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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과학과 가치의 다양한 관계들 (이중원) 1부 과학의 가치: 근대 과학에서 AI 시대 민주주의까지, 과학철학과 STS 과학과 가치, 그 안과 밖 (천현득) 과학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 (홍성욱) AI 윤리가 왜 중요한가? (이상욱) 기술의 가치중립성: 그 함의와 한계, 그리고 과제 (손화철) 2부 과학과 같이 : 이론에서 실천으로, 사회 속에서 과학과 기술의 자리 과학과 반인종주의라는 가치: 유네스코 인종 선언문 논쟁 (현재환) 21세기 기업가형 과학자와 과학적 덕목의 역사 (이두갑) 과학과 여성주의 가치 (임소연) 과학기술혁신정책의 가치지향적 전환 (송위진) 에필로그 동양의 과학은 서양의 과학과 다른 가치를 가지는가? (홍성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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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시기에 과학과 인문학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 p.8 과학에서 특히 “무엇이 충분히 좋은 증거인가”를 묻게 될 때, 우리는 가치의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 --- p.31 과학의 오용과 함께 등장한 문제가 위험(risk)의 문제였다. 과학기술이 낳는 위험 중에는 이론이나 실험실에서 수행하는 제한적인 실험만으로는 온전한 답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p.86 일단 상당수의 사람들이 AI라는 기술적 대상에 인간의 개인적 행동에나 적용될 법한 ‘윤리’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출발해 보자. 이런 이들일수록 AI 윤리 논의 자체가 AI 관련 과학기술 연구의 ‘발목을 잡으려는’ 비생산적 논의라고 규정하는 경향이 많다. --- p.109 자연과학의 경우 관찰 가능하고 수량화와 일반화가 가능한 대상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이를 가치가 아닌 사실의 영역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가치는 사실에 기초를 두지 않은 감정 상태, 즉 주관적인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일관되지 않으며 객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 반면 가치는 사실에 기초를 두지 않은 감정 상태, 즉 주관적인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일관되지 않으며 객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 p.151 푸코가 구체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로 꼽은 이는 로버트 오펜하이머다. 푸코는 과학기술과 지식이 권력과 통합되어 행사되는 20세기 중반 (…) 새로운 대항 지식을 창출해낼 수 있는 구체적 지식인의 역할이 새로운 사회 질서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p.230 과학자는 자연이 보여주는 그대로를 보는 순진한 관찰자가 아니다. 과학 연구란, 고도로 훈련받은 과학자가 복잡한 측정 장치를 고안하고 반복적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장치의 오류 및 잡음을 보정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일련의 행위들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위는 과학자가 매순간 내리는 선택에 기반하며 그러한 선택의 결과 과학 지식이 생산된다. --- p.261 코스모테크닉스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우린 적지 않은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한 바퀴 먼 길을 돌아서 다시 처음으로 온 것 같지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은 출발점과 같지 않다. 우리는 땅 위에서 동그라미를 그린 것이 아니라, 나선형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래서 지금의 위치는 출발점보다 더 위에 있고, 우리가 출발한 지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 p.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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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과학과 가치의 관계를 묻다 미셸 푸코는 ‘보편적 지식인’의 역할이 역사적 시효를 다해가던 시기, ‘구체적 지식인’의 등장을 눈 여겨 봤다.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기술과 지식이 권력과 통합되어 행사되면서, 이에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체적 지식인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새로운 사회를 가져올 수 있는 대안지식의 창출자로 호명한 ‘구체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로, 푸코는 오펜하이머를 꼽았다. 인류를 절멸에 빠뜨릴 ‘절대 무기’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섰지만 이후 핵무기 사용을 비판하고 군비경쟁에 반대한 과학자,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기 영화로 재조명되고 있는 오펜하이머는 이 책이 다루는 ‘과학과 가치’의 문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근대과학은 인간 이성의 힘으로 신성(神聖)의 영역을 무너뜨려 왔지만, 그 과정에서 과학자는 철저한 가치중립의 수호자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면서 결국 그 자신이 신성한 지식의 ‘성직자’, 혹은 세속적 가치와 절연한 ‘수도승’, 심하게는 세상만사 상관없는 전문적 분야의 ‘기능인’으로 변모해갔다. 하지만 과연 사회적 가치나 윤리에 초연한, 오롯이 그 자신만의 객관적 ‘과학’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저선량 방사능이 암을 유발하느냐 마느냐를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하려면 수억 마리의 실험쥐가 필요하다. 그런 실험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이 문제에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답한다는 것은 어렵다. 