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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문 들어가며 | 첫째마당 | 태동 1장 1696년, 협동조합 태동하다 : 협동조합계의 호모 에렉투스 출현 2장 1844년, 지혜로운 협동조합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 : 협동조합 세상의 호모 사피엔스 | 둘째마당 | 신인류 3장 1895년으로 가는 길 : 협동조합의 개척자들과 후예 4장 18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창설 : 협동조합이라는 신인류 | 셋째마당 | 이상과 비전 5장 1920년, 반쪽짜리 공화국을 참다운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한 ‘협동조합공화국’의 이상 6장 1980년, 다음 세기를 준비하는 협동조합운동의 비전 보고서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 넷째마당 | 변화와 정체성 7장 1991년, 협동조합 가문의 막둥이, 사회적협동조합 8장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선언하다 9장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에 제정된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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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는 것은 협동조합의 역사라는 열린 공간을 여행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항해할 수 없어서 먼저 나만의 지도를 그려 길을 떠났다. 그 지도는 ‘협동조합의 진실’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 거쳐야 하는 8개의 섬이 있는 바다를 담고 있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여행한 별들처럼, 이 8개의 섬은 모두 숫자로 되어 있다. 각각의 섬으로 항해를 떠나기 전 머무는 동안의 일정도 미리 짜두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코스를 다 마치기도 빡빡한 일정이었음에도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며 경로를 이탈하기 일쑤였다. 떠나기 싫었고, 한없이 머물고만 싶었다.
---「머리말」중에서 연기론적 관점으로 협동조합을 보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있었던 협동조합은 다음에 올 협동조합의 토대가 되고, 성공하고 실패한 협동조합이 아니라 다음에 올 협동조합의 거름이 된 협동조합이 된다. 또한 협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 영감을 준 선구자들이 있었고, 선구자들이 이루지 못한 뜻을 후예들이 이어 이룩한 업적이 있다. 이렇듯 협동조합의 역사는 관계 맺고 이어져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역사이자 그들이 일으킨 업의 역사다. 산꼭대기의 물이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루고 바다에서 만나듯 하나의 협동조합은 커다란 협동조합운동의 바다에서 만난다. 그러니 협동조합 조직은 협동조합 부문과 협동조합운동과 떨어질 수 없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이 책은 협동조합 조직에서 협동조합 부문을 형성하고, 부문에서 협동조합운동을 구축하는 과정을 다룬다. --- p.24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로치데일은 스스로 협동조합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공제회처럼 ‘공정개척자회’로 명명했다. 그러므로 손에손잡고나 공정개척자회는 같은 회society로서의 공통점을 가진다. 또 공정개척자회의 모델은 맨체스터 질병장례구호회에서 왔다. 이 조직은 손에손잡고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공제조합이라고 부르는 모델로서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므로 협동조합계의 현생인류라 할 수 있는 공정개척자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손에손잡고에 이른다. --- p.44 고댕은 오언과 같은 기업가 출신이었으며 생시몽과 푸리에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선구자들의 후예이다. 하지만 고댕은 선구자들과는 달리 살아생전에 커다란 실패를 맛보지 않았다. 파밀리스테르의 노동자 수는 1887년에는 1,526명에 이르렀고 벨기에에 자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번창했다. 그의 사후에도 그의 유지를 따르는 동료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하여 1930년에는 프랑스와 벨기에 노동자들의 합이 2,500명에 이를 정도였다. ‘고댕 화로’ 브랜드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유럽에서 명성을 이어갔으나, 2차 대전 후 산업 부흥시기에 격화된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자금난에 허덕이다가 1968년에는 급기야 주식회사로 전환하였고, 1970년에는 일반 기업에 합병되어 그 역사는 막을 내렸다. --- p.97~98 “노동자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경제적 힘을 가지기 전에 먼저 도덕적 힘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 도덕적 힘에 그들의 경제적 미래가 있음을 설득하고, 이를 통해 가진 자들을 부러워하지 않게 됨으로써 그들이 사회주의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신용대출이라는 태양은 저 꼭대기만 비추었다. 하지만 그 태양은 골짜기 아래, 그리고 노동이라는 외눈박이 거인이 고된 삶을 사는 동굴까지 비추어야 한다.” 이 구절을 보면 루짜티가 신용협동조합을 어떤 목적으로 도입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p.106~107 협동조합 선구자들의 반열에는 끼지 않지만 1880년 말에 설립된 벨기에의 빵집협동조합 보뤠트(앞으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이다. 왜냐하면 이 협동조합을 만든 동기와 목적이 많은 논쟁거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협동조합을 만든 이들은 독일의 슐체-델리치와 이탈리아의 루짜티가 그토록 적대시했던, 당시 국제 노동자 조직인 인터내셔널의 벨기에 겐트Ghent시 지부 소속의 사회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성공적인 사업으로 사회주의 이념과 협동조합의 결합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로 이후 벨기에 협동조합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이 사례를 통해 협동조합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검토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 p.109~110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일은 의외의 성과를 보았다. 