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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지구의 스위치가 꺼진 날 학교에 가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는다 사는 곳으로 성적이 결정됐다 수능은 좋은 시험이어야 한다 무지개 그리기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류가 주인공이다 꼰대가 사라져야 디스토피아를 막는다 바이러스와 함께 계속 이렇게 산다면 학교에서 주는 밥 한 끼의 절실함 온라인 교육, 플랫폼 뒤에서 일어난 일들 회복의 시간 2부. 반 발짝 벗어나면 보이는 것 질문은 짧고 답은 길다 아이들과 함께 야한 영화를 덕업 일치의 어려움 건강한 관계도 배워야 안다 누구에게나 국?영?수가 필요할까 오뚝이처럼 다시 책상으로 반 발짝 뒤에 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당신은 학부모입니까, 부모입니까 사교육을 위한 변명 학생이 대학을 면접할 차례입니다 3부. ‘대부분’이라는 게으른 표현 열아홉 살, 입시생 아니면 수고하지 않은 걸까 학교는 돌봄을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BLM, 아시아인으로서 지지한다 전쟁에 대한 다른 기억 평화를 상상할 수 없다면 스테레오 타입은 어떤 것이라도 위험하다 LGBT를 어떻게 부르느냐고? 이름으로! 자기 정체성은 자신이 말하도록 정답만 말하려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내 세대보다 너희가 더 믿음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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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세상이 멈췄다. 어쩌면 강제로라도 멈추는 게 필요했는지 모른다. 기계가 잘 작동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흔히 전원을 껐다 켠다. 어떤 문제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해결이 된다. 언젠가 이 사회의 전원을 다시 켤 때, 그동안 마지못해 끌고 왔던 여러 잘못된 관성을 멈추고, 우리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삶을 다시 세팅할 수 있을까? 그런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상상력과 지혜를 모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 p.20 얼마 전에 “저를 기억하시나요?”라는 제목의 전자 우편을 받았다. “저는 작년 12월에 작가님의 강연을 들은 유일한 학생이었던 J입니다. 저는 그날 이후 엄마와 더 나은 삶을 보내고 있답니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이 행복해졌어요.”로 시작하는 긴 편지였다. --- p.151 이 책에 실린 「수능은 좋은 시험이어야 한다」라는 글에서 나는 대입이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겪는 청소년기의 통과 의례, 혹은 성년식 같다고 말했다. 국가와 사회가 수험생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에 대해서도 적었다. 쓰면서 마음 한편이 찜찜하긴 했다.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내가 누락시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69 “미안, 근데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는 자꾸 헷갈려.” “간단해. 트랜스 남자는 ‘그’고, 트랜스 여자는 ‘그녀’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거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를 때는 ‘그들(they)’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그냥 이름을 불러.” --- p.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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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스위치가 꺼진 날, 평범함으로 세상을 움직인 당신들의 이야기
평범한 것의 가치를 발굴하여 위로와 위안을 주는 칼럼가 ‘이향규’의 신작 위로가 되는 담요, 위안이 되는 글! 〈한겨레21〉에 연재되며 많은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던 이향규의 칼럼 「시험과 답」이 에세이집 『세상이 멈추자 당신이 보였다』로 출간되었다. 투고된 시점의 원고를 묶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쓴 글들을 포함하고, 과거의 전망을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면서 첨언을 달았다. 현재 진행형인 원고인 셈이다. 경계에 머문 소수자로서의 삶을 진실되게 보여 주었던 『후아유』에 이어 저자 특유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이다. 한국에서 다문화 청소년과 결혼 이주 여성, 북한 출신 이주민을 돕는 활동가이자 연구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2016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다. 저자는 한국에서의 이력답게 영국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해에 영국과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겨레21〉에 연재하며, 많은 공감의 댓글을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 전쟁 이후 우리가 처음으로 겪은 대규모 국가 재난이었다. 국가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정책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움직인다. 국민은 통제와 지시를 따르며, 자유를 제한당한다. 신체적으로는 안전하였지만 정신적인 위안을 챙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위로와 위안이었다. 평범한 것의 가치를 발굴하여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이향규의 글은 담요처럼 따뜻했다. 영국과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재난에서 구조되어 몸을 덜덜 떨던 사람의 어깨에 얹어지는 담요처럼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 평범함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눈, 평범함의 진가를 말하는 글! 국가 재난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지지와 연대, 각자 자리에서의 꾸준함일 것이다. 지구의 스위치가 꺼진 듯이 사회가 멈추고, 록다운(봉쇄)으로 도시가 봉쇄되었을 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평범함이라는 탁월한 무기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저자는 영국과 한국의 경계에서 체험자이자 관찰자로써 자리매김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평범함으로 멈춘 세상을 움직여 나간 ‘당신’이라 명명한 영국과 한국의 소시민들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말에는 지극히 큰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인내는 곧 꾸준함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이탈없이 이어나가는 삶의 자취이다. 이 책은 평범함이라는 탁월한 능력으로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의 면모를 세 가지로 나누어 3부로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는 멈춘 세상에서 우왕좌왕하며 사람들이 행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육 정책 결정론자들은 당시 어떤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당시로서는 가장 최선의 결정이었고 현재의 결과를 살펴보아도 대체로 옳은 방향이었다. 두 번째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자녀들의 성장 이야기이다. 성장이란 스스로 그러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저자는 자녀 성장의 조력자가 아닌 관찰자로서 성장을 응원한다. 세 번째는 ‘반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늘에 있던 사람들이 세상이 멈추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를 바로 잡고자 행동하는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2020년과 2021년. 잊지 말아야 할 시간을 저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기록했다. 저자는 미래 세대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이 책이 과거 회상이 그치지 않고 미래에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