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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는 말
비만 낙인(Obesity Stigma) _박승준 - 영화 〈더 웨일〉을 통해 본 비만의 사회적 영향 영화 〈더 웨일(The Whale)〉 줄거리 뚱뚱함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현대인은 왜 뚱뚱해졌을까? 비만은 경제적 살인자 인격의 살인자, 비만 낙인 낙태를 선택할 수 있을까 _조태구 - 영화 〈레벤느망〉과 〈24주〉를 중심으로 본 임부의 자기결정권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 살과 뼈로 체험되는 낙태 선택지 없는 선택 갈등으로 체험되는 낙태 까다로운 선택 다시,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 입원과 의료 행위의 강제성 _최성민 -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통해 본 정신 질환의 치료 문제 밀로스 포먼 감독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정신 질환의 역사와 정신병원 정신 질환 치료의 강제성 비자의 입원(非自意入院)과 또 다른 문제 강제적 입원의 또 다른 경우들 돌봄의 진정한 의미와 인간의 존엄 _조민하 -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중심으로 영화의 배경과 줄거리 필립과 드리스의 만남 장애란 무엇인가?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기 서로의 아픔에 한 발짝 다가가기 선의지(goodwill)와 시스템 사이에서 _이상덕 -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통해 본 의료범죄 의료사고, 의료과실, 의료범죄 강한 병원과 약한 간호사 둘―영화의 줄거리 선량함(goodness)과 선의지(goodwill)의 사이에서 의료범죄의 사건들: 시프먼 사건과 유령수술 결론: 시스템 강화와 선의지를 통한 환자 안전 구축 우리의 건강을 둘러싼 위험의 실제 _이동규 - 영화 〈다크 워터스〉를 통해 본 환경과 건강 절실한 의뢰에 대한 변호사의 선택 역사적 판결의 의의 화학 기업의 충격적 진실 고통 청취자로서의 공동체 에필로그 질병, 사회, 윤리, 그리고 신뢰의 교차점 _최성운 - 영화 〈컨테이젼〉과 팬데믹 질병과 사회를 동시에 그리다 주요 등장인물을 통해 펼쳐지는 〈컨테이젼〉의 세계 영화와 현실이 던지는 의료 자원 분배의 질문,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백신 추첨과 사회적 신뢰: 영화와 한국의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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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비만』에서는 의사들이 비만에 대한 훈련이 충분하지 않으며 비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전문 의료진의 무관심, 고도비만이 아닌 초기 비만이나 중등도 비만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자세, 부적절한 진단 혹은 미흡한 예방 등이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의료진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비만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인식이 변화한다면, 현대사회에 만연한 비만 문제의 해결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 p.35 영화 〈레벤느망〉에서 확인했듯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부 자신은 태아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을 수 있다. 임부의 자기결정권의 부재에 태아의 생명권의 부재가 연동되는 것이다. 반면, 영화 〈24주〉에서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폭넓게 인정되어 있기에, 오히려 태아의 생명권이 끊임없이 상기되고 고려된다. 물론 낙태라는 행위 자체의 본질적 성격으로 인해,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모순 관계는 결코 극복될 수 없을 것이다. 낙태를 선택하면 태아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삶의 어느 차원에서는 이 두 권리가 서로가 서로를 요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삶의 본성을 고려할 때, 어쩌면 이것이 당연한 삶의 현상일지도 모른다. --- p.62 입원이나 치료는 본질적으로 환자의 질병이나 질환을 완화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라는 목적이 앞서서, 환자의 자율성이나 인권, 신체의 자유가 훼손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정신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치매 환자 혹은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환자, 정신 질환자의 입원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 p.89 필립은 대학 때 만난 사랑했던 아내가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불행한 삶을 살다가 자신마저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그러다가 펜팔 하던 일리노어와 사랑에 빠졌으나 장애인이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드리스가 동생의 일로 필립의 곁을 떠나게 된 기간 동안 필립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고 손발을 움직일 수 없어 죽을 수도 없음에 한탄스러워했다. 그러던 필립이 다시 드리스를 만나 생기를 되찾고 사랑하는 일리노어까지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고통과 외로움을 공유하면서 상대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의 상처와 취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상대방은 이를 받아 주면서 진정한 인간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113 환자 안전은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의료인의 윤리적 실천이 맞물릴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제도는 신뢰의 기반을 제공하고, 선의지는 그 신뢰를 살아 있는 현실로 만든다. 결국 두 축이 함께할 때만 의료는 환자에게 진정한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 --- p.137 의료인문학은 여기서 ‘사후 재난 관리’와 ‘장기적 회복’의 중요성을 조명하며, 단발성 제재가 아닌 지속적 돌봄 체계 구축을 촉구한다. 〈다크 워터스〉에서 여러 장면이 이러한 부분을 시사한다. 주유소에서 만난 피해자, 곧 죽을 상황에서 로버트에게 힘을 준 농부 월버, 그리고 로버트의 아내가 이러한 체계의 일부를 구축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체내 PFOA 농도를 검사하며 불안과 희망 사이를 오간다. 로버트는 법정 밖에서도 여전히 싸움을 이어 가며, 환자·시민·전문가가 협력해 건강 정의를 수립해 나가는 공동체적 실천을 강조한다. 〈다크 워터스〉는 의료윤리·환경 보건·사회정의를 아우르는 서사로, 우리가 모두 삶의 권리와 공공선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함을 일깨운다. --- p.155 팬데믹은 모든 사회의 ‘신뢰 설계도’를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대만은 2003년 SARS의 기억을 제도화하여, 건강보험카드 기반의 마스크 재고 시스템과 지도·앱을 통해 자원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데이터의 개방성이 곧 신뢰의 기반이 된 것이다. 일본은 초기에 자율적 거리두기와 시민의 ‘상식적 준수’에 의존했지만,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 혼선으로 정부 신뢰가 급격히 하락했다. 과학의 언어가 정치의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 결과였다. --- p.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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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지나온 세계는 의료를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병원과 의학 기술에 한정되었던 의료의 범위는 이제 개인의 삶, 사회적 관계, 경제 구조, 국가의 정책, 세계적 위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었다.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이 펴낸 『영화로 만나는 의료인문학 2』는 이러한 변화된 시대 인식을 반영하며, 의료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읽어내는 특별한 시도를 담고 있다. 1권에서 미래 의료, 돌봄, 생명윤리 등 비교적 넓은 주제를 다뤘다면, 2권은 오늘의 의료 현실을 이루는 훨씬 더 다층적이고 날카로운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책은 단순히 영화 속 장면을 해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각각의 영화가 품은 윤리적 질문을 의료인문학이라는 사유의 틀로 확장해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무게를 가진다.
