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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 사업단 학술연구총서

책소개

목차

서문_이재준

1부

01 오물의 미학_한의정
1. 오물(汚物), 더러운 물질
2. 바타유의 이질학
3. 아브젝시옹, 아브젝트, 그리고 비정형
4. 아브젝트들의 예술

02 버려진 사물, 미학적 단면_이재준
1. 여지없이 인간적이다
2. 버려진 사물들
3. 오브제
4. 그 ‘오브제’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사물
5. 글을 맺으며

03 쓰레기의 역습과 동시대 미술의 실천_정은영
1. 쓰레기 요새 속의 삶
2. 이질학과 폐기물
3. 동시대 미술의 이질학적 전략과 실천
4.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04 오염되어 버려진 존재들: 원폭소설로 보는 혐오 정동의 증식과 디스토피아 문학_이지형
1. 디스토피아 문학의 조건과 원폭문학
2. 원폭소설의 안과 밖
3. 오염, 감염, 혐오: 이노우에 미쓰하루의 원폭소설 『손의 집』
4. 혐오 정동의 증식과 차별의 구조: 『지상의 무리들』의 무리들
5. 나가며

05 가이아, 버려진 이름에서 시대의 얼굴이 되기까지: 스텐게르스, 라투르, 해러웨이의 가이아론 또는 가이아 이야기_이지선
1. 인류세와 가이아의 복권
2. 가이아라는 이론 혹은 이름의 탄생
3. 스텐게르스: 가이아 명명하기
4. 라투르: 가이아 대면하기
5. 해러웨이: 가이아 또는 툴루세라는 말썽(트러블)에 기거하기

2부

00 재생 버튼: 버려진 것들의 귀환을 위한 리-플레이_정은영

01 이종관, 넝마주이의 브리콜라주_한의정
이종관 작가 인터뷰

02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_이재준
1. 거주의 사회
2. 혐오의 회귀 운동
3. 거주의 임의성
4. 화성은 화성이다
김지은 작가 인터뷰와 작가 노트

03 김승현, 현존의 아상블라주: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진동하기_김보라
김승현 작가 인터뷰와 작가 노트

04 서인혜, 할머니의/와 몸빼_유수정
1. 몸빼 12벌
2. 시간의 사물로
3. 여성이 입는 노동, 그 역사까지
4. 여성의 몸, 노동, 시간
서인혜 작가 인터뷰

05 김순선, 지구의 옷으로 그린 툴루의 초상_이지선
지의류, 지구의 ‘옷’이라는 생물
지구의 새로운 표상: 가이아와 툴루(세)
툴루의 초상
김순선 작가 인터뷰

