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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5
1장 문화인류학자의 동남아 사회문화 이야기: 동남아 문화 두텁게 쓰고 깊이 읽기 _홍석준 1. 왜 동남아인가? 23 2. 동남아의 특성: 다양성과 동질성 26 3. 역사 속의 동남아, 동남아 속의 역사: 외부와의 상호작용 30 4. 동남아의 문화적 동질성 42 5. 다양성과 동질성의 상호작용: 말레이시아의 종족 관계 48 6. 종족 간 조화와 갈등 52 7. 누가 말레이인인가?: 종족성 연구와 문화적 경계 58 8. 말레이인다움은 무엇인가?: 종족성 연구와 헤게모니 67 9. 맺음말에 대신하여 76 2장 동남아의 증여와 호혜성 _오명석 1. 들어가며 87 2. 호혜적 의무의 네트워크: “우땅 나 로옵” 91 3. 상호부조와 공동체적 협동: “고똥 로용” 99 4. 의례적 선물교환: 호혜성과 명예경쟁 109 5. 증여와 종교적 구원: 불교와 이슬람에서의 공덕 쌓기 119 6. 결론 135 3장 베트남의 산업화와 노동자의 저항 _채수홍 1. 동남아시아인의 삶과 문화의 현재적 위치 찾기 147 2. 사회주의 베트남의 자본주의적 산업화에 대한 상념 151 3. 사회주의 베트남의 자본주의적 산업화의 원인, 과정, 그리고 현재적 좌표 158 4. 사회주의 베트남의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노동시장의 변화 과정 168 5. 베트남의 자본주의적 산업화에 대한 노동계급의 인식과 대응 177 6.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문화, 이데올로기, 그리고 헤게모니 188 4장 인도네시아의 언어 이야기: 말레이어와 자바어를 중심으로 _강윤희 1. “수다 만디?”: 언어의 친교적 기능 199 2. “모기 잡아, 모기 잡아”: 생태환경과 언어 203 3. 나는 너를 어떻게 부를까?: 호칭어/지칭어와 사회관계 208 4. 바차baca? 빠차pacar?: 언어의 힘에 대한 문화적 관념 218 5. “국어를 사용하고, 지방어를 사랑하라”: 인도네시아의 언어 정책과 언어 변화 226 6. 나가며: 인도네시아의 변화하는 언어 지형과 문화 239 5장 “변경에서 꽃이 피다”: 틈새에서 바라보는 동남아 _이상국 1. 변경 인식과 재인식 249 2. 변방과 역사 254 3. 변방과 정치: 국가 속의 국가 269 4. 초국적 네트워크와 국경사회체제 277 5. 딛고, 잇고, 넘다: 지역 통합과 연계성 286 6. 어떤 꽃을 피울 것인가 292 6장 공공의 건강을 다시 생각하기: 동남아시아와 지역 보건의 새로운 가능성들 _서보경 1. 의료보험이 한국의 자랑이라면 301 2. 태국의 보편적 의료보장 보험 303 3. 만성질환과 의료 공공성 311 4. 공공의 건강 317 5. 신종감염병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라는 새로운 위기 앞에서 322 6. 결어: 함께 살기의 방식으로 의료와 건강을 생각하기 326 7장 풋내기 인류학자의 국제개발협력 알아가기: 필리핀 빈곤 지역에서의 ODA를 사례로 _정법모 1. 들어가며 333 2. 동남아의 개발과 ODA 사업 333 3. ODA 사업과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 그리고 인류학자 346 4. 편들기와 실천 인류학 354 5. 나오며 360 8장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이야기: 이슬람화와 사회종교적 영향력의 확대 _김형준 1. 종교의 중요성 365 2. 이슬람 이전의 종교: 힌두불교 370 3. 이슬람의 도입과 특성 378 4. 네덜란드 식민지배와 이슬람 384 5. 이슬람화 운동: 1970년대 이후의 변화 388 6. 지역 수준에서의 이슬람화 393 7. 1990년대 이후의 이슬람: 내적 분화의 심화 399 8. 이슬람의 사회종교적 영향력 407 사진 출처 417 찾아보기 420 이 책을 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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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관련 여행기와 전문화된 연구물 사이의 간극을 메울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주요 동인이었다. 동남아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로 구성된 필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경험이 학계를 넘어서 더 넓은 범위의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동남아 방문객의 폭발적 확대 양상이 동남아 사회와 사람에 관한 관심으로 확장될 때 우리와 동남아 사이의 진정한 교류가 진행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점에 필자들은 공감했다.
