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사랑에 대해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에 대해서, 환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줄. 아이돌 덕후라고 불리는 여성들이 누리는 감정과 감각을 이보다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멀게만 느껴졌던 케이팝의 세계가 포토카드와 응원봉, 굿즈와 앱, 공연 등 다양한 인공물이 연결되어 작동하는 거대한 기계 장치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것은 아이돌 팬덤의 인류학이자 케이팝 산업의 과학기술학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를 버거워하며 읽을 수도, 부러워하며 읽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장담컨대, 책을 덮고 나면 나의 삶을 지탱하는 환상은 무엇인지 골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