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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극악서생인지 뭔지, 원래 성격이 더럽고 미친놈 같았다니... 알아서 생각하겠지 뭐, 하는 생각도 든다. 자다가 깨서 그런지 모든 것에 짜증이 앞섰다. 내 몸을 감싼 부드러운 비단 감촉조차도......
으, 도대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짜증나는 판인데, 거기다 그것도 그게 하필... 아침에 아름다운 소녀로 하여금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는 것으로 잠을 깨우게 하는 미친놈이라니, 결국 나는 달아난 잠을 되찾지 못하고 드러누운 상태에서 몸과 고개를 돌려 방 안을 살펴보아다. --- p.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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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그렇다면 큰일이다. 난 지금 아무 생각이 없는데, 난 의자 팔걸이에 팔을 세우고 턱을 괴고 앉아 다시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러나 막막했다. 다시 이리저리..그러다가.'..곡주님!'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과 달콤한 음성에 나는 깨어났다. 응, 깨어나? '이런 곳에서 주무시면 육체에 해롭습니다. 처소로 모시겠습니다.' --- p.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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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코리아 교가 무척 신비롭고 훌륭한 종교라는 것만 알아두도록 해.'
코리아 교라..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려니까 내 얼굴이 더 굳어지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코리아 교의 시조이신 단군대성(檀君戴星) 께서는 말이지... 너희처럼 20세가 안 된 소녀들을 미성년자(未性年者) 라고 하셨단다.' 5천 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 시조라면 이 곳 중국에서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해서 손오공이 자칭 내세웠던 '제천대성'이란 명호를 따서 '단군'이라는 말에 '대성'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버렸다. '미성년자... 라고요?' 예상대로 막내 미령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그런 미령이에게 심각한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은 20세 이전의 소녀들은 남자와 관계를 가지지 말고 저마다 하늘이 내린 품성을 키워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란다. 이제 알아듣겠니?' 흐흐, '미성년자(未成年者)'란 단어가 졸지에 '未性年者'로 탈바꿈되는 순간이다. --- p.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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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오는 대로 지껄이며 팩! 몸을 돌리며 이불을 끌어안고 누웠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머리 속을 오고갔다. 제길, '극악서생'인지 뭔지 본래 성격이 더럽고, 미친놈 같았다니.. 알아서 생각하겠지 뭐, 하는 생각도 든다. 자다가 깨서 그런지 모든 것에 짜증이 앞섰다. 내 몸을 덮은 부드러운 비단결의 매끄러운 감촉조차도...... 도대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것도 짜증나는 판에 그게 하필.. 아침에 아름다운 소녀로 하여금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는 것으로 잠을 깨우게 하는 미친놈이라니... 나는 결국 달아난 잠을 되찾지 못하고 누운 채 몸과 고개를 돌려 방안을 살폈다.
9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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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과 무협 소설의 가로지르기
한 학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밀레니엄 컬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첫째를 '경계 허물' '퓨전화'라고 정의한다. 판타지가 이 땅에 유입된 지 5여 년. 한때 대안 문학으로까지 평가받은 판타지 문학은 초기의 신선함을 더 이상 간직하지 못하고 있다. 소위 톨킨식 세계관, 북구의 신화를 바탕으로 컴퓨터 게임의 줄거리가 합성된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거의 비슷비슷한 이름에서부터 차별성이 없는 이야기 등 이제 초기의 신선함은 식상함으로 까지 여겨지고 있다.
이에 일부 반기를 든 작가들이 나타나기도 했으나-이우혁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의 책, 《왜란종결자》에서 왜 판타지는 북구 신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것은 또 다른 사대주의가 아닌가라고 비판하며, 한국형 판타지를 제안한다-그것은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 점에서 도서출판 자음과모음에서 펴낸 《극악서생》은 주목해 볼 만하다.《극악서생》은 기존의 북구 신화를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아니 어떤 신화와도 결합되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굳이 신화가 결합되지 않더라도, 그리고 그 시공간적 배경이 중세 유럽이 아니더라도 판타지가 판타지일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고 믿는 듯하다. 《극악서생》은 그 가운데 무협 소설과의 가로지르기를 시도한 작품이다. 정리된 개념은 아니지만 일부 판타지 매니아들이 무협 소설을 '동양적 판타지'라고 정의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무협 소설은 판타지적 요소로 가득한 장르이다. 무협 소설과의 퓨전화, 그를 통한 새로운 판타지 소설의 탄생, 그것이 바로 《극악서생》이다.그렇다고 《극악서생》이 무협 소설은 아니다. 공간적 배경을 중원으로 하고 있다는 점, 시간적 배경을 중국의 어느 때라고 하고 있다는 점 등은 무협 소설의 그것과 유사하나, 이 책의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인물이 현재의 인물임에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여행을 하는 것처럼 어떤 사건을 통해-그에 대해선 아직 1권에선 자세히 드러나 있지 않다- 그 세계에 편입된다는 점, 새로운 세계의 안내자로 등장하는 초소형 로봇 '몽몽'은 주인공의 시대보다도 한참 후의 미래 세계에서 왔다는 점 등은 이 소설을 무협 소설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의 귀향, 즉 판타지 소설의 미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극악서생》은 식상함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있는 판타지 문학의 새로운 전형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배꼽 터지게 하는,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극악서생》은 무협 소설과의 퓨전화를 통한 새로운 판타지 유형의 개척이라는 측면 외에 배꼽 터지게 하는 웃음의 미학을 담고 있다. 쉴새없이 웃게 만드는, 소위 신세대들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하는 유머나 조크가 《극악서생》의 미덕이다.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참을 웃다 보면 가슴 서늘하게 하는 무언가가 《극악서생》에 있다. 중국의 어느 시대, 극악서생(極惡書生)으로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극악무도한 행동을 일삼았던 비화곡주 진하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그의 몸 속에 들어간 주인공 진유준은 자신이 실제 극악서생이 아니라는 점만 밝혔어도 죽지 않았을 26명을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그가 매일 밤 술을 마시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의 그런 괴로움도 시간이 갈수록 엷어져만 간다. 순진했던 청년 진유준은 서서히 권력의 단맛을 느껴간다.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자신의 위치를 부담스러워하던 그도 자신이 가진 권력의 힘에 자연스레 동화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극악서생》은 이조차도 심각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부부 싸움을 삶의 활력소로 삼는 지총관 부부와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는 곡 내 2인자에 대한 처벌 내용이다. 《극악서생》에도 문제점은 있다. 370,0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화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장난의 남발, 피시 통신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에게서 흔히 드러나는 글쓰기의 약점 등이 여전히 《극악서생》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무협 소설과의 퓨전화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판타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작지 않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