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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재즈
유홍종
제일미디어 199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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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무인도는 기다리지 않는다
2. 슬픔의 재즈
3. 시인의 바다
4. 프랑수아즈 김

저자 소개 1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후 기독교 방송 프로듀서와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다. 문예지 14회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1974년)과 『현대문학』 소설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 장편소설 『불의 회상』으로 대한민국 문학상 소설 부문 신인상(1984년)을 수상했으며, 중편소설 『서울에서의 외로운 몽상』으로 제4회 소설 문학 작품상(1986년)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창작집 『불새』, 『북가시나무』,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슬픔의 재즈』, 『북가시나무』가 있고, 장편소설 『서울무지개』, 『추억의 이름으로』, 『카인의 도시』, 『조용한 남자』, 『유리열쇠』외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후 기독교 방송 프로듀서와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다. 문예지 14회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1974년)과 『현대문학』 소설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 장편소설 『불의 회상』으로 대한민국 문학상 소설 부문 신인상(1984년)을 수상했으며, 중편소설 『서울에서의 외로운 몽상』으로 제4회 소설 문학 작품상(1986년)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창작집 『불새』, 『북가시나무』,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슬픔의 재즈』, 『북가시나무』가 있고, 장편소설 『서울무지개』, 『추억의 이름으로』, 『카인의 도시』, 『조용한 남자』, 『유리열쇠』외 다수가 있으며, 논픽션 『명성황후』, 『붓다가 길을 묻다』, 한국천주교회사 『왕국의 징소리』, 『새롭게 읽는 김대건』, 한국 초기 천주교회사를 다큐멘터리로 쓴 『나무십자패』, 단테의 신곡을 평역한 『신성한 노래를 들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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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9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6710113

책 속으로

혜주가 손바닥에 주워 온 것들은 바닷물에 휩쓸려 온 산호초들이 었다. 그것들은 기묘한 형태를 갖춘 채 석회석처럼 굳어 있었다. 사슴뿔이며 칼날이나 엉킨 철사 같은 돌꽃들, 오랜 세월의 풍파에 깎이고 마모되어 지구의 한구석에 버려져 있다가 이제야 혜주의 눈에 발굴된 조각품들이었다.

「그대로 바다 끝까지 걸어 들어가 죽고 싶었어요.」
혜주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지?」
「죽어서 저런 청옥빛 바다에 묻히면 그보다 더 호사스러운 장례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움의 극치는 마침내 죽음과 그 이마를 맞대고 있다는 것을 바다는 혜주에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바다가 그녀에게 죽음의 충동을 느끼게 한 것은 그녀가 지금 너무 슬픈 연민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콩가루보다 더 부드러운 모래를 한줌 움켜쥐었다. 산다는 것은 결국 모래처럼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다. 사람은 본래 태어난 흙으로 귀의한다. 삶의 허무는 죽음이 수학공식처럼 정확히 존재하는한 바뀌지 않는다. 죽음이란 육체의 소멸을 뜻한다. 불교의 용어로는 적멸이다.

사람의 몸은 먼지가 되고, 불변의 영혼은 승천해서 전생의 기억을 말끔히 씻고, 또다시 여자의 몸에서 잉태된다. 나도 그리고 혜주도 몇 번의 탈골을 거쳐 이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그런 삶을 반복해서 살고 있을 뿐이다. 불행하게도 생명에 대한 깊은 애착을 지닌 채.

그러나 혜주는 내 말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너무 깊은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은 이 세상에 우연히 살게 된 것이 아니라 신의 뜻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의 삶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자기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 p.141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의 빛깔이 현저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 물론 남자의 경우도 여자를 만나면서 운명의 방향에 심한 기복을 겪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남자가 주도하는 삶에 편승되어 살아가는 여자들에게는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에 운명의 관건이 깊게 걸려 있는 것이다.

