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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서울리뷰오브북스 (계간) : 5호 [2022]
빅 북(Big Books), 빅 이슈(Big 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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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실에서∥강예린

특집 리뷰: 빅 북(Big Book)이 던진 빅 이슈(Big Issue)
세계의 운명을 설명하는 거대 서사 ∥주경철
역사로 보이고 싶은 것과 역사가 말하는 것 ∥김두얼
이 희귀한 DNA, 생활과 정책과 건축의 아카이브 ∥권보드래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 ∥이두갑
세상은 좋아졌다, 그런데 왜? ∥홍성욱
위대한 철학 여정의 시작 ∥박정일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베네데타〉, 레즈비언 예수의 불경함 ∥이연숙

리뷰
'진짜 동아시아사'가 나왔다 ∥박훈
청대 고증학과 그 시대적 배경 ∥박진호
건축은 언제 완성되는가 ∥강예린
가난한 개인은 그 자체로 세계다 ∥조문영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찾기 ∥심채경
혁명과 철학자, 철학자의 혁명 ∥송지우

디자인 리뷰 과연 그것이 책일까? ∥구정연

BOOK&MAKER: 출판 동네 이야기
홀로 혹은 여럿이, 함께, 책 만드는 사람들 ∥황혜숙

문학
내일은 무엇을 할까 ∥김소연
자신이 쓴 글을 태워 달라 했던 마음, 태우지 않았던 마음, 그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음 ∥이치은
맞춤형 번역 기획안∥노승영

신간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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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66g | 170*240*20mm
ISBN13
9791197689710

책 속으로

이 책은 총(Gum)에 대한 책도, 균(Germ)에 대한 책도, 쇠(Steel)에 대한 책도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가장 중요한 단어는 ‘and’이다. 결국 이 책은 ‘and’에 관한 책이다.
--- p. 28

이 책은 완벽하지 않다. 피케티가 역사를 통해 보이고 싶어한 것과 이를 뒷받침하고자 내놓은 증거는 들어맞지 않곤 하기 때문이다. (…) 저자의 권위에 의존하거나 책의 서문 정도만 들추어 보고 열광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책을 읽고 따져 보아야 한다. 그것이 위대한 책과 저자를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다.
--- pp. 43-44

이 책을 읽으면 또 한번 내 삶과 공동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살 것인가. 각자의 삶이 타인의 삶과 어떻게 만나길 바라는가.
--- p. 59

사라져가는 이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복원하고 이에 기반하여 어떠한 실천들이 필요하고 가능한지 상상하는 글쓰기가 절실하다. 자본가들의 찬란한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는 이들이 경험한 파괴와 상실을 제대로 인식할 때에, 그리고 이들이 그리는 미약한 희망의 서사에 귀를 기울일 때, 기후 및 환경 정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 p. 74

세상이 좋아졌다는 핑커의 주장은 내 경험, 생각, 기억, 역사, 현재, 미래의 꿈이라는 렌즈를 거치며 수십, 수백 가지로 굴절된다. 내게 진보가 의미 있다면, 그것은 핑커가 제시하는 서양의 진보, 백인의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외세의 침략에 쥐죽은 듯이 살아야 했던, 압축적 근대화와 개발 독재 체제에서 슬퍼하고 기뻐했던,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전횡 속에 목소리를 잃은 약자가 믿는 진보이다. 나는 억압받고 지배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이성, 과학, 진보, 휴머니즘이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 94

사실상 이 작은 책은 그 자체로는 위대하지 않다. 오히려 위대한 것은 비트겐슈타인이 보여 준 그 이후의 철학적 행보다. 자신이 쓴 『논리-철학 논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비판을 수행하면서 『철학적 탐구』로 나아가는 그 치열한 과정, 철학사상 유례없는 바로 그 과정과 그의 용기, 그리고 그 노력은 실로 위대하다.
--- p. 104

