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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부 백색 1 설중화 2 호랑이의 나라 3 임금의 사랑을 얻고자 4 투전판 제2부 황색 1 연풍 관아 2 송하맹호도 3 아침의 땅 4 첩자술 5 바닷길 제3부 청색 1 교토와 에도 사이 2 기묘한 시체 3 즐거움을 그리다 4 요시와라의 여인들 5 죽음의 냄새 6 미궁 속으로 제4부 적색 1 에도 기담 2 꽃의 그림자 3 몸을 열다 4 뜻밖의 제안 5 벚꽃놀이 혼인 6 다가오는 위협 제5부 흑색 1 피로 그린 그림 2 보이지 않는 동맹 3 완전한 합일 4 꿈이여 깨지 말기를 5 타오르는 도시 6 파도에 씻겨 간 사람들 에필로그 추천사 개정판을 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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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암은 잠시 말을 멈추고 찻잔을 들어 올렸다. 단원도 작은 백자에 담긴 연녹색 찻물을 음미하였다. 담백하면서도 씁쓰레한, 꼭 지금의 상황과도 같은 맛이 입 속을 감돌았다.
“아마 교서를 가진 자는 왕실과 쇼군 모두에게 불만을 품은 막부의 실력가일걸세. 헌 뿌리 위에 새 뿌리를 접해 예상치 못한 꽃을 피운다……. 단숨에 에도를 뒤흔들 만큼 실력이 출중한, 적들에게 전혀 노출되지 않은 새 간자가 필요해.” --- p.21 가권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 자신은 기방에 드나들며 기녀들을 희롱하고 노름질을 하던, 알량한 재주만 믿고 치기 어린 마음으로 잘난 척하던 그 가권이 아니다. 자신은 한 사내의 위대한 꿈을 보았다. 그리고 그 꿈을 동지들과 함께 꾸었다. ‘나는 간자다. 침묵을 지킴으로써 내 사명을 완수하리라.’ --- p.97 에도 최고의 유곽 요시와라는 들어서는 입구부터가 남달랐다. 겨우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드나들 수 있는 크기에, 좌우에 험상궂은 장정 두 명이 문지기로 버티고 서 있었다. 무기가 있는 자는 칼이든 곤봉이든 입구에 늘어서 있는 보관소에 모두 맡겨야 들어갈 수 있었다. 오입하려는 땡중들을 위해 옷을 대여해주는 곳까지 있었다. 가권과 쓰타야, 영재는 무기 검사를 받은 뒤 집집마다 홍등이 걸려 있는 화려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길 한가운데는 나무들이 일렬로 서 있어 아름다웠고, 좌우에는 입구를 격자창으로 꾸민 가게가 늘어섰는데, 알록달록한 비단을 묶어 펄럭이게 한 장식 끈이 인상적이었다. --- pp.152~153 기쿠는 현재 에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미남 화가 샤라쿠야말로 자신을 위해 궁극의 초상화를 그려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처럼 매력적인 사내 앞이라면 옷을 벗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샤라쿠는 엉뚱한 계집에게 눈이 팔려 있다. 호시탐탐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얄미운 계집에게 말이다. 기쿠가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심부름꾼 호이치를 먼저 유혹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원래 가장 맛있는 부분은 나중에 먹는 법이니까. --- p.227 사유리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가권은 사유리의 머리에 꽂힌 장식들을 눈여겨보고 다시 한번 사유리의 눈을 쳐다보았다. 백분을 바른 사유리의 얼굴은 색기가 흐른다기보다 앙증맞은 일본 인형 같았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얼굴을 보듯 사유리를 들여다보던 가권은 웃음을 지으며 붓과 종이를 꺼냈다. “너를 그리고 싶구나.” 그러자 고분고분 순종적으로 대답하던 사유리가 갑자기 단호해졌다. “안 됩니다. 그리지 말아주세요.” --- pp.269~270 가권의 숨이 멈췄다.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붓을 들어 그녀의 빈 눈자위에 댔다. 죽기 직전 가권에게 미안함과 사랑과 애타는 심정, 희망과 예술을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 보내던 눈동자를 그렸다. 아련한 눈빛, 가없는 눈빛, 사랑하는 이를 바라볼 때의 눈빛, 예술혼을 담은 눈빛이다. 사유리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가권은 붓을 들어 그림 옆에 시를 적었다. --- pp.394~3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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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정조의 지시 아래 스파이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신윤복.
그를 일본 에도시대의 전설적인 화가 도슈샤이 샤라쿠로 만들어낸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 2006년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한국 팩션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데뷔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재희가 《색, 샤라쿠》를 다시 들고 왔다. 《색, 샤라쿠》는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화가 신윤복이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 스파이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역사소설이다. 작가 김재희는 한국의 김홍도, 신윤복 등 풍속화가와 일본의 호쿠사이, 샤라쿠 등의 풍속화가의 역사와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인사동 고서점을 드나들며 수십 권의 책을 파헤친 끝에, 일본 정복 계획을 세운 조선 정조의 밀명 아래, 단원 김홍도가 일본 사회 정탐을 위한 스파이를 육성하고 그의 제자 혜원 신윤복이 ‘샤라쿠’로 위장해 일본 에도로 떠나 활약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실제 샤라쿠는 어떤 인물일까. 일본의 화가 도슈샤이 샤라쿠는 1794년부터 다음 해까지 약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140여 점의 우키요에(일본 풍속화) 작품을 그리고 사라진 화가다. 본명은 물론이고 출생지, 이력 등이 불분명한 신비로운 인물이다. 왜 10개월만 활동하다가 사라졌는지 알 수 없고, 다른 특정 인물이 샤라쿠라는 주장들이 분분하다. 작가 김재희는 이 미스터리한 인물이 조선에서 스파이로 파견된 화가 신윤복이라는 설정으로 스파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운명과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 에도시대 오이란의 생활상과 우타가와 도요쿠니, 가쓰시카 호쿠사이 등 실존했던 화가들도 등장시켜 일본 우키요에 산업의 발전과정도 함께 담아냈다. 특히 《색, 샤라쿠》는 화가들이 등장하는 소설답게 그림 그리는 장면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도 특징이다. 신윤복의 〈전모 쓴 여인〉과 단원 김홍도의 〈소를 탄 촌부〉, 〈송하맹호도〉가 그려지는 장면이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보는 듯하게 묘사되었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그림미인도을 완성하는 장면은 혼신의 힘을 쏟아 작품을 완성하는 화가의 예술혼도 느끼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