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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물질 담론들과 혐오 제1장│물질 혐오와 포스트휴먼 유물론: 평평한 존재론을 중심으로 _ 박인찬 제2장│다양한 객체들의 행위자네트워크와 물질 혐오 _이준석 제3장│레비 브라이언트의 객체지향 존재론에서 물질 혐오 _이재준 제4장│인류세를 혐오할 때: 티머시 모턴의 거대사물과 인류세 _이동신 제5장│물질이 물의를 빚고 우리가 실재와 만날 때: 캐런 버라드의 행위적 실재주의로 본 물질과 실재 _이지선 제2부 물질 혐오의 현실 제6장│‘인류세’적 신체 변형 서사와 휴먼의 임계점: 도리시마 덴포의 『개근의 무리』를 통해 _신하경 제7장│‘균(菌)’, ‘음(音)’, ‘문(文)’의 상상력과 팬데믹의 정치 _임태훈 제8장│‘공해의 원점’에서 보는 질병 혐오 _유수정 제9장│성형, 몸에 대한 혐오에서 몸 이미지의 과학으로 _임소연 제10장│광기 이미지와 혐오의 문제 _한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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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2019를 비롯해 기후 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은 인간과 물질,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 감염병과 기후 위기의 지구적 확산이 자본주의적 생활 양식에서 비롯된 우리 시대의 가공할 만한 팬데믹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점들에 착안해 인간과 물질을 수평적으로 바라보려는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유물론들, 명칭과 지향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포스트휴먼 유물론’으로 묶어도 좋을 신유물론, 생기론적 유물론, 사물 이론, 객체지향 존재론 등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 중 하나인 평평한 존재론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17~18쪽, 제1장 물질 혐오와 포스트휴먼 유물론」중에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물질 혐오’란, 특별한 종류의 물질 혹은 객체가 연결망을 구성하고 있는 행위자네트워크에 대한 염오(厭惡) 내지 배제를 뜻한다. 따라서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텐데 이를 우리는 ‘물질 애착’으로 부를 수 있다. 물질 혐오와 물질 애착은 모두 행위자가 특정한 물질적 행위자네트워크 혹은 물질 객체(material object)에 대해 갖는 반응 내지는 정동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신유물론의 관점에서 보면, 물질 혐오는 대상 행위소·객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를 지칭하고, 물질 애착은 대상 행위소·객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칭한다. ---「100쪽, 제2장 다양한 객체들의 행위자네트워크와 물질 혐오」중에서 ‘객체로서의 혐오스러운 것’으로부터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혐오의 정동으로부터 관계 외부적인 횡단 혹은 변형은 객체들 자체의 변형이나 소멸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혐오는 인간과 비인간의 뒤엉킨 중간 영역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이 접속된 항들에 어떤 변형된 흔적으로 남아 있는 회집체이다. … 혐오는 타자와 함께 인간에게서 이루어진 변화, 즉 혐오 정동의 효과, 즉 정동 작용(affection, 혹은 변용)이다. … 화학 물질에 오염된 신체에서 그 오염 물질은 혐오스러운 객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에 직접 노출된 몸은 치료된다고 해도 이전과는 다른 변형된 몸이다. … 다른 한편으로, 객체지향 존재론에서 혐오의 정동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인간-인간의 차별적 관계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인간-비인간의 차별적 관계에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혐오스러운 객체’라고 부른 ‘혐오받은 비인간 존재자들’의 자리를 재고하게 한다. ---「135~136쪽, 제3장 레비 브라이언트의 객체지향 존재론에서 물질 혐오」중에서 한편으로는 자연의 종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의 종말이라고 얘기되는 것이 인류세다. 그저 종말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두 입장은 매우 모순적이다. 적어도 자연과 문명을 대칭적 관계로 삼고,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던 근대 사회의 틀에서 보면 극명한 모순이다. 