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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들은 내가 실제로 떠난 여행의 기억이 아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이다.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다.하지만 나는 그곳들을 사랑하고 자주 떠올린다.베네치아 사람들이 초록과 핑크색을 몹시 사랑해서 그 두 색 사이 어딘가에 마음을 담아두었듯, 나도 마음으로 감탄하고 고양된 이야기 속 장소 어딘가에, 책의 페이지 속 어딘가에 나를 끼워 넣고 나에게 쉬어 갈 장소, 재출발할 장소를 주었다.책으로 떠나는 여행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위치를 물을 줄 아는 사람에게 좋다.책은 몸이 아니라 자아를 이동시키기 때문이다.좋은 책은 아직 충분히 탐험되지 않은 우리의 가능성에 빛을 비추고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다.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현실과 허구와 꿈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지난날 우리가 떠나보지 못한 길을 떠난 용감한 이방인들을 희망의 근거와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책을 읽는 우리 마음속에서 낯선 세상과 이방인은 생각의 주제가 되고 세상은 우리의 상상과 꿈에 의해서 재구축된다.책을 읽는 독자는 무심코 한 권의 책-숨겨진 책, 내면의 책, 제2의 책 뭐라고 부르든간에-을 더 갖게 된다. 기억과 꿈이 쓰게 한 내밀한 텍스트는 과거와 미래와 관련된 자기만의 여행 지도이자 삶의 지도가 될 수 있다.우리는 그렇게 삶의 키를 다시 잡고 돛을 펼친다.버나드 쇼의 말처럼 행복, 그것은 인생의 키를 잡고 떠나는 것이다.여행자인 우리는 세상을 거듭거듭 발견하면서 정신을 만들고 앞으로 살 방법을 구한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여행자인 우리는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다는 특징을 공유한다.끝이 곧 시작이길 바란다. 모든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우리가 귀환할 곳, 출발한 곳, 그리운 얼굴들이다.우리의 도착 지점인 삶을 새롭게 보고 사랑할 수 없다면 굳이 여행을 떠나야 할지 나로서는 확신이 없다.풍경은 보는 사람의 영혼을 닮고 어떤 장소가 특별해지는 것은 우리가 그 장소를 특별히 여기거나 사랑해서지 다른 이유는 없다.두 번 다시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을 만큼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날은 없을 것이다.책은 우리를 숱한 과거와 미래로, 책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이야기가 가득한 장소로 데려가길 멈추지 않을 것이다.책은 내가 상상해본 적도 없는 낯선 세계의 입구로 통하는 문을 수도 없이 열어놓는다.그 낯선 곳은 위험하고 매혹적이다.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삶을 쏟아부어 만든 곳이니까. 각각의 책은 "이제 어디로 가지?"에 대한 응답이 될 잠재적 가능성을 갖는다.나는 살면서 여행과 관련된 정말 좋은 말을 두 번이나 들었다. "혜윤, 멀리 가!", "모든 좋은 여행자이자 이야기꾼처럼 죽지 않을 만큼 멀리 갔다가 돌아와." 정말 멀리 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특히 최악의 나 자신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멀리 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멀리 갈 수 있을까? 이를테면 이솝은 어떻게 가장 탁월한 여행가이자 이야기꾼이 될 수 있었을까?어떻게 해서 세상을 달리 보고 다르게 경험할 수 있었을까? 나는 떠난다고 생각했지만 떠나는 척만 한 것 아닐까? 혹시 산다고 생각했지만 사는 척만 한 것 아닐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도 꽤 멀리 떠나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책으로 설명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