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은유 작가가 기록한 지금 노동
대한민국 대표 르포르타주 작가 은유의 인터뷰집. 노동자 열일곱 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배달, 급식, 농부, 유튜버, 변호사 등 여러 작업장을 넘나들며 지금 우리의 일하는 풍경을 기록해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자부심과 허망함이 교차한다.
2026.05.15.
손민규 인문 PD
|
|
책머리에_우리를 키워낸 타인의 노동을 들여다보다
1부 먹이는 사람 1700인분 밥 짓는 혁명가_급식 노동자 김규희 ‘금호미’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_청년 농부 김후주 밥을 해드릴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_우리밥연대 요리사 김주휘 배달 유니버스 안에서 우리는_배달 노동자 이기중 웃을 일은 먹을 때만 있었으니까_독립 연구 활동가 심아정 죽기 전 남편의 마지막 식사는 김치김밥이었다_산업 재해 노동자 부인 김영희 2부 짓는 사람 지하철 타는 ‘공생’ 배우_배우 이정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_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내 몸에 관대해지는 일_타투이스트 황도 ‘시끄러운 부산 여자’가 100만 유튜버 꿈꾸는 이유_유튜버 ‘예랑가랑’ 김가인 당신의 마지막 집_요양 보호사 강석경 3부 아우르는 사람 투잡 노동자가 만세삼창 쓰는 날_청소 노동자 김덕경 쿠팡의 연료가 된 내 아이의 삼십대는 어땠을까_산업 재해 노동자 어머니 박미숙 이처럼 의로운 것들_전국셔틀버스 노조 위원장 박사훈 회사에 불만 많으시죠?_노동 변호사 윤지영 그 동네에 가면 좋은 어른이 있다_국어 교사 박민영 그럴 수 있지요, 그랬군요_전태일의료센터 마음상담소장 유금분 부록_어제와 다른 사람_장일호(《슬픔의 방문》 저자・〈시사IN〉 기자) |
김지영
은유의 다른 상품
|
“잘 먹었다고 하고 가면 예쁘죠. 저 두 그릇 먹었어요, 세 그릇 먹었어요 하면 너무 기뻐요. 일단 애기들을 잘 먹여야 한다. 누가 시킨 건 아니어도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요. 돈 벌려고 오지만 책임감으로 일하죠”
--- p.28 “농민들끼리는 농촌 문제가 심각한 줄 다 아는데 이걸 비농민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남태령이 생겼어요. 전봉준투쟁단 선생님들은 시민들의 관심이 좋으면서도 어리둥절한 거예요. 밤새 우셨어요. 우리 이야기를 들어줬다고요, 그동안 아무도 안 들어줬는데요” --- p.42 “의외로 밥 연대 받는 걸 ‘상’처럼 생각하세요. 우리한테도 밥차가 온다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밥이 뭐라고. 없으면 안 되는 매일 먹는 이게……. 뭐라도 자꾸 더 해 가게 돼요. 동지들이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면 진심을 드셨다는 표정이 보여요” --- p.58 “배달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지만 또 우리 사회에서 없으면 안 되는 필수적인 일이 되었잖아요.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어도 내가 일을 하면 배달시킨 사람은 먹는 거니까, 딱 그만큼의 아주 정직한 노동 같아요” --- p.76 “뭐라도 같이 먹으면서 일상을 공유하면 편견이 깨져요. 사회의 편견이 아니라 제 편견이 깨집니다. 환대란 내가 뭘 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가 주가 될 때, 주객이 뒤집어질 때 가능하죠. 그래서 내 자리를 뺏길 각오가 돼 있어야 해요. 저는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한 번이라도 관계가 전복되는 건 달라요” --- p.88 “지금껏 나 자신을 위한 요리는 해본 적이 없고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거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가족이 잘 먹으면 내 배가 부르죠. 애들 얼굴 보고 에너지를 받고, 음식도 애들 먹을 거 하다 보면 내도 먹으니까” --- p.108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작품 선택할 때도 제 안에서 그런 점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가족이나 이웃과 같이 공생하는 이야기. 고립을 공생으로 바꾸는 이야기가 좋아요” --- p.124 “제 신조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거든요. 제 것으로 흡수하자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다들 힘내’를 거꾸로 하면 ‘내 힘들다’잖아요. 다들 힘들지. 그래도 힘내자. 건강하게 밥 많이 먹고 파이팅입니다” --- p.140 “일생에 단 한 번도 소수성을 가진 적 없는 사람이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문신한 ××’ ‘문신한 여자는 걸러’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듣게 되죠. 타인의 외모에 대한 혐오예요. 사람을 겪어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거고요. 타투는 마이너의 삶을 선택해보는 일입니다” --- p.156쪽 “마침 만기가 된 적금 1000만 원을 기부했어요. 나중에 안내문을 보니까 1억 원을 기부하면 평생 건강 검진이 무료, 주차비도 무료, 독감 접종도 무료. 내가 부자라면 1억 원 했을 텐데 약간 슬펐어요. 내가 100만 유튜버였다면!” --- p.170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는 마음. 그게 가장 중요해요. 가정생활을 하는 집이기 때문에 저 어르신과 내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 안 되죠. 또 실은 그들의 불편함이 나를 먹여살리는 거죠. 