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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뒤퐁록과 랄로가 주해한 현대적 시학 양장
원제
La Poe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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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 고전의 숲

책소개

목차

머리말…5
감사의 말…13
서문…14
약어… 43

제1장…44 제1장 주해…47
제2장…67 제2장 주해…69
제3장…75 제3장 주해…77
제4장…83 제4장 주해…87
제5장…107 제5장 주해…109
제6장…122 제6장 주해…126
제7장…165 제7장 주해…167
제8장…175 제8장 주해…177
제9장…183 제9장 주해…186
제10장…201 제10장 주해…202
제11장…204 제11장 주해…206
제12장…212 제12장 주해…213
제13장…218 제13장 주해…221
제14장…244 제14장 주해…247
제15장…261 제15장 주해…264
제16장…278 제16장 주해…281
제17장…292 제17장 주해…295
제18장…313 제18장 주해…316
제19장…338 제19장 주해…340
제20장…353 제20장 주해…356
제21장…395 제21장 주해…399
제22장…426 제22장 주해…429
제23장…449 제23장 주해…451
제24장…458 제24장 주해…462
제25장…479 제25장 주해…485
제26장…514 제26장 주해…517

옮긴이 해제…531
개념 색인…547
고유명사 색인…581
서지사항…593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600쪽 | 976g | 160*230*34mm
ISBN13
9788976826756

책 속으로

그러면 테크네를 지니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서 테크네를 얻는가? 테크네라는 낱말을 『형이상학』 첫 부분에 나오는 좁은 뜻으로 이해한다면, 테크네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수많은 작품들에서 그것을 추출하여 방법론적으로 설명하고 제시할 수 있는 철학자뿐이다. 작품으로 평가받는 시인에 대해서는, 그 재능의 토대가 되는 것이 정말 테크네에 대한 지식인지는 전혀 말할 수가 없다. 습성이나 타고난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분명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호메로스는 예외가 될 수 있다. 24장에는 적어도 이를 암시하는 대목이 두 군데 있다. 호메로스는 “시인들 가운데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알았던 유일한 시인”(60 a 6)이다. 또한 “무엇보다도(malista) 다른 시인들에게 거짓말하는 법을 가르쳤던”(60 a 18 이하) 사람이기도 했다. 호메로스는 바로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규범을 가르쳤기 때문에 자신의 기술을 의식하고 있었던 시인, 그 기술을 공식화해서 전할 수 있었던 시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는 시를 짓는 일(poiesis)의 아버지에 그치지 않고 작시술(poietike tekhne)의 아버지도 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에게서 모델을 넘어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는 보증인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 p.53

그러니까 비극이 관객에게 일깨우는 감정들을 “정화”하고 그처럼 고통이 아닌 쾌감을 줄 수 있는 것은, 비극이 그 자체로 정화된 대상들을 관객의 시선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재현의 연금술 모델은 4장에서 이미 설명한 적이 있다(48 b 10 이하). “실물로는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지만(auta luperos horomen) 그것을 아주 잘 다듬어 그린 그림을 볼 때는 쾌감을 느낀다(khairomen theorountes).” 고통(luperos, “고통”을 뜻하는 ‘lupe’에서 파생된 부사) 대신에 쾌감을 느끼는 것(khairein은 “쾌감”을 뜻하는 실사,‘hedone’에 상응하는 동사. 『니코마코스 윤리학』, 1154 b 26 및 다른 부분들을 참조할 것)은 형태를 정화하는 재현 작업을 통한 시선의 변형에 근거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혐오감과 고통을 느끼게 하는 사물 그 자체의 단순한 시각(horan)이, 이를 재현한 미메시스의 산물 앞에서는 지성의 작용(manthanein)으로, 그러니까 쾌감을 동반하는 시선(theorein)으로 바뀌는 것이다. 비극의 카타르시스도 그와 비슷한 과정의 결과이다. 관객은 시인이 능숙하게 만들어 낸 형태들, 연민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의 본질을 규정하는 그 형태들을 줄거리(muthos)에서 알아보게 되며, 그러한 줄거리를 접하게 된 관객 자신은 연민과 두려움을, 하지만 정제된 형태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때 관객을 사로잡고 우리가 미적이라고 규정하게 될 정화된 감정이 쾌감을 수반하는 것이다.
--- p.132

