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자연스럽다는 말』, 자연은 곧 과학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과학이 자연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자꾸 기대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자연의 이름으로 과학을 차별의 도구로 쓰기도 한다.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자연주의의 오류’가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자연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과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니, 그렇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란 없으니까. 위치 지어진(situated) 몸을 가진 과학자들은 인간의 언어뿐만 아니라 관측 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사물과 도구의 매개를 거쳐야 비로소 자연을 대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자연을 창조해 왔다. 그러니 저자도 말하듯, “OO이 자연스러운가?”라는 질문에 답을 줄 ‘자연 그 자체’는 없다. 우리의 질문에 답할 책임을 자연에게, 그리고 과학에게 떠넘기지 말자. 이 책은 여자, 남자, 인간 본성, 자연의 질서, 출산, 동물 등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 할 열 가지 질문을 총망라한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책을 주로 누가 써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이 책의 저자가 여성 과학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과학자만큼이나 자연과 인간, 사회에 관심이 많은 과학기술학자로서, 과학의 답을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나아가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과학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고 설렌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어디선가 만난다면 책에 나온 ‘말’들에 대해서 꼭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