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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 강창우
서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노년 / 김병준 제1부 나이듦의 의미를 찾아서 1 유럽사에 나타난 나이듦의 다양한 이미지 / 장문석 2 노년에 관한 네 가지 불평과 반론: 키케로의 설득 / 강상진 3 노인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과 그 역사성 / 김병준 4 나이듦, 그 나이다운 삶에 대한 사유와 통찰 / 김월회 5 박완서와 오정희의 노년소설 속 ‘견딤’의 감각 / 손유경 제2부 노년, 가장 전위적인 시간 6 노년의 거대한 예술적 실험: 정선의 〈인왕제색도〉 / 장진성 7 고야의 〈결혼〉과 나이듦의 알레고리 / 박정호 8 늙음을 받아들이는 지혜 / 이종묵 9 늙어가는 파우스트: 20대 괴테와 80대 괴테의 투영 / 오순희 제3부 나이듦을 공부하다 10 나이듦에 대한 공자의 인식 / 이강재 11 나이를 나타내는 단어의 의미장 / 박진호 12 노인 돌봄의 의미와 본질 / 서은영 13 나이듦을 읽다 / 민은경 주 찾아보기 저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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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철저히 타자화되고 주변화된 셈이다. 그렇다면 노년을 살아가는 개개의 노인들을 타인의 멸시와 망각에서 구해낼 필요가 있다. 주멜리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노년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다소 과격한 표현을 통해 이 이탈리아 사회학자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고 호소한다. 노년의 개념보다 노년을 살아나가는 개인들이 더 소중하니 말이다.
---「1장 유럽사에 나타난 나이듦의 다양한 이미지」중에서 노년이 문제인 것은 이 시기에 따르는 체력 저하와 같은 생물학적인 특징 때문이 아니다. 인생의 마지막 장을 이전 장에서 만든 것들과 합쳐 얼마나 좋은 의미와 끝을 만드는지 여하에 따라 노년은 고유한 즐거움과 역할을 가진 축복의 시기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시기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2장 노년에 관한 네 가지 불평과 반론」중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한계를 인정하고 노년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했던 서양 고전의 담론이, 호모 데우스급의 새로운 생물학적 토대를 추구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은 피할 수 없다. ---「2장 노년에 관한 네 가지 불평과 반론」중에서 다른 경우와 다르게 노인 문제는 나(우리)와 너(그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나와 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즉 늙어가는 내가 협상해야 할 상대는 바로 나다. 이점을 간과하면 우리가 노년과 관련해 다루어야 할 주제의 절반만 건드린 셈이 될지 모른다. ---「5장 박완서와 오정희의 노년소설 속 ‘견딤’의 감각」중에서 유년기의 망각과 노년의 무지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라면, 버틀러의 말대로 우리는 한없이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나’에게 그다지 투명하지 않고, ‘나’가 모르거나 계획할 수 없는 ‘나’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기 때문이다. ---「5장 박완서와 오정희의 노년소설 속 ‘견딤’의 감각」중에서 근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어떤 것에도 몰입하지 못한다. 현재에 만족하지도 못하고, 미래로 나가지도 못한다. 파우스트적인 인간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이다. ---「9장 늙어가는 파우스트」중에서 공자를 평가하는 말로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라는 말이 있다. 『논어』, 「미자」에 나오는 말로, 항상 옳은 것도, 항상 옳지 않은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 또한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중용을 지킬 뿐, 어떤 판단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혹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치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더욱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사안을 절대적인 선악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10장 나이듦에 대한 공자의 인식」중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5천 개가 넘는 노인요양시설이 운영 중이지만,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은 개인사업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해외의 실정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전체 노인요양시설의 약 75%가 영리법인에 의해 브랜드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브랜드화의 장점은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서비스를 차별화하여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의 내용이 공개되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12장 노인 돌봄의 의미와 본질」중에서 나이를 잊고도 즐겁게 살아가는 존재의 예로 오제는 자신의 반려묘를 들고 있는데, 동물들이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한 본격 연구가 궁금하다면 앤 이니스 대그의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을 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13장 나이듦을 읽다」중에서 손택은 나이듦에 대한 이러한 이중적 잣대를 근대의 도시화된 사회가 만들어낸 상업주의와 소비주의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면서 여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이 이중 잣대를 거부하고 영원히 젊은 소녀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포기하라. 나이 든 얼굴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 그리고 여성들이 나이 들어서도 누릴 수 있는 즐거움에 눈떠라. ---「13장 나이듦을 읽다」중에서 노년을 죽음, 우울, 질병, 광기, 공포, 분노 등의 정서로 다루던 문학적 관습이 달라지고 노년을 인생의 마지막 지점 혹은 플롯의 막다른 귀결이 아닌 나이듦이라는 해방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으니, 그만큼 시대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다. ---「13장 나이듦을 읽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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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이가 든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이라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질문에 인문학이 답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 들어간다. 그러나 나이듦에 관해서는 남의 일처럼 여기다 노년이 코앞에 다가오고 나서야 부랴부랴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이듦을 생소한 대상이 아니라 익숙한 내 것으로 만들면 무엇이 달라질까? 철학과 강상진 교수는 나이듦에 대한 당혹과 의문은 결국 인간성(humanity)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곧 인간의 삶에 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일이다. 