저자 소개 7

심리학, 철학, 미학을 전공했으며 포스트휴머니즘과 신물질주의의 시각에서 인간-비인간의 존재론적 관계, 다양한 몸들에서 정신-물질적 혼성, 과학 기술적 사물들의 미학-정치적 배치 등에 관해 연구했다. 최근 지구 행성 위기와 다양한 포스트휴먼 곤경 현상을 주목하면서 인간-비인간의 얽힘과 정동적 운동에 관한 미학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 ?모노(もの) 혹은 사물?(2025), ?버려진 것의 겹들?(2023), ?안드로이드 과학과 포스트휴먼 언캐니?(2023), ?장애의 물질적 전환과 회집체?(2023), ?객체들의 관계 외부성과 물질 혐오?(2022), ?단단한 생명 혹
심리학, 철학, 미학을 전공했으며 포스트휴머니즘과 신물질주의의 시각에서 인간-비인간의 존재론적 관계, 다양한 몸들에서 정신-물질적 혼성, 과학 기술적 사물들의 미학-정치적 배치 등에 관해 연구했다. 최근 지구 행성 위기와 다양한 포스트휴먼 곤경 현상을 주목하면서 인간-비인간의 얽힘과 정동적 운동에 관한 미학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 ?모노(もの) 혹은 사물?(2025), ?버려진 것의 겹들?(2023), ?안드로이드 과학과 포스트휴먼 언캐니?(2023), ?장애의 물질적 전환과 회집체?(2023), ?객체들의 관계 외부성과 물질 혐오?(2022), ?단단한 생명 혹은 흐르는 물질?(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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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 프랑스 현대 미학 전공으로 예술과 예술 아닌 것, 예술계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와 차별적 취향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물질 혐오: 왜 물질이 문제인가??(공저, 2023), ??독신자×기계??(2022), ??혐오이론 I: 학제적 접근??(공저, 2022)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기계-예술가의 매혹과 공포?(2024), ?물질의 이질학에서 아브젝트들의 예술로?(2023), ?왜 로봇을 두려워하는가: 기계와 예술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2023), ?도구와 파트너 사이: 시각예술에서 인형의 역할에 대한 연구?(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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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정의 다른 상품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였고, 이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어바나-샴페인)에서 현대미술사 및 이론으로 미술사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사학회 회장과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다. 미니멀리즘과 포스트미니멀리즘, 마르셀 뒤샹과 초현실주의, 비트겐슈타인과 개념미술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고, 기호의 어긋남과 교차에서 발견되는 풍부한 공명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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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쓰쿠바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워싱턴대학교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03년부터 숙명여대 일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근현대문학, 일본문화를 텃밭으로 마이너리티 문제, 장애·성적 지향·노화 등 신체소외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젠더와 일본 사회」, 「일본 전후문학과 마이너리티문학의 단층」(공저), 「일본 마이너리티문학 연구의 현재와 과제」, 「일본 전후 성과학 잡지 고찰」, 「요양소의 담을 넘어: 한센병문학의 위기와 사회화 담
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쓰쿠바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워싱턴대학교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03년부터 숙명여대 일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근현대문학, 일본문화를 텃밭으로 마이너리티 문제, 장애·성적 지향·노화 등 신체소외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젠더와 일본 사회」, 「일본 전후문학과 마이너리티문학의 단층」(공저), 「일본 마이너리티문학 연구의 현재와 과제」, 「일본 전후 성과학 잡지 고찰」, 「요양소의 담을 넘어: 한센병문학의 위기와 사회화 담론의 계보」, 「일본 현대소설의 소수자성과 혐오: 노인과 LGBT」(2021), 『과잉과 결핍의 신체: 일본문학 속 젠더, 한센병, 그로테스크』(2019), 『일본 전후문학과 마이너리티문학의 단층』(공저, 201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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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철학과 조교수이다. 프랑스 근현대 철학, 과학철학, 과학사를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포스트휴머니즘, 신물질주의, 정치생태학 등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유물론×페미니즘: 몸, 물질, 생명??(공저, 2023), ??물질 혐오: 왜 물질이 문제인가??(공저, 2023), ??초연결의 철학??(공저, 2021)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 ??철학적 포스트휴머니즘: 포스트휴먼 시대를 이해하는 237개의 질문들??(2021)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인류세 시대, 가이아 명명하기, 대면하기, 기거하기?(2022), ?캐런 버라드의 행위적 실재주의에서 물질과 실
전남대학교 철학과 조교수이다. 프랑스 근현대 철학, 과학철학, 과학사를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포스트휴머니즘, 신물질주의, 정치생태학 등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유물론×페미니즘: 몸, 물질, 생명??(공저, 2023), ??물질 혐오: 왜 물질이 문제인가??(공저, 2023), ??초연결의 철학??(공저, 2021)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 ??철학적 포스트휴머니즘: 포스트휴먼 시대를 이해하는 237개의 질문들??(2021)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인류세 시대, 가이아 명명하기, 대면하기, 기거하기?(2022), ?캐런 버라드의 행위적 실재주의에서 물질과 실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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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초빙교수다. 독어독문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후 이미지와 기억, 매체 확장, 이미지 생태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 〈입장들〉, 〈크라프트베어크2019: 호모 심비우스〉 기획에 참여했으며 2021년 호반문화재단 H아트랩 1기 입주이론가로 선정된 바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세계극장: 아비 바르부르크의 문화이론에 나타난 퍼포먼스 패러다임”(2020), “디지털 미디어 시대 회화의 확장에 대한 고찰”(2019)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아트폼스』(공역, 2016), 『미디어비평용어21』(공역, 2015),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초빙교수다. 독어독문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후 이미지와 기억, 매체 확장, 이미지 생태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 〈입장들〉, 〈크라프트베어크2019: 호모 심비우스〉 기획에 참여했으며 2021년 호반문화재단 H아트랩 1기 입주이론가로 선정된 바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세계극장: 아비 바르부르크의 문화이론에 나타난 퍼포먼스 패러다임”(2020), “디지털 미디어 시대 회화의 확장에 대한 고찰”(2019)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아트폼스』(공역, 2016), 『미디어비평용어21』(공역, 2015),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공역, 2013), 『개념미술』(2008), 『바실리 칸딘스키』(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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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일본 근현대 문학, 만주국 문학, 식민지 문학을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문학 속 신체 담론으로 관심을 넓혀 노인·질병·장애와 혐오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일본대중문화의 이해』(공저, 2015), 『근대 동아시아 담론의 역설과 굴절』(공저, 2011)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공해의 원점’에서 보는 질병 혐오」(2022), 「초고령사회 SF적 상상력의 구현: 애니메이션 ≪노인Z≫에서 보는 노인과 개호로봇」(2021), 「푸른 눈의 ‘일본인’: 기타무라 겐지로의 아동문학 『솔베이지의 노래』에 나타난 만주 귀환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일본 근현대 문학, 만주국 문학, 식민지 문학을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문학 속 신체 담론으로 관심을 넓혀 노인·질병·장애와 혐오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일본대중문화의 이해』(공저, 2015), 『근대 동아시아 담론의 역설과 굴절』(공저, 2011)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공해의 원점’에서 보는 질병 혐오」(2022), 「초고령사회 SF적 상상력의 구현: 애니메이션 ≪노인Z≫에서 보는 노인과 개호로봇」(2021), 「푸른 눈의 ‘일본인’: 기타무라 겐지로의 아동문학 『솔베이지의 노래』에 나타난 만주 귀환 서사」(2018)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만주국 속의 동아시아 문학』(공역, 2018), 『<식민지> 일본어문학론』(공역,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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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53*224*12mm
ISBN13
9788946076273

