아무렇지 않게 조절해준다. 돈을 내려고 하면 훠이훠이 쫓아낸다. 요가 선생님들은 흔들리는 코어 속에서 어떻게든 자세를 잡아보려는 수강생들을 너그러이 안내한다. 안 되는 건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재차 알려준다. 살면서 불친절한 자전거 가게 사장님이나 강압적인 요가 선생님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아직 잘 모르는 네게 이 정도는 해주는 게 먼저 배운 나의 도리다” 같은 관대함이 느껴진다. (270면) 운동을 계기로 새롭게 알게 된 관계들. 그 관계들이 또 다른 연결점으로 이어지는 경험들은 참 반갑고 설렌다. 느슨하게 이어진 운동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든든하고 활기가 넘친다. 운동이 맺어준 멋진 여자들과의 인연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2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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