--- p.7 정치학자에 이어 동남아 연구를 견인한 집단은 문화인류학자였다. 동남아 국가 대다수에서 장기간의 현지조사를 경험한 연구자가 출현했고, 경제, 종족, 종교와 같은 전통적인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관광, 보건, 개발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 연구 관심이 확대되었다. 문화인류학자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참여로 인해 문화인류학이 “정치학과 함께 동남아 지역연구의 양대 축”을 형성할 수 있었고, 향후 동남아 연구의 도약이 문화인류학자에 의해 주도되리라는 전망을 제시할 수 있었다. --- p.9 현재의 동남아의 모습은 동남아시아 고유의 특성과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상호작용을 한 결과이다. 외부와의 상호작용의 기록은 기원전·후에 걸쳐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다. 동남아와 인도, 중국, 아랍, 서구와의 상호작용은 특정 시기에 시작되어 특정 시기에 끝이 나는 성격이 아니었다. 상호작용이 처음 시작된 후 현재까지 지속되는 양상을 보여서, 인도의 영향을 받았던 동남아에 중국의 영향이, 인도,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동남아에 아랍의 영향이 새로 추가되어 기존의 것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 p.30 필자가 1980년대 말에 말레이시아 농촌 마을에서 박사논문을 위한 현지조사를 할 때 경험한 일이다. 마을의 작업장을 내 숙소로 정하고 책상, 침대, 주방 용구들을 새로 마련했는데, 내 방을 구경하러 온 마을 청년 중 몇 명이 내가 마을을 떠날 때 이 물건들을 자신에게 팔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을 받은 나는 놀랍기도 하고 불쾌한 느낌도 들었다. 이제 막 마을에 들어왔는데 곧 떠날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불편했고, 너무 실리를 밝히는 것 같은 태도도 마음에 안 들었다. 1년 정도 마을에 머물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과 라뽀를 맺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던 나에게는 예기치 못했던 돌발적인 상황이었다. --- p.87 공덕은 마치 “영적 화폐”인 것처럼 계산되거나 축적될 수 있다. 스피로Spiro가 조사한 미얀마의 농촌과 탐비아가 조사한 태국의 농촌에서 마을 주민들은 “공덕 회계장부”를 소유하고, 여기에다 자신이 행한 공덕 쌓기의 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이 장부를 통해 내세에 자신이 어떤 상태로 환생할 것인가를 가늠하기도 하고, 앞으로 공덕을 쌓을 행위를 기획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축적한 공덕과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저지른 나쁜 행위 사이의 대차대조표적 계산에 의해 내세에서의 환생이 결정된다는 믿음이 공덕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 p.122~123 20년 넘게 베트남을 전공지역으로 삼아 연구해온 필자가 강연을 할 때마다 반드시 받는 당혹스러운 질문이 두 가지 있다. “베트남 문화는 어떤가요?”, “베트남인의 민족성이 어떤가요?” 첫번째 질문에는 베트남의 문화가 몇 줄의 문장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가 숨어 있을 뿐 아니라 변하지 않는 본질essence을 가진 문화의 뿌리가 있다는 일반화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 베트남인의 민족성에 관한 두번째 질문은 첫번째 질문과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부지불식간에 악의적인 의도까지 함축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베트남인이 정직하지 못하고, 부지런하지 못하며, 솔직하지 못하고, 깨끗하지 않다는 편견을 내재화한 채 이를 필자에게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p.147~148 베트남의 다국적 공장이 처음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규정을 잘 지켰던 것은 아니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여 사회문제로 공론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베트남의 다국적 공장은 임금과 관련된 분쟁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양호한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여 이에 대한 노동자의 불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2000년 중반 이후 베트남에서 발생한 노사분쟁은 거의 대부분 이러한 제반 권리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다투면서 발생하고 있다. --- p.180 쁘딸랑안 사람들은 개인적인 “나”보다는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위치 짓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나”라는 일인칭 대명사보다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언어적 관습을 발전시켰다. 