대략 3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중 92개가 참여하겠다는 응답을 보내왔다. 그리하여 1885년 7월 27일, 수도 파리에서 제1차 전국 소비협동조합대회가 개최되었는데 가입 의사를 밝힌 92개 조직 중 85개 조직이 참여했다. 이때 영국의 대표로 반시타트 닐과 홀리요크도 참석하면서 영불합작품인 ICA 설립의 서막이 오른다. --- p.136 “생존투쟁의 형태로 벌어지는 경쟁이 약화되고 이윤추구의 타는 갈증이 사라진다면 그 결과 오늘날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부의 원천이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속도가 늦추어질 뿐이니 그리 심려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스튜어트 밀은 미래의 이런 상태를 ‘인류의 산업의 강은 결국 흐르지 않는 (정체된) 바다에 다다를 것이다’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정체되었다고 해야 하나? 왜 음습한 습지를 떠올리는 이 단어를 사용하나? 그것은 항상 요동치고 진흙투성이인 격류가 아니라 하늘의 빛과 기슭의 즐거움을 비추어주는,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응시할 수 있는 잔잔한 호수라는 걸 왜 알지 못하는가? 만약 어느 날 경제활동이 둔화된다면,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기고 살아갈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돈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로서로 사귀며,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영혼을 굽어보는, 소위 ‘성찰’이라는 것을 하게 되어, 우리 미래의 경제사회는 고요해진 물결 속에서 조금의 기쁨과, 조금의 하늘의 빛과 저 높은 곳의 것들을 비추어줄 것이다. - 샤를르 지드, 에르네스트 뿌아쏭의 『협동조합공화국』 중에서 인용. --- p.148~149 그러니 1981년에 『서기2000년의 협동조합』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레이들로 보고서는 협동조합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며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협동조합 전체가 공동의 미래를 모색하자는 비전 보고서라 할 수 있다. 필자는 2000년에 김동희 선생이 번역한 원고를 다듬는 역할을 했다. 그때는 아직 협동조합의 어린이였기에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을 실천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부터 이 책을 놓은 적이 없다. 아직도 살아있어 내게 큰 가르침을 주고 나를 일깨우며 여전히 많은 영감을 준다. 당시에 출판된 책을 보며 오탈자를 수정하기도 하고 메모를 써 넣기도 하며 손때가 묻었다. 『협동조합공화국』과 더불어 협동조합의 명저로 꼽을 만큼 어느 한 곳 버릴 데가 없는 이 책의 진가를 함께 찾아보기로 하자. --- p.184 300년이 넘은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코 사회적협동조합의 탄생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협동조합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엄청난 전파력을 가지며 짧은 시간에 세계로 확산되었다. 게다가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만큼 파격적인 형태와 운영방식을 가진다. 어찌나 파격적이었던지 이탈리아에서 기존의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 p.210 정치적 성향도 달랐고 종교적 신념도 달랐으며, 나중에는 심지어 살고 있는 나라의 정치체제도 달랐던 상황에서 공통의 정체성을 찾기란 아주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ICA는 어쩌면 협동조합계의 유엔일지도 모른다. 정치·종교·경제·사회·문화가 다 다른 나라의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었기에 ICA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ICA를 상징하는 깃발이 무지개색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운동의 특성을 고려하면 1995년의 정체성 선언은 때늦은 뒷북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00년 동안의 평화공존을 넘어 그야말로 공동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기나 긴 토론의 결과물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100년 동안의 토론’을 되돌아보자. --- p.233 이 책의 첫 장을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의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지막 장은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겠다. 『협동조합운동 역사사전』의 연대기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은 언제일까 기대되었다. 그런데 정말 달랑 한 줄, 그것도 1907년이라는 연도 외에는 이름도 형태도 나오지 않았다.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하며 더 찾아보았는데 책의 부록3. 각 국가별 협동조합 기본 데이터에서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북한과 남한의 최초 협동조합 설립연도가 같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최초 협동조합의 자취를 찾느라 이것저것 뒤지기 시작하다가 금방 깨달았다. 북한과 남한의 연도가 같은 것이 아니라 그때는 북한도 남한도 아닌 하나의 나라였으니 연도가 같은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그 순간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역사의 비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 p.265~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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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이 넘는 협동조합의 역사와 처음 만난다