책 속으로

수백 년 넘게 일상생활에서 사용된 ‘쓰레기’라는 말은 ‘쓸어냄’이라는 동작, 그리고 ‘티끌’이라는 대상과 그 대상의 속성인 ‘하찮음’을 포함한다. ‘쓸기’ 행위의 대상인 티끌은 먼지처럼 작은 부스러기이자, 하찮은 것이다. 하찮음은 온전한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알갱이들에 덧붙여지고, 대수롭지 않거나 무가치한 것, 심지어 더러운 것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때 어떤 존재의 지위가 중요한데, 쓰레기는 원래 제값을 가진 것이었다가 대수롭지 않거나 무가치한 지위로 옮겨진 사물이다. 밀어냄/밀림의 힘 관계에서 주변 자리로 배치된 사물이 쓰레기이다. 제값을 빼앗긴 사물, 쓰레기의 운동은 관계 존재론적 정치이다.
--- 「서문」 중에서

도구성은 인간주의적인 관계에서 비인간 사물에 전가된 특징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버려진 사물에서 도구성 비판은 그 사물의 가치를 다시 이해할 수 있는 제법 유용한 통로이다. 도구성 비판을 급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인간주의적 사유에서 사물을 구제하려는 논의가 사변적 실재론(speculative realism), 객체지향존재론, 그리고 신유물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변적 실재론에서는 사유와 비인간의 상관주의적 관계를 해체하는 것이 중요하며, 신유물론에서는 존재론의 평면 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변적 실재론자인 그레이엄 허먼(Graham Harman)은 마르틴 하이데거의 도구 존재론을 재독해하는 과정에서 비인간의 존재를 뒤덮은 인간주의의 포장을 걷어내려 한다.

‘멀리 있음’은 객체 자체가 의식에 포착되지 않는 것임을, 즉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 ‘관계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령 우리 몸의 세포들을 이루고 있는 미립자는 인간주의적인 의식에 포착되지 않지만 서로 관계하며 각각의 세포들과도 함께한다. 그 연결망의 창발적 효과는 우리 ‘자아’일 수도 있다. 그러한 한에서 객체로서 사물은 우리가 알고 느끼는 것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다.
--- 「02 버려진 사물, 미학적 단면」 중에서

