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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파람북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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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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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004

2019년 11월 008
1963년 3월 013
1966년 7월 019
1966년 11월 025
1966년 11월 034
전설 038
1966년 12월 048
1967년 2월 063
1967년 3월 076
1967년 7월 087
1967년 9월 089
1968년 2월 098
1970년 11월 114
1971년 2월 159
1972년 8월 164
1972년 10월 170
1972년 11월 174
1973년 11월 197
1974년 2월 199
1975년 4월 204
고대룡의 편지 243
1977년 2월 259
1979년 10월 263
편지 279
1981년 2월 280
1987년 2월 316
1987년 3월 327
1987년 8월 328
1988년 3월 331
1997년 2월 333
2000년 4월 337
2007년 2월 340
2007년 3월 346
2019년 11월 353

저자 소개 1

제주 출생으로 제주제일고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고 주요 저서로는 창작집 『거인의 잠』,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온다』, 장편소설 『최후의 계엄령』, 대하소설 『빙벽』 등이 있다. 신작으로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과 장편소설 『샛별클럽연대기』를 함께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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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30g | 150*215*30mm
ISBN13
9791192265568

책 속으로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대사를 외우고 노래를 배우고 연기를 익히는 동안 우리는 뭔가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맹호부대나 청룡부대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나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나는 이렇게까지 생각했다. 이게 바로 ‘날아가는’ 일이라고. 더 어렸을 때 송미혜에게 했던 거짓말처럼. 그랬다, 멀리는 못가지만.
--- p.51

그랬다. 창수와 광도는 집을 잃기도 했다. 거기에 대면 나는… 잘 죽어서 오페레타를 망치지 않았고, 꽃다발을 두 개나 받았다. 끝내 주인공이 되어버린 요섭이에겐 하나도 없었고, 윤태도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굽는 고기 냄새는 처음으로 담을 넘어서 윤태네 큰 집까지 풍겨갈 것이었다. 노래하다가 피를 토하기도 하는 ‘꾀꼬리’ 미선이가, 하필 나에게 붉은 장미꽃다발을 안겨준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이 갔지만… 슬퍼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를 위해서도, 미선이를 위해서도.
--- p.61

나는 달랐다. 같을 수가 없었다. 무슨 전쟁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왔다. 미선이의 목숨을 구하기라도 할 것처럼. 대사 한마디도 하지 못한 ‘죽는 왕자’ 주제에. 사생대회 때마다 결석계나 내던 주제에! 고개를 떨구자 노란색 운동화가 바싹 다가왔다. 두 팔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미안해…. 우리만 편하게 지내서.” 속으론 화들짝 놀랐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혜의 몸에서는… 수박이나 참외 같은 냄새가 났다. 그런데, ‘우리’라고? 나는 슬그머니, 천천히 미혜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고,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공개홀을 빙 둘러서 코스모스가 왁자하게 피어있었다. 흰 꽃, 분홍 꽃. 드문드문 자주색 꽃은 꼭 미선이 같았다.
--- pp.95~96

유인실. 서창포에 있는 서포중학교에서 왔다. 역시 뭔가 사고를 쳤겠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 껑충하게 키가 컸고, 그다지 예쁜 얼굴은 아니었는데 늘 살짝 흘겨보는 듯한 눈빛이 매력적이라고 남자애들은 입을 모았다. 영화배우 유안나의 동생이라는 게 또 화젯거리였다. 우리는 알지 못했다. 짝짝 소리 내어 껌을 씹으면서 기린처럼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그 여자애가 두고두고 요섭이의 발목을 잡을 줄은. ‘천재’ 한요섭의 늪이 될 줄은.
--- p.158

끄덕이면서 재호는 네 장을 모두 거둬들였다. 성냥통을 끌어당겨 불을 그어서 한 장 한 장 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르 타올라 빈 그릇에 내려앉는 검은 재를 보면서 나는 옛날 일을 떠올렸다. 미선이 묘에서 요섭이가 졸업장, 손으로 쓴 그 졸업장을 태워 소지 올리던 일을. 요섭이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남은 재를 훌훌 털어버린 손바닥으로 재호는 탕! 하고 탁자를 두들겼다.
“우리, 데모하자!
--- p.176