물론 그런 관계가 근대 사회 이전부터 만들어져 있었던 것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근대 사회에서처럼 둘의 구분이 중요한 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브뤼노 라투르가 애초에 그런 구분이 불가능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단 한 번도 근대적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서 결국 근대 사회가 때로는 자연에, 때로는 문명(문화)에 속하는 기묘한 존재들인 하이브리드를 양산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 구분이 근대 사회의 가장 굳건한 토대로 작동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어쩌면 라투르 입장에서 보면, 인류세는 근대 사회에 내재한 모순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우리가 근대 사회의 단층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 인류세는 모순으로 가득한 기묘한 사물일 수밖에 없다. ---「86쪽, 제4장 인류세를 혐오할 때」중에서 물질이 귀환하고 있다. 물질을 “인간 정신의 외부의 (유일한) 실재”로 보는 사상은 때로는 노골적/강압적으로 때로는 은밀한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만물의 근본 원리가 물, 불, 흙, 공기, 또는 원자와 같은 ‘물질’에 있다고 본 고대 그리스 사상이 그 시작점이었다면, 헤겔의 관념적 변증법을 물구나무 세운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과 변증법적 유물론은 그 정점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른바 “언어적 전회”가 이루어지고 21세기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는 사상사 아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것이 “물질적 전회”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것은 물질의 부활이기도 하다. 데카르트가 연장 실체로 정의한 이래 수동적이고 외부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이며 비활성적인, 말 그대로 죽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물질이 다시 능동성, 생명성, 운동성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전복이기도 하다. 신물질주의 혹은 물질(주의) 여성주의는 과거의 유물론을 인간 중심적이라 비판하며 물질 그 자체를 표방하고 물질을 중심으로 인간의 질서를 재편하는 진정한 물질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160~161쪽, 제5장 물질이 물의를 빚고 우리가 실재와 만날 때」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실존주의의 맥락 속에서 신체 변형 서사는 ‘인간의 비인간화’에 대한 공포로서 그려진 이후, … 1980년대 이후의 ‘사이버펑크’ 속에서 신체 변형 서사는 다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필립 딕이나 윌리엄 깁슨의 소설로 대표되듯이, 인간이 육체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정보체로 전환될 (수 있을) 때, 그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에게 ‘인간’ 및 ‘생명’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 사이버펑크의 작품이 아무리 ‘인간’ 경계의 탈각을 그린다고 해도 그 방점은 여전히 ‘인간’ 개체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 〈공각기동대〉의 인공 생명 ‘인형사’가 네트워크에서 생성된 ‘생명’이고, 주인공 구사나기 모토코가 마지막 부분에서 아무리 ‘네트워크는 광대하다’고 선언할지라도, 주인공들은 엄연히 ‘인간’의 물리적 신체의 경계 속에 머물 뿐이다. … 2000년대의 신체 변형 서사는, 신경/인지 과학, 생명 공학, 로보틱스, 정보 통신 기술 등의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제기하는 ‘인간’ 개념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 포스트휴먼적 신체 변형 서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앞선 시기들에 비해 ‘인간(휴먼)’ 개념이 더 이상 소여의 근거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휴먼’은 임계에 다다른 것이다. ---「194~195쪽, 제6장 ‘인류세’적 신체 변형 서사와 휴먼의 임계점」중에서 1918년에서 1920년 사이 ≪매일신보≫ 신문 지면에선 전염병과 정치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동궤를 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독자들에게는 소설보다는 신문이 이질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던 두 계열의 사건들을 하나로 묶는 표상 공간이었다. ≪매일신보≫는 총독부 식민 