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실에서∥이석재
특집 리뷰 특집을 기획하며: 우리에게 약이란 무엇인가∥심채경 강원도 면장은 어쩌다 아편쟁이가 됐나∥박한슬 약, 그 중독성과 장악력에 대한 이야기∥심채경 진통제가 만들어낸 고통∥박상현 종말 이후, 화학적 생존 너머∥권보드래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인가?∥김두얼 특집 에세이 백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강양구 영화 리뷰 타나토그래피 -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을 읽는 한 시선∥김홍중 문학 에세이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유 그대 살아 있나∥정혜윤 책을 빌리다∥한정원 리뷰 나를 비추는 거울을 마주 볼 때 ∥김소연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송지우 미래의 역사가 설득력이 있으려면∥이석재 과학이라는 오리 인형은 어디로 갔나?∥홍성욱 따뜻한 관찰자, 조용한 반역자의 수기∥한정훈 인도유럽어의 본향은 어디인가∥박진호 사무라이들이 책을 만났을 때∥박훈 서울서울서울∥강예린 낙관과 세대론만으로는 아쉽다∥김선기 하지만 반드시 벼농사여야 했는가?∥김태호 맛있고 느슨해진 이창래의 세계∥김정하 |
박한슬의 다른 상품
심채경의 다른 상품
박상현의 다른 상품
권보드래의 다른 상품
강양구의 다른 상품
김두얼의 다른 상품
金洪中
김홍중의 다른 상품
김지영
은유의 다른 상품
정혜윤의 다른 상품
한정원의 다른 상품
송지우의 다른 상품
이석재의 다른 상품
홍성욱의 다른 상품
한정훈의 다른 상품
朴鎭浩
박진호의 다른 상품
朴薰
박훈의 다른 상품
강예린의 다른 상품
김선기의 다른 상품
김태호의 다른 상품
서울리뷰오브북스의 다른 상품
|
우리는 지금 지식과 주장의 폭우를 맞고 있다. 매일 각자의 ’단톡방‘에 올라오는 링크를 생각해 보라. 정보를 소화하는 능력이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는데 양은 엄청 늘었다. 옥석을 가리는 판단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를 찾는다. (……)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의 말을 차근차근 따져보는 일이다. 주장의 내용이 명확한가? 근거는 합리적인가? 주장들이 서로 아귀가 잘 맞는가? 대략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전문가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비평‘이라는 평가 과정이다. (……)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러한 비평 문화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기획된 간행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차근차근 살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보자는 취지에서 《서울리뷰오브북스》에 동참하게 되었다.
편집위원 이석재 --- 「편집실에서」 중에서 그간 국내에서 있어 왔던 마약에 대한 대중적 논의는 어땠는가? 조금의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마약이라는 단편적이고 납작한 개념의 유형과 범주를 설명하고는, 마약은 나쁜 것이니 마약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접근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도 없고, 마약이 범죄가 아님을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마약 역시 사회적 존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접근은 한계 역시 분명하다. 마약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 사회는 마약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 p. 24 누군가는 발끝이 살짝 젖었고, 누군가는 온몸으로 위기를 흠뻑 뒤집어썼다. 단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보건, 교육 등 수많은 분야가 불황에 빠졌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시도하는 여러 방편 가운데에는 넘어서는 안 될 경계를 허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선을 넘는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안다. 소설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잘 알면서도 누군가는 기어이 선을 넘는다. 불황과 마약 밀매, 거대한 음모를 다루는 두 소설은 그 자체로도 인상적인 페이지 터너(page turner)지만, 지금 이 순간 소설 속 이야기는 책이라는 경계를 넘어 유독 선명한 현실감으로 다가온다. --- p. 42 그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의 아편계 마약 사태는 단순한 약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가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하는 인종의 문제, 의료복지의 문제, 경제 양극화의 문제다. 이 사회적 통증의 진정한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과거 ‘마약과의 전쟁’처럼 효과 빠른 진통제만을 찾는다면 미국의 질병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p. 56 시절마다 고유의 병증이 있다면 요즘은 ‘우울증의 시대’겠죠. 뇌의 명확한 병리 현상 없는 질병이라니, 명확한 문제가 없는데도 비참한 상태에 썩 잘 어울리지 않나요. ‘다친 데 없는데 아프다’랄까. 물론 고통은 실제적이에요. 불안과 불면에 구토와 섭식장애에 자살 시도와 성공까지. 얼마 전 ‘걸 인 레드(Girl in Red)’가 〈세로토닌〉이란 신곡을 냈더군요. 아시나요? “세로토닌이 부족해……”로 시작하는 노래 말예요. 뮤직비디오 화면은 화려하고 생기발랄하지만, 가사는 손목을 긋고 모가지를 자르고 달리는 버스에 뛰어든다는 식의, 요컨대 자멸적 충동이죠. ‘이미 개발된(developed)’ 지역의 인구 중 10퍼센트 안팎이 평생 한 번은 우울증 에피소드를 겪는다는군요, 브라보! --- p. 64 『자유』는 책머리에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선언한다(18쪽). 