우리를 깨우쳐주기도 하고요” --- p.186 “아프거나 감기가 심하면 출근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나이에 일할 곳이 있으니까 감사하죠. 75세까지 일할 계획이에요. 70세까지는 여덟 시간 일하고, 우리 애는 엄마 힘들다고 못 하게 하지만 70세 이후 5년은 오전에 네 시간만 일하려고요” --- p.208 “동생들이 살아갈 세상이 덕준이 산 세상이랑 똑같으면 얼마나 비참할까, 애들 아빠는 저한테 투사라고 하는데 저 투사 아니고요, 나는 이렇게 애를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죠” --- p.224 “살면서 돈이 중요할 거 같으냐, 사람이 중요할 거 같으냐? 대부분 둘 다라고 해요. 설령 돈을 많이 가졌더라도 도둑을 맞든 탕진을 하든 없어질 수 있죠.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 주변 사람을 진심 어리게 대하는 게 진짜로 잘 사는 거다” --- p.240 “얼토당토않게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일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고 부당한 일을 보는 순간 이건 바꿔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싸울 수 있겠다, 같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이 들면 막 힘이 나요” --- p.260 “국어는 도구 교과이기도 하고 가치 교과이기도 해요. 언어를 사용해서 말하고 듣고 쓰기를 익히고 글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를 습득하는 과정이죠. 국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자기표현도 잘하고 깨달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저보다 훌륭해요” --- p.272 “그들이 편했으면 좋겠다, 왜 누구만 편해, 다 같이 편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데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상담이었고요. 농성장이 됐건 어디가 됐건 사람들 힘든 마음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게 내 역할이겠다 싶었죠” --- p.290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사람을 알게 되어 은유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래서 “인터뷰는 끝이 없다”. ‘먹고사는 일’을 연재하는 동안에도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은유는 일상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돌아보는 사람이 됐다. 청소 노동자가, 식당 노동자가, 배달 라이더가, 버스 기사가 내가 인터뷰한 사람을 통해 ‘아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그 얼굴들에서 은유는 우리 시대의 전태일을 몇 번이고 다시 만났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는 게 좀 쑥스러웠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속으로만 인사했거든요? 그런데 인터뷰하고 나니까 일상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이 친근해요. 저들도 이런저런 고민이 있겠지. 집에서는 어떻겠지. 구체적인 사람으로 느껴지는 거죠. 우리의 일상을 떠받치는 일을 하는 분들을 투명 인간 취급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요즘 인사 잘하는 어른이 됐어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 p.306 |
|
“인간은 밥 주위로 모여든다”
먹이는 사람, 짓는 사람, 아우르는 사람 노동자 생애 모델 17인의 파란만장 밥 투쟁기 1부 ‘먹이는 사람’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면면을 ‘밥’을 사이에 두고 말하는 이들을 담았다. 이들은 밥은 “타인에 대한 사랑의 실행”이며 “흩어진 존재들을 모으는 점성 강한 연결의 수단”이자 “콘크리트같이 단단한 편견을 깨는 건 이론이나 설득이 아니라 무른 밥”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만 매미 울음처럼 요란한 세상에서 “애들 뜨끈하게 먹이려고”매일 밥을 짓는 급식 노동자 김규희, 스물일곱에 배 농사를 물려받고 이제는 농촌 현실을 세상에 알리는 스피커가 된 청년 농부 김후주, 입안이 껄끄럽고 혀가 쓴 유가족들과 집 밖 생활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된 해고자들에게 제 돈을 써가며 밥을 ‘대접’하는 우리밥연대 요리사 김주휘, 시간이 곧 돈인 배달 유니버스에 잠식되지 않고 삶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배달 노동자 이기중, 난민 친구도 없는 난민 연구자라는 게 부끄러워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면회를 다니다 난민들과 밥을 나누는 친구가 된 독립 연구 활동가 심아정, 지금껏 자신을 위한 요리는 해본 적이 없고 남의 입에 밥을 넣어주는 일이 사는 행복인 산업 재해 유가족 김영희가 그들이다. 2부 ‘짓는 사람’은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기를 꿈꾸는 이들을 엮었다. 무명 시절부터 단련된 온갖 직업으로 노동에 대한 존중이 남다르며 수입의 1퍼센트를 회비로 내는 방송연기자 노조 조합원 배우 이정은,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통 큰 기부를 이어가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문신에 대한 불법 낙인과 편견을 없애고자 노력하며 자기다움을 지켜가는 타투이스트 황도, 서른이 되면 기부를 하겠다는 꿈을 실천하고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않는 지구 시민 유튜버 김가인, 늙고 아픈 어르신의 곁이 되어주는 일로 아들 잃은 슬픔을 승화시키는 ‘동준이 엄마’ 요양 보호사 강석경은 표현하고 창작하고 개선하고 나누는 행위를 통해 공생을 이야기한다. 