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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너의 집은 나의 집, 나의 집은 너의 집
놀이 | 한여름 밤의 꿈 Enrico’s house_Catania 소유 | 소박한 삶 Liam & Valentina’s house_ Siracusa 예술 | 테레사와 함께 파두를 Teresa’s house_ Lisbon 휴식 | 열흘간의 평화 David’s house_ Panarea 가족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Jakub’s house_ Praha 꿈 | 노 드림, 노 라이프 Helmut & Anallise’s house_ Wien 선택 | 피아노의 숲 Bernard’s house_ Wien 자유 | 스페이스 오디세이 Eve’s house_ Brussel 고독 | 우리는 모두 섬이다 Peter’s house_ Roterdam 나눔 | 그레이엄의 식탁 Graham’s house_ Amsterdam 일 | 또 하나의 나 Stefan’s house_Copenhagen 사랑 | 여인의 초상 Verena’s house_Hamburg 자연 | 올리브 숲 사이로 Massimo’s house_ Pistoia Epilogue | 타인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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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가득한 엔리코의 포스터들 덕분에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 없는 낯선 도시의 게스트하우스에서 깔깔대며 웃는다. 영원히 나이 들지 않을 이 남자 덕분에 순간 차갑고 낯선 공간은 엔리코의 집으로 변해 나를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그것이 집과 함께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물리적으로 소유하지 않더라도, 내가 머무는 모든 공간이 집이 될 수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집도, 호텔도, 거리도, 들판도. 아주 소소한 기억 혹은 추억이 깃든 작은 물건 하나만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우리 안에 내재한 상상력의 힘이다. 그 도움닫기를 통해 우리의 작은 세계는 무한히 확장된다. ---p.34 Enrico’s house 이들은 하루에 두 끼 먹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여러 가지 곡물을 쑤어 만든 포리지로 아침을 들고, 점심은 샐러드나 간단한 야채스프를 먹었다. 그리고 저녁 대신 오후 5, 6시쯤 빵과 차로 간단한 티타임을 갖는 것으로 그날의 식사는 끝이 났다. 때때로 요리를 하기도 했지만, 가능한 가열하지 않고 자연에서 나는 날 것 그대로 먹는 방식을 더 선호했다. 야채들은 그때 그때 구해온 신선한 것을 썼고, 우유 역시 장기 보존이 가능한 것을 조금씩 먹었다. 그래서 집에는 이웃에게 얻은 작은 냉장고가 있었지만, 전기를 연결하지 않고 선반으로 쓸 뿐이었다. 에너지 또한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 이들의 생활철학이었다. 실제로 이 집에서 소모하는 가스나 전기량은 극히 적었다. 뜨거운 물도 쓰지 않았고, 난방도 하지 않았으며, 세탁기나 냉장고도 사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작은 집이지만 결코 비좁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머무를 당시엔 빵을 굽기 위해 가스 오븐을 썼지만, 나중에는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오븐을 직접 제작해서 굽기 시작했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물, 전기, 가스 사용료는 집세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이렇게 절약하는 것은 단순히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떻게 사느냐 하는 철학적 태도의 문제였고, 환경에 대한 배려였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자연적으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 것인가는 그들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고, 둘은 많은 것에 있어 실천으로 답을 하고자 했다. --- pp.58~59 Liam & Valentina’s house 이 공연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10대 소년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모두 함께 연주한다는 점이었다. 노련한 할아버지 연주자들이 먼저 끌어주자 소년은 최선을 다해 거기에 부흥하려 애썼다. 그 가르침과 배움의 현장이, 그 노련미와 풋풋함의 균형이 몹시도 아름다웠다. 공연하는 가수들의 연령층도 굉장히 다양했는데, 그중에는 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앳된 아이들도 있었다. 공연은 아마추어와 프로가 섞인 듯했다. 그냥 그럭저럭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들도 있었지만 정말이지 몇몇은 도무지 눈과 귀를 떼지 못할 정도였다. 파두는 구슬픈 목소리뿐만 아니라 소리를 뽑아내는 몸짓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파두는 삶의 애환이 담긴 노래이기에 젊은이들의 맑은 미성도 아름다웠지만, 노인들의 애환 섞인 목소리가 더 크게 마음을 흔들어놓고 여진을 남겼다. 노인들은 쇠락해가는 육신에 그들이 겪어온 삶의 희노애락을 담아 그 스스로 하나의 살아있는 악기가 되어 온몸으로 노래했다. --- p.78 Teresa’s house 산의 중턱에는 방 한 칸, 부엌 한 칸이 전부인 데이비드 친구 제니의 작은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 전 땅을 사서 지었다는 이 오두막은, 도로도 나지 않은 곳이라 큰 자재들은 헬리콥터로,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직접 손으로 옮겨야 했다고 한다. 오두막은 아름다웠다. 자연 외에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고, 집 앞에 펼쳐진 바다와 들판은 드넓었다. 