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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2호 : 물질의 삶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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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박민아 · 물질이 들려주는 이야기

주제 서평
신광복 ·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 · 《물은 H2O인가?》
문규민 ·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 · 《생동하는 물질》
김지은 ·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 · 《몸 페미니즘을 향해》
안연희 ·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 · 《그리스도교의 물질성》
조태구 · 질료 현상학: 현대 프랑스 현상학의 두 갈래 길 · 《물질에 관한 현상학》
심효원 ·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 ·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상운 · 기술로 사회 다시 보기 · 《미국 기술의 사회사》
전현우 · 중동의,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 《탄소 민주주의》

비주제 서평
서보경 ·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 ·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언다잉》·《질병과 함께 춤을》
권용란 · 서양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여성 의례 · 《무당, 여성, 신령들》
최치원 · 막스 베버의 ‘방법론’ 번역과 문화자본 ·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에세이
배세진 ·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

저자 소개 12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과학과 철학의 문제들을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과정 수업에서 접한 논문 〈감각질을 콰인하기quining qualia〉(1993)를 읽으며 데닛의 생각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그의 논문 및 저술 들을 읽어가며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데닛의 관점과 글쓰기 방식에 매료되었다. 2010년에는 대학원 학생들과 독자적인 세미나 팀을 꾸려 데닛의 저작들을 차례차례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 해에 걸쳐 데닛의 대표작인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강독하였다. 이때 닦아놓은 토대가 데닛의 사상을 종합한 이 책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과학과 철학의 문제들을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과정 수업에서 접한 논문 〈감각질을 콰인하기quining qualia〉(1993)를 읽으며 데닛의 생각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그의 논문 및 저술 들을 읽어가며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데닛의 관점과 글쓰기 방식에 매료되었다.
2010년에는 대학원 학생들과 독자적인 세미나 팀을 꾸려 데닛의 저작들을 차례차례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 해에 걸쳐 데닛의 대표작인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강독하였다. 이때 닦아놓은 토대가 데닛의 사상을 종합한 이 책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번역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무인도에 들고 갈 100권의 책’ 중 하나로 데닛의 저작을 꼽을 만큼 애정을 갖고 있으며 이 책과 《다윈의 위험한 생각》,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를 베게 밑에 깔고 자면 ‘달콤한 꿈Sweet Dreams’을 꾸며 꿈속에서도 의식과 진화를 탐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강의하고 있다. 도서출판 성우 편집장 및 객원 주간, 동아사이언스 출판 팀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과학 책을 기획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모두 다르게 보여!》 《과학이란 무엇인가》(공저) 《줄기세포 생명공학의 위대한 도전》(공저) 등이 있다.

신광복의 다른 상품

중앙 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 연구교수. 경희 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인도불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 대학교 철학과에서 의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 대학교와 서울시립 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다. 주로 분석철학 계통의 형이상학, 과학철학, 심리철학, 인식론의 주요 문제들을 연구한다. 전문 분야는 의식과학과 형이상학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Making Sense of Consciousness as Integrated Information”(2019), “Exclusion and Underdetermined Qualia”(2019) 등
중앙 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 연구교수. 경희 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인도불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 대학교 철학과에서 의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 대학교와 서울시립 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다. 주로 분석철학 계통의 형이상학, 과학철학, 심리철학, 인식론의 주요 문제들을 연구한다. 전문 분야는 의식과학과 형이상학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Making Sense of Consciousness as Integrated Information”(2019), “Exclusion and Underdetermined Qualia”(2019) 등이 있다. 의식과학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 모임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현대 인류학과 존재론의 새로운 흐름들, 임상심리학과 정신의학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제대로 된 문제라면 반드시 답이 있다고 믿는다.

문규민의 다른 상품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신유물론 × 페미니즘』(공저), 『도래할 유토피아들』(공저),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식물의 사유』(공역), 『악어의 눈』, 『영화와 문화냉전』 등이 있다.

김지은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박사, 선문대학교 연구교수 논문으로는 「아우구스티누스 원죄론의 형성과 그 종교사적 의미」, 「그리스도교의 성물의 신학과 물질의 종교」, 「‘세계종교’와 종교 가르치기」 등.

안연희 의 다른 상품

경희대학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낭테르 대학(파리10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정신주의와 프랑스 현상학을 중심으로 삶vie에 대해 탐구했으며, 현재는 ‘의료’라는 인간의 고유한 활동을 통해 인간에 대해, 나아가 다시 삶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발표한 논문과 저서로는 〈미셸 앙리의 구체적 주체성과 몸의 현상학〉, 〈반이데올로기적 이데올로기 ? 의철학 가능성 논쟁: 부어스와 엥겔하르트를 중심으로〉, 《의철학 연구: 동서양의 질병관과 그 경계》(공저), 《죽음의 인문학》(공저) 등이 있다.

