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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넥타이 9
어쩌다 그런 35 마지막 한 방 59 젖보살 85 도쿠 형님 111 공동수돗가의 사람들 137 해 뜨는 집 161 해설 그곳은 이미 지금 임정균 183 작가의 말 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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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1970년대, 소시민의 아픔
연작소설로 촘촘하게 재구성 제5회 목포문학상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보경 작가가 두 번째 창작집 『어쩌면 지금』(문학들 刊)을 펴냈다. 2017년 첫 소설집 『국민교육헌장』의 표제작이었던 한 쌍의 소설 「유도화가 핀 여름」, 「국민교육헌장」과 더불어 1970년 마산시 완월동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마산은 저자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고향 집 주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찬란하면서도 두려웠던 1970년대, 내 청춘을 보낸 유신 시대, 도시 한복판에 서서 그때를 소환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소설은 창녕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자란 순영의 시선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의 역사적 단면들을 보여준다.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일본인 현지처의 삶을 살아야 했던 여공 금희의 죽음. 아버지가 결핵으로 죽자마자 금희의 엄마인 진도댁은 그녀에게 학교를 그만두도록 강요한다. 나 니 못 갈쳐야. 니 오래비 하나 갈치기도 팍팍한디, 어처께 니꺼정 갈치것냐. 오래비는 남자고 니는 여잔께 니가 양보혀라, 금희 언니를 달랬다. 금희 언니는 오랫동안 울었다. -「푸른 넥타이」 부분 금희는 자유수출지역의 일본인 전자 부품 회사에 취직한다. 그 회사의 이사였던 나카무라가 바로 금희의 남편이었다. 금희는 나카무라의 아이를 배 속에 가진 채 목을 맨다. 독자가 목격하는 첫 소설은 분명 비극적이지만, 소설 속 화자로 등장하는 순영은 미숙하고 순진한 아이처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흰 하복을 입은 금희 언니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구름 사이로 보이는 듯했다. 그녀가 잇몸을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앞니 하나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웃지 않았구나, 나는 이해했다. 언니 잘가. 하늘을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금희 언니와 배 속의 아이를 위해 나는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했다. (중략) 며칠만 참았더라면 역사적 사명을 띤 아기가 태어났을 텐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쯧쯧. -「푸른 넥타이」 부분 아이를 가진 채 목을 맨 금희 언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순영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기 국민 노비 문서다!”(『국민교육헌장』, 「유도화가 핀 여름」 부분)라고 소리친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하며 명복을 빈다. 군부독재의 산물인 국민교육헌장을 외는 것이 엄혹한 현실의 상징이라면 성보경의 연작소설은 단순히 1970년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을 비추는 거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순영이 도달한 천진한 앎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배치함으로써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한 소녀의 미숙함을 친절히 알려준다. 일본인 위안부로 강제징집 당한 미순이 할머니(「젖보살」)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들은 후에도 순영은 미순이 할머니처럼 인자한 할머니를 한 사람 입양하고 싶어 한다. 일제 강점기에 결혼한 조선인과 일본인 가족이 해방 이후 겪는 사회적 갈등을 보여준 「도쿠 형님」에서도 순영은 일본인과 결혼하였기에 같은 민족에게 온갖 멸시를 받아야 했던 조선인 해옥이 아버지의 편을 들지 않는다. “해옥이 엄마는 택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길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해옥이 엄마가 친절한 일본인이 맞구나 생각했다. (중략) 한동안 해옥이네 집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도쿠도 짖지 않았다. 고요했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삼촌이 오히려 ‘한 방’을 남겼다며 감탄하는 이야기(「마지막 한 방」)는 또 어떤가. 순영의 시선으로 상처 입은 자들의 삶을 함께 지켜보면서 독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묘한 감정에 젖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집이 가진 고유의 낯섦은 “낯익은 소재와 배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 오는 것”(임정균 문학평론가)이기에. 성숙하지 못해서 이해하지 못했던 지난 삶의 모습들. 그러나 그 ‘과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그 ‘현재’들을 성보경 작가는 “생생한 복원의 힘”을 통해 우리 앞에 불쑥 던져 놓았다. 그것을 되돌리고, 되살리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성보경 작가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2014년 목포문학상 신인상과 2015년 창작촌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으로 『국민교육헌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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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가 무너진 것이 1910년. 그로부터 꼭 11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G7의 초청을 받는 나라가 되었고, 세계 경제순위 11위의 국가가 되었다. 그 격동의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냈을까? 여기, 1970년대 창원이 있다.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여공이 되어야 했던, 어찌할 수 없어 일본인의 현지처가 되어야 했던 우리의 누이들, 그중 누군가는 신분상승에 성공하기도 했겠지만 또 누군가는 스스로 목을 매달기도 했다. 성보경의 소설 『어쩌면 지금』은 우리를 순식간에 1970년대 창원으로 데려간다. 거기, 여공들의 설움이 있고, 그 여공에 기대어 주머니 좀 채워보려는 엄마가 있고, 여공의 젊음을 착취하는 일본 남자가 있고, 베트남 전쟁의 상처로 죽어가는 외삼촌이 있고,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정신을 잃은 청년이 있다. 그렇다고 서럽기만 한 세월은 아니다. 그 세월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서럽고 안타깝고 당당하게 그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생한 복원의 힘! 이런 소설이 있어 우리는 또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이다. -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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