베네데타는 마지막 키스와 함께 ‘불길에 닿아도 털끝 하나 타지 않을’ 자신의 숭고한 화형식, 바르톨로메아를 위한 ‘선물’을 향해 의연하게 혹사병이 들끓는 폐샤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에는 지난 세월에 대한 억울함도 미련도 없다. 이제 그녀가 주님의 비호 아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제 두 눈으로 볼 것이고 그러므로 믿을 것이다.
--- p. 114

동아시아에서 '근대'란 무엇이었던가(무엇인가)에 대해, 이 '육성'과 '실감'에 배치되지 않는 적절한 설명이 이뤄진다면, 목하 21세기에 진행되고 있는 이 설명하기 어려운 격변을 긴 역사 속에 위치지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 p. 128

고증학이 조선에 온전히 전해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고증학도 그 나름의 한계가 있고,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라기보다는 보다 본격적인 학문적 기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초 학문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증학 같은 기초 학문을 탄탄하게 다지지 않고서 그 위에 야심 찬 학문적 기획을 한다면 그것은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
--- p. 142

풍화를 시간의 흔적으로 수용하자는 두 저자의 의견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책이 주는 숙제는 만만치 않다. 시간의 흔적은 주름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기보다는 퇴색으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디자인 초기의 다른 요소와 더불어서 실제로 고민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 이 책은 후대 건축가들에게 너무 과한 숙제를 던지고 있다.
--- pp. 153-154

이렇게 구축된 빈자의 연결망이 출구 없는 미궁처럼 보인다면 누굴 탓해야 하나? 가난과 싸워 온 사람들이 가난한 개인을 전면에 등장시켰을 때, 이 개인의 몸이 다른 사람, 사물, 법, 정책과 연결되면서 펼쳐지는 세계를 서사화·역사화할 때, 우리는 은막의 구조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배치(assemblage)를 들여다보고, 숙고의 시간을 갖는다.
--- pp. 169-170

국내에는 아직 화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화성에 인류가 거주하는 가상의 미래에 대한 행성정치학 연구가 최근 진행된바 있다. 이 아득한 간극을 메워 나갈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일 것이다. 그렇게 접근한 사람 중 누군가는 실제로 행성 탐사에 뛰어들고, 누군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또 누군가는 그로부터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열 테니.
--- pp. 183-184

유피에게 철학하기는 실천적인 활동이었다. 삶에서 선택은 피할 수 없고, 철학하기는 세상과 그 안의 관계들, 자신의 위치를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게 납득되는 선택을 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철학자의 덕목은 이 과정에서 편견과 억압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의 실체를 온전히 알고자 하는 인내심과 용기이다.
--- p. 198

나는 ‘과연 이것이 책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물음표 투성이의 책이 계속해서 생겨나길 바란다. 한 권의 책이 되길 거부하는 책, 부분으로 존재하는 책, 책의 표준 구조에게 비껴 나간 책, 책등이 없는 책…… 책의 다성성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위해서 말이다.
--- p. 207

오늘도 누군가는 조직생활을 그만하고 싶어, 나만의 기획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구현해 보고 싶어, 월급만큼 벌지 못해도 자유롭고 싶어 1인출판사를 꿈꾸고 있을 수 있겠다. 기획과 책이 다양해지길 바라듯이, 출판 생태계에서도 부디 다양한 시도들이 더 ㅁ낳아지는 것에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 p. 213

경험이 제한되는 일상에도 불구하고 꿈속에서만큼은 어지간히 드넓게 사람을 만나고 어디를 간다. 가장 활달하다면 활달한 세계가 지금으로써는 꿈속밖에 없다.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울 때에 오늘은 무슨 꿈을 꿀까 기대한다. 겨우 그게 나를 가장 설레게 한다.
--- p. 224