조태구의 다른 상품

연세대학교 매체와 예술 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포스트인간중심주의와 미디어 생태학이다. 논문으로 〈‘비판적’ 기호식〉, 〈식물의 가상적 이미지〉, 〈공동체적 행위로서의 후각〉 등이 있으며, 『물질의 삶』,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등에 공저로 참여했다.

심효원의 다른 상품

국립한밭대학교 인문교양학부 부교수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과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학(STS)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역사, 과학기술과 사회, 문화와 테크놀로지, 과학기술사 등을 가르치며, 혁신과 발명의 전형으로 알려진 사례들의 이면에 있는 현장, 그리고 그 현장을 일군 사람들의 궤적을 공부하고 있다. 미국기술사학회 Brooke Hindle Fellowship, 국제공학연구네트워크 최우수 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논문으로 “Innovation in Practice: The “Technology Drive Policy” and the 4Mb
국립한밭대학교 인문교양학부 부교수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과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학(STS)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역사, 과학기술과 사회, 문화와 테크놀로지, 과학기술사 등을 가르치며, 혁신과 발명의 전형으로 알려진 사례들의 이면에 있는 현장, 그리고 그 현장을 일군 사람들의 궤적을 공부하고 있다. 미국기술사학회 Brooke Hindle Fellowship, 국제공학연구네트워크 최우수 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논문으로 “Innovation in Practice: The “Technology Drive Policy” and the 4Mb DRAM R&D Consortium in South Koreain the 1980s and 1990s”, “Technological Origins of Korean Semiconductor Industry” 등이 있다.

유상운의 다른 상품

98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자연종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첫 책 『거대도시 서울 철도』(2020)는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저술상을 수상했으며,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2022)는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되었다. 『오송역』(2023)을 쓰고 기후위기 속 에너지 전환을 다루는 『그리드』,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를 함께 옮겼으며, 『과학적 실재론』 등 과학철학의 쟁점을 다룬 여러 책을 옮겼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이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이다. 이 책 『외톨이 역을
98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자연종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첫 책 『거대도시 서울 철도』(2020)는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저술상을 수상했으며,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2022)는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되었다. 『오송역』(2023)을 쓰고 기후위기 속 에너지 전환을 다루는 『그리드』,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를 함께 옮겼으며, 『과학적 실재론』 등 과학철학의 쟁점을 다룬 여러 책을 옮겼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이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이다. 이 책 『외톨이 역을 떠나며』는 기후변화 시대 교통과 모빌리티의 오늘과 미래를 다룬 철도 3부작의 마지막 권이다.

전현우의 다른 상품

인류학자. 대전에서 태어나 속리산 깊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에서 제일 이름이 특이한 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 캔버라, 치앙마이,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일했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 다닌다. 이주여성의 출산과 출생 등록 경험에 관한 연구로 미국의료인류학회에서 수여하는 루돌프피르호상을, 포퓰리즘과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돌봄의 미시정치에 대한 논문으로 미국문화인류학회의 컬처럴호라이즌스상을 받았으며, HIV 인권운동과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의 결합 방식에 관한 논문으로 비판사회학회·김진균학술상을 받았다. 감염병의 이동성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류학자. 대전에서 태어나 속리산 깊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에서 제일 이름이 특이한 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 캔버라, 치앙마이,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일했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 다닌다.

이주여성의 출산과 출생 등록 경험에 관한 연구로 미국의료인류학회에서 수여하는 루돌프피르호상을, 포퓰리즘과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돌봄의 미시정치에 대한 논문으로 미국문화인류학회의 컬처럴호라이즌스상을 받았으며, HIV 인권운동과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의 결합 방식에 관한 논문으로 비판사회학회·김진균학술상을 받았다. 감염병의 이동성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명과 정치 사이의 관계를 인류학의 기반 위에서 새롭게 해명하고자 한다.

주요 논문으로는 〈‘역량강화’라는 사회과학의 비전〉, 〈가운뎃점으로 삶과 죽음이 뭉쳐질 때〉, “Patient Waiting: Care as a Gift and Debt in the Thai Healthcare System”, “Populist Becoming: The Red Shirt Movement and Political Aff liction in Thailand”가 있으며, 돌봄의 윤리와 정치적 함의를 분배 정치의 맥락에서 다룬 Eliciting Care: Health and Power in Northern Thailand를 쓴 바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을 병원에 서로 기대어: 태국의 공공 의료가 만들어가는 돌봄 정치(Eliciting Care: Health and Power in Northern Thailand)》,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공저), 《아프면 보이는 것들》(공저)이 있다.