또한 므눔바이 의례요에서 분석했듯이 의례요에서 사용되는 호칭어 분석을 통해서, 쁘딸랑안 사회에서 널리 유통되는 “사랑”이나 “애정”의 정서들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 표현이 아니라, 그러한 감정에 내재된 사회적 역할과 관계에서 요구되는 책무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관습적 호칭어 사용의 분석은 쁘딸랑안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와 그에 따른 문화적 가치를 추적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 --- p.217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언어 생태는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 것인가? 우선 급속한 전 지구화에 따라서 여러 가지 외국어의 유입과 언어 접변이 가속화될 것이다. 영어와 아랍어의 영향(김형준 2001 참조)은 물론이고, 초국가적 이주를 통한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다양한 외국어들의 영향도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한국 제조업체에서는 한국어의 문법 구조에 인도네시아어의 어휘가 삽입된 일종의 피진어pidgin로서의 단순한 인도네시아어가 사용되고 있다(강윤희 2017).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남부 부톤Buton섬에 위치한 찌아찌아Cia Cia족의 경우 한글을 자신들의 고유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채택하기도 했다. --- p.240 우기에는 비가 추적추적 날마다 내리고, 한번 쏟아질 때는 폭포처럼 내리붓는다. 오늘날에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많아 출입이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길이 질퍽해져 도무지 다닐 수가 없었다. 왕도 군사도 제대로 행차할 수 없었다. 국가 영역이 왕국의 핵심부로 줄어들고, 평지라 할지라도 변방이 되고, 기존의 변방이나 무주권 영역은 더 넓어졌다. 그러다가 건기가 되면 국가 영역은 다시 넓어지고, 변방과 무주권 영역은 줄어들었다. 동남아의 전근대 국가들은 계절 국가였던 셈이다. --- p.257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법이 아니라 환대의 빚이었다. 우리 주변에 불가피하게 그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불법”이지만 정당한 사람들 말이다. 이들을 범죄자라고 쉽게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범죄는 불법이고 부당한 범주에 속한다. 불법이지만 정당한 영역이 바로 틈새의 영역, 많이 들어봤을 회색지대이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 잠재적 틈새인이고 회색인이다. --- p.296 태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의료보험 개혁의 과정에서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의 경험을 주위 깊게 살폈으며,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의료 공공성을 확보해냈다. 우리는 과연 동남아시아의 성취와 변화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의 영리 병원 설립 논의에서 메디컬 투어리즘의 확대와 그에 따른 경제성장을 기대하는 방식, 또 아세안 협력에서 의료를 다루는 방식은 동남아시아를 일종의 잠재적 수요로 상상하는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최첨단 의료 설비를 갖추지 못한 동남아시아 각국의 환자들이 한국에 몰려오기를 바라는 속내를 못내 감추기 어렵다. --- p.321 신종코로나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독성이 강한 병원체가 퍼질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그중 하나인데, 아시아는 여기서 국적과 관계없이 시한폭탄을 함께 안고 있는 운명 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 이후 동남아시아는 물론 한국과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2004년 태국에서 처음으로 인간 대 인간 감염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 능력과 그에 따른 백신 접종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우리는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치명적인 조류인플루엔자 이형의 위협 앞에 모두 함께 놓여 있는 것이다. --- p.324 빈민에 대한 철거를 우려하던 필리핀 빈민운동 단체들은 한국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나는 한국 대사관이나 한국 기업과 필리핀 주민이나 활동가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앉아야 할 자리를 선택할 때부터 고민이 되었다. 보통은 “필리핀 단체 옆”에서 한국 측 사람들을 마주 대하는 자리로 정했다. 한국 기업 당사자가 미팅이 끝나고 나가는 자리에서 우리를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며 한마디 하고 떠났다. 다른 자리에서도 한국 정부의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한국 활동가에게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었다. --- p.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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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고 두텁게 쓰고 꼼꼼하게 말하는 동남아 사회문화 여덟 가지 이야기!
