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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로 - 고양이의 제단 7
두 번째 미로 - 모두의 약점 68 세 번째 미로 - 답장을 보내다 140 네 번째 미로 - 등 뒤의 메시지 202 들어오는 길, 나가는 길 - 실을 감아 다다른 곳은 243 작가의 말 324 |
김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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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방법을 하나 가르쳐줄게. 위치를 선점하는 거야. 그 사람들이 널 평가하기 전에 네가 먼저 평가하는 거지. 뭐든, 말투든 성격이든 옷차림이든. 심사위원이 된 것처럼 점수를 매겨봐. 그럼 그들이 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덜 신경 쓰게 돼.”
--- p.83 언니는 다르다. 의도가 없다. 의도가 없기에 반박하거나 동의할 수도 없다. 예리하게 벼려놓은 칼로 쓱 긋고 칼의 기능에 감탄하는 사람. 그어진 쪽에는 무관심하다. 상처가 나는지, 피가 나는지, 얼마나 아픈지. --- p.127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에 대해 쉽게 털어놓는다. 상관없다 판단하는 상대에게는 더더욱 쉽게. 모든 말이 진실은 아닐 것이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게 그 사람의 입에서, 손끝에서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 p.239 우리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권장한다. 선물과, 친절한 행동 같은 것.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을 만들라고 한다. 그러나 행복이든 불안이든 조건을 관리하고 예상한 반응을 끌어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행위가 아닐까? --- p.240 세상은 오해와 착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그 길은 절대 교차되거나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의 결과일 뿐이다. --- p.307 말이란 것은 얼마나 헛된가. 말은 지어낼 수 있다. 믿고 믿지 않고는 그 말의 견고함과 진실성에 있지 않다. 믿고 믿지 않는 당사자 마음의 문제다. --- p.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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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듯 날카롭고 어두운 듯 따뜻한
『고양이의 제단』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장면을 가득 채운 십 대들의 행동과 심리다. 작가의 오랜 경험에 따른 필력 덕분인지 평범하고 단순한 인물이 없다. 각각의 단편에 실린 사건과 스토리에는 십 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며 어떻게 느끼는지, 그에 따라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숨어 있다. 작가는 말한다. “당연한 듯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십 대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중2병’ 같은 얄팍한 라벨이 붙지 않기를 바랐다. 존재에 이유를 붙일 필요가 없는, 도구가 아닌, 납작하게 눌리지 않은 인물들이라 생각하며 썼다. 이 이야기 속 인물들이 특별히 그렇다는 게 아니다. 실재하는 사람들이, 십 대들이, 우리가, 그렇다.” 언제 어디서든 타자처럼 얘기되어지는 십 대의 모습은 이 작품 안에 없다. 제법 많은 아이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린다. 그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밖에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풀고, 자신만의 미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고양이의 제단』은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성장 미스터리로 완성된다. 사실 내가 발견하려는 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에 가깝다. ‘어쩌다 그랬어?’의 답이 ‘어쩌다 (보니) 그랬어’가 되는 것도 괜찮다. 답이 없어도 이해만 된다면 얼렁뚱땅 해결이라 쳐주는 이야기, 범인으로 오해받았던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이야기가 좋다. 기껏 찾은 답을 슬며시 도로 덮어놓는 탐정들을 좋아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미로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 작가는 작품의 모티브를 미노타우로스 신화에서 가져왔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인물이자 스토리에 동력을 부여하는 것은 지후의 언니 채경이다. 채경은 자신을 ‘미노타우로스’, 미로에 가둬야 할 괴물로 인식하고 있는 인물. 그래서 자신을 방에 가두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복잡한 미로를 그린다. 지후 또한 처음에는 피해 입히고 싶지 않은 ‘예비 희생자’일 뿐이다. 미로에 들어온 제물, 하지만 자신이 해치지 않기로 결심한, 동시에 언제든 해칠 수 있는 대상으로. 그러나 사건들을 거치며 채경은 지후가 독립적이며 강하다는 것을, 단순한 제물이 아니라 ‘아리아드네’라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미로로 들어오는 길을 아는 자매인. 지후는 그렇게 강력한 존재감으로 채경이 갖고 있는 확고한 틀을 깨주는 인물이다. 신화에서 미노타우로스는 죽임을 당하지만, 이 작품은 신화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채경과 지후 모두는 미로 안에서 성장한다. 일상의 수수께끼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실과 같을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제단』은 보기 드문 개성을 가진 학원물이자 일상 미스터리이면서, 성장 소설이다. 미스터리 장르로는 이 책이 첫 번째이지만, 그간 충분히 쌓아올린 필력이 있기에 ‘데뷔작’이라고 부르면 반칙이 될 것이다. 기억도, 경험도, 감정도 자신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 언니와 대화하기 위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마련하는 지후, 스스로를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해 자신을 미로에 가두려고 하는 채경의 이야기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