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2부 3부 감사의 말 해제 |
|
내 경험상 남자들은 여자들의 공격성에 기이할 정도로 무지했다. 투구와 장갑으로 방비하고 검과 창을 든 전사인 그들이, 정작 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보아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보지 못하기를 바라거나. 우리가 생각보다 나긋나긋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 자기들 마음의 평화가 깨질 테니까?
--- p.17 외침이 거세졌다.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 저 모든 이름 중에서 가장 끔찍한 이름. 내 남동생을 죽이다가 문득 성채를 올려다보던, 그 애를 그대로 쓰러뜨려 땅에 꽂아놓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준비된 자세로, 여유만만하게, 내 동생의 목에서 우아하게 창을 빼내던 그자가 다시 보였다. --- p.35 처음에는 아킬레우스가 나를 그곳에 두는 이유를 몰랐지만, 그가 하루에 남자들 예순 명을 죽인 보상으로 나를 받았다는 기억이 났다. 그러니 그는 당연히 나를 손님들 앞에 내놓고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트로피를 벽장 구석에 숨겨두는 사람은 없으니까. --- p.55 네 형제들을 도륙한 자와 정말로 결혼하고 싶어? 뭐, 어쨌거나 내게는 선택지가 없을 텐데. 하지만 가능할지도. 어쩌면 가능할 것이다. 나는 노예였고, 노예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건, 무엇이 되었건 하는 법이다. --- p.129 그들이 나 때문에 다투는 바람에, 젊고 용감한 그리스 전사들의 영혼이 수없이 하데스로 내려갔다. 소년들이 순교했고 사내들이 사라져갔다. 신의 뜻일까? 나는 모른다. 혼란스럽기만 했다. 다만 그들이 신을 원망하는 대신 나를 비난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 p.169 그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그의 옆을 지나가려는데 그가 내 팔을 붙들었다. 그의 손톱이 내 살갗을 깊이 파고들었다.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 그는 매우 조용히 말했다. “그날 네가 리르네소스에서 죽었다면 좋았을 거야.” --- p.259 |
|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2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 〈이코노미스트〉 〈타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서울대 서양고전학자 김헌, KAIST 뇌과학자 김대식 강력 추천 남자들은 도륙되었고 여자들은 노예가 되었다 명예로운 죽음 대신 비참한 삶을 선택한 여성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가 목격한 ‘위대한 전쟁의 추악한 진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그리스 스파르타에서 헬레네 왕비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무단으로 데리고 온 후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사이에 전쟁이 발발한다. 트로이 성 앞에서 아홉 해 동안 진을 치고 있던 그리스군의 병영에는, 트로이의 도시국가 리르네소스의 왕비였지만 이제는 아킬레우스의 노예로 전락한 주인공 브리세이스가 있다. 그리스가 주변 국가들을 토벌하고 약탈한 뒤 그녀를 전리품으로 취한 것이다. 도시국가들 사이에 그리스 영웅들의 이름은 익히 알려져 있었기에 그녀도 그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브리세이스는 병영에서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 네스토르, 아이아스와 같은 영웅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숨겨져 있던 범속함과 어두운 측면을 알게 된다. 브리세이스의 시선을 통해 신화적 지위에서 끌어 내려진 그들은 어머니의 품이 그리워 퇴행행동을 하거나 자존심을 짓밟혀 분노하며,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치명적인 과오를 범하고도 뉘우치지 않는다. 이렇게 변주된 신화 속 인물들의 입체적 면모는 서사를 수놓는 관계들에 더욱 풍부한 심리적 미스터리를 드리운다. 이 낯선 긴장감은 이미 아킬레우스 신화를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서사적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모든 게 생생하다. 강력한 서사는 단지 틀에 불과할 뿐, 이 소설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모든 디테일이다.” - 〈워싱턴타임스〉 이 책이 〈가디언〉으로부터 ‘21세기 최고의 책’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것이 단순히 유명한 신화를 변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인공 브리세이스는 자기와 같은 처지로 병영에 끌려오게 된 여자들에 대해서도 말한다. 자신의 아버지, 남편, 아들을 학살한 자들 옆에서 여성들은 어떤 삶의 양식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역사에서 지워지고 배제되고 만 이름들. 부커상 수상자이자 영미 문학의 거장 팻 바커는 숨 막히게 세밀한 시대 묘사와 빛나는 문장으로 인물 하나하나를 되살려내는 동시에, 그들을 품고 있던 복잡한 그리스 병영을 놀랍도록 선명하게 재현한다. 브리세이스의 증언은 그간 수많은 전쟁 한복판에서 수치를 감수하고 살아남은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오랜 침묵으로부터 되돌려주면서, 오직 명예와 권력만을 향해 나아가는 남성들의 목소리와 대비시킨다. 나아가 주인공은 비록 결코 명예롭다고 할 수 없는 자리로 내몰릴지라도, 시간은 살아가는 일을 버티는 자에게 언젠가는 삶의 찬란함을 되돌려준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며 약자들의 존엄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팻 바커는 독자들에게 익숙한 신화 속 인물들을 미묘하고 복잡한 캐릭터로 재구축하여 뒤틀고, 브리세이스라는 새로운 여성 화자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 찬 또 하나의 서사시를 완성해냈다. 분명히 거기 있었음에도 우리가 그동안 외면했던 다른 반쪽의 역사가 여기에 도착했다. 브리세이스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노래가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 “찬란하도록 웅대한 동시에 참신하고 현대적이다. 신화 속 장면과 이름 들이 마법처럼 새로워진다. 거장답고 감동적인 소설.” 〈타임〉 “신화의 재해석은 보통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만은 예외다.” 〈뉴욕타임스〉 “여성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폭로하는 트로이아 전쟁의 실체.” 〈워싱턴포스트〉 “팻 바커는 이미 사라진 시간을 우리 시대에 다시금 놀랍게, 웅변적으로 되살린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아름답다. 팻 바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라는 빛나는 무덤 속 유물에서 미처 해독되지 않은 언어를 밝혀냈다.” 〈워싱턴타임스〉 “모든 게 생생하다. 강력한 서사는 단지 틀에 불과할 뿐, 이 소설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모든 디테일이다.” 〈NPR〉 "아름다움 그 자체.“ 〈데일리 텔레그래프〉 “여러 세대에 걸쳐 읽어야 할 작품이다.” 〈북리스트〉 “최우선으로 추천하는 책.” 〈인디펜던트〉 “이번 맨부커 후보 리스트에 올라야 할 인상적인 작품. 이 작품이 맨부커 후보 목록에 없는 이유가 뭘까? 항상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
|
“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의 이야기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되돌이표처럼 우리를 작품의 시작점으로 이끈다. ‘그래, 처음부터 그녀의 이야기였어!’ 아킬레우스의 서사로부터, 호메로스가 만든 남성들의 이야기로부터, 영웅들과 불끈거리는 근육질의 세계를 벗어던진 새로운 노래가 여기 이렇게 또 도착한 것이다.
-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서양고전학자) |
|
그 어느 아버지도 아들을 죽인 남자에게 구걸하지 않았다고 프리아모스는 말한다. 하지만 브리세이스는 말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남편과 아버지를 죽인 남자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고.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지만, 절망의 기억은 언제나 여자들의 몫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조건은 결국 여자로서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주는 강력한 소설이다. - 김대식 (교수,뇌과학자)
|
|
“《일리아스》를 성공적으로 변주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통틀어 분노와 증오가 어떻게 표출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잊힌 이야기를 되살리고 역사와 권력에 의해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대작이다.” - 에밀리 윌슨 (『오뒷세이아』 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