서보경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한신대학교 강사룰 지냈다. 현재 서울대 인문대학 참여연구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조선시대 왕실 조상신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조선시대 ‘개화(改火)’ 의례 연구〉, 〈조선시대 “해괴제(解怪祭)” 연구〉, 〈조선왕실 문희묘(文禧廟) 의례의 형성과 특징〉 등이 있다.

권용란의 다른 상품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정치사회철학이 주전공이다. 논문으로는 〈막스 베버의 정치사상에 나타나는 전통과 혁신〉 등 막스 베버와 관련된 수십 편의 글이 있으며, 그 밖에 헤겔, 가다머, 하버마스, 아렌트 등에 관한 다수의 글이 있다.
정치철학자, 문화연구자. 프랑스 파리-시테대학에서 「푸코-마르크스주의와 화폐: 노동-가치, 물신숭배, 권력관계 그리고 주체화」라는 논문으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금붕어의 철학』을 썼으며, 루이 알튀세르의 『무엇을 할 것인가?』 『검은 소』 『역사에 관한 글들』(공역), 에티엔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 『역사유물론 연구』 『개념의 정념들』, 루이 알튀세르와 에티엔 발리바르 등의 『 “자본”을 읽자』(공역), 제라르 뒤메닐·에마뉘엘 르노·미카엘 뢰비의 『마르크스주의 100단어』와 『마르크스를 읽자』(공역), 자크 비데의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과 『마르크스와 함께 푸
정치철학자, 문화연구자. 프랑스 파리-시테대학에서 「푸코-마르크스주의와 화폐: 노동-가치, 물신숭배, 권력관계 그리고 주체화」라는 논문으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금붕어의 철학』을 썼으며, 루이 알튀세르의 『무엇을 할 것인가?』 『검은 소』 『역사에 관한 글들』(공역), 에티엔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 『역사유물론 연구』 『개념의 정념들』, 루이 알튀세르와 에티엔 발리바르 등의 『 “자본”을 읽자』(공역), 제라르 뒤메닐·에마뉘엘 르노·미카엘 뢰비의 『마르크스주의 100단어』와 『마르크스를 읽자』(공역), 자크 비데의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과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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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26g | 152*223*18mm
ISBN13
9791189433529

책 속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성공이란 독점적 진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진리’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진리를 얻으라’는 말은 되도록 많은 실재에서 진리를 얻으라는 요구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실재에서도 되도록 많은 진리를 얻으라는 말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후자가 저자의 요구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끼리를 만지는 사람들로 우리를 비유하는 대목에서 확실해진다. 저자는 이 비유를 언급하며 “우리 자신의 특수한 경험을 너무 많이 일반화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더 많은 협력자들을 모아서 코끼리의 다양한 부분들에 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532쪽)라고 말한다. […] 따라서 저자의 능동적 실재주의는 다원주의를 옹호해야만 실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중에서

물질적 생기는 “인간의 의지와 설계를 흩뜨리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힘이다. 이런 독립성은 생기가 “자신만의 궤적, 성향, 경향을 지닌 유사 행위자나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결국 물질적 생기란 물질에 내재적으로 실재하는 힘, 능력,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의 작용action은 곧 물질의 행위action이고, 물질적 생기는 그렇게 행위할 수 있는 능력, 즉 행위성인 것이다. 작용하고 행위하는 물질이 있다면, 물질적 생기도 있다.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중에서

피와 살과 수많은 신경 세포로 이루어진 여성의 ‘몸’을 살아있는 물질이자 유기체로 다시 사유하는 것, 몸의 자취를 다시 따라가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몸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 나아가 몸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진전시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지만, 남성 중심의 권력 체계와 그에 맞게 직조된 지식 체제에 미세하지만 효과적인 균열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로스가 1980년대부터 착수해 1990년대에 꽃피운 이 험난한 작업은 약 3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중에서

바이넘의 이 책은 만지면 향기를 내뿜고 병을 치료하거나 성인의 의지를 표현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성 유골, 피 흘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성체, 움직이는 성상 등 가시적으로 움직이고 변하는 물질들과 그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 등 물질의 변화 가능성이 종교적, 정치적, 사회 문화적 화두가 되어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중세 후기를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이 시대에는 오늘날과 사뭇 다르게, 그러나 어떤 점에서는 마찬가지로 물질의 행위성이 신학 이론이나 교회 정치의 장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펄펄 살아있는 쟁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중세의 사물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지금 또 다른 방식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물질에 대한 매혹과 두려움, 물질의 행위성과 활력이라는 지적 도전을 인간 중심의 근대적 이분법의 제한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음미해 볼 수 있다.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중에서

