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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동원을 위한 시간표가 미리 정해지다 7
제2장 사라예보 암살사건이 일어나다 83 제3장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결정이 내려지다 111 제4장 독일의 결정이 내려지다 153 제5장 영국의 결정이 내려지다 187 제6장 종착점에 다다르다 209 주요 사건 연표 228 저자의 추천 도서 234 옮긴이의 말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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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의 문명은 확실성과 그에 따른 안전이 쭉 지속되리라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가장 분명한 예가 기차 시간표다. 기차 시간표 덕분에 사람들은 한 달 뒤 혹은 일 년 뒤에 어디에 있을지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오십 년 혹은 백 년이 지나도 자신이 투자한 돈을 손실 없이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국채를 매입할 수 있었다.
---「제1장, 「동원을 위한 시간표가 미리 정해지다」」중에서 기차는 철저하게 준비된 철도 운행 계획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각 단위부대는 또한 상급 부대의 지정된 지점에 하차해야 하며, 상급 부대들 역시 기본 계획에 따라 집단을 이루며 위치해 있어야 한다. 동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떠한 변동이나 변경도 불가능하다. ---「제1장, 「동원을 위한 시간표가 미리 정해지다」」중에서 대공은 박물관으로 가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 부상당한 사람들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따라서 차량 행렬은 구시가지로 들어가지 않고 강둑을 쭉 따라가게 될 것이었다. (중략) 여기까지가 제1차 세계대전에 불씨를 댕긴 사라예보 암살사건이다. 대공이 미리 계획된 일정을 변경하지만 않았다면 전쟁이 촉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앞으로는 미리 계획된 시간표에서 빗나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었다. ---「제2장, 「사라예보 암살사건이 일어나다」」중에서 베트만-홀베크는 아마 유럽 국가들 간의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반면에 그는 의식적으로 국지화된 전쟁, 즉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세르비아 사이의 전쟁을 원했다. 그의 생각에 이렇게 되어야 그가 안고 있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위신이 회복될 것이고, 동맹에 대한 독일의 성실성이 드러나 독일의 위신도 올라갈 것이었다. ---「제3장,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결정이 내려지다」」중에서 동원 시간표에 아주 작은 변경이 일어나면 사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었다. 그레이의 제안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폭탄이었다. 프랑스인들은 러시아와의 동맹으로 인해 독일이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자신들도 독일을 공격하겠다는 약속에 묶여 있었다. ---「제4장, 「독일의 결정이 내려지다」」중에서 1914년 7월 마지막 날 유럽 전역에서 국제선 급행열차가 운행을 멈췄다. 앞으로 6년 동안은 다시 운행하지 못할 것이었고, 거칠 것이 없던 그 옛 영광을 다시는 되찾지 못할 것이었다. 군용열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제6장, 「종착점에 다다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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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이용한 동원으로 서로를 견제했던 유럽 열강
동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변동이나 변경도 불가능하다 1차 세계대전은 단순한 지정학적 요인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산업혁명의 산물이었다. 기차의 시대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인간은 기차 시간표를 엄수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다. 독일이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을 제치고 경제 강국이 된 것도 기차를 통한 물류 혁명 덕이었다. 이 시기의 전쟁에서 기차를 통한 기동력 확보보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없었다. 1914년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로 벌어진 7월 위기 때 유럽 패권 국가들은 기차를 이용한 동원을 상대국에 대한 억지 수단으로 생각했다. 철도 시대를 맞은 유럽 국가들은 전쟁을 수행하기 전에 병력과 군수물자를 기차를 이용해 전장으로 옮겨야 했다. 동원을 위한 시간표가 미리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적국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고려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동원 체제에 돌입할 때 독일은 프랑스와 러시아라는 동서부 양면 전선에서 격돌해야 한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서부 전선에서 빠르게 프랑스에 한 방을 먹여야 했고, 결국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게는 동원과 전쟁이 하나로 묶여 있었다. 리허설도 하지 않은 동원계획 복잡한 일들을 상정한 기차시간표를 짜고, 워게임 하듯 전투를 모의로 치러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유일한 원인은 속도와 공세에 대한 믿음에 근거해 만든 ‘슐리펜 계획’이었다. 리허설은 불가능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참모총장이었던 몰트케는 슐리펜으로부터 물려받은 동원 시간표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작 독일의 전략가들 중 가장 영향력이 있던 슐리펜은 전투에 참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독일인들은 계획을 정교하게 짜면서 자신들의 기차 시간표에 묶여버렸다. 또한 1차 세계대전의 교전국들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승리를 얻기 위해서만 싸웠다. 1차 세계대전이 전후방 구분 없는 총력전으로 치달으면서 희생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장기전과 방어를 위해 파놓은 참호가 병사들의 무덤이 된 이유다. 장막 안에 감춰진 1차 세계대전 지도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 러시아의 기차 시간표도 문서상으로는 완벽해 보였지만 대체로 상상의 산물이었다. 어느 누구도 전쟁이 시작돼 백만 단위 사람이 동원될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러시아군 수뇌부는 거대한 규모의 군이 독일 전역에 투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럴듯한 숫자들을 주저 없이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러시아-독일 국경까지의 전략철도 건설을 실질적으로 검토하는 데는 게을렀다. 1차 대전의 책임이 독일이라는 주장에 맞서 침략적인 나라는 프랑스와 러시아였다거나 어느 나라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수정주의적 입장도 등장했다. 이런 오랜 논쟁 속에서 테일러의 이 책은 독일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전쟁을 피하려고 동원을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러는 1차 세계대전이 기차 시간표가 만든 전쟁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장막 안에 감춰있던 당시 황제, 정치가, 군부 지도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했다. 이 책은 1차 세계대전의 기원을 다룬 책 가운데 깊이나 디테일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무도 원치 않는 최악의 비극이 몇몇 지도자들의 광기와 함께 우발적 요인 때문에 터졌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증명되어 온 사실이다. 오늘날의 세계 질서를 만든 분기점이었던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현대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강력한 흡인력으로 1차 대전에 대해 다르게 보고, 새롭게 눈뜨게 만드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