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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절멸 절멸 선언문 동물들의 시국 선언 ― 박쥐 X 정혜윤 ― 천산갑 X 김한민 ― 멧돼지 X 김산하 ― 돼지 X 이슬아 ― 오리 X 정세랑 ― 낙타 X 김탁환 ― 곰 X 홍은전 ― 호저 X 유계영 ― 뱀 X 요조 ― 소 X 이라영 ― 순록 X 정다연 ― 오소리 X 단지앙 ― 닭 X 최용석 ― 사향고양이 X 초식마녀 ― 양 X 양다솔 ― 개 X 강하라·심채윤 ― 침팬지 X 현희진 ― 비둘기 X 이내 ― 코알라 X 김하나 ― 혹등고래 X 이수현 ― 어류 X 남형도 ― 쥐 X 서민 ― 밍크 X 김도희 ― 크릴새우 X 김보영 ― 고슴도치 X 김남시 ― 너구리 X 이지연 선언문 해설 2부 쓰레기와 동물과 시 그것 / 오은 빨대 / 유경근 개에게 묻는다 / 서효인 질문 / 유희경 인간에 걸린 모두 / 김경환 어떤 새들은, 순교자와 같이 / 김연수 쓰레기와 도시와 시 / 김한민 무제 / 정혜윤 수산 / 현희진 새와 유리 / 김숨 돌오름길에서 적당한 거리를 생각하다 / 김탁환 쓰레기와 부모와 시 / 이슬아 파티가 끝난 뒤 / 손아람 3부 동물당 동물을 위한 나라는 있다 동물당 소개 강령 정책 자주하는 질문 용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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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의 소식이 매일 들리는 시대에 산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말라. 왜냐하면 지구 역사상 그 어느 때에도 이 정도였던 적은 없었으니까. 이것의 의미와 중요성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인지 능력과 감각 기관의 한계와 무능 덕분이지 결코 사태의 심각성이 낮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자연스럽게 되지 않으면 의식적으로라도 되새겨야 하는 이유가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 p.3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재난 지원금과 공공 의료 확충, 비대면 경제뿐만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그것대로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증상 대응책들입니다. 병의 원인에 대해 진단하고 처방하지 않으면, 병이 점점 더 잦아지고 더 독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최악의 사태가 반복된다는 쪽에 판돈을 거는 게 좋겠죠. 그래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더 명확히 말해 인간이 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다루는 방식, 즉 동물의 거래/집단 사육 및 서식지 파괴 행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왜 우리가 동물에 대해 말해야 하는지, 이제 이해되십니까? --- p.130 모두가 버리지만 모두가 치우지는 않는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가 잠깐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보는 부모와 자식과 자식의 자식과 노동자와 옷가게 주인과 잠수사와 소설가와 시인과 친구 들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있다. 우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생이 스며드는지. --- p.171 동물당은 여러 동물당들의 연합 정당으로 사실상 유일한 원내 정당으로 등극했다. 이로써 인간동물에게 국한되었던 정치는 동물 전반으로 확대되는 혁명적 전환이 이루어졌었으나, 일각에서는 정치 행위의 주체가 여전히 동물에 국한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있다. 동물당은 곤충당, 조류당, 어류당, 파충류당, 양서류당, 갑각류당, 거미당, 포유류당, 절지동물당, 환형동물당, 자포동물당, 연체동물당 등의 하위 정당으로 구성된다. ‘가축당’의 경우 유례가 없는 핍박의 역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징적인 기억의 차원에서 즉, ‘잊지 않기 위해’ 당분간 그 당명을 유지한 채 의정 활동을 하기로 했다. --- p.183 인간은 동물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애도하기에도 벅찬 아찔한 규모의 동물을 학살했다. 동물을 먹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오늘날까지도 하루 평균 30억 마리의 동물 희생이 발생한다. 자연 현상에 의한 불가피한 희생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인간은 반성하고, 감사하며, 구차하고 가식적인 변명으로 양심을 위로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식탐, 유희, 오락 따위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끼치는 행위가 설 자리가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 p.188 인간 아니랄까봐 또다시 유난을 떨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고작 몇 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인간동물들이 있는 호들갑은 다 떨고 있다. 동물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사례 하나만 들어줄까? 1993년 호주에서 처음 공식 확진자가 나온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 팬데믹은, 사실 훨씬 이전부터 1965년에서 2015년까지 총 501종의 양서류 개체 수 감소에 책임이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중 90퍼센트가 멸종했다. 인간들의 소위 “팬데믹”에 코웃음만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팬데믹의 원인이 대부분 인간이라는 걸 상기하면 웃다가도 분노가 치민다. --- p.209 |
오늘 우리는 동물로서 말한다.
