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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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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속으로 부풀어 오른 그 부위를 손톱으로 짓누르는데 엄마가 뒤에서 “긁지 마”라고 주의를 주며 장례식용 까만 가방에서 물파스를 꺼내 발라줬어요. 가려운 부위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지만 우짱은 가만히 있었습니다. 여름 바람이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해 강 건너편의 높이 자란 무성한 풀까지 흔든 다음 눅눅하고 훗훗한 풀의 열기를 남긴 채 마지막에는 속력을 잃었어요. 그런 어딘지 소란스런 냄새 속에 알싸한 물파스 냄새가 뒤섞였는데, 앞으로 아키코가 게에 물려도 물파스를 발라줄 유코 이모는 없다는 생각에 가려움 전부가 그대로 아픔이 됐어요. (21면) 지금은 본 계정은 방치한 채 오로지 이 좁은 커뮤니티 안에 있는데, 타임라인 대부분 극단과는 관계없는 일상적인 혼잣말로 채워지지만 그게 생각보다 편안해요. 팔로워가 겹치는 사람이 많아서 모두 같이 화장법이나 진로나 야한 이야기를 떠들 때도 있고, 새로운 것에 빠진 사람이 그 분야를 열정적으로 설명할 때도 있는가 하면, 누가 가족 때문에 불평하면 다 같이 걱정하고, 시험 합격이나 생일 때는 계정을 태그해 축하해주는 일도 잦아요. 반년에 한 번꼴로 사이가 틀어진 팔로워끼리 서로를 차단하거나 누군가 계정을 삭제해서 불편한 분위기가 흐를 때도 있지만, 워낙 좁은 곳이어서 그럴 때 말고는 제법 평화롭습니다. 그곳에 하나의 사회가 있답니다. (32면) 할머니는 유코 이모가 살아 있는 동안 편애했으니까 주먹코만 빼면 유코 이모의 아리따운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키코가 귀여운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겠죠. 할머니는 일찍 요코하마 본가를 떠나 와카야마라는 먼 곳에 가서 살다가 너무도 일찍 죽어버린 사랑하는 딸을 한 번 더 키우는 기분이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었어요. 니는 학교에 가고, 우짱도 학교 끝나고 연극을 보러 가는 줄 알고 있었으면서 왜 엄마를 혼자 남겨두고 오페라를 보러 갔을까요. 남겨진 엄마가 부엌에서 혼자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거나 저녁을 차릴 것을 알았으면서 왜 갔을까요. 다른 사람은 모를 테지만, 그래도 우짱은 엄마가 어떤 이유로 폴로를 데리고 나갔는지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어서, 할머니와 아키코를 향해 분노를 뛰어넘은 흉악한 감정이 가슴을 스쳤습니다. (47면) 엄마의 공격은 가족 모두에게 향했는데, 우짱은 그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하는 자해 행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짱과 마찬가지로 엄마는 자기 육체와 상대의 육체를 동일시해버리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자기 몸이니까 아무리 아프게 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거예요. 맹렬한 자해 행위가 끝나면 온몸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엄마는 아기처럼 드러누워 꼼짝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권해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병원에서 받은 많은 약을 술과 같이 마시고 히스테리를 부렸고, 할아버지가 엄마를 알코올중독 병원이나 정신과에 입원시키겠다고 말을 꺼낸 것이 이 년 전, 실제로 들여보낸 것이 일 년 전쯤의 일입니다. (52~53면) 미도리 님의 발언을 보고 우짱의 마음을 지배한 것은 얼룩 한 점 없는 질투였습니다. 불행을 견디려면 주위 사람들보다 자기가 훨씬 불행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야만 하는데, 그 비극을 빼앗기면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우짱의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살아 있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실제 그 말대로 ‘살아 있기만 해도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요. (68면) 엄마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도 우짱이지만, 자기를 낳은 엄마라는 생물을 쫓아다니는 아기보다도, 유코 이모를 잃어 불행에 잠긴 아키코보다도 훨씬 더 우짱은 엄마를 사랑했습니다. 엄마가 계속 아름답기를 바랐습니다. 그건 당연히 연애의 감정이나 욕망이 아니고요,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 우짱은 엄마만을 사랑했습니다. 엄마의 엔조, 엄마는 우짱의 머리카락을 빗겨주며 종종 그렇게 말했는데, 우짱도 할 수만 있다면 엄마를 축복하는 천사 가브리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 (92면) 울면서 정신없이 다리를 움직였습니다. 물이 찬 신발이 진창에 먹히면서 벗겨져 털양말이 진흙에 더러워졌습니다. 우짱은 얕은 호흡밖에 못 하는 가슴에 억지로 습한 공기를 집어넣었습니다. 백화점 옥상이든 도시 건널목이든 길을 잃은 아이가 울부짖으며 외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엄마아, 우짱은 외쳤습니다. (1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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