하지만 그들은, 부끄러움을 책으로 읽고, 머리로 기억하고, 담낭으로 이해하고, 입으로 인용할 수 있었을 뿐, 그 부끄러운 마음을 자신이 만든 저작에 비추어 볼 수 없었다. (……) 하지만 난 단언할 수 있다. 그건 완성-미완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카프카에겐. 부끄러운 삶이 아직 종영되지 않았는데, 어찌 작품이라 온전히 마쳐질 수 있었겠는가?
--- p. 231

맞춤형 번역 서비스는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독서 인구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것이 분명하므로 본 사업에 투자하는 분은 은행 이율의 다섯 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실 것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최소 투자금은 1000만 원이니 이번 기회에 독서 문화 창달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짭짤한 소득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 p. 235

출판사 리뷰

“왜 서구가 그토록 부유하며 또 막강한 힘을 가지고 나머지 세계를 압도하게 되었는가?” 주경철은 「세계의 운명을 설명하는 거대 서사」라는 제목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스테디셀러 『총, 균, 쇠』의 서평을 썼다. 세계 불평등의 진짜 원인에 대해 “지리적 여건”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세상에 완벽한 연구는 없다” 김두얼은 「역사로 보이고 싶은 것과 역사가 말하는 것」에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통해 ‘한국 경제 위기 담론’을 자세히 다룬다. 피케티의 학계에서의 “입지와 학문적 배경을 충실히 살피면서” “대가”의 저작을 비판적으로 독해하길 권한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살 것인가. 각자의 삶이 타인의 삶과 어떻게 만나길 바라는가.” 권보드래는 「이 희귀한 DNA, 생활과 정책과 건축의 아카이브」에서 “주거·건축·정책의 역사”를 담은 박철수의 『한국주택 유전자』를 훑는다. 개인 및 공동체적 주거의 역사와 교차하며,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그림이 어디서 연유한지 찾아 나선다.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생존을 위해 채취와 오염 생산에 동원되는 빈자들을 위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것인가?” 이두갑은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에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와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를 리뷰한다. “기후 위기의 구조적 배경과 재난의 일상성”의 극복을 아프리카의 빈자와 작가-활동가들의 실천적·대안적 활동에서 찾는다.

“그래서 세상은 진보한 것인가?” 홍성욱은 「세상은 좋아졌다, 그런데 왜?」에서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지금 다시 계몽』를 리뷰한다. 2천여 쪽이 넘는 두 책에서 “세상이 좋아졌다”는 핑커의 주장과 이에 대한 여러 근거의 허점을 지적한다.

“그는 베토벤이 미친 듯한 열정으로 작곡을 했듯이, 그런 정신으로 자신의 책을 끝내고자 했을 것이다. 그의 책도 음악 같아야 한다고 말이다.” 박정일은 「위대한 철학 여정의 시작」에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리뷰한다.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연구자로” 10년을 걸어 온 철학자의 깊은 시선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관과 태도를 짚는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편집위원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깊은 서평들이 이어진다. 박훈은 「‘진짜 동아시아사’가 나왔다」에서 미야지마 히로시의 『한중일 비교 통사』를 통해 “진짜 동아시아사”를 살핀다. 특히 미야지마 주장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근대란 무엇인가”에 대한 “육성과 실감에 귀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박진호는 「청대 고증학과 그 시대적 배경」에서 기노시타 데쓰야의 『고증학의 시대』를 읽으며 고증학의 성립과 의의를 풀어 낸다. 유학의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문자학, 음운학, 문헌학 등의 주요 연구 성과들을 살피고, 일본과 조선, 중국 등에서의 고증학 수용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강예린은 「건축은 언제 완성되는가」에서 『풍화에 대하여』에서 제시한 ‘풍화가 건축, 디자인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건축 세계를 점검한다. “쉽게 수긍할 수 있으나 따라 실천하기는 당혹스”러운 ‘풍화의 건축화’는 자연이 남긴 흔적을 자연스럽게 건축과 디자인의 요소로 “인정”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후대 건축가”로서 복잡한 마음을 남긴다. 조문영은 「가난한 개인은 그 자체로 세계다」에서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로, 자본주의 시대에 빈자들의 주거에 대한 문제 제기 앞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담담히 묻는다. “서울역 맞은편 양동 쪽방촌” 주민과 활동가 등이 함께 만들어 온 이 책을 빈자의 “섬세한 선언문”으로 고쳐 읽는다.