김창일을 제압한 흰 와이셔츠가 아래을 손가락질하며 뭔가 소리를 쳤고, 분수대 주변은 돌연 어지러운 싸움판이 되어버렸다. 아니, 싸움이 아니었다. 이십여 명쯤 되는 한 무리가 시위대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대로 저항도 못 하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분수대로 뛰어드는 여학생도 있었다. 쫓아 들어가서 머리채를 움켜잡는 놈도…….
--- p.205

“내 말 새겨들어요. 결국엔 인호씨 같은 사람이 역사의 기록자, 증언자가 되는 거예요. 나나 요섭이나, 성재호나 이건 다 허깨비예요, 허깨비! 뭐, 그렇게 되기도 힘들겠지만, 잘돼봤자 한 시대의 허깨비들… 당장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까 뭐라도 되는 것 같지만, 긴 눈으로 보면 주인공들은 따로 있다, 이 말이에요. 비록 객석이라고 해도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 모든 것을 지켜본 사람… 그게 바로….”
--- p.219

각각 이름이 송희, 창순이, 양숙이라는 ‘아가씨’들도 있었다. 학교 앞인 이 회기동에 방을 얻어놓고 청량리 술집에 나가는 호스티스들이었다. 그중 제일 반반한 얼굴인 양숙이가 성재호를 숨겨주고 있었다. 방 두 칸짜리인 바깥채를 혼자 쓰고 있어서, 한 칸을 선뜻 내주었다고 했다. 대룡이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요섭이와 박충규가 조심스럽게 나누는 얘기도 들었다. “형, 정말 괜찮은 걸까? 성재호하고 양숙이?”
--- p.222

이 게 장송곡이던가? 느리고 어둡고 장중한 음악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간간이 울음을 참는 듯한 아나운서의 목소리. “박정희 대통령은 가셨습니다….” 이어서 박정희의 이력이 소개된다. 끝나면 음악의 볼륨이 높아지고…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된다. 하숙집 세면장 옆방의 한의대생이 한껏 크게 라디오를 틀어놓았고, 아홉 개의 방문이 모두 열려있었다. 날은 이미 밝아있었지만 어쩐지 한밤중인 것만 같았다.
--- p.273

하얀 소복에 회색 코트를 걸친 영란이가 일어났다. 그 옆 의자에는… 하얀 보자기로 싼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나를 내려다보며 내미는 광도의 손을 잡으면서도, 답싹 안겨 오는 영란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도 그 상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파들파들 떨면서 흐느끼던 영란이가 한 손을 뻗어서 상자를 가리켰다. “광춘이야. 저게 광춘이래애….” 내 품 안에서 ‘여장부’ 영란이가 몸부림을 쳤다.
--- p.284

살아오면서 나는 두 사람을 죽였다. 문인오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했다. 한요섭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나는 살아있었다. 이토록 편안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죄책감속에서…. 뻔뻔스럽게 울지는 말자고 머리를 흔들며 발아래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예전 섶다리가 있던 자리에 놓인 남강2교 자전거길을 검은 옷의 여자가 건너가고 있었다. 유인실이었다. 나처럼 일행과 떨어져 남은 모양이었다. 바람에 떠밀리듯 휘청휘청 걷다가 멈춰 섰다. 쪼그려 앉았다. 멀어서 알 수 없지만 흐느껴 우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항상 한 발 뒤늦게 운다. 일 년만, 한 달만, 며칠만 더 일찍 요섭이를 위해 울어주었다면…. 그래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저 한 사람은, 요섭이를 찾아오겠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 p.350

출판사 리뷰

편집자가 묻고 작가가 답하다

이 시점에서 고원정 작가를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 그간의 잠행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를 대신해 편집자가 물었다. 작가의 답변으로 서평을 대신한다.

- 작가로서의 긴 공백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저의 오랜 침묵을 궁금해하지만, 무슨 엄청나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작가로서의 일상이 조금씩 조금씩 흔들렸고, 우물쭈물하다 보니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있었습니다. 한창나이인 1990년대를 너무 분주하게 살았던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었지요. 신문·잡지 연재소설을 2~3편씩 동시에 쓰기도 했고, TV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이런저런 잡문들, 많은 이들과의 크고 작은 만남, 거의 매일 이어지던 술자리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내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결국 터무니없는 치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고이지 않는 샘물을 퍼내기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작품을 쓰겠습니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숙성된 글을 쓸 수 없었고, 기계적으로 마담을 맞추기에 급급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런 약속조차 잘 지키지 못했고, 끝내는 미숙하고 졸렬한 속성의 문장마저도 펜 끝에서 잘 나오지 않게 되었지요. 출판관계자나 독자들에게나 부끄러운 기억이 많습니다.”

