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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아날로그'
생각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가 않다 우리는 태어날 때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촌놈의 정신은 보다 자유로워라 잘난 아빠보다는 못난 아빠되기 건욱이는 착하다 건욱이와 용돈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 마지막 날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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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되기에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마음가짐, 그걸로 충분했던 게 아닐까. 건욱이는 이미 여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건욱이를 완벽한 아이로 포장하려 한다면 건욱이는 마음껏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내려놓아라 기다려주어라 변화가 필요한 건 건욱이가 아니라 내 쪽에서였다 인내와 믿음 그리고 아마도 약간의 거리두기 우리가 각자 다른 인격체이며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주라는 진실 아이는 나의 일부가 아니며 나 역시 아이를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진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커간다는 진실 언젠가 우리는 서로의 벽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진실 그리니 슬퍼 말고 지금부터 존중해주어라 우리의 하루 예산을 8만원으로 잡고 여행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하루 경비를 감당하기에 빠듯하여 내일부터는 9만원으로 올리기로 하였다 이 돈은 매일 아침 건욱이의 지갑에 채워질 것이고 건욱이는 이 예산안에서 우리의 숙식을 포함한 하루의 여행 경비를 해결해야 한다 건욱이는 돈 관리의 막중한 책임을 짊어짐과 동시에 중요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밥인가 놀이인가 설사 감귤로 점심을 때우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은 해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재산을 탕진하는 경험을 더 이른 시기에 해볼 수 있다면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 아닐까 내려놓아라 나의 마음을 더 내려놓아라 나는 그저 너를 감싸는 하나의 바람이 된다 공기가 된다 건욱아 태어날 때 눈 가지고 있었지 코 가지고 있었지 귀 가지고 있었지 입 가지고 있었지 손 가지고 있었지 핸드폰도 가지고 있었나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의존하면 그만큼 덜 자유로워지는 거야 그래서 오늘 하루 건욱이와 나는 휴대폰을 보지 않고 7코스를 완주하기로 합의하였다 휴대폰의 렌즈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올레길을 느껴보자며 야심차게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숨겨버렸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