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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5
제1장 | 나의 사랑에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12 / 젊음, 그 아름다움 · 20 / 꽃, 그 향기로운 대화 · 29 / 겨울 연인(戀人) · 37 / 사랑 예찬 · 43 / 감출 수 없는 것은 · 50 / 결혼, 축복의 햇무리 · 55 / 만남의 미학(美學) · 58 / 행복의 실체 · 67 / 첫아기 · 75 / 성녀(聖女)가 되는 시간 · 79 / 사랑의 파수꾼 · 83 제2장 | 나의 쓸쓸함에게 헤어짐에 대하여 · 92 / 변한다는 것 · 101 / 방황하는 청춘 · 106 / 노란 꽃사슴의 고독 · 110 /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때 · 119 / 젊은 가슴이여 · 127 / 착각(錯覺)의 계절에 · 131 / 나의 방황하던 20대 · 137 / 아픔으로 깬 약속 142 / 어떤 해후(邂逅) · 145 / 방관자(傍觀者)로 지낸 세월 · 150 / 새를 날리는 꿈 · 160 제3장 | 나의 그리움에게 여행, 그 아름다운 추억 · 178 / 빗속에 떠는 작은 풀꽃 · 186 / 파도여 말하라 · 193 / 추억의 크리스마스 · 201 / 친구,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 · 205 / 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 211 / 월남전선 취재여담 · 218 / 나의 대학시절 · 226 / 젊은 시인에의 편지 · 229 / 문명의 껍질을 벗고 · 234 / 어머님께 드리는 글 · 242 / 사랑스런 나의 막내딸에게 · 246 / 어버이날에 생각함 · 249 / 귀한 만남 · 254 / 나의 고향 서울 · 259 / 새벽을 향한 기도 · 266 / 장미 한 송이 · 275 / 편지 · 278 / 어느 해 5월에 · 283 / 미지(未知)의 바다 · 286 / 대춘부(待春賦) · 290 / 하나의 열쇠가 갖는 의미 · 294 / 그들은 왜 산에 오르는가 · 298 / 생(生)의 무대 위에서 · 303 / 화장(化粧)하는 마음 · 309 제4장 | 문학의 길 어리석은 행복 · 324 / 문학 지망생에게 · 333 / 존재의 확충(擴充) · 339 |
金炯德, 김형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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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아름다운 것을 찾고 아름답기 위해서 아름다워지려고 합니다.
허나 살아가는 길은 화선지 두루말이를 펼치듯 그렇게 맑고 깨끗하기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물방울 하나 퉁겨도 얼룩이 지고 맙니다. 바람 한 자락 불어도 흙먼지가 일고 자칫하면 무참히 찢기우기 일쑤입니다. 고운 물살을 휘젓고 지나가는 심술궂은 발길도 있습니다. 누군들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으리요. 장미처럼 애틋하고 난(蘭)처럼 청초하기를 바라며 삽니다. 갓난아기의 솜털 보송한 뺨처럼 연연하고 젖내 나는 숨결처럼 순결함으로 살고자 합니다. 그 아기를 품에 안고 들여다보는 행복한 여인, 그리고 남의 슬픈 사랑 얘기에 가슴 아파하는 그런 여인이고자 합니다. --- p.12~13 울고 싶은 날은 울게 하라 비어 있는 가슴에 눈이 내리네 차운 돌거울에 이마를 얹고 바람에 떠는 너울자락 첫 설움 옷깃에 적시듯 흰 눈이 눈썹에 지네 비어 있는 가슴에 썰물로 밀려든 그대 어둠 속에 그대 있음에 그대 목소리 있음에 그 가슴에 울게 하라 그 가슴에 울게 하라 - 김후란 시 ‘돌거울에’ 내가 그리움과 회한이 얽힌 이 시를 쓴 것도 낙엽이 창 밖에 쌓여가는 밤이 긴 계절이었다. 진정 그리운 이 있어 울고 싶은 날 그래도 울지 못하는 여인의 가슴에 노크를 하는 심정으로 쓴 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사무친 그리움이라든가 외로움이라든가 그 밖의 괴로운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서 자학의 수단을 먼저 찾는 폐단이 있다. 알랭(프랑스 철학가, 수필가)은 사람들이 이따금 작은 고뇌를 찾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커다란 고뇌에 몸을 던져 넣는 결과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 p.133~135 나는 솔로우의 「숲 속의 생활」밖에 읽지 못했지만 「메인의 숲」, 「시민의 반항」 등 다수의 저서 가운데 대부분이 경제적 속박이 없는 단순한 자연생활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한 인생관의 실험 보고이며 그의 깊은 사상을 체험을 통해 피력한 것이라 한다. 그는 만 2년 2개월 동안 숲 속 생활을 했는데 또 다른 생활 체험을 위해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던 탓으로 호숫가를 떠났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럼 그가 고독한 자연 속의 생활에서 얻은 소득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실험으로 적어도 다음과 같은 걸 배웠노라고 적고 있다. 