심채경은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찾기」에서 세라 스튜어트 존슨의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를 리뷰한다. 저자를 비롯해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전문적으로 실은 책에 탄탄함에 놀라면서도, ‘행성과학’과 ‘화성’에 대한 지식의 지평이 얕은 국내 환경을 안타까워하며, 독자들의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한다. 송지우는 「혁명과 철학자, 철학자의 혁명」에서 국내에 미출간된 벤자민 립스콤의 The Women Are Up to Something과 레아 유피의 Free 두 권을 읽는다. “여성에게” 무엇이든 당연한 일이 아니던 시절, 철학자로, 혁명가로 자랐던 네 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혁명, 역사와 그리고 철학자와의 만남의 의미를 “생생한 모험기”로 조명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영화 〈베네데타〉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호 영화 비평 〈이마고 문디〉에서는 이연숙(리타)의 〈베네데타〉 비평이 실렸다. 〈베네데타〉는 “‘레즈비언 수녀원장 충격 실화’와 같은 자극적인 홍보 문구와 함께” 지난해 개봉한 폴 버호벤의 “문제작”이다. 2021년 SeMA 하나평론상을 수상한 이연숙은 〈베네데타〉와 원작 『수녀원 스캔들』과의 연관성, 버호벤이 영화에 펼친 종교적 세계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살핀다. 레즈비언과 예수, 성모 마리아와 딜도 등 과거에나 지금에나 다소 금기시되는 종교적 상징을 버호벤이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내는지, 이연숙의 세밀한 비평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디자인 리뷰

〈디자인 리뷰〉의 세 번째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있는 구정연이 맡았다. 김형진의 『Essential Structure of ‘The Book’』과 『시청각 문서』 등의 책을 살핌으로써,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올린다. 또한 2021년 겨울,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전시 〈부분〉과 책 『부분』을 비교하며, “책의 부분에서 시작하지만 책 전체로 끝”나는 책의 여정을 곱씹는다. 우리가 정의하는 책의 의미를 돌아보고, “책의 다성성을 향한”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Book & Maker: 출판 동네 이야기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북&메이커〉에서는 황혜숙 창비 편집국장이 “단군 이래에 최대의 불황과 제작 대란”을 겪고 있는 ‘출판 동네 이야기’를 전한다. 1인출판사부터 대형 출판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개성과 고유함을 무기로 길을 내고 있는 여러 출판사들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이 마냥 녹록지는 않”지만, “잘 알고, 잘 하고 잘 다룰 수 있는” 책 만들기 세계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동료 출판인들을 다시 한번 독려한다.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터널”의 끝을 만날 수 있을까.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서는 다채로운 세 작가의 에세이가 실렸다. 먼저 김소연은 「내일은 무엇을 할까」에서 “꿈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여정을 이야기한다. “팬데믹 이후에 직접 겪은 사건”이 줄면서, 꿈에서 마주하는 일들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음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치은은 「자신이 쓴 글을 태워 달라 했던 마음, 태우지 않았던 마음, 그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음」에서 “자신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 작가들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 또 “책을 불태워 달라 했던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음들을 소환”하여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졌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노승영은 「맞춤형 번역 기획안」에서 “소꿉북스 출판사 대표”를 통해 번역가로서의 자신을 드러낸다. “스마트폰”, “전자책” 등 디지털 시대에 번역의 의미와 미래는 어떠한지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알 듯 말 듯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합니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2년 3월, 창간 1주년을 맞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3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가며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런 비판을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2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에서, 좋은 서평은 무엇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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