곳곳에는 직접 깎아 만든 나무 의자며, 조개 장식들이 추억과 함께 머물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말을 잃고 그저 햇살을 느끼고, 바람에 귀 기울인다. --- pp.115~116 David’s house 야쿱의 집의 놀랄 만한 특징은 화장실에도 게스트룸에도 문이 없다는 사실! 대단한 건축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공사를 하다 문을 달 때쯤 예산이 똑 떨어졌기 때문이란다. 어쩔 수 없이 문 없는 채로 살다 보니 딱히 불편하지도 않아 그대로 살게 되었다는 것이 야쿱의 유쾌한 변명.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하던 것이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내게도 익숙해졌다. 그래도 손님방과 화장실엔 예쁜 천으로 가림막을 해주어서 불안에 떨며 샤워를 할 필요는 없었다. 가족용 욕실에는 가림막도 없었는데 이 가족 모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관습과 관념의 문제에 불과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개방되기 전 그곳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경악시켰던 칸막이 없는 화장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었던 것처럼. 우리와는 다르게 공간을 쓰는 방식을 경험하는 것은 암암리에 갖고 있던 공간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려 주었다. 그리고 공간과 삶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물했다.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는 가족끼리 비밀이 없다. --- pp. 134~137 Jakub’s house 나는 빈에 머무르는 동안 헬무트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에 대한 철학적 토론부터 어린 시절의 사소한 버릇까지. 내 스스로도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 그것은 내게 어떤 의미에서는 치유의 시간들이었다. 상처는 드러내는 순간부터 아물기 시작한다. 꽁꽁 감춰두었던 곪아버린 마음의 상처들도 부드러운 귀를 만나면 위로와 함께 저 멀리 하늘로 증발하곤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 상처와 이별할 수 있다. 살면서 또 언제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까. 어디서 이렇게 인내심 많고, 유쾌한 대화 상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p. 179 Helmut & Anallise’s house 피아노를 잘 치니까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편협한 논리다. 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그것을 좋아하느냐는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만이 그 부족함을 채우고, 더 나아가 뛰어남에 이를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준은 돈도 명예도 타인의 시선도 아닌 마음속 깊이 간절히 원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무한히 다양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고유한 존재이므로. 모든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쫓아 경쟁하는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만의 소중한 보물을 찾아 부지런한 걸음을 걸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다양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이 피어난다. 그리고 타인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 된다. --- pp. 199~201 Bernard’s house 비행기나 배처럼 크기의 제약이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건축가들에게는 늘 흥미로운 도전의 대상이다. 이 하우스보트는 컴팩트한 공간 구성의 모범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사실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다. 더 큰 것, 더 넓은 것을 소유해야 더 행복하다는 사회적 선입관이 우리로 하여금 집의 평수와 방의 개수에 집착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월든 숲에서 스스로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소로Thoreau의 집은 불과 4.3평에 불과했다. --- p. 233 Peter’s house 다음 날은 스테판이 참가하는 마라톤이 있는 날이었다. 마라톤 코스의 결승점이 마침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신흥 주거 단지가 있는 곳이라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바다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각양각색의 집들이 모여 있는 단지가 나왔다. 마음껏 자신을 뽐내는 다양한 건물들 사이로 자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즐기고 있는 마라토너들이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골목골목 포진해 있다. 형태며, 재료며, 디테일이며 그 풍요로움 속에 즐거운 공부를 하며 결승점에 도착하니, 얼마 되지 않아 땀으로 범벅이 된 스테판이 결승점으로 들어왔다. 무사히 완주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소시지와 빵 그리고 와인 한 잔. 얼마 되지 않는 획득물을 차마 뺏어먹을 수 없어 그에게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대신 정신없이 먹어대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pp. 290~292 Stefan’s house 나의 출발을 앞두고 스테판이 덴마크식 저녁을 대접해주었다. 