권력이 자신을 조선 사회에 드러내는 연출된 무대이면서, 이 지면을 통해 조선을 상상하는 일을 식민지인에게 훈육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수개월에 걸쳐 전염병과 소요 사태가 끊이지 않는 위기 국면에서, ≪매일신보≫는 활성화되거나 위축되는 특정한 코드의 상상력을 회로화한 미디어였다. ---「230쪽, 제7장 ‘균(菌)’, ‘음(音)’, ‘문(文)’의 상상력과 팬데믹의 정치」중에서 미나마타병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기 수은 화합물, 즉 메틸수은이라는 오염 물질이지만, 미나마타병 환자와 가족 들의 길고 힘든 투쟁의 역사가 말해주듯, 국가적 이익,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업의 생산성 등이 가치의 위계를 결정하는 세계에서 생명 파괴의 현실은 마지막에 가서야 가시화된다. 이러한 점에서 ‘공해병’의 기원과 범위를 확증하려는 시도는 자칫 ‘공해’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축소하려는 입장을 강화할 수도 있다. … 미나마타병을 낳은 역사-생태적 연쇄에 주목해야 하며, 미나마타병이라는 발병 지역의 명칭으로 불리는 이 공해병의 이름에 함축된 20세기 그 지역의 산업, 나아가 이를 은폐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혐오의 정동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258~259쪽, 제8장 ‘공해의 원점’에서 보는 질병 혐오」중에서 자기 신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곧바로 성형 수술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은 자칫 성형외과 의사가 환자의 성형 선택을 유도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혐오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혹은 성형 수술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자신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주문이 최선인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 이 글은 신체 혐오와 성형 수술 선택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사이에는 환자의 몸도, 의사의 지식도 아닌 몸 이미지가 있으며 보이지 않는 혐오가 아닌 보는 것이 중요한 과학이 있다. ---「281~282쪽, 제9장 성형, 몸에 대한 혐오에서 몸 이미지의 과학으로」중에서 광인들의 이미지에서 그들의 정체성은 주로 그들의 얼굴에서 확인되었다. 정신 이상이 정동의 과도함 또는 부재를 특징으로 한다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 몸의 기관이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는 얼굴이 곧 그 사람의 성격이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인상학의 전통과 관련 있다. … 인상학은 비정상인, 이방인, 야만인 등을 축출해 내어 격리시키는 권력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 인상학과 인종주의의 결합은 한 집단의 이미지를 고정하고 차별과 박해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종의 ‘마음속 정형화’ 작업이었다. 또한 범죄의 원인을 신체적 특성과 결합시키는 범죄 인상학도 롬브로소 이래 수많은 사례 분류와 통계를 동원하는 과학적 실증주의를 내세웠고, 이는 정신 의학, 유전학, 우생학에 영향을 끼치며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303~304쪽, 제10장 광기 이미지와 혐오의 문제」중에서 |
물질이 왜 문제인지를 묻기 위해
물질 담론과 현실 양 측면에서 고찰한다 어떤 물질을 혐오한다는 것은 그 물질에 대해 위협과 공포를 느끼고 부정적인 관계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더러운 쓰레기를 눈에 보이지 않도록 멀리 치우듯이, 그 물질도 사람의 시선 바깥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는 물질 담론이 정신과 물질을 이원론으로 구분해 온 이론적 관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질이라는 말은 본래 과학 및 기술에서 쓰이는 말이고 일상에서 쓰이는 말이 아니기에, 이 책에서 물질 혐오 담론은 물질이 무엇인가라는 논의에서 시작한다. 물질을 문제시하기 전에 물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대와 근대 유물론에서는 물질을 정신과 대립한 것으로 여기거나, 정신의 산물 또는 결과물로 생각했다. 헤겔의 관념론이든 엥겔스의 유물론이든 분명히 물질을 혐오하는 이론적 관습이 있어왔다. 물질 담론의 토대는 정신/물질 이원론을 비판하는 탈근대주의 유물론과 유물론의 계보를 잇는 신유물론의 새로운 시도 사이에 논의 지형이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담론을 한편에 두고, 현실 세계에서 물질은 그저 물질이다. 