“지금처럼만 해라. 절멸의 성찬이 완성되리라.”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일어나던 2020년 여름, 세종문화회관 야외계단에서 기묘한 시국 선언이 이어졌다. 시인, 작가, 예술가, 활동가 들이 제각기 다른 ‘동물이 되어’ 절멸을 맞는 선언문을 낭독한 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한 명씩 서서 홀로 진행된 이 ‘동물들의 시국 선언’은 창작 집단 이동시와 생명다양성재단이 주도한 것으로 박쥐, 천산갑, 돼지 등 선언에 참여한 동물들은 대부분 감염병과 관련이 있다. 때로는 분노를 (“나는 죽는다. 그러나 돼지와 사향고양이와 천산갑과 밍크 그리고 다른 동물 누구도 더는 건드리지 말라!” / 박쥐 X 정혜윤), 때로는 경고를 (“내가 묻힌 땅. 내 피로 물든 강. 나를 스친 사람들. 나를 먹는 당신들. 모두 아프게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나, 아프기 때문이다. 나는 고통의 조각이기 때문이다. / 돼지 X 이슬아), 충고를 (“울어주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그 놓아줌이 절멸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오리 X 정세랑), 비명을 (“좁은 수조에 가두고 장난감 다루듯 저를 희롱하는 당신을 볼 때, 저는 목소리도 없으면서 비명을 지르고 싶습니다.” 뱀 X 요조), 그리고 채념을 (“이제 우리에겐 산 채로 가죽이 벗겨져서 목도리가 될지 아니면 산 채로 온몸이 갈려나가고 녹아내려 죽을지 이 두 가지 선택지뿐이네요.” 밍크 X 김도희) 담은 이들의 유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라는 증상과 그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현시대가 팬데믹에 처하게 된 근본 원인을 직시하라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절멸’밖에 없으므로. 변화 없이는 절멸뿐,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잃어갈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 사태가 그저 잠깐 동안의 시련일 뿐, 곧 일상을 회복하리라 순진하게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확진자 수와 경제적 손실(혹은 기회), 재난 지원금 액수에만 민감하게 반응할 뿐 우리가 바라는 ‘일상’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는다. 육지에서만 매년 600억 마리의 동물을 살육하고, 개발과 성장이란 이름으로 환경 파괴를 일삼으며, 점점 더 동물들의 서식지 깊숙이 파고들어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 벌어진 일이 바로 코로나 사태일진대, 그 ‘일상’이라는 것이 현재의 팬데믹을 불러온 근본 원인일진대, 과연 과거와 똑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이런 메가톤급 충격을 받았는데도 우리가 근본적인 변화는커녕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지조차 않는다면… 사실 그 무엇도 우리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답답한 인간을 향해 동물들은 아마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어리석고 무지한 게 인간이라면, 대체 짐승이라는 말은 왜 필요한 걸까요?”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질병 X는 곧 동물 X의 문제임을 깨닫고,* 우리가 자연?동물과 맺어 온 관계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여기 「절멸 선언문」이 말하는 예언이 이뤄지지 않길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희망이란 사실이다. 우리의 갈 길은 정해졌다. 절멸의 절벽을 향한 고속 질주다. (...) 당신들이 오랑우탄과 코알라와 북극곰을 말살시키면 우리는 사막메뚜기와 뇌염모기를 보낼 것이고, 박쥐들은 바이러스를 흘릴 것이며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잃어갈 것이다. 이야기와 동물과 시, 셋이지만 하나인 단어 1부 「절멸」에 이어 ‘쓰레기와 동물과 시’를 주제로 한 시와 산문을 담은 2부, 그리고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당을 통해 동물을 해방시키고, 기후를 회복하고, 재야생화된 지구를 꿈꾸는 3부 「동물당」에 실린 글과 작품은 모두 지난 3년간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자초한 재앙을 막기 위해 창작 집단 이동시가 기울인 노력의 산물들이다. 수많은 작가, 예술가, 학자, 시민 들이 동참해 현재 우리에게 닥친 현실의 위기를 알리고, 함께하길 권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걸어 온 기록들이다. 이들은 묻는다. “사라지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바로 시이다. 살아 있는 움직이는 시. 파고 파내도 끝이 없는 이야기.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다. 세 가지 단어이지만,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동물이야말로 가장 생태적으로 함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일 분, 일 초마다 이야기가 피어나오기 때문이다.” “수백만 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을 거쳐온 여행자들이 거의 한날한시에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 ”세상의 모든 가치와 소중함을 대신하여 절멸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에 공감한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동물들의 목소리에, 시의 생태계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뿐 아니라 새로 창궐하는 모든 전염병의 75퍼센트, 이미 알려진 전염병의 60퍼센트가 동물에서 유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2월 ‘추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 목록을 발표했는데, 맨 마지막인 여덟 번째 바이러스를 미지의 ‘질병 X’(disease X)라고 명명하였다. 이는 앞으로 출현할 것으로 예측되어 대비해야 할 공중 보건에 큰 위협이 되는 요주의 신종 질병을 총칭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이동시 총서 우리에게는 기후 위기를 헤쳐 나갈 픽션이 필요하기에, 인간은 여전히 동물에 관해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모르기에, 지구와 시의 생태계에 벌어진 일들이 다르지 않기에, 이야기와 동물과 시의 이름으로 책을 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