인간에 관해 깊게 이해한다면 삶은 분명 달라진다. 이미 다 써버린 물건이야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내 몸과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이 책은 오랫동안 인문학 내에서 깊은 고민이 축적되어온 ‘나이듦’이라는 주제에 관해 다양한 시선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인문학 공동연구 총서의 일환이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은 인간에 대한 사유의 장을 넓히면서 삶의 실용적인 문제와 긴요하게 연결될 ‘지금 가장 필요한’ 담론을 선정해 심포지엄을 열고, 여기서 발표한 교수진의 글을 모아 매해 총서를 발간한다. 이번 책의 주제는 바로 ‘나이듦’이다. 나이듦의 의미를 찾아서 1부에서는 우선 ‘나이듦’이란 대체 뭔지 그 의미부터 찾아 나선다. 모든 연령층이 나이 들어가는 존재이지만, 보통 ‘나이듦’은 ‘노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와 연결된다. 그러므로 과거의 사유 속에서 인생에서 노년이라는 시간이 어떠한 특징을 지녔는지를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1장을 쓴 서양사학과 장문석 교수는 유럽사에 나타난 ‘나이듦’의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흔히 갖게 되는 노년에 대한 천편일률적이고 고정적인 이미지가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 짚어본다. 2장에서는 철학과 강상진 교수가 노년의 가능성을 발견한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이야기를 전한다. 키케로는 사람들이 가지는 노년에 관한 불평, 곧 젊었을 때 할 수 있었던 일을 못하게 되고, 신체가 약해지며, 즐거움이 없고, 죽음과 멀지 않은 시기라는 노년의 결함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한다. 앞서 장문석 교수는 “키케로는 노년의 결함을 네 가지로 정리하여 반박했는데, 반박보다는 결함이 더 기억에 남는다.”라고 애석해했지만 말이다. 강상진 교수 역시 키케로가 펼친 반론의 근거가 현대에 이르러서도 과연 유효한지에 관해서 질문하고 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노년에 대해 가지는 불평들에 대해 어떻게 반론할 수 있을까? 이어서 3장에서는 동양사학과 김병준 교수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노인의 사회적 위치를 어떻게 바꾸는지 중국 고대 역사를 통해 고찰한다. 역사적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해왔으며,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넓은 가능성이 열린 영역이라는 점을 김병준 교수는 은근히 말하고 있다. 4장을 쓴 중어중문과 김월회 교수는 ‘나이듦’과 ‘나이다운 삶’, ‘노년’과 ‘노년다움’의 사이를 잇는 유용한 생각들을 동양사상을 중심으로 찾아본다. 나이가 드는 것은 인간 모두가 동일하게 겪는 일이지만, ‘나이다운 삶’을 사는 것은 동일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5장에서는 국어국문학과 손유경 교수가 박완서와 오정희의 소설 속 노년의 인물들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노년에 관한 우리의 감각을 재구성해본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박완서와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탐색해온 소설가 오정희의 작품은 노년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이들에게조차 그 시간의 의미를 절절하게 느끼게 해줌으로써 인간에 관한 더 넓은 사유로 우리를 안내한다. 노년, 가장 전위적인 시간 ‘나이듦’의 의미를 생각하는 과정은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부에서는 노년에 가장 뛰어난 예술성과 통찰을 보여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6장에서는 고고미술사학과 장진성 교수가 76세의 노인이었던 겸재 정선이 완성한 〈인왕제색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노인이었지만 아방가르드였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글에서 노년에 이르러서야, 정확히 말하자면 ‘노년에 이르렀기 때문에’ 비로소 예술성의 절정에 도달할 수 있었던 화가 정선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7장을 쓴 고고미술사학과 박정호 교수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했던 화가 고야의 〈결혼〉에 담긴 노년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파헤친다. 8장에서는 국어국문학과 이종묵 교수가 노쇠함을 공부거리로 삼은 과거 속 인물들을 통해 ‘나이듦’이 주는 다양한 성찰의 방법을 탐구한다. 조선 후기 최고의 시인 김창흡이 나이가 들어 이가 빠진 것을 두고 깨달음을 얻은 것에 비춰 이종묵 교수는 노년의 시간을 “담박한 음식을 먹고 조용히 정신을 편하게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입을 다물어 허물을 줄여나갈 때”라고 정리했다. 물론 이와 같은 정의가 노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지만 말이다. 이어서 9장에서는 독어독문학과 오순희 교수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통해 작가의 ‘나이듦’이 작품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핀다. 흥미롭게도 『파우스트』는 괴테가 20대 청년기에 집필을 시작하여 80대 노년기에 완성한 작품이다. 나이듦을 공부하다 3부에서는 모두가 알아야 할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다룬다. 10장에서 중어중문학과 이강재 교수는 중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만난 공자의 이야기를 통해 잘 나이 들기 위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이강재 교수는 옛 사유들을 명료하고, 실용적인 메시지로 해석하여 준다. “타인을 원망한다고 해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끝까지 재물을 독점하면 결국 사람이 떠난다.”, “가치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더욱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사안을 절대적인 선악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식이다. 11장을 쓴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여 나이에 관해 형성해온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들여다본다. “인간은 나이에 얼마나 민감한가?”, “‘old’인 것과 ‘young’인 것은 대등한가, 그렇지 않은가? 동등하지 않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등이 그의 물음들이다. 12장에서는 간호대학 서은영 교수가 참여하여 국내 노인 돌봄 정책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노인 돌봄과 관련한 정책을 살펴보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시스템 마련을 위해 몇 가지 요양 정책을 제안한다. 마지막 13장에서는 영어영문학과 민은경 교수가 ‘나이듦’에 관한 다양한 논점을 다룬 다른 책들을 소개한다.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 마르크 오제의 『나이 없는 시간』,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의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마거릿 크룩생크의 『나이듦을 배우다』, 전희경·메이·이지은·김영옥의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리사 바레이처의 『견디는 시간』 등을 통해 독서를 통해 나이듦과 공존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 책에서 시작된 ‘나이듦’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고 이 시대에 의미 있는 담론으로 이어지기를 의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