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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엉킨 실은 어떻게 풀까
2 바닷가 마을 3 접이꾼의 탑 4 미로 탈출 5 뜻밖의 도움 6 맞서 싸우다 7 비밀의 방 8 동서남북 어디로? 9 썩어 가는 것들 10 가느다란 마법뿐이어도, 가느다란 마법이기에! 11 귀환 타파하의 마법 수업 작가의 말 |
김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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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랗지 않아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란 마법을 쓴다. 특이하기는 해도 쓸데는 없어 보인다. 가느다란 마법사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잠자리 날개 고쳐 주기’나 ‘손바닥에 박힌 가시를 빼는 일’이 과연 세상에 도움이 될까? 그런데 마법 학교를 졸업한 뒤 가느다란 마법사는 굉장히 바쁜 날들을 보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가느다란 존재들도, 가느다란 마법이 필요한 곳도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마법사의 지난 활약이 궁금하다면 〈가느다란 마법사〉 시리즈 ㉠과 ㉡을 읽어 보시길 바란다.) 그사이 친구도 생겼다. 궁금한 게 많은 먼지뭉치 ‘쓸모’, 종이 한 장짜리 책 ‘타파하’와는 늘 함께다. 특히 마법 학교 도서관에서 누군가 읽어 주기를 기다리다 그만 자존심이 상해 탈출한 타파하는 특유의 수많은 지식으로 이제껏 위기 때마다 마법사를 도왔다. 동네 아이들 허지, 이예, 유호, 김서도 빼놓을 수 없다. 친구끼리는 이름을 줄여 부르는 아이들이 마법사를 ‘가느다’라고 부르는 걸 보면, 아이들도 마법사를 친구로 여기는 게 틀림없다. 얇은 실도 여러 가닥을 합하면 끊기 어렵듯, 친구들이 많아질수록 가느다란 마법사가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툭하면 학교로 돌아갈 궁리를 하던 어린 마법사는 이 커다란 세상에도 가느다란 마법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 가느다란 마법사와 종이접기 천재』는 앞서 발표된 두 권의 책에 켜켜이 쌓여 있던 소중한 인연, 김혜진 작가가 이야기 틈새에 꼭꼭 숨겨 두었던 실마리들이 모여 거대한 모험을 이루는 짜릿한 완결편이다. 한번 책장을 펼치면 멈출 수 없고, 다 읽고 나면 첫 권부터 복습하고 싶어지는 재미! 시리즈 완결편의 미덕을 오롯이 갖춘 작품이다. 위대한 종이-책 타파하가 납치됐다 걱정 많은 사람 앞에 나타나는 ‘못해 강아지’가 동네에 나타났을 때,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란 빗으로 강아지의 털에 엉킨 걱정을 빗어 주었다. 그러나 못해 강아지인 척했던 정체불명의 검은 덩어리는 그 틈에 마법의 힘을 빼앗고, 종이얼굴 인간과 함께 사라졌다. 처음부터 힘을 훔치러 왔던 것이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검은 덩어리를 잡기 위해 마법 학교와 친구인 가벼운 마법사, 뜨거운 마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타파하가 납치된다. 쓸모와 가느다란 마법사는 초록 실 마법으로 범인의 뒤를 쫓는다. 실을 따라가 도착한 곳은 바닷가에 자리한 장인 마을. 그곳에서 만난 망치잡이는 ‘종이-책’을 찾는다는 마법사에게 ‘접이꾼’ 이야기를 들려준다. 절벽 위 높은 탑에 사는 접이꾼이 어찌나 종이를 잘 접는지, 그가 만든 종이 바퀴는 진짜 바퀴보다 빠르게 구를 정도라는 것이다. 접이꾼이 종이접기에 마법의 힘을 불어넣고 있음을 직감한 가느다란 마법사는 탑의 지하로 숨어든다. 한편 납치된 타파하는 탑 꼭대기에서 범인인 접이꾼과 마주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타파하와 접이꾼은 아는 사이인 듯하다! 종이 한 장짜리 책과 종이접기 천재 사이의 해묵은 인연이 밝혀지고, 언젠가 타파하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있었다는 또 한 장의 종이-책이 등장하면서 접이꾼의 음모가 조금씩 드러난다. 종이와 먹에서 탄생한 마법은? 탑의 지하에는 오래된 벽돌에 종이를 잇대어 만든 미로가 있다. 미로 곳곳의 종이 함정들은 정교하고 날카롭다. 종이에 손끝만 베여도 얼마나 아픈가를 상상하면, 종이 갈고리에 긁히고 뾰족한 종이 턱에 걸려 넘어지는 가느다란 마법사를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오소리 보부상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구하러 온 김서, 허지, 이예, 유호 덕분에 가까스로 미로를 빠져나오지만, 이번에는 종이접기로 만든 동물들이 공격해 온다. 종이로 접은 사슴과 공작새, 뱀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마법사와 아이들을 위기에 빠뜨린다. 종이접기로 탄생한 존재들과의 대결은 사뭇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동네 아이들과 접이꾼의 대결 방법은 바로 ‘동서남북’이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법한 손 놀이인 동서남북에 운명을 건 내기는 볼수록 비장해서 더욱 웃음이 나온다. 