나는 이것이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부터 나오는 솔직한 고백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명시해야 한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면 어느 병에나 잘 듣는다고 약효를 과장해서 선전하기보다는 특정한 질병에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는 약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행하게도 세 책은 그렇지 않다. 세 책이 기본소득을 서술한 내용은 내가 기대하는 종류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길거리 약장수가 파는 정체 모를 그 무언가와 같다는 의미에서, 나는 기본소득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르고 싶다. --- p. 92 이번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언제든지 또 다른, 예를 들어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 앞에 또 등장했을 때, 우리의 대응은 지금보다 나을까? 그때도 우리에게는 지금처럼 백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백신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판단하고, 그 공백을 채우는 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 p. 80 [부운]이 그리는 사랑은 죽음의 바깥으로 가는 빛나는 출구가 아니다. 놀랍게도, 사랑은 자신의 본질인 에로스와 분리되어 있다. 사랑과 낭만성의 연결, 사랑과 생명의 연결, 사랑과 미래의 연결도 모두 끊어져 있다. 내용 없는 텅 빈 기표로 남게 된 그 사랑의 내부를 채우며 들어오는 것은 죽음이다. 사랑을 통해 죽음이 지속되고, 죽음이 운동하고, 죽음이 자신을 관철해 나가는 기이한 상황. 영화 내내 끝없이 반복되는 볼레로의 나른하고, 감미롭고, 몽환적인 동시에 끔찍한 리토르넬로(ritournelle). 이 리듬에의 중독. 이런 점에서 [부운]의 진정한 주인공은 도미오카와 유키코가 아니라, 이들을 사로잡은 채 조용히, 반복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파도쳐 오는 타나토스의 파괴적 힘이다. --- p. 103 조문상의 말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낡을 수 없다. 나는 죽음을 앞두고 그 말을 한 조문상의 심장의 떨림을 느낀다. 조문상의 심장은 멈췄지만 그가 전 존재를 걸고 한 말 “당신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은 언제나 내 심장을 뛰게 한다. 그 말은 한 인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 펼쳐 보인 인생의 비밀이다. --- p. 125 오리 인형의 비유를 계속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과학이라는 오리 인형이 오래전에 철학의 욕조 속에서 튀어 나와 세상으로 돌진했음을 기억하자. 물장구를 치던 아이도 어느새 어른이 되었지만, 귀여웠던 오리 인형은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 덕(Rubber Duck)’처럼 인간을 압도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사태를 극복할 한 줄기 희망의 빛은 과학과 철학이 손을 잡고 뜻을 합치는 데에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자가 근대 과학이 왜 힘을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부족하지만 이 책은 그 첫 걸음으로 가치가 있다. --- p. 188 이 대목에서 난 늘 1980년대 학생운동의 공부 모임을 떠올린다. 텍스트를 대충 읽고 한쪽으로만 해석하며 이를 무기로 곧장 거리로 나섰다. 당시 일본에도 학문이 깊은 사람들은 많았다. 이런 ‘박문다식유력지배(博文多識有力之輩)’는 주자학 몇 마디 흉내 내며 날뛰는 ‘천견과문미력지도(淺見寡聞微力之徒)’를 나무랐지만, 일본 사회의 변혁은 이들이 주도했다. 세상을 지탱하는 건 박식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세상을 움직인 건 천견의 무리였다. --- p. 222 나는 건축과 건설 사이, 문화와 산업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는 도시 서울의 일반적인 동학 속에서 건축 설계를 하고 있다. 용적률을 “찾아 먹는다”는 표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디자인하는 건축물이 주변 도시와 조화롭게 연계하기 위해서는 건축법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 문제도 이 땅에 있고, 그 해결책도 이 땅에 있다면 땅을 일구는 가장 기본적인 법을 통해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 사회의 보편적인 건축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야말로 건축을 문화로 전환시키는 큰 걸음이 아닌가? --- p. 234 그는 이제 자신처럼 부모의 하나가 사라진 비제이의 형이자 아빠로서, 여러모로 그의 대리-어머니 형상인 발과의 사랑 안에서 언제나 “되기(becoming)”의 존재이기를 꿈꾼다. 그리고 이 세계의 표류하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노래라는 “맛” 안에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쨌든 우리는 간다. 눈을 뜨고, 입은 크게. 준비.”(476쪽) --- p. 264 |
|
“2호 특집: 우리에게 약이란 무엇인가”