바타유가 지적하듯이, 생리적/물리적, 관념적/이론적, 사회적/관습적 영역을 막론하고 모든 형태의 전유(appropriation)는 이질적인 분변을 배출하는 배설(excretion)과 동시에 일어난다(Bataille, 1985: 99). 개체 생존을 위한 에너지나 물질의 흡수, 과학적 이론에서의 지적인 동화와 체계화, 사회조직의 위계질서와 제도화 등 일체의 전유 과정은 자체의 동질성(homogeneity)을 유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유는 필연적으로 그 동질화 과정에서 밀려나고 버려지는 이질적인 것들을 배출함으로써 진행된다. 그러나 전유와 배설이 하나의 동시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동질화 운동에서 배제된 것들은 더럽고 불결한 것으로 여겨져 추방되거나 반대로 성스럽고 거룩한 것으로서 숭배되는데, 이질학은 이처럼 동질적인 것과 이질적인 것의 분리 불가능성과 이질적인 것 내의 양극화된 이중성을 드러냄으로써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지니는 사회적 변혁의 힘을 자각하게 한다.
--- 「03 쓰레기의 역습과 동시대 미술의 실천」 중에서

혐오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혐오 존재가 새로운 혐오 대상을 찾아 나서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인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라는 관념에 내재된 인간중심주의를 상대화해 사고할 수 있는 대전환의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중심주의가 전제하는 ‘인간’이란 결국 ‘정상성(normality)’에 기초하는 관념이다. 피폭자, 피차별 부락민 등이 생물학적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정상성에서 일탈한 비정상적 존재, 이른바 ‘비인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 물질 등 생물학적 인간 밖의 ‘비인간’ 존재와의 횡단적 고찰은 혐오 문제를 사유함에 있어서 향후 더욱 착목해야 할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혐오를 물질 및 정동의 오염, 감염 관점에서 고찰한 이 글도 그 작은 시작인 셈이다.
--- 「04 오염되어 버려진 존재들」 중에서

라투르와 스텐게르스는 인류세 개념의 한계와 위험성, 이를테면 인간중심주의의 문제를 인식하고 또 경계하지만, 개념 자체는 인정하고 또 적극 수용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지구에 대한 관점 전환의 필요성을 읽어내고, 이를 가이아라 명명하고(스텐게르스) 또 대면함으로써(라투르), ‘가이아 이야기(Gaiastory)’라는 새로운 이론 혹은 역사를 제안한다. 지구를 가이아라는 이름으로 개념화·표상화하면서 그 이름이 가진 다양한 효과를 전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가이아는 지질학, 철학, 신학, 사회과학 등 여러 학문의 성과들을 조합한 혼종(하이브리드) 용어로서, 근대(화)와 지구 개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연과 인간 또는 문화,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근대적 이분법과 그에 기초한 과학과 정치 사이의 분리를 타파하는 효과를 갖는다. 물론 다른 과학 용어, 이를테면 카오스와 비교할 때 지시 대상이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개념이고, 따라서 이름의 효과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한계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이아라는 이름을 배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이고 특징적인 입장이다.
--- 「05 가이아, 버려진 이름에서 시대의 얼굴이 되기까지」 중에서

각자도생에 몰두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무한히 변주되는 것이야말로 그 새로움이다. 이곳에서 개인은 일상화된 패배와 좌절의 트라우마를 외로이 각인하고 있다. 불안과 그 너머의 분노는 ‘나의 것’이다. 누가 나의 자리를 빼앗고 나를 패배시키는가? 누가 나의 좌절에 책임을 져야 하나? 불안과 분노는 개체적이지만 감염력이 매우 큰 정동이다. 그렇기에 패배와 좌절은 또한 나의 것이 아니다. 이런 역설은 최근 들끓고 있는 불공정이라는 사회적 표상에서 감지된다. (…) 수없이 많은 분노에 얽힌 불공정은 대부분 상호 이해관계가 어긋난 듯 보일 때 나타나는 표어 같은 것이다. 생산, 분배, 소비에서 경제의 불공정, 계약의 불공정, 제도의 불공정, 경쟁의 불공정. 주구장창 불공정을 읊어대는 현실에는 능력주의를 무한히 긍정하는 신자유주의 욕망이 숨어 있다. 불공정으로 들끓는 사회에는 미시적인 패배와 좌절, 불안과 분노가 감염병처럼 만연한다. 불공정은 우리의 일상을 숨 가쁜 다이너미즘으로 채우는 무시무시한 스펙터클이다. 이런 스펙터클에 열광하는 사회적 중독은 항상 그만한 비용을 치른다.