다진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와 구운 채소, 그리고 와인이 전부다. 집처럼 요리에도 삶의 철학이 담긴다. 흰 접시 위에 담긴 간소한 저녁 식사가 그 어느 만찬보다 만족스러웠다. 무심한 듯 접시를 내려놓으며 보이는 그의 수줍은 미소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었다. 그도 나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각자의 고민과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 그러나 그 불완전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순간 삶을 향한 새로운 힘이 솟아나곤 했다. 그는 얼마 전 친구와 새롭게 시작한 작은 건축사무실에서 일과 사랑을 위해 영혼을 불태울 것이다. 그 제련의 시간들은 길고 고될 테지만, 더없이 값질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나 또한 곧 돌아가게 될 내 자리에서 그렇게 성장할 것이다. --- pp. 303~304 Stefan’s house 나는 와인을 따르는 얀의 거친 손이 좋았다. 자신이 어떻게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가꾸는지, 어떻게 와인을 만드는지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부드럽되 고고한 자긍심이 배어났다. 그리고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그의 얼굴에 퍼지는 미소에는 그 마법의 물을 빚은 자만이 지을 수 있는 깊은 만족감이 있었다. 그의 작은 손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그가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지 또 자랑스러워하는지가 오롯이 배어나왔다. 그는 조용히 내가 와인을 맛보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내가 너무나 훌륭하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인사를 건넸을 때, 그의 온몸에서 퍼져나오던 기쁨이라니. 농장에서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싸여 마시는, 게다가 그것을 빚은 이가 직접 서빙하는 와인은 특별했다. 그것은 호텔 바에서 허세를 부리며 마시는 값비싼 와인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었다. 참 맛이 있었다. 꾸밈없고 진실한 맛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했다. 이 대지에. 이 햇살에. 그리고 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이들에게. --- pp. 351~352 Massimo’s 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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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의 집에서 먹고, 자고, 놀고, 춤추며
그들 삶의 청자가 되고 가족이 되는 아주 특별한 여행의 기록!” 누군가의 인생을 책으로 만난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그의 눈을 통해 풍경을 보고, 그의 마음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에 더없이 짜릿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다. 건축가 전연재 씨가 쓴 《집을. 여행하다》는 구경꾼의 시선으로 낯선 곳을 여행하는 데서 나아가, 그들 삶속으로 들어가 청자가 되고 가족이 되는 아주 특별한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동경하면서도 몸소 떠나는 여행을 무한 연장하는 게으르고 안전한 여행자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삶을 만나길 좋아하는 이들이 더욱 반길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공간을 짓는 건축가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집에 기거하며, 거기서 발견한 다채로운 삶의 풍경과 삶의 방식에 대해 아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여행 에세이스트가 아닌 공간을 짓는 사람이 타지의 집을 탐험하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 왠지 모를 끌림이 있다. 저자는 주인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집만큼 사람을 닮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알게 되고, 그를 이해하기도 한다. 외연을 통해 내면을 이해하고, 내면을 이해함으로써 외연을 파악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그 크기와 돈의 가치, 즉 부의 계급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한정짓기 시작했지만 사실 집은 우리 삶의 터전이며, 터전만큼 소중한 곳이 없다. 이 책은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 누군가의 삶이 영위되고 희로애락이 머무는 하나의 소우주로서의 집을 탐험한 기록이며, 낯선 이의 집에 머물며 기꺼이 그들 삶의 청자가 되고, 또 한 명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 일상을 함께한 사람 여행 책이다. 도시, 관광명소, 유명한 건축물을 여행하는 책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훨씬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낯선 이의 집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여기, 나의 삶을 만나게 될 것이다. 너의 집은 나의 집, 나의 집은 너의 집! 지구상 80억 개의 집이 나의 집이 된다면… 건축가로 일하던 저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페루자로 1년간의 상주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유럽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다양한 곳에서 만난 이들과 어우러져 연극을 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전을 열며 그들 삶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이들의 집에 기거하면서 그녀의 집 여행은 이어진다. 