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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장 생리대가 없었던 시대의 생리혈 처치 - 식물에서 탈지면까지 제2장 생리용품의 진화를 막은 월경 부정시不淨視 - ‘더러운 피’의 역사 제3장 생리용품이 바꾼 월경관 - 안네 냅킨의 등장 제4장 오늘날의 생리용품 - 냅킨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마치며 문고판 후기 미주 및 인용 참고문헌 생리용품 관련 연표 안네사 광고 자료 옮긴이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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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너무도 당연한 듯 가까이 있어서 평소에는 그다지 유심히 생각해 보지 않는 존재이면서, 여성의 인생을 오랜 세월에 걸쳐 떠받쳐 온 필요 불가결한 것. 그것이 생리용품이다.
--- p.5 부인위생회에서 강연을 한 의사들은 월경 시에 불섭생?장시간 직립, 몸을 숙여서 하는 일, 무거운 짐을 드는 것 등?을 금지하였는데 당시의 유경 여성 중에서 과연 몇 퍼센트가 이러한 금지사항을 지킬 수 있는 상황에 있었을까? 예를 들어 출산을 하는 당일까지도 농작업을 해야만 하였던 농가의 며느리가 월경 때마다 쉴 수 있을 리가 없었다[월경 중인 여성을 오두막에 격리시켜 두었던 지역도 있다]. 여공이나 교원도 쉴 수 없었다. 생리 휴가가 가능해진 것은 훨씬 더 이후의 일이다. --- p.28 TV 광고 등에 의하여 생리용품의 정보가 전국적으로 획일화되었고,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에 가면 국내 어디에서도 같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오늘과는 달리 당시는 거주하는 지역이라든가, 노동자인가 학생인가 하는 각자가 놓인 상황에 따라 생리혈 처치법이 달랐던 것이다. --- p.48 시마[미에현 시마반도 남부에 위치한 지역]의 토우시지마라는 섬에 사는 해녀들은 월경 중인 여성을 ‘카리야몬’이라고 불렀고, 그 건너편 지역인 미가와아츠미군에서는 더러운 밥그릇을 ‘카리야 밥그릇 같다’라고 말한다. --- p.78 일본인 여성의 체형에 맞는 워딩지로 만들어진 생리용품이 보급된다면 여성들은 월경 기간을 더욱 쾌적하게 보낼 수 있고 수세식 화장실도 막힐 일이 없다. 그때 때마침 워딩지 재질의 생리용품 제작에 관한 아이디어도 접수되어 있었다. 요시코는 그것을 상품화하고자 하였다. --- p.104 일본에 있어서 생리 그 자체가 놓인 지위는 어디까지나 낮았다. 그것은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전승되는 것만이 겨우 허락된 어둡고 음울한 역사였다. 서로 동정해야만 할 여성들 사이에서조차도 입을 다물어야 했던 여성들의 업보의 역사였다. 그것은 그저 불결하고 음산한 고통이었다. 우리들은 지금 이러한 역사를 가진 여성들의 생리를 여태껏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규모의 기업화를 통하여 대담하게 양지로 끌어내고자 하고 있다. 그것은 틀림없이 무모하고 위험하다. 그리고 여성의 긴 업보의 역사와 치르는 정면 대결이다. --- p.113-114 안네의 제품은 도시에서 지방으로, 일하는 여성이나 초경기의 여자아이들에게서 그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수요를 늘려 나갔다. 애용자들로부터는 쾌적한 안네 냅킨에 대한 감사 편지가 안네사 또는 요시코 앞으로 하루에만 100통 이상이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중에 몇몇은 월경일을 ‘안네의 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 p.133-134 각 역마다 정차하는 열차를 타고 모든 역에 내릴 때마다 전화번호부로 주변의 소매점, 도매점을 조사하여 영업에 나섰다. “그렇게 좋은 상품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다카하라는 “저도 하고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하였다. “남자가 그 좋은 점을 어떻게 알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대비한 몸을 던진 영업 수법이었지만 다카하라는 치질로 고생하고 있었고 생리대의 냅킨에는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 p.149 생리혈이나 사용한 생리대를 오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비판하는 배경에는, 예전부터 이어져온 ‘월경[생리혈]을 부정한 현상이라 생각하는 것’에 대한 반동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너무 반대에 집중한 나머지 생리혈로부터 의의를 찾아내고자 하거나, 신비화하거나 하는 것은 결국은 부정한 것이라 인식하는 것과 종이 한 장 차이이지 않을까? 월경이나 생리용품에 이데올로기를 가져오는 것은 여성성에 대하여 과잉 의미 부여를 시도하는 것이 되고 결국은 여성들 자신을 옥죄게 된다. --- p.191 일본의 여성들은 고성능 생리용품을 적당한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들을 그저 막연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월경의 상태나 생활환경에 맞춰 적절히 구별하여 사용하고, 그 경험으로부터 솔직한 의견을 발신하였으면 한다. 나 자신은 더욱 많은 여성이 쾌적한 생리용품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싶다. 세계에는 지금도 불충분한 생리혈 처치법으로 인하여 활동을 제한받거나 감염증에 걸리거나 하는 여성이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08-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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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 속에 존재하던 생리용품이 양지로 나오기까지
생리용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와 여성 생활사 “지금 생각해 보면 끈적끈적한 피로 젖어서 출렁출렁하는 것을 하루 종일 내내 하고 있어야만 했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어. 그래서 그걸 양동이 물에다가 씻어서 헛간 안에다가 말렸었어. 제대로라면 햇볕에 말려서 소독을 해야 좋지만 그 당시는 부정不淨한 것이니까 태양님에게 내보이면 안 된다고 어머니가 말했었어.” (44쪽) “생리는 부정하다는 의식이 강하여 어머니도 선생님도 생리용품의 처리에 대해서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하였다. 또한 생리 밴드의 세탁물은 위에서부터 덮개를 씌워 감춰 두었다.” (91쪽) 인용한 부분은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여성과 1950년 전후에 태어난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다. 생리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4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상당 부분 유사하다. 생리가 부정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전환점이 되어 준 것이 이 책의 3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 ‘안네 냅킨’이다. 저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서포트하고 그녀들을 물리적, 심리적으로 자유롭게 한 실적을 일회용 생리대의 발전에서 찾는다. 물론 일회용 생리대가 가진 한계 역시 존재하지만, 이것이 있었기에 천 생리대나 생리컵과 같은 새로운 생리 처지 방법으로의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월경 오두막, 월경대, 일회용 생리대, 천 생리대, 생리컵 등. 생리 처치 방식의 변화에는 이처럼 여성과 생리에 대한 당대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다. 그렇다면 생리를 둘러싼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거의 문제들이 모두 사라졌을까? 탐폰과 생리컵에 따라붙는 색안경은 여전히 건재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전 세계 각국에는 불충분한 생리용품과 월경에 대한 터부시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이라는 단어가 단적으로 보여 주듯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매달 자신의 존엄성이 손상되기도 한다. 생리용품의 진화는 여성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현재진행형의 문제인 것이다. 책에는 ‘안네 냅킨’이 나온 덕분에 훨씬 자유롭고 편하게 생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녀와 그 모습을 보고 안도하는 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의 세대가 경험했던 바와는 달라진 현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자라나는 소녀들의 장래가 이렇듯 건강하고 무럭무럭 커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였다.” 1960년대의 한복판에서 그녀가 바랐던 일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긴요하게 요청되는 일이다. 생리로 인해 활동하는 데 제약을 겪거나 차별받지 않고 모든 여성이 쾌적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생리용품의 사회사』에서 미처 담지 못한 미래의 모습인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