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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탈진실’을 넘어 ‘진정성’이 필요한 시대
1부 진실이 무너진 시대, ‘진정성’을 묻다 01 우리는 왜 ‘사실’보다 ‘감정’을 믿게 되었나? 02 진정성, 탈진실 시대의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아 03 가짜 현실의 확산과 진정성의 행로 2부 팩트의 위기, 저널리즘의 미래 04 인공지능 저널리즘 시대, 팩트체크 대상은? 05 데이터 저널리즘의 도전과 대응 06 탈진실의 최전선, 저널리즘의 과제 3부 종교와 인공지능의 만남 07 인공지능은 ‘신’을 대신할 수 있을까? 08 AI는 울지 못한다: 고백, 관계, 실천으로서의 진정성 09 인공지능 시대, 종교의 존재 이유 4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 디지털 시민성 함양 10 인공지능 시대 디지털 시민성과 시민 교육 11 인공지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답 신화’를 넘어 ‘질문’으로 12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5부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기: 통제에서 협업과 정렬로 13 소통 혁명, 진정성 가치의 회복을 위하여 14 인공지능 시대의 시민사회 15 신공지능, 인공지능, 기공지능 나가는 글: AI라는 거대한 전환의 문턱을 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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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주목받는 진정성의 요소는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산한 ‘진품’이 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인간의 진품 정보를 합성 정보 혹은 인공지능 폐기물과 구분하는 문제는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 pp.6-7 디지털 사회에서 탈진실을 부추기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소셜 미디어죠. 소셜 미디어에서는 보도의 관계성이나 정보의 진정성보다 발신된 내용이 구독자나 시청자의 호기심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또는 자신이 염두에 둔 파당적 관심을 얼마나 불러일으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증거와 오보, 사실과 허구, 과학 지식과 비과학 지식,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부유하며 순식간에 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 p.26 생성형 AI는 전적으로 참인 문장으로 답변하기보다 사실과 허위를 뒤섞어 참인 것처럼 제공하는 데 탁월합니다. 예를 들어 99%의 참과 1%의 거짓을 섞어 전체가 참인 양 제시해 인간이 거짓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게 합니다. 물론 생성형 AI는 지식 이해에 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창작, 지식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걸러지지 않은 정보나 출처가 모호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사실인 것처럼 제공합니다. --- p.32 제가 보기에는 성찰성이 나타날 공간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성찰성은 자기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인데, 사실 많은 사람이 도파민 중독 상태입니다. 저는 소셜 미디어와 붙어 있는 시간이 성찰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기는 성찰 소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디지털 플랫폼에 기계적으로 할애하는 시간은 곧 독서하지 않는 시간과 직결되고, 독서하지 않으면 진정한 성찰이 불가능합니다. --- p.47-48 오늘 제가 제기하고자 하는 핵심 질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팩트체크’에서 확인하려는 그 ‘팩트’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사실 확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서 ‘사실’은 과연 의견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 pp.84-85 오늘날 인류는 점점 더 신뢰가 필요한데 정작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개인 간 신뢰는 물론, 국가 간 신뢰도 약화되어 갈등과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인간들이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신뢰를 보입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오류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신뢰하는 반면, 옆에 있는 전문가나 타인의 말은 믿지 않는다며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 pp.161-162 예수님이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우신 것처럼, ‘관계’는 지적인 이해를 넘어 깊은 감정과 교감, 희생, 그리고 존재론적 연결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AI는 울지 못하고 사랑하거나 경외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관계는 데이터가 아닌 생명과 인격 사이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 p.186 “구글을 못 믿으면 누구를 믿어요?” 재작년에 연구할 때 초등학생이 했던 말입니다. 개인정보에 관련된 위험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용 약관을 읽는지, 읽지 않는지 묻자 나온 대답이었습니다. 사실 이용 약관은 성인도 읽기 쉽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더 어렵죠. 그러니 이용 약관을 읽지 않고 모두 동의하는 이유에 대해, 구글 같은 대기업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느냐고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 p.237 그러나 저는 기술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을 닮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정답을 제출해야 하는 것은 기계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은 물음을 던지는 존재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존재가 아니라 답을 내는 존재로 규정하는 순간,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습니다. --- p.251 AI시대가 되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블랙박스 영역을 능통하게 운영하고 관리하는 운영 격차, 홍수같이 몰려오는 데이터를 선별하는 큐레이션, 즉 선별 격차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기술이 인간의 사고 체계에 침투해 발생하는 증강 격차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도구 삼아 자신의 능력을 증강하는 반면, 누군가는 기술에 사고의 주도권을 빼앗겨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는 후천적 열등화를 겪게 됩니다. --- p.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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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의 대척점으로 다시 떠오른 ‘진정성’