- 여러모로 힘드셨을 텐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다른 돈벌이가 없는 전업작가에게는 이런 상황이 곧 생활의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어리석게 그 어떤 대비책도 마련해두지 않았기에, 한 가장으로서도 최악의 시간들이 십여 년 이상 이어졌습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제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을 보면 짐작이 갈 겁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세월을 지내왔는지. 그래도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 가족들의 힘으로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저 또한 이때를 기다리면서 공부와 메모를 계속했고, 등산, 산책, 농구로 체력을 길러두었습니다. 걷기도 많이 걸었습니다. 주로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의 산과 들과 강과 내와, 마을…. 7년 동안 걸은 거리가 3,7000킬로미터쯤 됩니다. 시에 쓴 것처럼 지구 한 바퀴가 멀지 않았지요. 그 길에서의 혼자만의 대화, 추억, 몽상, 끝없는 메모는 위안이면서 창작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남은 생이 어떻게 흘러가든, 걷고 쓸 수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신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집필하셨나요?

새로운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장편 『샛별클럽 연대기』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애초의 구상은 다섯 권이었지만 ‘미친 짓’이란 소리를 들었지요. 세 권짜리로 쓰기 시작했고, 온갖 시행착오 끝에 한 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200자 원고지로 천 매, 그 천 매 넘게 썼던 원고를 모두 버리고 완전히 개작하기만 네 차례…. 1만 매 이상의 작업 끝에야 1,200매 남짓한 작품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 막막하고 절망적인 시간들을 견디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시를 썼습니다. 그 또한 쉽지는 않았습니다. 쓰고 버리고, 고치고 고치고 버리다 다시 쓰고…. 수십 차례 퇴고를 거듭한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말할 수 있습니다. 능력의 부족은 어쩔 수 없으나, 이 두 권의 책에 쏟은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다고. 참고로 소설 속에 황순원 선생님 등 몇 분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고인이 되신 지 오래인 그분들께 바치는 사랑과 존경의 헌사임을 밝혀둡니다.

- 시집은 좀 의외인데요?

시집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사실상’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는 문학소년 시절의 습작을 모은 시집을 1992년에 출간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와 소설을 같이 써왔고, 경희대에서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할 때도 시로 당선을 했었지요. 소설가로 데뷔하고 활동하는 중에도 늘 시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재기가 아니라 새로 데뷔하는 것이라 마음을 다잡고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 두 권의 책으로 제2의 작가 인생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걷고 또 걸으면서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들이 많고도 많습니다. 쓰고 또 쓰겠습니다. 야구경기의 투수라 치면, 아직 어깨가 싱싱합니다. 문학과 출판이 일사만루의 위기라고들 합니다만, 저는 원래 정면승부를 즐기는 선수였습니다. 한 번 더 모든 것을 걸어보겠습니다. 소년 시절처럼 설레는 마음입니다.

추천평

“십 년이니 이십 년이니 과거를 돌아볼 게 아니라, 이 자리에선 우리 다 앞일만 얘기하기로 하자.” 이 소설의 한 작중인물처럼 이렇게 말하는 ‘이 자리’의 사람이 참으로 많다. 앞일만 해도 치러야 할 게 많을 뿐 아니라, 그래야 재화도 쌓고 안정도 얻는 그날이 곧 올 것 같으니까. 나도, 어디서나 대강 그렇게 말하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날이 갈수록 깨닫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더니 그때 얻은 상처가 점점 커져 왔다는 걸. 그때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는 죽을 때까지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걸. 국가안보, 경제개발의 미명으로, 또는 그 피해 전력의 명분화(名分化)로 ‘자기 이익’만 챙겨온 ‘잘난 인간’들과 그들로부터 파괴당한 ‘조용한 인생’들 사이에 ‘나와 우리’가 있지 않았나! 이 소설은 곧, 그 파괴함과 파괴됨의 세월을 돌아보는 소설이자, 그 돌아봄으로 ‘진정한 나’를 회복하려는 한 인물의 ‘지고한 순정의 스토리’다. 근대화와 민주화 시대를 잇는 거대한 풍속도로 1980년대 후반 큰 화제를 모은 『빙벽』을 연상시키는 소설이자, 그로부터 더 나아간 21세기의 시선에서 20세기 후반을 아프게 성찰하는 내성(內省)의 소설이다. - 박덕규 (소설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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