3부 ‘아우르는 사람’은 개인의 안위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같이 가자고 말하는 이”들을 호명한다. 투잡 스리잡으로 배우자가 진 빚을 22년 만에 꼬박 갚고 시시때때로 나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청소 노동자 김덕경, 청년 과로사한 자식의 땀이 가치를 인정받도록 거대 기업과 싸우는 유가족 박미숙, 우툴두툴한 양손의 상처가 말해주듯 사소한 불의조차 모른 척하지 않고 운수 노동자의 든든한 동지로 평생을 산 전국셔틀버스 노조 위원장 박사훈, 든든한 로펌을 그만두고 나와 휴대 전화 판매원 같은 불안정 일자리 노동자를 위해 ‘직장갑질119’를 만든 오늘만 사는 노동 변호사 윤지영, 아이들을 제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국어 교사 박민영, 마음의 병을 얻은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귀가 되어주는 전태일의료센터 마음상담소장 유금분이 그들이다. 타인을 자기 삶의 영역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살 만한 세상의 테두리를 점점 넓히는 이들은 “모르는 이들을 향한 이타심,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 같은 인간 보편의 감정”에 충실하다. 밥의 가치가 퇴색하는 현실에서 《생업》의 주인공들은 꿋꿋하게 밥을 짓고 밥심을 믿고 밥정을 살며 밥의 혁명을 수행한다. 음식이 있고 동료가 있고 노조가 있는 삶이 어떻게 일상을 바꿔놓는지, 일이 나를 지켜주지 않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들은 자기 삶으로 증명한다. 그동안 나를 키워낸 타인의 노동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 감수성을 가르치는 교사다. 또한 돈 버는 일만이 아니라 돈을 잘 쓰는 일에도,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도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이다. 멋지게 사는 법을 고민할 때 참조하고 모방하고 싶은 ‘노동자 생애 모델’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있다. - ‘책머리에’에서 “타인의 생에 뛰어들었고 뭐라도 했다” 먹고사는 일의 긴요함 너머 인간다움 들여다보기 일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이다. 하지만 단지 일이 일에만 머무를까. 밥벌이, 생계, 목숨에 이르면 일은 전 생애를 일으킨다. 식사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이어진 이 인터뷰에는 노동이 “떠안기는 온갖 고통을 흡수하고 견뎌내고 얻은 한 줌의 말”이 헛것 없이 선연하다. “고단하고도 위대한” 한 생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급식 노동자 김규희는 누가 시킨 건 아니어도 자부심을 갖고 “돈 벌려고 오지만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강조한다. 요양 보호사 강석경은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어르신과 내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실은 그들의 불편함이 나를 먹여”살리는 거고 우리를 깨우쳐주기도 하므로. 박미숙은 청년 과로사한 아들의 죽음이 비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징검돌이 되었으면 한다. 전태일의료센터 마음상담소장 유금분은 한 사람만 편하기보다 다 같이 편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고 말한다. 인간은 일을 하고 일은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업으로 먹고살지만 그 업에 그치지 않고 타인을, 세상을 힘껏 부축하는 인생의 철학자들을 이 책에서 마주한다. ‘혼자만 묵으면 도치기(인색하고 인정이 없는 사람) 노나 묵으면 부챗님’이라는 옛 어른 말대로 “배우고 일하고 먹이는 일에 여한 없는 삶”이 여기에 있다. 작가의 말 밥의 가치가 퇴색하는 현실에서 《생업》의 주인공들은 꿋꿋하게 밥을 짓고 밥심을 믿고 밥정을 살며 밥의 혁명을 수행한다. 음식이 있고 동료가 있고 노조가 있는 삶이 어떻게 일상을 바꿔놓는지, 일이 나를 지켜주지 않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들은 자기 삶으로 증명한다. 그동안 나를 키워낸 타인의 노동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 감수성을 가르치는 교사다. 또한 돈 버는 일만이 아니라 돈을 잘 쓰는 일에도,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도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이다. 멋지게 사는 법을 고민할 때 참조하고 모방하고 싶은 ‘노동자 생애 모델’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있다. 인터뷰를 한 나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내 글쓰기의 원천이자 스승, 먹고사는 일에서 물러나지 않는 위대한 평민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
|
‘먹다’와 ‘살다’는 붙어 다니는 말이다. 먹어야 살고, 살기 위해 먹는다. 그 과정 전부를 ‘일’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은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일하는 사람,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 자리에 세웠다. 식사 한 그릇을 통해 고단하고도 위대한 타인의 생을 잠시나마 엿보았다. - 장일호 (《슬픔의 방문》 저자, 〈시사IN〉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