그 자체로 혐오스러운 물질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물질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혐오하는 감정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혐오했던 기억과 그 존재가 실재성을 갖게 된다. 즉, 물질이 인간과 사물과 상호 작용하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혐오스러운 존재가 된다. 이 책에서는 물질 혐오의 현실을 다음 다섯 가지 주제로 선정했다. 지구와 자연 환경의 위기를 일컫는 인류세, 인류의 임계를 상상하고 인간-비인간이라는 혼종의 신체 변형, 공포와 혐오의 정치적 자원이 된 전염병, 생명 정치에서의 혐오 메커니즘, 혐오의 미학으로서 이미지에 관한 글을 통해 물질 혐오의 담론과 실제에 대한 핵심적인 고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2부, 1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부 ‘물질 담론들과 혐오’에서는 신유물론과 사변적 실재론에서 물질의 존재론적 의의와 물질적 전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제2부 ‘물질 혐오의 현실’에서는 물질 혐오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인류세, 신체 변형과 사회적 혐오, 혐오의 이미지를 다룬다. 제1장 「물질 혐오와 포스트휴먼 유물론: 평평한 존재론을 중심으로」에서 박인찬은 근대에 의해 혹은 인간주의에 의해 억압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물질에 존재론적 권리를 돌려주고 인간과 비인간의 포스트휴먼적인 관계에서 내재성의 평면에 재배치된 물질 존재를 재차 확인한다. 제2장 「다양한 객체들의 행위자네트워크와 물질 혐오」에서 이준석은 사변적 실재론의 객체를 유형화하려고 시도한다. 하이퍼오브젝트, 나노객체, 파사드 객체, 패러독스 객체, 보조 객체의 행위자네트워크 작동은 객체들과 그 객체 회집체의 관계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제3장 「레비 브라이언트의 객체지향 존재론에서 물질 혐오」에서 이재준은 물질 혐오는 관계 양상이고 네트워크로부터 ‘물러나 있음’을 관계 존재론에서 재구성한다. 여기에서 혐오스러운 것으로 현실화된 물질마저도 그 잠재성에서 다양체로 표현될 수 있다. 제4장 「인류세를 혐오할 때: 티머시 모턴의 거대사물과 인류세」에서 이동신은 인류세를 바라보는 이런 인간적인 부정적 태도들을 살피면서 시작한다. 이때 물질 혐오는 인류세와 인간 객체의 관계에서 불안과 분노, 의심과 혐오로 드러난다. 제5장 「물질이 물의를 빚고 우리가 실재와 만날 때: 캐런 버라드의 행위적 실재주의로 본 물질과 실재」에서 이지선은 사물들이나 객체들의 상호 작용을 버라드의 사이-작용 개념에서 파악한다. 양자 역학이 존재를 미규정적인 것으로 보듯, 사물들은 행위의 얽힘 과정에서 물질/비물질로 결정된다. 제6장 「‘인류세’적 신체 변형 서사와 휴먼의 임계점: 도리시마 덴포 『개근의 무리』를 통해」에서 신하경은 동일본 대지진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인류사의 파국적인 국면을 SF 서사를 따라가며 분석한다.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인간-비인간의 종 간 횡단과 그로 인해 혐오스러운 신체로 변형된 새로운 인간은 대문자 인간의 위선과 폭력을 해체한다. 제7장 「‘균(菌)’, ‘음(音)’, ‘문(文)’의 상상력과 팬데믹의 정치」에서 임태훈은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했던 1918년 무렵 조선에서도 발생한 전염병과 소요 사태를 다룬다. 바이러스라는 미시적인 비인간 타자와 인간 감염자가 공포와 혐오를 관통하는 상상의 장치들을 통해 정치적 자원으로 치환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제8장 「‘공해의 원점’에서 보는 질병 혐오」에서 유수정은 독성 물질에 노출된 신체 손상과 변형, 그리고 거기에 가해지는 사회적 혐오를 다룬 소설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을 해석한다. 전후 일본의 산업화 과정에서 수은에 중독된 미나마타병 환자들의 고통과 그들에 대한 공적 대처, 그리고 사회적 편견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생명 정치가 혐오의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9장 「성형, 몸에 대한 혐오에서 몸 이미지의 과학으로」에서 임소연은 물신화된 신체 이미지가 의료 산업에서 자본화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성형 의료는 진단과 치료로만 이루어진 단일한 과학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 시대 의학은 이런 회로를 현실의 신체에 구현한다. 제10장 「광기 이미지와 혐오의 문제」에서 한의정은 광기를 형상화하는 시각 문화의 형식들을 살핀다. 광기 이미지는 알레고리의 방식으로 제시되던 시기부터 의과학의 데이터로 사용되는 시기까지 지식-권력의 메커니즘에서 작동한다. 차별적인 혐오 생산을 정당화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이미지의 역사는 광기와 같은 타자성이 마침내 인간 안에 내재한다는 것을 폭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