--- p.225

출판사 리뷰

불임(不姙)의 도시에 살아 피어나는 사랑의 푸른 잎사귀
지금 복고 바람이 문화적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패션계는 물론 드라마나 광고, 심지어 정치마저도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나 사랑은 어떤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해진 찰나적·말초적·도발적인 우리 시대의 사랑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고 허망하기만 하다. 더구나 인간복제가 가능해 보이는 첨단과학시대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또다른 사랑 방식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사랑의 숭고함이나 진정성에 대해 새삼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차분하고 아련한 심정으로 어떤 것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이나 단순한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여기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을 섬세한 문장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낸 옴니버스 소설이 있다. 이미 독자들과 친숙한 작가 유홍종의 연작소설로 다소 진부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그만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화법으로 신선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은 모두 ‘사랑’의 복원에 관한 꿈꾸기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번째 단편 좬무인도는 기다리지 않는다좭는 한 중년 사내의 외도를 다루고 있다. 잡지사 기자 출신의 사십세 남자가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 아내를 놔두고 열 살 연하의 방송국 프로듀서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로 대중적인 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식상할 만큼 익히 보아온 테마다. 하지만 신문 사회면에서 발견하듯 눅눅한 인상을 주지 않고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들이 사회와 제도로부터 그 관계를 용인받지 못하는 불륜이라는 비난을 뒤로 한 채 용감하면서도 위험한 사랑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그 순수함과 자유로움에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현실의 질서와 제도를 탈출해 도착한 태평양의 작은 섬 사이판의 푸르고 싱싱한 원시의 이미지들이다. 그것은 늘 긴장하면서 지내야 하는 현대 도시문명의 대척점에 놓여 있음으로 우리를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두번째 단편 좬슬픔의 재즈좭는 이십여 년 동안 두 번씩이나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떠돌이 피아니스트로 방황하는 한 가난한 예술가가 오십의 나이에 뜻밖에 구원의 여인을 만난다. 항상 그의 등뒤에 서서 지켜보며 그의 음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의 영혼이 안착하기를 기다려 준 여인이다.

앞의 두 소설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국외자가 ‘사랑’을 통해 구원을 꿈꾸는 내용이라면 세번째 좬시인의 바다좭는 그러한 사회를 향해 예술적 상상력, 혹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인이 되기를 열망한 ‘한은옥’은 의사와 결혼하면서 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소망이 모두 깨어진다. 그의 남편 오강원은 시나 문학은 일종의 병균이며, 시인이나 예술가는 그런 병균에 감염된 심각한 환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아내가 쓴 백여 편의 시를 모두 불질러 없앰으로써 스스로 이름붙인 질병퇴치 의식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네번째 단편 좬프랑수아즈 김좭은 가족이라는 굴레와 실연의 상처를 안고 16년간이나 프랑스에서 은둔한 한 지식인이 등장하는데, 그는 대단한 자유주의자여서 연애나 삶의 방식이 기존 관습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 보영이가 젊은 교수와 연애에 빠졌다는 소문을 사실로 믿고, ‘자유’의 원류이자 고향 같은 곳이라고 믿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고 프랑스 여자와 결혼하여 자닌느라는 딸을 낳아 기른다. 그 사이 그의 사촌동생 김진은 형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보영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의 가족관계는 그야말로 하나의 파격이며, 작가는 혈연이나 제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사랑은 단속적이고 단말마적인 쾌락과 육욕의 배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연의 교통과 영혼의 교류에 의해 가능한, 작가의 말을 빌린다면 ‘더 나은 반쪽(better half)’과의 결합이라는 ‘정신성’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소설을 통해 꽃피우는 사랑 이야기는 잿빛 아스팔트와 회색의 대기, 딱딱한 콘크리트가 둘러싸고 있는 이 불모(不毛)의, 불임(不姙)의 도회 공간에서 비로소 우리가 숨쉬고 살아갈 수 있는 푸르른 생명의 잎사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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