타자기는 글쓰기를 탈성화할 뿐 아니라 손 글씨의 독특한 고유성을 표준화한 기계 활자로 대체함으로써 탈인격화한다. 타자기는 이렇게 개인의 특이성을 익명으로 사라지게 할 뿐 아니라, 문장들을 물질적 차원에서 각각 분리된 개별 철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언어가 영혼에서 비롯된 총체적인 사유를 밖으로 송출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던 손 글씨의 시대와는 다르고, 키틀러는 이에 따라 타자기와 뇌가 둘 다 뇌생리학적 기능을 갖춘 기계 장치의 제어 시스템이라는 동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키틀러는 “우리의 필기도구가 우리의 사유와 더불어 작업한다”(373쪽)는 니체의 말에서 한층 더 나아가 “정보 기술이 더 이상 인간에 환원될 수 없으며 […] 이제는 정보 기술 자체가 인간을 만든다”(375쪽)라고 주장한다.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중에서

항 CCP 항체 음성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겪고 있으며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한 여성의 삶에는 서로 어긋나는 지식 체계의 틈이 여럿 드러난다. 단 하나의 지표만을 가지고 질병의 특성을 온전히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과거의 지식에 기반한 의료 보험 체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성이 경험하는 구조적 폭력의 높은 강도와 자가 면역 질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성의 높은 발병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역시 ‘미확인’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뒤센베리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이 답해지지 않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성차가 인간 신체의 변화와 질병 경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치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의과학의 진일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여성적 추론의 영역은 원한이나 집착, 환상과 같은 미혹迷惑의 영역이 아니다. 이 영역은 외려 지성의 첨단, 새로운 지식의 탄생을 예비하고 있는 창조성의 지평이다.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중에서

그레이버는 아나키스트 인류학을 제창한다. 아나키즘은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한 좌파 급진 정치철학 전체와도 불화하는 이단 중의 이단인데, 왜냐하면 아나키즘은 이미 언급했듯 국가 없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 아나키즘은 ‘너’와 ‘나’ 사이에 국가가 매개하는 어떤 통치 형식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도래가 가능하다고 유토피아적으로 사고하며, 그레이버는 그 과학적 가능성을 국가 없는 사회에 대한 인류학의 연구들에서 발견한다. 앞서 언급했듯 지배의 형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평등주의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류학적으로도 인정되지만, 최소한 국가 혹은 정부의 통치가 없는 사회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중에서

출판사 리뷰

물질의 행위성과 활력이라는 지적 도전”
추상적 질료에서 일상의 사물까지,
현대 이론의 최전선이 사유하는 인간 바깥의 삶


‘주제 서평’은 오늘날 인문사회과학에서 학제적 담론으로 확장되면서 현대 이론의 최전선을 형성하는 ‘물질’ 연구를 다룬다. 물질은 추상적 질료이건 구체적 사물이건 누구에게나 “삶에 밀착된 사안이고 매혹과 두려움을 야기하는 뜨거운 관심사로, 그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삶에 현전한다”.(안연희, 본문 중에서) ‘주제 서평’에 수록된 글 8편은 20세기 이후의 이론과 사상이 인간을 주체의 자리에, 물질을 객체의 자리에 고정해온 인간 중심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것’의 바깥, 두렵고도 매혹적인 비인간 행위자들의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게 된 경위를 다각도에서 조망한다.

먼저 신광복의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는 ‘과학자들은 물이 H2O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물음을 따라가며, 장하석의 《물은 H2O인가?》가 물질의 미시적 구조 연구를 통해 원자화학 연구사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발전적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상술한다. 이어지는 글 3편은 2000년대 인문학의 ‘물질적 전회’로 불리는 신유물론과의 연관 아래 진행된다. 문규민의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은 오늘날 신유물론 철학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생기론적 유물론의 ‘원전’,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을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존재론(OOO),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머니즘 등 동시대의 철학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김지은의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는 엘리자베스 그로스의 《몸 페미니즘을 향해》를 중심으로, 현대 페미니즘 철학이 몸과 정신, 생물적 요소와 사회 구성적 요소, 섹스와 젠더의 이항 대립에서 빠져나와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몸에 주목하게 되면서 오늘날의 신유물론 페미니즘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안연희의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는 ‘살아있는 성스러운 물질’이 쇄도했던 중세 후기 종교 문화를 다룬 캐럴라인 바이넘의 《그리스도교의 물질성(Christian Materiality)》을 통해, 인간 중심의 근대적 관점이 확립되기 이전에 영적, 정신적 추구가 어떻게 성물과 같은 구체적 물질과 관계 맺었는지를 논하며 ‘물질 종교’ 연구의 흐름을 소개한다.

