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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빠름, 빠름’을 외쳐대며 스스로 사자와 가젤의 삶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맹목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쓴 어니 J. 젤린스키가 말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감탄하기에 가장 적당한 순간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시인 역시, 질주하던 삶을 잠시 멈추고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느림과 기다림’의 시간 속으로 젖어 든다. 그것은 느림과 기다림의 끝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맛의 충만함을 이루는 젓갈과도 같은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시인은 지금은 정차조차 하지 않는 장항선의 간이역까지 호명하며 변방으로 밀려난 느린 삶에 이름표를 달아준다. 느리고 느려터진 장항선. 지금은 그래도 빨라졌다고는 하나 장항선은 느린 것의 상징으로 충분하다. 광속의 세계에서 느긋하니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기어코 느리게 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야 말겠다는 태도로 간이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장항선 열차에 탑승한다. 이심훈의 시와 산문은 느린 장항선을 통하여, 속도의 과열에 휘발되어 사라져가는 것을 붙잡으려는 정서적 반응이다. 시에 붙인 시인의 인문학적인 사유는 이 책의 또 다른 매혹이다. - 윤성희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