박승준이 다룬 〈더 웨일〉은 비만을 둘러싼 편견과 혐오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드러낸다. 비만을 개인의 선택과 의지의 문제로 환원하는 사회적 통념은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 장은 영화 속 주인공의 고립과 고통의 서사를 통해 비만 낙인의 폭력을 생생하게 환기한다. 비만이 의료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배제, 사회적 모멸, 심리적 파괴를 낳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독자로 하여금 다시 직면하게 한다. 특히 “비만은 인격의 살인자”라는 표현은 혐오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한다. 조태구가 분석한 〈레벤느망〉과 〈24주〉는 낙태 문제를 도덕적 판단의 영역에서 ‘몸의 경험’이라는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낙태를 둘러싼 법·윤리·종교의 논쟁은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이를 감내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감각·통증·두려움·사회적 압력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 장은 영화가 보여 준 ‘살과 뼈로 체험되는 낙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추상적 원칙이 아닌 임부의 삶과 경험을 중심에 놓는다. 이는 낙태 논쟁이 지닌 인간적 깊이를 되찾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정신질환 치료의 윤리를 다룬 최성민의 장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통해 치료와 통제 사이의 긴장을 조명한다. 강제 입원은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면서 동시에 환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폭력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장은 정신병원이라는 제도적 공간이 어떻게 규율과 권력의 장이 될 수 있는지 드러내고, 비자의 입원 이후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 파괴, 사회적 낙인, 제도적 한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리한다. 정신질환 치료가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어떤 방식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다룬 성찰이다. 조민하가 다룬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돌봄을 일방적 ‘도움’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성·존엄·관계 회복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장애를 결핍이나 부족함으로 규정하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필립과 드리스의 관계는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 모두가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임을 증언한다. 이 장은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기”라는 한 문장에 책 전체의 문제의식을 응축해놓은 듯하다. 의료범죄를 다룬 이상덕의 장은 〈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통해 의료사고·과실·범죄의 경계를 엄밀하게 정리하며, 의료 시스템이 지닌 구조적 취약성을 분석한다. 의료 범죄는 개인의 일탈 행위라는 인식을 넘어, 병원의 업무 구조, 인력 배치, 제도적 압박이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증폭시키는지를 드러낸다. 시프먼 사건과 유령수술 등 실제 사례를 교차 검토하면서 의료에서 신뢰가 어떻게 구축되고 무너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동규가 분석한 〈다크 워터스〉는 환경오염이 곧 건강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시킨다. 기업의 탐욕과 국가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은 개인의 의지나 생활습관으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장은 환경오염이 야기하는 신체적·사회적·정치적 상처를 보여주며, 공동체가 고통의 청취자이자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윤리적 요청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최성운의 장은 〈컨테이젼〉을 분석하며 팬데믹의 현실을 의료자원 배분, 신뢰, 공동체의 윤리라는 관점으로 확장한다.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팬데믹이 남긴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며, 이 장은 영화와 한국 사회의 경험을 교차시켜 오늘의 윤리적 기준을 다시 검토하게 한다. 『영화로 만나는 의료인문학 2』의 가장 두드러진 미덕은 깊이와 접근성의 균형이다. 난해한 의료윤리 문제를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풀어내고, 이를 인문학적 사유로 확장해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가도록 돕는다. 복잡한 의료 문제를 사회 구조, 윤리, 감정, 제도, 관계의 층위에서 동시에 성찰하게 만드는 이 책은 의료인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의료계 종사자뿐 아니라, 의료 문제를 자기 삶의 문제로 이해하려는 일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의료는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영화로 만나는 의료인문학 2』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며, 의료와 삶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영화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 책은 의료를 다시 사유하고, 인간을 다시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며, 팬데믹 이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유의미한 지적 자극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