때론 머물 곳이 없어서, 때로는 가난한 여행자의 경비 걱정에 누군가의 집에 잠시 신세를 지다 보니 어느덧 그들이 사는 곳이, 삶의 방식이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낸 풍요로운 공간은 길 위에 있었다고 말하는데, 그 풍요로운 공간의 핵심은 바로 타인의 집. 누군가의 집에 머무른다는 것은 굉장히 친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장실 가는 소리, 전화하는 소리, 일상생활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문제를 공유하며, 아침상을 차리고, 저녁 설거지를 맡고, 아이들을 돌보며 그들과 삶을 나누기 때문이다. 그렇게 낯선 이들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를 좀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에 이른다. 흙길을 타박타박 걷는 듯한 담담한 문체로 쓰여진 이 기록에는 함께 일상을 나눈 이만이 가질 수 있는 따사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외연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고자 한다. 그래서 공간과 삶, 그리고 사람을 읽고, 보고, 느끼는 책이기도 하다. “공간을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사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거기에 살았다는 기억, 그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건축가 승효상 씨의 말처럼 때로는 집이라는 외연을 통해 삶과 철학이라는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때론 삶을 통해 공간을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여행담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작은 친구들의 집이었습니다. 그것이 친구의 친구 집으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길 위에서 만난 낯선 타인의 집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세상에 나의 벗이, 가족이 그리고 집이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집에 대한 관심은 곧 사람에 대한 궁금함이고, 그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탐구입니다. 이 글은 그 호기심을 따라가는 길 위에서 쓰여졌습니다. 이것은 놀이이자 일이기도 했고, 미지의 당신과 나누는 대화이기도 했습니다.” ??? 여전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면… 낯선 이의 삶을 통해 지금 여기, 나의 삶을 만난다! 풍광을 전하는 여행기는 이제 식상하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방식과 질을 묻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부와 명예가 아닌, 진정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자기만족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와 맞닿아 있다. 이 책은 획일화된 삶의 가치관과 방식에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또 다른 삶의 방법도 있음을 제시한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 집에서 공간을 공유하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만나게 된 다양한 삶을 소개한다. 실상 집이란 우리의 삶이 잉태되고 머무는 곳이다. 함께 먹고, 자고,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고, 때론 갈등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부대끼며 삶의 켜가 쌓여가는 곳이다. 이처럼 이 책은 그 크기와 물질적 가치로만 왜곡되어 인식되던 집의 가장 근원적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즉,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이 지닌 의미, 그 안에서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 집과 삶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한 생의 철학에 대해 잠시 멈춰 서서 묻게 한다. 과연 우린 제대로 잘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진정 원하는 삶을 누리며 행복한지를 말이다. 여행이란 본디 낯선 것을 통해 본질을 통찰하게 하는 한편, 다양성과 수용성을 기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호화롭게 풍경을 즐기고, 눈요기만 실컷 하고 돌아오는 여행은 늘 허탈함을 동반하게 마련.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생경한 삶을 만나게 하고, 그 생경함 속에서 근원적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생의 철학과 틀에 갇혀 미처 보지 못했던 풍요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이 책은 13개의 꼭지마다 핵심 키워드를 달아 이야기를 풀고 있으나, 그에 얽매여 읽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햇살 좋은 창가에서 이웃과 차 한 잔을 나누듯 소슬바람을 맞으며 오솔길을 걷듯, 그들 삶을 만나고 느끼면 될 뿐이다. 가르치지 않아도 그들 삶의 풍경을 통해 우린 저절로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낯선 이의 집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여기, 나의 삶을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