조태구의 〈질료 현상학: 현대 프랑스 현상학의 두 갈래 길〉은 논문 선집 《물질에 관한 현상학(Phenomenologies de la matiere)》을 살피며, 형상과 관계 맺기 이전의 순수한 질료를 파악하지 못한 후설 현상학의 한계를 현대 프랑스 현상학이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 개괄하면서 물질에 관한 추상적 차원의 논의를 마무리한다. 이후의 글 3편은 미디어학, 기술사, 정치경제학을 통해 구체적 사물이 어떻게 현대적 삶의 조건을 형성하고 또 변화시키는지를 논한다. 심효원의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는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는 문구로 널리 알려진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대표작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축으로, 미디어의 물질성을 다루는 메타 학문인 미디어학이 어떻게 인간을 영혼이 제거된 정보 시스템으로 파악하며 오늘날 문화 연구에 반향을 일으켰는지 상론한다. 유상운의 〈기술로 사회 다시 보기〉는 ‘기술의 사회사’를 개척한 루스 슈워츠 코완의 업적을 돌아보며, 거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일상의 물건에 주목하여 이를 정치사, 사회사, 노동사, 문화사 등과 엮어낸 《미국 기술의 사회사》를 논평한다. 끝으로 전현우의 〈중동의,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석유라는 물질이 민주주의를 억압해 온 양상을 탐구하는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를 계기로 경제 개발 방법과 성장의 한계, 정치적 기구에 관해 고찰하며, 에너지 활동의 변화 및 균형 잡힌 혼합 정체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새로운 책과 흘러간 책,
낯선 문제와 오래된 뿌리


‘비주제 서평’은 신간과 구간, 고전을 포괄하며 우리가 맞닥뜨린 현안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고, 한국 문화의 한 조각을 외부의 시선으로 관찰하며, 학문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 번역의 문제를 돌아본다. 서보경의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월경 이상 문제를 발단으로, 여성의 질병과 고통을 다룬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언다잉》, 《질병과 함께 춤을》을 함께 읽으며 지식 체계의 어긋난 틈이 낳은 의학의 구조적 무지에 대한 해결을 촉구한다. 권용란의 〈서양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여성 의례〉는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삶과 무속을 다룬 로렐 켄달의 《무당, 여성, 신령들》을 통해 근대화 시기의 생활사를 살펴보고, 조선 시대 이후 여성 의례의 위치 변화를 돌아본다. 최치원의 〈막스 베버의 ‘방법론’ 번역과 문화자본〉은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번역 출간을 계기로 베버 사상의 핵심적 테제를 짚어보며, 기존의 여러 번역본과 새로운 번역본을 비교해 논평한다.

‘에세이’는 책이라는 경계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형식의 학문적 논설을 소개한다. 배세진의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는 《불쉿 잡》 번역 출간을 동인으로, ‘행동하는 지식인’ 그레이버의 사상적 여정을 따라가며 그가 개진한 아나키스트 인류학을 “정치철학을 해체하는 정치철학”으로, 또 정세 속에서 인류학을 실천한 비판 이론으로 해석한다.

시대와 분과를 가로지르는 지식의 교차로
읻다의 본격 서평 무크지 《교차》


2021년 읻다에서 창간한 서평지 《교차》는 연 2회 발행되며, 학술서를 중심으로 국내외 여러 분야의 책을 다룬 10여 편의 서평을 수록한다. 각 서평은 학술지 논문에 준하는 분량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책의 논지와 이를 둘러싼 맥락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자신의 해석을 개진하여 오늘의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주제 서평’은 특정 분야나 시기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의 분기점이 된 고전과 최신의 연구를 종횡으로 오가며 교차점을 모색한다. 이어 ‘비주제 서평’을 통해 흘러간 책을 되짚어 보고 새로 출간된 책을 살피며, 오래된 질문과 참신한 사유를 지금 여기의 문제와 연결 짓기 위한 가능성의 지평을 탐색한다. 이로써 책을 통해 축적된 사유가 서평을 매개로 맞부딪치는 지적 교류의 장을 지향한다. 1호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은 고전과 현대의 문제작을 오가며 지식 공동체의 작동과 변모를 살펴보았으며, 2호 《물질의 삶》은 추상적 질료부터 일상적 사물까지 물질이 지닌 행위성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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