2016년 옥스퍼드사전이 ‘탈진실post-truth’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뒤, 우리는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이 여론을 움직이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리고 2023년 메리엄웹스터사전은 ‘진정성authentic’을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탈진실이 객관적 사실의 권위를 흔들었다면, ‘진정성’은 그 혼란 이후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묻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성’은 단순히 진심 어린 태도나 꾸밈없는 말투를 뜻하지 않는다. AI시대의 진정성은 거짓과 구분되는 ‘진실’, 위선과 구분되는 ‘진심’, 합성과 구분되는 ‘진품’을 함께 묻는 문제다. SNS가 보여주기식 삶과 위선적 인상관리로 진심을 흔들었다면, 탈진실 사회는 사실보다 감정이 앞서는 현실 속에서 진실을 위협했다. 여기에 생성형 AI는 인간이 만든 것과 기계가 만든 합성물의 경계를 흐리며 진품의 문제를 전면에 불러냈다. 이제 진정성은 개인의 성품이나 도덕적 태도를 넘어, 인간과 공동체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하며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짚은 인공지능 시대의 질문들 『AI시대의 진정성』은 디지털소사이어티가 기획한 AI시대 사회 진단의 새로운 결과물이다. 디지털소사이어티는 디지털 기술의 올바른 역할과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 구현 방안을 모색하고자 출범한 논의의 장으로, 그동안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전작들이 디지털 사회의 구조와 인공지능이 노동에 가져올 변화를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AI가 인간 사회의 더 깊은 층위, 곧 신뢰와 판단, 교육과 시민성, 종교적 권위와 공동체의 조건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핀다. 이 책의 장점은 단일 저자의 전망이나 추상적 AI 담론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회학, 철학, 법학, 언론정보학, 신학, 교육과 시민성, 데이터 저널리즘, 법률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와 실무자가 참여해 각자의 현장에서 마주한 인공지능 시대의 고민을 나누고 분석했다. 각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막연한 기대나 공포를 반복하는 대신, 자신이 몸담은 영역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변화와 갈등, 가능성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AI가 사회 각 영역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가능성을 열고 있는지, 학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둘러싼 폭넓은 사회적 토론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널리즘, 종교, 교육, 시민사회로 스며든 AI의 변화 책은 먼저 탈진실 사회에서 왜 사실보다 감정이 힘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진정성이 왜 다시 중요한 질문으로 떠올랐는지 사회철학적 관점에서 살핀다. 이어 저널리즘의 현장으로 들어가 AI시대의 팩트체크가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묻는다. AI가 작성한 기사, 번역과 요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역, 생성 이미지와 허위 맥락의 문제는 언론이 더 이상 기술을 단순한 효율화 도구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팩트체크의 주체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그리고 그 판단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역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다. 종교의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이 종교적 권위와 신앙, 고백과 관계의 자리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논의한다. AI는 경전을 해석하고 설교문을 돕고 그럴듯한 위로를 건넬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고백과 실천, 공동체적 책임을 대신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교육과 시민성 논의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부정행위와 AI 교과서 도입 논란을 넘어, 정답을 즉시 제공하는 기술 앞에서 왜 다시 질문하는 힘이 중요해지는지 살핀다. 알고리즘과 합성 정보의 시대를 살아갈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의심하고 해석하며 책임 있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단순히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규범에 맞춰 함께 정렬해나가야 할 사회적 파트너로 이해할 수 있는지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더 빠른 답의 시대에 잃어버릴 수 있는 인간의 조건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의 도구를 넘어 사회의 판단 체계와 공동체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챗GPT가 만든 이미지와 글, 대학가의 AI 부정행위, AI가 작성한 기사와 자동화된 팩트체크, 종교 현장에서의 AI 활용, AI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모두 기술의 문제가 곧 인간과 사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 논의를 미루면 우리는 더 빠른 답을 얻는 대신 더 깊이 묻는 힘을 잃을 수 있다. 언론은 신뢰를 잃고, 교육은 질문보다 정답 생산에 갇히며, 종교와 공동체는 고백과 관계의 기준을 잃을 수 있다. 시민은 합성 정보와 알고리즘이 만든 세계 속에서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더 큰 혼란에 놓일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어느 한 영역에 머물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사회 전체의 판단 능력과 소통의 조건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갈 사회가 어떤 인간적 기준을 세울 것인가다. 『AI시대의 진정성』은 기술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을 걱정하기 전에, 인간이 기술을 닮아가는 현실을 먼저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 전환의 한복판에서 인간과 공동체가 지켜야 할 진실·진심·진품의 조건을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