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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부 시간의 미래 닿지 않는 계절 · Rainy Summer 서울 침공 · Old Town 본질에 대하여 · Eggplant Man 그런 기분 · Latte Recipe 인턴입니다 · Office 변호사, 은퇴하다 · The Death of Cake 은색곰 프로젝트 · Training Women 2부 머무르다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법 · Insomnia 꿈에 찾아와 줘 · Nap Time 크러쉬 크러쉬 · Crush 생일 버거 · Burger 남겨진 사람들 · Breeze 레드 브릭 빌딩 · Red Brick Building 서울, 2020 · New Normal 3부 간직할 만한 것들 언젠가의 너에게 · Old Friend 기억을 먹다 · Summer Peach 어쩌면 마지막 · Hang Out? 새로운 천사를 기다리며 · Yeonnam Tunnel 재능에 대하여 · Martha 세상의 막 · Wasting Time 죽고 난 뒤의 러닝 타임 · Old Theater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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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짧은 형식의 소설 “마이크로 픽션”이 만나 새로운 장르의 소설집으로 탄생하다! 권아림, 박송주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 『꿈에 찾아와 줘』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은 스물한 개의 일러스트와 스물한 개의 마이크로 픽션으로 구성된 책이다. 대개, 일러스트가 책의 세계를 보완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권아림 작가의 일러스트가 먼저 그려졌고, 박송주 작가가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작했다. 일러스트가 이 소설집의 세계관인 것이다. 올해(2020년) 초, 일러스트를 그리기 위해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권아림 작가는 혼자서 그림을 그려 나갔고, 그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두었다. 그림은 피드에 잠시 올랐다 사라졌다. 그러나 박송주 작가가 우연히 권아림 작가의 그림을 보고 짧은 형식의 마이크로 픽션을 써나가기 시작했고, 스물한 가지의 이야기가 완성되어 탄생한 책이 『꿈에 찾아와 줘』이다. 권아림 작가가 초대한 세계에서 촉발된 스물한 개의 이야기가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고 때로는 확장한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에서부터,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 앞날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스토리, 전염병이 사라진 이후의 일상과 그 안에서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감정과 그러면서도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인물, 혼자 도시 공간에서 삶에 대한 긴장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의 담담한 스토리 등 다양한 마이크로 픽션을 감상할 수 있다. 이야기가 된 일러스트, 공감의 시선에서 ‘나’ 자신의 내면까지 확장되는 세계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 속 그림의 대부분이 올해(2020년) 그려졌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우리의 일상을 그린 일러스트가 먼저 눈에 띈다. 뜨거운 여름 횡단보도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있거나([New normal], 집 안에서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은([Hang out])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바꾼 일상의 모습으로,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지나, 다시 한 번 더 책을 넘기다 보면 권아림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공원 그늘 아래서 의자를 놓고 쉬는 있는 인물들의 뒷모습([Breeze])이나, 혼자 앉아 햄버거를 먹거나(New Burger]), 테이블에 엎드리거나([Nap time]) 앉아 있는 인물([Wasting time])이 묘사된 그림들은 쓸쓸하고 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이 세계를 여전히 따뜻하게 바라보려 애쓰는 시선도 함께 느껴진다. 권아림 작가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은 편안함 속에서 묘한 긴장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파스텔 톤의 따듯한 색감과 여름의 시원한 녹색의 그림들은 우리를 쉽게 그림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하지만, 그림 속에 배치된 인물들을 보다 보면, 그림 속 인물의 감정과 상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물들은 도시 공간에 혼자이거나, 혹은 뒷모습으로 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 속 인물의 현재의 상태나 위치 등을 상상하게 된다. 두 인물의 연애가 시작되는 듯한 장면이 인상적인 그림([Crush]]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무심하게 배치된 인물 때문에 이 세계의 따듯함과 안온함에 의심을 품게 된다. 결국 그림 속 세계의 불안과 긴장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그림을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림을 보다 보면 깨닫게 된다. 