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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감염병에 더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0인이 각각 인권, 환경, 노동, 젠더, 인종, 장애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여 감염병이 드러낸 한국사회의 취약점을 짚어봤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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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미류 / 우리는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 서보경 / 감염과 오명, 보복하지 않는 정의에 대하여 고금숙 / 마스크는 썩지 않는다 박정훈 / 코로나 시대의 배달노동 최현숙 / 홈리스들이 살아낸 팬데믹 첫해 김도현 / ‘시설사회’와 코로나19, 그리고 장애인 이길보라 / 가치에 대해 질문할 권리 이향규 / 인종주의라는 바이러스 김산하 / 마스크 아래의 민낯 채효정 / 누가 이 세계를 돌보는가 추천의 말 / 우리의 일상은 변해야 한다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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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환경, 노동, 젠더, 인종, 장애…
서로 다른 자리에서 바라본 코로나19 인권운동가 미류는 「우리는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에서 갑자기 자가격리를 하게 되며 느꼈던 두려움을 털어놓고, 결국은 단절이 아닌 연결이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취약한 곳에서 재난이 재생산된다는 그의 지적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문화인류학자 서보경은 「감염과 오명, 보복하지 않는 정의에 대하여」에서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확진자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 낙인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고리들을 파헤친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누가 이 세계를 돌보는가」를 통해 팬데믹 시기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닥친 위기를 다각도로 살피면서 ‘돌봄이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은 「코로나 시대의 배달노동」에서 팬데믹 시대 필수산업으로 떠오른 배달노동의 그림자를 짚는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사업을 접은 자영업자들이 청년 산재 사망 1위를 기록한 배달업계로 모여드는 현실은 그 자체로 재난의 한 단면이다.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의 「거리 홈리스들이 살아낸 팬데믹 첫해」와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김도현의 「‘시설사회’와 코로나19, 그리고 장애인」은 철저한 방역을 강조해온 우리 사회가 국민으로 여긴 이들이 누구인지 묻는다. 애초에 집에 머물라는 지침이 기본이 되는 상황에서 집이 없는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훨씬 잔혹하다. 노숙인들에겐 신용카드가 없으니 재난지원금을 받을 방법이 묘연했고, 급식소가 문을 닫으며 하루 한끼를 해결하기도 어려워졌다.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장애인들 역시 활동지원 서비스가 끊기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장애를 지닌 이들을 시설에서 수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이미 코호트 격리 상태에 있던 셈이라는 그의 일갈이 뼈아프다. 미뤄도 될 질문은 없다 이미 시작된 코로나 이후의 삶 ‘알맹상점’의 운영자이자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인 고금숙은 「마스크는 썩지 않는다」에서 2020년 총선 당시 고무장갑을 끼고 투표에 나섰던 경험을 회고하며 팬데믹을 핑계로 방치되고 있는 플라스틱 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야생 영장류학자 김산하는 「마스크 아래의 민낯」에서 자연파괴를 일삼다가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마스크에만 집착하는 작금의 사태를 꼬집는다. 위기일수록 절박하면서도 지혜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그의 조언을 가슴에 새길 때가 아닌가 한다. 영화감독 이길보라는 「가치에 대해 질문할 권리」에서 거짓말처럼 국경이 닫혀버린 2020년의 풍경을 돌아본다. 졸지에 생이별하게 된 일본인 파트너와 다시 만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방역’에 가려진 가치와 그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상상할 권리의 중요성을 항변한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 이향규는 「인종주의라는 바이러스」에서 중국인으로 오해받고 항변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인종주의가 퍼져나간 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이렇게 마주한 차별과 혐오의 거울에 한국의 현실을 되비추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되새긴다. 이렇게 10명의 저자들은 재난 상황에서 좁아진 우리의 시선을 열어주며 마스크를 뚫고 세상에 드러난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라고, 잔잔하지만 분명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불평등은 재난의 현상이 아니라 본질이다.” “코로나19로 없었던 문제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가려졌던 것들이 심화되어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놀랍게도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한 이들의 글은 결론에서 하나로 만난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팬데믹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삶을 다시 조직하는 모습이 회복된 세계의 토대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만들어야 할 ‘새로운 일상’은 무엇인가. 이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에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
재난 영화의 세계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끝을 모르는 재난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쓰러지는데도, 주인공과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 살아남으면 안도하며 해피엔딩이라 여긴다. 현실 세계도 똑같다면 어떨까. 재난에서 반드시 살아야 하는 주인공과, 하찮게 스러져도 괜찮은 나머지 존재가 있다면, 이보다 잔혹한 세계가 또 어디 있을까.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이 사회가 은밀히 주인공으로 설정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고발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생명을 잃을 때, 나는 누구를 염려하고 무엇을 걱정하며 혹은 누구를 비난하고 어떤 위험을 방관하며 그 긴 시간을 보냈는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게 만든다. 사람을 바이러스로 보는 시선에서 공포를 겪어야 했던 이주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원칙이 무색하게 ‘코호트 격리’라는 명목으로 집단시설에 감금당해야 했던 장애인, “집에서 밥을 해 먹으라”라는 모욕적인 말로 급식을 거부당했던 홈리스, 필수적인 노동을 제공하지만 ‘필수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감염인에 대한 비난과 분노의 철창을 만든 우리는 스스로 그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떨었고, 인간의 건강을 위해 쌓아올린 일회용품과 마스크는 지구를 더 병들게 했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서로가 필요했고, 함께 돌보고 책임지기 위한 해답을 찾아야 했다. 저자들은 재난 상황에서 한없이 좁아졌던 나의 시선을 열어주며, 마스크를 뚫고 세상에 드러난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라고 잔잔하지만 분명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겪으며 우리는 각자가 주인공이 된 세상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안전을 염려하며, 무사히 이 재난에서 살아남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예전의 일상이 누구에게나 회복해야 할 평화로운 생활만은 아니며, 어떤 것은 지구를 병들게 했다. 우리의 일상은 변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만들어야 할 ‘새로운 일상’은 무엇인가. 이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에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