지금까지 협동조합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도서는 없었다. 특정 지역이나 시대에 한정되어 다루거나 다른 주제 속에서 책 전체의 흐름에 필요한 경우 그 맥락에 따라 역사를 서술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보통은 근대적 협동조합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1844년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를 시작으로 하기에 300년이 넘는 협동조합의 기원과 형성과정, 시대적 배경, 최근까지의 전개되어온 역동적인 양상에 대한 궁금증을 구체적으로 풀고 전체적인 발전의 과정을 하나의 맥락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아쉬움이 남아 있던 차에 이 책은 개별 협동조합 조직의 태동, 그 조직들 간의 협동으로 건설한 협동조합 공동체들과 협동하는 사람이라는 신인류, 그 신인류가 만들고자 한 사회와 세상이라는 이상과 비전, 그리고 새롭게 변화하며 이어져온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라는 네 가지 주요 흐름과 관점에서 협동조합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리하여 이 네 가지 역사의 마당에서 벌어진 주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과정과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을 더욱 제대로 이해하고 앞으로의 전망과 실천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협동조합은 단지 개별 조직을 통해서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기에 이 책은 레이들로A. F. Laidlaw 박사가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서문에서 밝혔던 협동조합운동, 협동조합 부문, 협동조합 조직이라는 세 층위에서 다룬다. 이로써 그동안 파편적으로 혼란스럽게 접근되어온 협동조합의 역사와 실체를 더욱 총체적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경쟁하지 않을 자유, 협동할 권리를 향한 역사 역사는 시점과 대상과 관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기본 요건일 뿐 이에 더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갈피를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고 안내하는 서술의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 책은 사람들의 결사체로서 협동조합의 역사를 한편으로는 경쟁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하는 저항의 역사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협동할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건설과 창조의 역사로 바라본다. 이러한 방향에서 서술하는 것은 두 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 협동조합은 산업혁명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 이 시기는 새로운 생산동력을 얻은 산업이 생산력을 증대하며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살인적인 노동 조건을 강요받은 노동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으나 이를 피해갈 방법이 없어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섬유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 시장의 수요를 확대하며 생산력을 증대하던 공장들은 노동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먹고살라고 주는 임금에는 몹시도 인색했다. 그러한 경쟁 체제에 희생되는 삶에서 해방되고자 했던 열망이 사람들을 다른 길로 이끌었던 것이다. 기업들 간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동반하므로 경쟁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을 의미했다. 둘째, 공장 밖에서 다른 길을 찾는 과정은 험난했다.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이 함께 살 길을 도모하기 위해 모여 조직을 만드는 것조차 용인되지 않으며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탄압 받던 시대였다. 그래서 장인들을 부리던 돈 많은 고용주들의 단체는 용인되었지만 같은 업종을 가진 장인들이 동업조합을 만드는 것은 금지되었다. 그렇기에 협동조합의 역사는 똘똘 뭉쳐 함께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한 권리를 획득하는 길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20세기 들어서야 결사체법이 도입되면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했고, 이후 협동조합에 관한 법 또한 제정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2012년이 되어서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것만 보더라도 경쟁이 아닌 협동하는 기업을 만들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알 수 있다. 이렇듯 협동조합의 역사는 경쟁하지 않을 자유를 확장해 가는 과정이자 협동할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길고 험난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한다는 운명공동체 정신으로 결속되었기 때문이다. 연기론(緣起論)적 관점의 협동조합 역사 역사를 다룰 때는 보통 흥망성쇠의 관점에서 기원과 시작, 성장과 발전, 그리고 쇠락이라는 구도를 따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발전론적 혹은 진화론적 관점이 아닌 연기론적 관점으로 서술한다. 연기란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공간상의 상호관계와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는 시간상의 상호관계로 구분된다. 즉, 연기론은 상호관계와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법칙이다. 사람들의 결사체인 협동조합은 호혜와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며 호혜와 연대는 관계의 언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은 무엇을 주고받으며 어떤 관계를 맺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관계는 항시 변하게 마련이므로 변화하는 관계의 역동성을 다루는 것 또한 협동조합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관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독자로서의 협동조합이 아니라 이어지고 관계 맺는 협동조합의 역사를 서술한다. 예컨대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유엔의 ‘세계 협동조합의 해’ 선포가 있었고, 그 전에는 유엔과 ICA의 협력이 있었고, 그것은 ICA가 사회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이고, 그러한 목적으로 설립한 까닭은 ICA 설립의 주역들이 사회 갈등과 국가 간의 전쟁을 막는 데 협동조합이 기여했으면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열망은 19세기에 좌우의 이념에 따른 계급 갈등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제국주의의 발흥으로 국제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생겨난 것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협동조합 부문이 연합하고, 다른 나라 협동조합들과의 연대가 이루어진 과정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역사가 된다. 