《서울리뷰오브북스》 2호에서는 ‘우리에게 약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 특집 서평을 다루었다. 또한 철학, 과학철학, 경제학, 사회학, 언어학, 천문학, 역사학 전공자들의 서평을 비롯하여 은유, 한정원 그리고 정혜윤의 에세이를 담았다. 2호 특집: 우리에게 약이란 무엇인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은 ‘우리에게 약이란 무엇인가’라는 키워드로 6편의 리뷰와 1편의 에세이를 통해 사회적 수단으로서의 ‘약’에 대해 살핀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지난 1년간 우리 삶을 180도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퍼진 팬데믹의 공포가 다른 국면을 맞은 것은 ‘백신’의 등장이었다. 백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다시 잃어버린 일상을 찾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품기 시작했고, 백신 접종이 실제로 지구의 여러 곳에서 하나 둘 시작되자, 그 ‘약’에 대한 희망이 TV와 인터넷, SNS를 통해 전달되었다.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이들에게도 ‘약발’을 끼쳐 회복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주었다. 그러나 ‘백신’이라는 ‘약’의 등장이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백신이라는 ‘약’을 반기는 동시에 경계와 의심의 기제 또한 발동하기 시작했다. 재난과 위기의 상황에서 ‘약’의 필요성, ‘약’을 갈망함과 동시에 ‘약’이라는 ‘해결책’이 주는 한계와 경계, 고통까지도 가늠해 보게 된 것이다. 약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것이 ‘마약’이다. ‘마약’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깊은 욕망과 현실 도피, 쾌락을 채우는 도구로서 지난 세기 동안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마약이 지닌 “중독성”과 “장악력”은 사회를 불문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 영향력이 증명되어 왔다. 마약의 위험에 넘어가는 것은 비단 개인뿐이 아니다. 국가는 이러한 마약의 특징을 이용해, 정치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사용했고,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계층과 인종의 가장 아래에 있는 이들이 받곤 했다. ‘약’을 찾으려는 인간의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갈구는 팬데믹 시대의 우리를 더욱 고무시켰다. ‘백신’이라는 약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피해 속에 꿋꿋하게 발견되어 팬데믹의 실제적 해결을 앞당겼고, 약을 애타게 좇는 인간의 모습은 물리적인 ‘약’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숱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회적 의미로서의 약, 이를테면 사회를 구원할 정치인이나 제도, 기술의 출현 때마다 그 모습은 다를 뿐, 해결책으로서의 ‘약’이 지닌 본질은 우리 곁을 늘 서성인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호 특집 ‘우리에게 약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이 질문을 통해, 개인적·국가적 의미로서의 ‘약’과 물리적, 사회적 실체로서의 ‘약’의 정체를 밝힌다. 끊임없이 드러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갈망이 ‘약’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 그 얼굴은 얼마나 위험하며 동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또 약이 가지는 한계와 사회적 얼굴을 한 약은 지금, 여기 우리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약’을 둘러싼 우리 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고, ‘약’이라는 주제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을 이번 2호에서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의약품 역시 사회에 일방적 영향을 주는 유리된 실재가 아닌, 사회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이다.” 박한슬은 「강원도 면장은 어쩌다 아편쟁이가 됐나」라는 글에서 한국의 지난 역사 속에서 ‘마약’이 정치·사회적 통제를 위해 다양하게 이용되었던 현상을 쫓는다. 민간 진통제로 쓰였던 ‘아편’에 반공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지기도 하고, 메스암페타민 밀수가 외화벌이의 역군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등 국가가 ‘마약’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했던 역사를 낱낱이 드러낸다. 마약을 물리적 실체로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됨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을 넘는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안다. 소설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잘 알면서도 누군가는 기어이 선을 넘는다.” 심채경의 「약, 그 중독성과 장악력에 대한 이야기」에서 ‘마약’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두 권의 소설책을 다룬다. “잘 나가던 칼럼니스트”에서 가난 때문에 마약 중개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가정의 가장 이야기 그리고 마약을 이용해 “거대한 음모론”으로 전 세계를 장악하여 막대한 부와 권력을 차지하려는 조직의 이야기를 통해 “흥미와 윤리 사이에서 애써 균형을 잡”으며 ‘마약’이 한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속속들이 톺아본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의 아편계 마약 사태는 단순한 약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가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하는 인종의 문제, 의료복지의 문제, 경제 양극화의 문제다.” 박상현은 「진통제가 만들어낸 고통」이라는 글에서 2000년 전후 미국 동부 지역의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마약이 어떻게 소비·유통되는지 살펴본다. 