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여섯 번째 가족여행
율리 정답의 신 구멍 가면 벗기 허물 혼밥 골목 스트레칭 지하인이 산다 님아, 그 강을 메달 빨간 책 열쇠 오솔길 촛불 |
|
소지품 검사 이후부터 우리 반 아이들은 조금씩 바뀐 것 같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율리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딱히 율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율리를 무시하는 일에 동참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담배도 쉽게 웃으면서 넘어갔는데 다른 것들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은 웃긴 일이니까. 설령 뭐라고 한다 해도 이제 우리 반 아이들은 꼼짝도 안 할 것 같았다.
---「율리」중에서 “아빠, 이제 일어나. 이젠 아빠가 나 밀어줘야지.” 동생은 아빠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와 동생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엎드린 아빠의 등이 들썩였다. 그리고 고요한 집 안에 아빠의 흐느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빠, 왜 그래. 괜찮아?” 동생은 아빠의 등을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우리를 놀라게 하지도, 사랑의 총을 날리고 윙크를 하며 일어나지도 않았다. 아빠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커다란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였다. 나는 굽은 아빠의 등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동안 저런 것을 어떻게 참아왔을까. “왜 울어. 아빠, 왜 울어.” ---「스트레칭」중에서 “지하인들은 너처럼 그렇게 다 말 못하냐? 그러면 대화는 어떻게 해? 특히 넌 올라온 지 5년이나 지났잖아. 그런데도 못해? 하긴 해도 안 될 테니까.” “왜 그럼까. 혁준.” “지하인이면 주제를 알고 지하인답게 행동을 하든가. 네가 노력한다고 뭐가 될 것 같아?” 당할 때는 몰랐다. 누군가를 무시하며 거칠게 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하는 내내 속이 시원했다. 지금까지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가볍게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구나. 계속되는 공격에 기루비는 불을 끄고 조용히 침대로 돌아갔다. 풀이 죽은 기루비의 모습을 보아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지하인이 산다」중에서 |
|
「빨간 책」은 지금 이곳 청소년들의 심리와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도 성숙한 현실 인식의 마무리를 해내는 세련된 매력이 있다. - 이혜경 (소설가)
|
|
「여섯 번째 가족여행」은 모처럼 만난 좋은 소설이다. 구성도 좋고 화자 선택도 좋았고 극적 반전은 더 좋았다. 혈연가족의 해체라는 시의적절한 주제도 좋았다. 묘사의 묘를 살린 것도 압권이었다. 장하고 멋지다. 감사하다. - 김남호 (문학평론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