한국 인류학자들이 생생하게 전하는 인류학 동남아 연구의 현주소! 한국 인류학, 동남아를 만나다 사람마다 관심사에 따라 동남아를 바라보는 눈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세계 경제 체제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의 경제력(2017년 현재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인구 3위, 경상GDP 6위, 상품 수출 4위, 상품 수입 3위를 자랑한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동남아의 빼어난 자연과 문화 유산, 다채롭고 풍부한 먹을것과 쉴곳에 매료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아직까진 구미나 중국, 일본만큼 많지는 않지만) 동남아의 역사, 문학과 예술, 정치 사회 현상과 같이 좀더 복잡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에 관심을 분명한 것은 동남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추세에 맞추어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다양한 차원의 책이 출간되고 있으며, 점점 더 고급한 정보와 분석, 학술 자료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에서 밝히듯이, 한국에서 동남아 지역연구의 첫 세대를 주도한 학자들은 비교정치학의 학풍을 지닌 정치학자들이었다. 그들에 이어 동남아 연구를 견인한 집단은 문화인류학자들이다. 한국의 문화인류학자들은 그 학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기간의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동남아 연구에 활발히 참여하였고, 경제, 종족, 종교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관광, 보건, 개발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 관심을 넓혀나감으로써 정치학과 더불어 동남아 지역연구의 “양대 축”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동남아가 한국 문화인류학의 관심 지역이 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이니 빠른 시기는 아니라 할 수 있다. 한국 문화인류학계에서 동남아 연구의 물꼬를 튼 학자는 오명석이다. 그는 말레이반도 남부의 조호르 지역의 소규모 농민을 대상으로 한국인에 의한 첫 현지조사를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에 은퇴하기까지 수많은 인류학자들과 교류하고, 제자들을 배출하고, 뚜렷한 학문적 성과를 냄으로써 인류학적 동남아 지역연구의 영역을 풍유롭게 만들었다. 동남아 연구에 대한 그의 역할은 그만큼 지대하다. 이 책은 오명석과 그의 동료/제자 인류학자들이 참여하여 동남아 지역연구에 대한 한국 인류학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깊이 보고 꼼꼼하게 읽고 두텁게 쓰는 동남아 사회문화 여덟 가지 이야기 동남아는 지리적, 종족적, 종교적, 언어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인도와 중국의 영향, 아랍과 서구와의 지속적인 교류, 화인들의 이민, 제국주의 세력의 식민화, 태평양전쟁 등을 공유하며 복잡다단한 지역적 특수성을 형성해왔다. 동남아는 각 지역과 국가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한편 유사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홍석준의 제안과 같이 “이 지역을 개별적으로 보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도 파악”해야 한다(29쪽 참조). 따라서 동남아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는 동남아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사회, 문화, 정치, 역사만큼이나 스펙트럼이 넓다. 종족, 종교, 교환, 언어와 같은 인류학의 전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정치, 경제 현상 또한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 또한 종족성, 마르셀 모스의 교환 이론, 언어를 통해 보는 사람됨 등과 같은 인류학적 개념을 탐구하면서도, 지역과 국가, 자본과 노동, 경계와 국경, 국제 협력과 공동 대응, 이민과 난민, 공공 의료와 같은 현재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파고들고 있다. 1장에서 홍석준은 동남아의 역사, 식민 지배, 음식, 종교, 소수민족과 국가, 언어적 통일성과 다양성, 종족 간 갈등 등을 개괄하며 이 지역의 특수성과 고유성을 논한다. 인류학적 흐름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2장에서 오명석은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결혼, 공덕 쌓기, 일방적인 자선, 결혼과 장례를 통한 교환의 구체적 사례를 들며 증여와 호혜성의 개념을 논한다. 인류학의 고전 개념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더 나아가 어떻게 새로운 개념으로 탄생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3장에서 채수홍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로의 급속한 이행을 겪은 베트남의 노동자들을 조사함으로써 그들이 급격히 변하는 정치, 경제 현상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고정 관념을 버리고 부단히 변화하는 정치 경제적 현실 속에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4장에서 강윤희는 인도네시아의 고립 부족인 쁘딸랑안 사람들의 언어 습관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코스몰로지, 관계 속에서 사람됨, 가치 체계를 드러내는 흥미진진한 글을 선사한다. 5장에서 이상국은 일국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변방을 주목하며 동남아를 거꾸로 보고 거꾸로 쓰기를 제안한다. 무주권 지역이 근대 국가로 포섭되어가는 과정과 현재 틈새사회체제로서의 변방을 소개함으로써 휴전선에 가로막힌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6장에서 서보경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의료 체계와 한국을 비교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사회에서의 공공 의료에 대해 고민한다. 동남아를 한국 의료의 수출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결코 인수공통감염병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전 세계적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의 묵시록적 통찰은 읽는 이를 서늘하게 만든다. 7장에서 정법모는 필리핀에서의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현주소를 짚는다. 그는 필리핀 빈민의 처지를 함께하다 한국 기업 측으로부터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 에피소드는 인류학이 연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는, 인류학자가 진실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8장에서 김형준은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교가 어떻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토착 종교과 결합하고,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어가고, 또 국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한국의 인류학자들은 동남아 지역연구에서 인류학적 개념의 반성과 정교화를 시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사회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또한 인류학자로서의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연대와 실천이라는 동시대적 요청에 예민하게 대응한다. 이 책은, 동남아에 대한 좀더 섬세한 이해를 얻고자 하는 독자와 동남아를 접하는 한국인으로서 가져야 할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고자 하는 독자들, 그리고 인류학을 통해 동남아를 다가가고자 하는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