아편 계열 진통제가 백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는 현상과 이에 대한 미국 언론과 정치계의 반응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마약 문제가 “인종, 질병, 범죄”를 넘어 “경제”와 “계층”의 문제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파악한다. “시절마다 고유의 병증이 있다면 요즘은 ‘우울증의 시대’겠죠.” 권보드래는 「종말 이후, 화학적 생존 너머」에서 ‘우울의 시대’를 맞이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조망한다. 미셸 우엘벡의 소설 『세로토닌』을 읽으며, ‘제1세계’, ‘백인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 플로랑클로드가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유 무역으로 인해 몰락해가는 프랑스 낙농업자들의 삶을 저버림으로써 보여지는 우리 사회에 노동과 생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행복 호르몬”을 불러오는 “캅토릭스”라는 알약으로 애써, ‘화학적 생존’을 유지하는 그들의 모습은 ‘다친 데 없는데 아픈’ 한국 사회의 너와 나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상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 앞에 또 등장했을 때, 우리의 대응은 지금보다 나을까?” 강양구는 「백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서 코로나 19로 완전히 달라진 한국 사회에, ‘백신’의 등장으로 일어난 새로운 파장에 대해 세 권의 책과 함께 살펴본다. “운이 나빴던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1년 만에 세상에 등장한 백신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여러 논란 속에서 “위험 소통이 벽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고 진단한다. 그는 “우산 비유”를 제시하며, 집단 면역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전 세계적 감염병 시대에 맞서는 길이라는 것이다. “정책 당국과 경제학자는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유형의 경기침체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했다. 우리 몸과 경제 모두 새로운 치료제를 애타게 기다렸다.” 김두얼은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인가?」에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의 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따져 묻는다. 그는 『기본소득이 온다』,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그리고 『모두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기본소득』이라는 책에서 ‘기본소득’을 어떻게 주장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세 권의 책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분석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살핀다. “새로운 약을 개발”했을 때에도 그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미리 파악하듯,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여러 곳에서 경기 침체의 ‘약’ 중 하나로 급부상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김두얼의 진단은 경제의 “만병통치약”으로서는 다소 못미치는 제도라고 평가한다. 에세이 /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LITERATURE’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색깔을 지닌 세 명의 에세이스트의 글이 실렸다. 은유는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이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매일 밤, 침대 머리맡에서 만난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필자가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 읽고 있는 책” 등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에 주변부, 이를테면 여성, 아동, 난민, 성소수자 등에 닿는 필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정혜윤은 「그대 살아 있나」 에서 나즘 히크메트의 시집을 읽으며 태평양전쟁의 한국인 전범들과의 인터뷰를 소환한다. 싱가포르 창이형무소에서 사형당한 이들과의 마지막 인터뷰는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에 쏟아낸 고백들을 통해 “인생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한정원의 「책을 빌리다」에서 ‘책을 빌린다는 것’의 의미를 찬찬히 살핀다. 조선시대 ‘세책(貰冊)’의 역사 속에서, 학창시절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늘 책을 빌리러 가는 도서관 속 발견한 “속눈썹”을 통해 ‘책을 빌린다는 것’의 의미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영화 리뷰 /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김홍중은 「타나토그래피(thanatography)」에서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 [부운]을 중심으로 영화 리뷰를 펼친다. [부운], [번개], [흐트러진 구름] 등 나루세의 영화 속에 “내재적 각성과 고투의 주체”로서의 여성의 모습에 주목하여 “여자라는 형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또 [부운]의 “영화적 매력”이 “성공적 전개”가 아닌 “지속적 실패에 기인”한다는 비평을 곁들이며, 나루세 미키오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발견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김소연의 「나를 비추는 거울을 마주 볼 때」는 『트릭 미러』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 현상을 분석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 세대에 의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문제의식”이 가득 담긴 소설은, 한국 사회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모습을 해석할 수 있는 단초 또한 제시한다. 