불안과 긴장의 원인은 나 자신이며 그림을 보는 우리가 있는 이 곳으로 되돌아오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러스트가 촉발한 이야기, 마이크로 픽션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 1부는 2020년 현재의 우리처럼, 변화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일으킨 변화로 우리의 일상은 모조리 달라져 버렸다. 1부는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밀어닥친 변화 앞에서 흔들리고 당황하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극복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닿지 않는 계절」 속 주인공은 담담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주인공은 여름휴가를 즐겼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전염병과 기후 변화로 인류가 위험에 처한 지금, 100년 후 인류가 열어 볼 타임캡슐에 담길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수신자가 되어 이 짧은 편지를 읽다 보면, 현재 우리를 둘러싼 기후 변화와 전염병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우리가 유발했고, 그래서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서울 침공」의 일러스트는 평화로운 서울의 푸른 하늘과 오래된 아파트의 풍경이지만, 마이크로 픽션에서 서울의 아파트는 욕망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지구의 서울을 침공하고자 했던 외계인들은, 이미 서울에 들어온 다른 종족들에 의해 지배당한다. 침공하자고 하는 외계인들에게 아파트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주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침공해 들어오는 외계인마저 서울의 아파트를 욕망하게 되어 서울 침공은 불가능하다는 SF블랙코미디가 인상적이다. 「본질에 대하여」에는 가지(eggplant)가 된 화자가 등장한다. 여름이면 가지로 변하는 주인공은 타인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본질이 파악한다. 이 소설은 가지가 된 화자를 통해 소수자나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 「그런 기분」은 드립커피를 마시기 위한 도구들이 그림의 주인공들이다. 드립 서버는 인간의 커피 수발이 권태로워 죽기로 결심하지만, 평소 말이 없던 커피잔이 먼저 바닥으로 몸을 던져 버리고, 뒤이어 주전자와 우유팩까지 쏟아지고, 인간의 발에 피가 나는 바람에 죽음을 미루는 이야기로, 평소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던 사물들에게 의식을 부여해 권태로움을 주제로 묘사한 소설이다. 「인턴입니다」의 일러스트에는 사무실에 나타난 다섯 마리의 양들이 묘사되어 있다. 사무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양들은 회사의 방사선 기계에 의해 양으로 변신했다는 설정이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부장이라는 책임자가 인턴을 대하는 태도와 방사선 기계를 병원에 납품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사 관계자까지, 혼란스러운 사무실 풍경과 인물들의 내면을 슬며시 보여 주며 비정한 기업과 인간 군상에 대한 가벼운 비판을 시도한다. 「은색곰 프로젝트」는 결혼을 하지 않는 주인공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은색곰 프로젝트’라는 공동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훗날 어머니처럼 나이가 든 주인공은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은색곰 프로젝트의 창시자 중 한 명이었음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실패가 자신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도하지 않은 변화에 직면할 때, 그 변화는 상실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2부는 상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표제작 「꿈에 찾아와 줘」는 카페에 잠든 주인공을 둘러싼 세계를 묘사한다. 겉보기에 안온한 주인공의 세계는, 사실 밤이 되면 좀비가 출현하는 곳이다. 주인공의 가족 중 누군가가 좀비로 변신해 도시를 떠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경찰에서는 좀비들을 모조리 죽이고 밤을 되찾기로 결정했다. 안전한 삶을 갈구하면서도 좀비가 되어 버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크러쉬 크러쉬」는 테니스장에 등장한 꽃을 든 남자와 놀란 여자의 일러스트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이크로 픽션에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어긋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주 비행사인 남자가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죽게 되고, 그 후 그날의 트라우마에 시달려 하늘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은 남자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하며 언젠가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생일 버거」는 혼자서 햄버거를 먹는 남자의 일러스트가 쓸쓸해 보인다. 마이크로 픽션에서 남자는 죽은 아들이 좋아했던 햄버거를, 아들의 생일마다 먹는다. 그러나 그 햄버거는 오늘부로 판매가 중지되고, 남자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쓸쓸함에 대해 담담하게 아쉬움을 드러낸다. 「남겨진 사람들」에서는 공원에서 평화롭게 앉아 있는 두 사람과 강아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이크로 픽션 속 화자들은 평화를 미처 누리지 못하고 죽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이의 이름은 ‘앤’ 으로 첫 소설 「닿지 않는 계절」의 화자이다. 이 소설들이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느슨하게 연결된 세계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3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미래를 기약할 수도 없고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담겨 있다. 