이 장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시인에 대한 정의는 『시학』을 해석하는 열쇠들 중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서, 포이에시스와 미메시스라는 두 개념의 의미를 동시에 규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위에 말한?9장 첫 부분만이 아니라 6장에서 8장까지 줄거리를 다루고 있는 장들 전체?모든 사실에 비추어(ek touton, 51 b 27) 1장에서 사용한 용어들을 다시 언급하며 그 뜻을 명확하게 한다. 시인이란 “운율을 만들어 내는 사람”(poieten ton metron)이라기보다는 “줄거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poieten ton muthon)이다. 왜냐하면 6장(50 a 4)에서 이미 보았듯이, 행동을 재현한다는 것(poietes kata ten mimesin, mimeitai de tas praxeis)은 사건들을 조직적으로 배열하는 것이며, 하나의 줄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poiein’이라는 동사에 부여된 주된 의미, 기술상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시 작품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구성하는 것”이며 그 재료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일어난 것과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사이의 구분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있음직함과 필연성에 따라 행동을 배열하고 줄거리를 구성한다면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전통으로 전해져 내려 오는 이야기에 충실한 것에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중요한 것은 줄거리, 즉 뮈토스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인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인이 되는 것이다.
--- p.194

그러므로 연설가나 배우가 구사하는 표현이야말로 정념을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19장(56 b 8 이하)을 보게 되면 표현의 문채(skhemata lexeos)는 시학과는 무관하며 배우의 기술, 즉 해석(hupokritike)의 소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7장에서 ‘skhemata’를 통해서 작품에 완성된 형태를 부여하라고 시인에게 권유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자기모순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인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신체적인 기술들과 배우가 작품 해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음성 및 동작의 기술들 사이에는 텍스트가, 시인에게는 하나의 목적이자 그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인 텍스트가 존재한다. 시인은 정념의 움직임을 “가장 진실하게”?통사 및 리듬과 관련되어?재현할 형식들을 언어가 제공하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여 텍스트 속에 담아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창작에 도움을 주는 ‘skhemata’(『시학』 55a 29)와 해석의 저장고에 들어 있는 ‘skhemata’(『수사학』 2권 1386 a 32) 사이에서 시인이 자기가 창조하는 “문채들”이 깃들게 하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시적인 지점이다. 따라서 표현을 통해 작품에 완성된 형태를 부여한다는 것은 탁월하게 시적인 과제로서, 표현 형식과 “문채들”을 텍스트 고유의 코드에 따라 새겨 넣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채들을 낳게 한 감정의 움직임의 순서를 바꾸게 되면, 이번에는 거꾸로 이를 다시 동작과 음성으로 적절하게 옮길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배우의 해석 기능을 규정한다.