만일 사람이 자기의 꿈, 자신이 이상으로 하는 방향으로 자신만만하게 나아가고 그리고 자기가 상상한 바와 같은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에 예상도 못했던 성공을 맞게 될 것이다. 그가 생활을 단순화함에 따라 우주의 법칙은 보다 덜 복잡하게 보이고,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약함은 약한 것이 아닌 것이 될 것이다. --- p.238 존재의 확충(擴充) 시는 보통의 이성의 한계를 능가하는 신성한 본능이며 비범한 영감이라고 스펜서가 말한 바 있다. 나는 이에 동감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끌려 시를 쓰게 되는, 끝없이 가라앉은 나 혼자만의 세계에 대해서 스펜서의 말대로 신성한 본능의 발현이라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 누에가 은실을 뽑아내듯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풀어져 나오는 일이야말로 영감의 산물이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하는 두 가지 물음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 나의 체험적 시론이 되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시의 모멘트가 되는 비밀과 시작(詩作) 과정을 밝힌다는 일이 주저된다. 그건 매번 다른 형태로 나를 지배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 마디로 이렇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 p.339~340 나의 세 번째 시집 「어떤 파도」 후기에서 나는 이런 고백을 한 바 있다. ‘시를 쓰는 기쁨은 이를테면 내부의 축제와 같은 것이어서, 은밀한 나의 생의 찬연한 자취라 할 것이다. 나는 파도를 잠재우는 보이지 않는 손같이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이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나는 겁도 없이 파도를 잠재우는 보이지 않는 손이기를 바라고 이슬을 진주로 바꾸는 언어의 마술사가 되기를 갈망한다. 이것만이 존재의 확충을 도모하는 나의 시적 생명 탐구의 길임을 믿는 때문이다. --- p.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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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을 켜야 할 시간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바닷가, 이 작은 집에 우리만의 작은 등불을 켜렵니다. 따뜻한 차(茶)를 준비하겠습니다.
오늘 우리 많은 얘기를 나누기로 해요. 아니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어도 좋을 것입니다. 저 창밖에서 밀려드는 파도소리, 어디론가 끊임없이 떠나가는 바람소리에 천파만파(千波萬波)를 침묵으로 받아 안겠습니다. 그리고 때로 미지(未知)의 바다 위로 빛을 따라 날아간 새에 관해서도 얘기해 보기로 합니다. 나는 요즘 나 자신을 차분히 웅시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월 바깥 세상으로만 향해 있던 나의 관심사와 시간을 거두고 이제 자신의 문제를 좀 더 소중하게 다루고 싶은 욕구를 가집니다. 때로는 동시대인(同時代人)들의 생각과 주장, 의욕을 나름대로 지켜보고 판단하기도 하는 건 역사를 배우고 고전(古典)을 읽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러나 감정의 무색계(無色界)에 서 있는 오늘의 ‘나’에게 가장 연민 어린 손을 내밀게 됩니다. 나는 지금 친구가 필요합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살아 움직이는 바닷가 작은 집에서 그간 내가 써 온 글들을 다시 읽어보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 한 편 한 편의 글 속에서 아직도 나의 무한한 갈망과 열기(熱氣)어린 뒤척임이 인생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짙은 회의(懷疑)로 담겨 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었음은 쓸쓸한 기쁨이라 하겠습니다. 이 쓸쓸한 기쁨을 그대와 나누고자 합니다. 나보다 젊고 어여쁜 사람들. 나보다 가진 아픔이 큰 사람들. 힘든 병석에 누워 계신 분들…. 젖은 노을 빛처럼 문득 기슴을 적시게 하는 그리운 이들 앞에 이 작은 책을 드리려 합니다. 이제 등불을 켜야 할 시간입니다. 등피(燈皮)를 맑게 닦아 따사로운 불빛이 저 창밖에도 조금은 새어나가게 하렵니다. 친구가 필요한 나의 자리에 미지의 바다위로 빛을 따라 날아간 어느 날의 새가 다시 불빛을 따라 찾아올지 모르는 때문입니다. -(중략)- 이 책으로 나의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는 기쁨의 시간을 가슴 뜨거이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