「언젠가의 너에게」에는 철봉을 하는 두 소녀의 그림이 밝은 정조로 그려져 있다. 마이크로 픽션에서 주인공들은 다 자라서 우연히 쇼핑몰에서 만난다. 주인공은 자신이 친구로서 자격을 박탈당했음을 알고 씁쓸해하며 과거의 어느 날을 회고한다. 과거, 전염병으로 마스크를 끼고 학교에 다니다, 전염병이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고 처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그날, 둘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철봉에 매달리며 마스크를 벗고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서로 묻는다. 시간이 흘러 둘은 멀어졌지만, 그때를 추억하며 주인공 혼자 씁쓸함을 달랜다. 「어쩌면 마지막」의 일러스트는 화상 채팅 서비스인 줌(Zoom)으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마이크로 픽션에서 주인공은 마지막 줌 미팅임을 이야기하며, 전염병이 종식되어서 좋지만 우리 앞에 남겨진 과제, 바이러스와 육식문화, 에너지 고갈 등의 문제가 이제 현실로 닥쳤다는 작은 반성을 하고 있다. 전염병 이후, 우리가 어떻게 이 사태를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은 재미있게 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 언제나 글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되곤 하던 일러스트는, 무궁무진한 해석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이렇게 촉발된 압축적인 형식의 소설은 짧지만 깊고,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의 말 그림을 그리고 나서 일반적으로 글과 일러스트가 같이 있을 경우, 일러스트의 역할은 문장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에 실린 일러스트는 특별한 용처 없이 그려졌습니다. 오래 다녔던 직장을 퇴사한 후 방에서 혼자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 냈고, 목적이 없었기에 그림에 대한 스토리는 오직 저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림들이 송주 작가님의 시각으로 해석되고 글로 구체화된 후에는 독자들과 그림을 보는 일관된 시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분명 제가 그린 그림인데, 그림으로만 존재했을 때와는 달리 마이크로 픽션으로 묘사되고 나니 더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그림 속에 저만 알겠지, 싶게 심어 놓은 디테일을 포착하여 스토리를 전개하기도 하고, ‘아니 이게 이렇게 해석돼?’ 싶게 기발한 관점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림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된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차이가 발생함으로 인해 스토리는 더 풍부해지고 예상치 못한 재미도 생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그림에서 그림을 그릴 때 가졌던 저의 감정선 이 글에 잘 녹아 있어서 무척 놀랐습니다. 한 예로, ‘Nap Time(「꿈에 찾아와 줘」)’의 배경은 카페가 아닌 집이며, 당시 개인적으로 겪었던 상실감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인 데 짜 맞추기라도 한 듯 글과 그림의 감정선이 일치했습니다. 이렇게 작업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최대치의 즐거움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권아림 드림 글을 쓰고 나서 작업의 시작은 아림 작가의 일러스트 한 장에서부터였습니다. 그 일러스트를 본 후 문득 이야기 한 편이 떠올랐고 그것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 이야기가 「꿈에 찾아와 줘」 입니다. 그림에는 한 여성이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습니다. 주인공이 있는 공간이 비교적 아늑한 카페였기 때문에 (공간이 카페였다는 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만, 아 림 작가님은 그 착각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그냥 놔두었다고 합니다.) 로맨틱하거나 편안한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찡그린 표정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났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으며, 꿈에서 깨어나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은 상황이 있을 거라 상상했습니다. 꿈에서 만난 사람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일 것 같았고, 그 상황에 장르적 상상을 더했습니다. 물론 이 픽션에서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핵심 단어인 ‘좀비’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편이 독자들에게 더 풍부한 독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의 작업을 통해 일러스트와 마이크로 픽션의 형식이 결합되었을 때, 짧은 이야기로도 깊이 있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이 흥미롭게 읽혔다면 그 이유는 일러스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 다. 이 픽션들은 모두 일러스트가 촉발시킨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을 재미있게 즐겨 주신 분들이 두 가지 형식의 결합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을 확신합니다. 마이크로 픽션을 쓰며 저 스스로 무척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박송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