--- p.303

출판사 리뷰

“이야기를 만들고 발견하는 사람만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삶의 기술자가 되기 위한 열쇠,
풍부한 주해로 읽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서구 문학이론의 역사는 ‘『시학』 해석의 역사’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이미 이견 없는 고전이다. 오늘날 철학의 기원이 되는 불멸의 고전들을 재조명하는 그린비 ‘고전의 숲’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소개하는 『시학』은, 프랑스의 두 고전문법 석학인 로즐린 뒤퐁록(Roselyn Dupont-Roc)과 장 랄로(Jean Lallot)의 풍부한 주해와 함께 ‘고전의 현대적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시학』의 원제는 peri poi?tik?s, ‘시작(詩作)에 관하여’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시(詩)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의 서정시가 아니라 ‘창작자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를 갖는다. 당시의 시는 서사시와 비극이나 희극, 무대 위 춤과 노래 등이 통합된 종합예술이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작품, 이야기 창작론으로, 『시학』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 고전기의 비극 작품들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대상으로 그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창작 원리’를 분석하고 있다. 『시학』은 따라서 현대의 모든 문학이론에 대한 철학적 논의의 기원이며 긴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서사예술의 작법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메시스와 카타르시스,
문학예술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에 대한 이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6장에서 비극을 “그 끝까지 완결되어 있고 일정한 크기를 갖는 고귀한 행동의 미메시스(mimesis)”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미메시스’는 라틴어로는 ‘imitatio’로 번역되었고 그에 따라 영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국내의 번역에서도 대부분 ‘imitation’, 즉 ‘모방’이라는 낱말로 옮겨졌다. 그러나 뒤퐁록과 랄로는 지금까지의 모든 전통과 달리 미메시스를 ‘모방’이 아닌 ‘재현’으로 옮김으로써 미메시스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이들에 따르면 미메시스와 관련된 말들은 어원으로 볼 때 연극에서 말하는 재현 형태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모델’이 되는 대상과 생산된 대상 두 가지 모두를 가리킬 수 있다는 점에서 후자를 배제하게 되는 ‘모방’이 아닌 ‘재현’으로 옮겨야 한다. 이런 해석에 입각해 뒤퐁록과 랄로는 『시학』의 핵심 논제를 “시적 미메시스, 즉 사람의 행동을 언어로 재현하는 활동”으로 본다.

인간에게는 ‘재현’의 욕구, 무언가를 재현한 것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성향이 있다.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존재가 아름다운 것이 되려면, 그 구성 요소가 반드시 일정한 질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어야 하며 필연성이나 있음직함에 의해 잘 조직된 줄거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스토리텔링의 규칙을 따르거나 혹은 변주하는 영화, 드라마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수많은 이들이 그것을 소비하며 울고 웃는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재현의 창작물을 통해 어떠한 진실을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배움을 얻고 감정의 정화를 느끼며 고유의 ‘시선’을 갖게 된다. 이것이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성이다. ‘재현’이 우리에게 이토록 자연스러운 성향인 만큼, 재현의 기능에 주목하고 문학이라는 분야에 최초로 심미적 가치를 부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는 것은 곧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과 밖으로 동시에 열린 텍스트,
『시학』 연구의 집대성과 재탄생


일반 독자들에게 『시학』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는 취지 아래 로즐린 뒤퐁록과 장 랄로가 기획한 이 책은, 『시학』이 제기하는 어려운 문제들과 텍스트 자체의 내적 긴장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하지만 성실하고도 명료하게 번역한다는 이중의 과제를 설정한다. 시학 원문 번역의 약 다섯 배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주해는,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극 부분에 대한 논란, ‘미메시스’와 ‘카타르시스’ 개념 등을 둘러싼 논쟁을 다룰 뿐 아니라 『시학』이 그 자체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무궁무진한 텍스트임을 보여 준다. 이들의 주해는 문헌학적 주해에서 시작해 통사구조 분석 그리고 텍스트 내적인 구조로 나아가면서 서로 어긋나고 모순된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드러낸다. 즉, 단순한 번역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 해석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시학』 텍스트에서 이론가의 내적 담론과 실제 공연되는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성격을 띠는 역사가와 증인의 외적 담론 사이의 긴장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비극의 행동은 ‘필연성’이나 ‘있음직함’의 규칙을 따라야 하지만 실제 비극 작품에서는 (호메로스 같은 대시인의 경우에도) 관객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 규칙이 파열되기 직전의 극한까지 행동을 몰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파토스’의 정화 효과, “있음직하지 않음의 있음직함”이라는 역설적인 공식으로 풀어 나감으로써 어떤 이론을 정립하려는 이론가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이론을 넘어서는 실제 작품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머리말에서 츠베탕 토도로프는 『시학』을 번역한다는 것은 하나의 해석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것도 “서로 매우 다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상반되는 여러 독서 행로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뒤퐁록과 랄로의 작업은 이미 출판된 많은 『시학』 해설들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학』에 관한 기존의 번역 및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는 한편, 상반된 견해들을 비판적으로 대조하고 때로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문제들을 제기하고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주려는 시도이다. 시학 연구를 집대성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철학 고전·문학 전문 연구자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이야기’라는 것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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