--- 「2부, 02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인류세, 기후 위기, 쓰레기의 역습…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각해야 하는 지점들
“그 어떤 대상도 본래의 내재적 특성에 의해 쓰레기로 규정되지 않는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 어떤 대상도 본래의 내재적 특성에 의해 쓰레기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쓰레기는 그것을 무가치하고 무용한 것으로 만드는 외적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며, 따라서 관념적·법적 시스템에 의해 가치 있고 높은 영역에서 무가치하고 낮은 영역으로 밀려난다. 바우만의 논의를 따라 이 책은 쓰레기와 같은 ‘버려진 것들’을 둘러싼 외적인 힘과 구조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작용하는 혐오 정동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우선 조르주 바타유의 이질학을 분석하면서 물질 혐오의 미학적 동역학을 다룬다. 이때 물질 혐오는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에서 정신을 오롯이 인간만의 것으로 여기며 자신을 지키고자 애쓰는 인간중심주의적인 태도와 관련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이 많은 부분에서 ‘인류세’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인류세의 현실은 복잡하다. 인공물의 과잉 생산과 소비, 무차별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태적 위기… 이때 인공물들의 쓸모 있음/쓸모없음을 결정짓는 온갖 자본주의적 행위가 인류세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버려진 사물의 문제를 신유물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다시 그것을 네오-아방가르드의 일면인 미니멀리즘과 정크아트로 가져와 재구성한다. 이때 버려진 사물에 대한 신유물론의 관점은 현대 예술에서 ‘정크’나 ‘오브제’라는 인간주의적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인류세에 현대 예술과 비인간 사물 사이에 새로운 미학적 관계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요청하고자 한다.

동시대 미술의 이질학적 전략, 이질적인 것과의 ‘공존’

이 책은 쓸모없는 것으로 내던져진 것들, 보이지 않도록 폐기 처분된 것들을 다각적으로 가시화하고 비판적으로 담론화하기 위해 동시대 미술이 사용하는 ‘이질학적 전략’을 개괄하여 쓰레기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 실천의 지형을 파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조르주 바타유의 이질학을 비롯한 여러 이론과 담론을 참조하여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실천을 살펴본다. 동시대 미술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계에서 버려지고 폐기된 것들을 사물/매체, 자연/생태, 노동/흐름의 측면에서 탐구하고 현대의 고고학, 인류세와 생태학, 후기식민주의 등을 가로지르면서 동질화된 체계를 교란하는 낯설고 이질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동시대 미술은 폐기물의 경제, 생태, 정치, 문화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이질적인 시공간을 드러내고, 나아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저항, 연대를 가시화함으로써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질학적 이해와 실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유와 배설이 필연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배설한 것과 함께 살아야 한다. 동시대 미술은 이질적인 것과 공존하며 우리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야 함을,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역설한다.

문학에서 나타나는 혐오 정동, ‘비인간’ 존재에 대하여

혐오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혐오 존재가 새로운 혐오 대상을 찾아 나서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인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라는 관념에 내재된 인간중심주의를 상대화해 사고할 수 있는 대전환의 인식이 아닌지 이 책의 저자는 묻는다. 인간중심주의가 전제하는 ‘인간’이란 결국 ‘정상성(normality)’에 기초한 관념이다. 이 책이 일본 작가의 원폭소설을 디스토피아 문학 범주와 연관해 사유하는 것은, 바로 지금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범람하는 심각한 혐오 양상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이자 기원의 하나로서 원폭소설에 주목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디스토피아/디스토피아 문학의 본질을 탐구해 보고자 함이다. 피폭자, 피차별 부락민 등이 생물학적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정상성에서 일탈한 비정상적 존재, 이른바 ‘비인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 물질 등 생물학적 인간 밖의 ‘비인간’ 존재와의 횡단적 고찰은 혐오 문제를 사유함에 있어서 향후 더욱 착목해야 할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 버튼〉 전시 작가들의 이야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가치체계를 떠받치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분류,
효용성과 무용성의 척도, 포함과 배제의 법칙을 흔들다