송지우의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의 서평을 통해, 사람들이 왜 샌델의 능력주의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또 그것은 ‘능력주의’에 대한 얼마나 객관적인 현상인지 분석한다. 필자는 그러나 이 책이 다소 과장된 평가를 받았다는 진단을 내린다. 어떤 면에서는 다소 설익은 주장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거칠게 논쟁하는 등 ‘능력주의’에 대한 일관적이지 않은 서술은 “공정”에 대해 예민해진 우리 사회가 ‘마이클 샌델’이라는 유명한 지식인의 설익은 주장과 만났을 때, ‘능력주의’라는 말만 소비될 뿐, 그 실체나 실재는 다소 빈약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존 롤스를 소환하여 이 시대의 ‘능력주의’의 본질을 꿰뚫는다. 홍성욱은 『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을 통해 ‘철학’과 ‘과학’의 만남의 기원과 의의에 대해 짚는다.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은, 저자들이 서양 근대 철학자의 저서를 분석하여, 과학과 철학의 끈끈한 관계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과학과 철학, 둘 다에 관심 있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고, “과학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한국 인문학계에도 단비와 같은 책”이라고 평한다. 한정훈은 『과학은 반역이다』의 서평을 통해 이론 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을 조명한다. “글쓰는 물리학자”인 다이슨이 “과학의 업적을 글로 옮겨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통해 과학 발전을 도왔던 궤적을 살핀다. “어떤 이데올로기나 사상에도 기대지 않”으면서 세계적인 물리학자로서 큰 유산을 남긴 과학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내고, 걸어왔는지를 “관찰자” 또는 “중재자”로서의 모습으로 평가한다. 박진호는 「인도유럽어의 본향은 어디인가」에서 데이비드 앤서니의 『말, 바퀴, 언어』를 리뷰한다. 비교언어학의 발전으로 “조상언어의 모습을 재구해내는 이론”을 통해 유럽, 이란과 인도의 100여 개의 언어들이 ”친족 관계“에 있음을 증명한 현상을 설명한다. 또 ”인도유럽 공통조어“의 사용과 ‘말’, ‘바퀴’ 등의 발견으로 ”흑해 초원의 목축민과 유럽 선주민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을 드러내는 ”빛나는 업적“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책으로 평가한다. 박훈의 「사무라이들이 책을 만났을 때」는 『근세 병학과 유학』, 『에도의 독서회』를 리뷰한다. “병학“이라는 사무라이의 사상 체계가 ”주자학에 맞서“ 무사 사회의 ”힘“으로 키워진 역사를 톺아본다. 또 독서회의 ‘회독’을 통해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힘을 길렀던 도쿠가와 사회의 모습을 통해 1980년대 한국의 학생운동을 떠올리기도 하고, 각 사회의 변혁을 주도했던 이들의 저변에 ‘책’을 만났던 경험이 큰 도움닫기가 되었다는 비밀을 밝혀 낸다. 강예린은 「서울서울서울」에서 서울을 연구하고 쓴 고(故) 정기용 건축가의 『서울 이야기』와 김성홍 교수의 『서울 해법』 두 권의 책을 리뷰한다. ”건축의 바탕으로 도시와 사회를 살피는 것“의 유의미함을 이야기하며, 196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이라는 도시에 그려진 “도시 건축”의 특징을 분석한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장소가 되지 못한” 서울의 대표 건축물을 비판하며 ’공공건축‘이 무엇인지 찾아간다. “기본”으로 돌아간 “건축”을 지향하는 두 권의 책에 공감하며, 건축법의 전환이 이 땅의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주장한다. 김선기는 「낙관과 세대론만으로는 아쉽다」에서 『추월의 시대』를 리뷰하며 청년 세대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여러 화두를 살핀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80년대생‘ 청년 세대의 ’중도파‘적 역할과 위치에 주목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담론을 끌어내는 책의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 사회에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는 책의 주장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비전과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다. 김태호는 「낙관과 세대론만으로는 아쉽다」에서 『쌀 재난 국가』를 리뷰한다. ’벼농사‘를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 사회의 면면을 분석하여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문제를 설명하고자 하는 책의 논리를 따라간다. 필자는 역사 연구자의 정체성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복잡한 현실” 속에 “명쾌한 설명을 찾아내는 일”에 대한 한계를 책의 한계와 연결 지어 설명한다. 김정하는 「맛있고 느슨해진 이창래의 세계」에서 『나의 세계탐방기』를 리뷰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창래의 여러 소설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감각과 몸”이라는 키워드로 이창래의 세계,관을 살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