연기론적 관점으로 협동조합을 보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있었던 협동조합은 다음에 올 협동조합의 토대가 되고, 성공하고 실패한 협동조합이 아니라 다음에 올 협동조합의 거름이 된 협동조합이 된다. 또한 협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 영감을 준 선구자들이 있었고, 선구자들이 이루지 못한 뜻을 후예들이 이어 이룩한 업적이 있다. 이렇듯 협동조합의 역사는 관계 맺고 이어져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역사이자 그들이 일으킨 업의 역사이며 그 협동조합들은 커다란 협동조합운동의 바다에서 서로 만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이 책은 협동조합 조직에서 협동조합 부문을 형성하고, 부문에서 협동조합운동을 구축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마당과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은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주요 사건들이 일어난 8개 연도를 중심으로 역사의 장면들과 그것들에 담겨 있는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고 있다. 첫째 마당 ‘태동’에서는 최초의 협동조합이라 볼 수 있는 ‘손에손잡고Hand in Hand’와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으로 일컬어지는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를 소개한다.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가 성공적으로 협동조합의 틀을 갖추기 훨씬 전에 공제회 형태의 ‘손에손잡고’가 설립되었는데, 1장 ‘1696년 협동조합의 태동’에서는 이 공제회가 왜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것이 왜 협동조합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2장 ‘1844년 지혜로운 협동조합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에서는 협동조합운동의 지형을 바꾼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가 성공적이면서도 근대적인 협동조합으로 정착한 과정을 그들이 지닌 뜻과 운영방식을 통해 살펴본다. 둘째 마당 ‘신인류’에서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창설되기까지의 전사로서 주요한 협동조합들의 활약상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국제협동조합이 창설되었는지 설명한다. 3장 ‘1895년으로 가는 길’에서는 유토피아로 가는 좁은 문을 두드렸던 오언과 푸리에 등 사회유토피아 개척자들로 시작하여 그들을 계승한 후예들로서 노동자협동조합의 고댕, 신용협동조합의 라이파이젠과 슐체-델리치 등의 활약과 성과에 이어 협동조합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가장 정치적인 협동조합 ‘보뤠트’의 사례를 소개한다. 4장 ‘1895년 ICA의 창설, 협동조합이라는 신인류’에서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을 창설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들이 어떻게 사회 평화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협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인류로 자리매김 했는지 설명한다. 셋째 마당 ‘이상과 비전’에서는 샤를르 지드와 에르네스트 뿌아쏭이 염원하며 실천했던 ‘협동조합공화국의 이상’과 다음 세기를 준비하는 협동조합운동의 비전 보고서인 레이들로 박사의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5장 ‘1920년, 협동조합공화국의 이상’에서는 반쪽짜리 공화국을 참다운 공화국으로 만들고자 한 경제민주주의 구상을, 6장 ‘1980년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에서는 세계적 격변과 혼란 속에서 협동조합운동이 다음 세기를 맞이하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비전을 소개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넷째 마당 ‘변화와 정체성’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인 사회적협동조합의 탄생, 국제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 정체성 선포, 마지막으로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담긴 의미를 차례로 살펴본다. 7장 ‘1991년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 가문의 막둥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한 배경과 과정, 그것이 어떻게 협동조합의 가능성과 상상력을 확장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지 설명한다. 8장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 정체성을 선포하다’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의와 원칙, 가치로 이루어진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며 정착되었는지 과정을 상세히 살펴본 뒤 향후 협동조합운동의 정체성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한다. 9장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에 제정된 한국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기본법이 제정된 배경과 과정, 기본법 시대의 한국 협동조합이 나아갈 바를 제안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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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협동조합의 조합원들과 임원들을 위한 좋은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책은 향후 한국에서 협동조합에 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협동조합은 아주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자율적인 협동조합운동이 억압되었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개발의 도구로 활용되었기에 협동조합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협동조합이 단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생존수단이 아니라 다르게 살겠다는 삶의 선택이며,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결사하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 자끄 드푸르니 (EMES 국제연구네트워크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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