2023년 봄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재생 버튼〉 전시는 버려진 것들을 주워 모으고, 폐기된 존재들을 불러들이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집중 조명했다.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매일 내다 버리는 쓰레기부터 사회의 주변이나 자연의 끝자락으로 밀어낸 이질적인 존재들,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들, 훼손된 환경 속에서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망라한다.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버려진 것들을 다시 들여와 사회적인 폐기 작동에 숨겨진 논리와 부조리한 과정을 주시하도록 이끈다. 이들은 전 지구적인 산업화와 사회적인 상징 구조가 추방한 것들을 상품과 쓰레기, 파괴와 재건, 사멸과 소생 사이의 틈에 옮겨놓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이들이 시도하는 재생은 못 쓰게 된 물건에 다시금 쓰임을 부여하는 재활용을 넘어, 파괴와 죽음으로부터 생성과 생명으로 넘어가는 회생을 유도하고, 언제든 폐기될 수 있는 것들이 주어진 용도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유희하도록 해방하는 ‘리플레이’라 할 수 있다.

이종관, 넝마주이의 브리콜라주

이종관은 쓰레기, 폐기물, 잡동사니 사물들을 선별하여 줍고, 소중히 그러모아,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이종관이 다녀온 각 나라별 박스 안에는 체계나 원칙 없이 걷어 올린 인상의 파편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는 박스의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다른 하나 또는 두 개와 툭툭 연결시킨다. 파편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형상이 되고 그것을 ‘지금 여기’에 위치시킨다. 하나의 조각이 존재했던 시공간을 둘러싼 온갖 기억과, 그 이후의 궤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우리는 파편들의 ‘예전’과 ‘지금’이 번쩍이며 만나 예기치 못한 별자리를 형성하는 것을 목격한다.

김지은, 쓰레기 위의 쓰레기 아래의 쓰레기

정화, 개발, 발전이 서로 뒤엉킨 정동은 언젠가 한국 사회가 소비자본주의로 물들어 갈 때, 신상품을 무한히 소비해야만 하는 강박으로 변주했다. 김지은은 정화 = 개발 = 발전의 사회적 양상을 ‘계획된 진부화’라고 말한다. 깨끗하고 말쑥하고 선명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괴물성은 자신의 덩치에 걸맞은 쓰레기 산을 건설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력으로 그것을 숨기려는 음흉함이다. 김지은의 작품에서는 서울의 그런 괴물성이 스산하게 드러난다. 초고도 인공물들의 스카이라인으로 이어진 도시는 무척 아름답다. 도시의 깨끗함과 거대함은 그 중심부에서 밀려난 어느 시민들의 지각을 크기와 위력에서 압도해 버린다.

김승현, 현존의 아상블라주

현실의 평범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집적하여 입체·설치와 평면 작업으로 구현하는 김승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 발견술이다. 작품에 대형 빗자루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계기도 발견의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작업실에 세워져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가 불현듯 시선을 붙든 것이다. 김승현은 이 방향성을 뒤집는다. 말하자면 고정된 대상에 흐름을 부여하고 사물이 가능한 힘 있게 발화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평범하고 낯익은 사물이 ‘낯선 우아함’의 형태로 탈바꿈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김승현에 의해 활력이 더해진 사물은 다시 인간에게 생기를 전달한다.

서인혜, 할머니의/와 몸빼

서인혜는 할머니의 이름과 나이와 얼굴이 아니라, 몸빼 무늬로 할머니들을 그리고 기록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한 색과 무늬를 왜 선호하는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할머니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가까워졌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놀랍게도 밝고 요란한 몸빼 무늬는 할머니들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저 읍내 장날 며느리나 딸이 사다 주어서 입는, 대량생산되어 쉽게 구할 수 있고 미적 취향이나 가치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흔하디 흔한 무늬의 몸빼. “어떻게 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부분 자체가 그들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작가의 지적은 할머니들의 정체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순선, 지구의 옷으로 그린 툴루의 초상

지구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말해주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의’다. 김순선은 지구 최초의 생명체이자,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이며, 오늘날에는 특히 지표생물로 인식된다는 점에 주목해서 지의를 소재이자 주제로 택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서 지의는 생물학 혹은 생태학의 대상에서 미적 대상으로 전환되는데, 그렇다고 양자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필요조건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생물학 내에서 지의류에 대한 기존의 연구와 최신 동향을 꾸준히 검토하고 이를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지의류가 균류의 포자의 형태로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바위나 나무껍질에 안착해서 번식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서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흩뿌리는 등의 기법을 사용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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