종이는 얇고, 잘 찢어지고, 구겨진다. 접이꾼은 “누가 구겨 쓰레기 봉투에 넣으면 스스로 나올 수도 없는” 신세라고 타파하를 비웃는다. 그렇다고 종이를 약하다 할 수 있을까? 종이에는 그림이나 글자를 적어 남길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수백 년을 살기도 한다, 먹종이처럼 무언가를 옮겨 적을 수도 있고, 접어서 전혀 다른 모양을 낼 수 있다. 여러 장을 겹치면 쉽게 찢을 수 없는 힘을 낸다. 〈가느다란 마법사〉 시리즈는 ‘가느다란 것은 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번번이, 즐겁게 깨뜨려 왔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종이가 가진 다양한 면모가 재미와 마법의 원천이 된다. 모든 힘을 가질 수 있다면?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란 힘’을 알아볼 수 있기에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접이꾼은 세상 모든 힘을 볼 수는 있지만 쓸 수는 없는 존재다. 그래서 더욱 모든 힘을 가지고 싶어 했고, 비극이 시작되었다. 접이꾼은 거대한 탑에 스스로를 가두고 다른 마법사들의 힘을 훔쳤다. 그의 욕망은 마을 사람들과 가느다란 마법사, 마법사의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그러나 접이꾼은 훔친 힘으로 무엇을 하고 싶었냐는 유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접이꾼의 탑이 폭발하기 직전, 모든 힘을 가질 기회를 얻은 가느다란 마법사는 스스로에게 ‘이 힘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다. 그리고 가느다란 마법사로 남기를 선택한다. 가느다란 마법은 커다란 힘으로 누군가를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작고 여린 힘을 알아보고 실금 같은 틈새를 파고들어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다. 〈가느다란 마법사〉 시리즈에서는 가벼운 마법과 뜨거운 마법, 끊는 마법과 잇는 마법처럼 이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하나하나 소중한 마법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자. 꼭 힘을 가져야만 할까? 모두가 마법사여야만 할까? 종이접기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힘을 손에 넣으려고만 했던 접이꾼은 행복했을까? 『㉢ 가느다란 마법사와 종이접기 천재』는 남보다 많은 힘을 가지는 것보다 내 안에 있는 힘을 알아보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진실을 독자에게 전한다. 또한 접힌 종이는 펴서 쓰면 되듯, “접이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말과 글을 이어 만든 이야기의 세계 〈가느다란 마법사〉는 우리말과 우리글에 바탕을 둔 판타지다. 글자와 글자를 이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냈던 첫 권에 이어 두 번째 책에서는 ‘설마’가 나쁜 말이 고여 있는 곳으로 사람을 잡으러 오며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때 아이들과 마법사는 끝말잇기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단, 이기기 위한 끝말잇기가 아니라 더 길게 잇기 위한 끝말잇기로! 명사와 부사를 지나, 완결편인 『㉢ 가느다란 마법사와 종이접기 천재』는 움직이는 ‘동사’다운 이야기다. 접이꾼은 과연 ‘못된 마법사’일까, ‘못 된 마법사’일까? “못 되었다는 건,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거란다. 학교에는 아직 무엇이 되지 않은 이들이 모여 있어. 무엇이 될지는 자신이 선택하지.”(185쪽) 띄어쓰기 한 번이면 전혀 다른 말이 되는 ‘못 된’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접은 것은 펴면” 된다는 재치로 위기에서 벗어나며, 종이를 접듯 나쁜 생각을 접는 방법을 배우자고 제안하는 독특한 서사는 우리가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말과 글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책 마지막에 실린 〈타파하의 마법 수업〉은 어린이들에게 글자 마법의 소소한 재미를 알려 준다. 다채로운 우리말을 들여다보고, 뒤집고, 이어 붙이며 어린이에게 우리가 오늘 쓰는 말이 얼마나 강력한 마법 도구인지, 말과 글의 세계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가느다란 마법사〉 시리즈.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책장을 덮은 뒤에도 글과 말이 전한 마법은 어린이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