과학이 초래한 문제에 대해 정작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상태, 위험평가를 정량적으로 하기 힘든 영역을 다루는 과학을 ‘트랜스 사이언스(trans-science)’라고 부른다. 우리 시대의 ‘과학’은 이런 사태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과 ‘가치’의 문제를 역사적, 철학적으로 되짚어보면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과학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여전히 고독한 실험실에서 지식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들의 발견과 발명은 대학과 연구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위 혁신기업들이 과학과 첨단기술로 세상을 바꾸려 하고, 이에 주식시장 개미들의 생태계가 바뀌며, 과학에 아무런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폰은 우리도 모르게 수많은 ‘과학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 ‘과학은 가치와 무관하다’는 근대과학의 헌법적 언명은 이제 해체돼야 한다. 과학과 사회의 ‘새로운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학과 가치의 문제에 천착해 온 9명의 저자들은, 과학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는 고립된 사고가 아니라 한 사회와 그 사람들이 지닌 숱한 가치와 얽힌 관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테크노사이언스(브뤼노 라투르)에서 코스모테크닉스(허욱)로 이어지는 새로운 과학?기술 이해의 궤적을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과학의 가치, 근대과학에서 AI시대 민주주의까지 책의 1부에서는 근대과학의 태동기부터 지금의 AI 시대까지 과학과 가치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다룬다. 첫 번째 글 〈과학과 가치, 그 안과 밖〉(천현득)은 과학과 가치가 여러 차원에서 교차하며 상호침투하는 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과학의 가치중립 이상에 근거한 전통적인 ‘과학의 사회계약’이 더 이상 통용되기 힘든 시대가 되었고, 따라서 과학과 사회는 이제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하는 갱신의 시점이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두 번째 글 〈과학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홍성욱)는 시민에 의한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주장한 사회구성주의가 1980년대 후반 과학기술학의 ‘참여적 전환’을 낳게 된 과정을 추적하며, 과학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만날 수 있는 조건, 더 나아가 둘의 가치가 만나야만 해결이 가능한 우리 시대의 절박한 위기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세 번째 글 〈AI 윤리가 왜 중요한가?〉(이상욱)는 AI에 대한 윤리적 고찰이 단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무엇을 위해 필요하다는 식의 논의를 넘어, 산업현장에서 AI 연구개발 및 활용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AI 윤리 논의는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론적 고려의 좋은 사례가 된다. 네 번째 글 〈기술의 가치중립성: 그 함의와 한계, 그리고 과제〉(손화철)는 과학과 기술, 두 분야에서 가치중립성에 대해 이해하고 적용하는 맥락이 서로 대단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술은 다양한 가치의 각축장이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개발하기보다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학과 같이, 이론에서 실천으로 책의 2부에서는 우리 사회가 과학과 ‘같이’ 풀어야 하는 가치의 문제를 실천적 영역에서 다룬다. 다섯 번째 글 〈과학과 반인종주의라는 가치: 유네스코 인종 선언문 논쟁〉(현재환)은 1950~51년 유네스코의 ‘인종 공동선언(The Race Question)’을 놓고 인류 유전에 관한 과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와 관련한 당시 과학자들의 치열한 논쟁을 다룬다. 과학의 가치중립성과 사회적 가치를 둘러싼 인류유전학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섯 번째 글 〈21세기 기업가형 과학자와 과학적 덕목의 역사〉(이두갑)는 과학과 과학자들에게 부여된 덕목(virtue)의 역사를 살펴본다. 객관성과 중립성의 가치를 담지한 이상적 지식인이 근대 과학자의 덕목이었다면, 국가와 기업과 결합하여 권력의 원천이 된 21세기 과학기술에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일곱 번째 글 〈과학과 여성주의 가치〉(임소연)는 페미니즘의 시각을 통해 과학의 본질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과학 연구란 과학자가 매순간 내리는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행위다. 과학자의 성별뿐 아니라 가치관이 이런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여성주의 가치는 분명 과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원이다. 여덟 번째 글 〈과학기술혁신정책의 가치지향적 전환〉(송위진)은 과학기술혁신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 시민사회, 사회적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혁신가’로서의 정부의 역할을 다룬다. 저자는 기후위기와 양극화라는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과 사회적 가치의 만남과 연대를 기대한다. 테크노사이언스에서 코스모테크닉스로 에필로그로 실린 아홉 번째 글 〈동양의 과학은 서양의 과학과 다른 가치를 가지는가?〉(홍성욱)는 과학과 가치에 대한 향후 연구 과제를 제안한다. 인간-비인간을 동등한 주체로 보며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제안한 브뤼노 라투르의 ‘테크노사이언스’와 홍콩 출신의 기술철학자 허욱(Yuk Hui)이 제안한 ‘코스모테크닉스’ 개념을 검토한다. 동양사상의 오랜 논의를 끌어와 과학과 가치가 맺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