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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순간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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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진프레스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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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사소하고 충만한 인생 여행 006

1부 오노미치로 가는 길

오래 걸었던 길 끝에는 016
비밀과 우정을 가득 담은 이야기 024
언제나 환대가 있는 곳 036
혼자 떠났지만 혼자가 되지 않는 046
도넛처럼 이어져 있는 우리 056
시간은 멈춘 듯 흐르고 062
내가 되고 싶어서 074
마음이 닿아 넘쳐흐르는 086
여행 다음의 인생 092
말을 심은 자리에 싹튼 것 100

2부 아리타에서 우리는

지나가는 것들 108
우연을 운명으로 116
삶을 믿는 실험 124
배웅하는 마음 134
바다에 흐르는 기억들 140
멈추어 서게 하는 146
아무것도 있는 152
오랫동안 아끼는 마음 158
모두의 도움으로 164
재미있는 미래를 함께 172
한발 물러선 기다림으로 178

에필로그 배운다는 건 다시 태어나는 것 186

저자 소개 1

작은 순간들을 노래하고, 걷고, 쓰는 사람 발매한 앨범으로 〈지금, 여기의 바람〉(2014),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2015), 〈되고 싶은 노래〉(2017), 디지털 싱글 〈감나무의 노래〉(2020), 〈걷는 섬〉(2022) 등이 있고, 산문집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2018), 《우리는 밤마다 이야기가 되겠지》(2021, 공저) 등을 썼다. 가수나 작가보다는 생활가나 애호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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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20*180*20mm
ISBN13
9791191485219

책 속으로

누가 읽어도 감탄할 만한 잘 쓴 글, 세상을 바꿀 만한 의미를 가진 글도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내가 쓰고 싶고 또 만나고 싶은 글은 자기 삶의 사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글이다. 사소한 노래를 부르고, 사소한 글을 써야지. 오래오래.
--- p.9

오래 걸었던 길 끝에는 친구가 있었다. 첫 만남이 어색해도,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 시간의 흔적이 남은 골목이 좋아서 목을 쭉 빼고 같이 걸을 수 있다면, 같이 걷는 사람의 보폭을 헤아리는 배려를 한다면, 자신이 발견한 작고 소중한 것을 나누고 싶어 가슴이 뛴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골목을 찾아 나서는 반짝이는 관심을 가진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우린 친구다.
--- p.23

나는 낯선 곳에서 누군가의 생활이 한껏 묻어나는 골목을 충분히 걷고, 그 위에서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득 듣기 원하는 여행자다.
--- p.37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집처럼 아늑하게 느껴져 오늘은 깊이 잠이 들 것 같았다. 일본어에 ‘이고코치(居心地)’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자리에서 느끼는 기분을 뜻한다. ‘이고코치가 좋다’라는 표현을 처음 배웠을 때, 내가 거기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하거나 안심하게 하는 장소를 칭하는 특정한 표현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단숨에 외웠다. 야도카리는 이고코치가 좋았다.
--- p.49

반면 히로의 공동체는 도넛처럼 이어져 있다. 아주 동그랗고 단단한 듯 말랑말랑하다. 가운데가 빈 것은 카리스마형 리더나 단단한 중심 없이도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심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비어 있는 건 아니란다. 중력, 인력 등 온갖 에너지의 영향 아래 있는 우주의 존재들은 서로 작용-반작용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도넛 속 빈 공간은 그런 에너지들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장소다. 가치도 의미도 리더도 정체되거나 굳어 버리지 않으려면 늘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 p.60

빛과 어둠을 포착한 사진을 보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결정적 순간’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사진 예술만이 담을 수 있는 특권, 시간을 포착하여 의미를 만든다. 그 의미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집을 사이에 두고 여행과 인생과 예술과 꿈을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 pp.69-70

타마가 불쑥 나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문득 튀어나온 대답은 “나는 내가 되고 싶어”였다. 무엇을 할지보다 어떻게 살지를 내내 고민하며 살아온 것 같은데, 지금의 나에게 다다른 대답이 ‘자신이 되는 것’이었나 보다.
--- p.77

하고 싶은 것 앞에서 자꾸 도망가는 자신이 밉기만 하던 서른 살의 이내는 ‘나’에서 ‘바깥’으로 눈을 돌렸고, 곁에 있는 이들의 꿈을 함께 이루려 했다. 그러는 사이에 꿈에도 없던 노래를 하고 글을 쓰는 내가 되었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사람과 삶을 믿고 싶은 내가 남았다. 다만 이것은 완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눈앞에 있는 이들과 만드는 순간순간의 점들. 그 점들이 이어지면서 아직 모르는 내가 되어 간다.
--- p.78

미타테(見立て), 다시 봄. 그는 ‘미타테’ 하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말했다. 타인을, 자연을, 세상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구석구석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사랑의 행위라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시간을 통해 깨달았다고 한다.
--- p.83

순간만 모으고 사는 내가, 과거는 다 내팽개쳐 버리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어 갈 뿐이다. 내 머릿속으로는 셈할 수 없는 어떤 형태의 결과물이 현재가 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관심이라는 사랑을 담아 나 자신의 박동을 따르는 매일을 살아가다 보면.
--- pp.90-91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고 살아간다. 공연이라는 자리가 너무 내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게 아닐까 늘 고민한다. 적어도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믿고, 그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때에 따라 좁혀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그 사이를 두려움이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나는 서로의 이야기가 만나고 쌓이고 이어지는 우연을 기다린다. 대체로 실패하기에 그 작은 순간은 운명이 된다.
--- p.122

다시 사진을 본다. 역에서, 자동차 안에서, 주차장에서, 집 앞에서, 가게 앞에서, 버스 앞에서, 열차 앞에서…. 웃는 얼굴들이 손을 흔든다.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그 눈동자에는 손을 흔드는 내가 찍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여행이 나만의 여행은 아닌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얼굴들을 몽땅 데리고 가면, 거기엔 또 다른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어코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사람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돌아보는 것이 여행이다.
--- pp.137-138

내 여행의 목적은 언제나 만남과 배움이었다. 그것은 내 삶의 목적과도 다르지 않다. 떠나든 떠나지 않든 만남과 배움이 이어진다면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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