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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013 이 안 동심, 단 하나의 진실 시 033 금정연 오늘의 뉴스 036 김복희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038 김상혁 연기 혹은 유령 040 김소형 세상의 아이 044 남지은 잊었던 용기 048 박세랑 코끼리 다리로 종일 서 있다 건물 기둥이라도 되고 싶은 거니? 050 서윤후 돌처럼 속삭이기 054 서효인 백두는 백두 058 오 은 우리 062 이근화 떡의 꿈 066 조혜은 쥐탈 070 하재연 단단하고 허약한 스노볼 산문 077 금정연 아기-일기-어린이 088 김복희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096 김상혁 시선과 감정 106 김소형 꿈이 없으면 어떡해요 116 남지은 특별한 손님 이야기 126 박세랑 나의 작고 어린 대치동 친구들에게 136 서윤후 열을 세고 난 다음에 146 서효인 특수하지 않게 특별하게 156 오 은 망울망울 망울이 166 이근화 작은 인간들 176 조혜은 예쁜 아이 192 하재연 이끼가 구름 같아,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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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이의 최대 관심사는 생존이었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든 어떻게든 기를 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 어린이는 언제나 자기 생의 맨 앞에 있었다. 어린이의 삶은 전쟁의 최전방에서 치러야 하는 전투 같았다. 어린이가 구사하는 언어는 미지근한 후방의 언어가 아니었다.
--- p.16 「이안 - 동심, 단 하나의 진실」 중에서 대형마트 에스컬레이터 상행선, 엄마 아빠 사이 한 아이가 양편 힘센 팔에 매달려 자꾸만 자기 발 띄우며 노는 것을 보니 저 가족들 생각에 행복한 사람의 발이란 공중으로 몇십 센티미터 떠 있는 모양이리라 구름에 뜬 기분이란 천국처럼 까마득할 뿐이고 먼지와 불빛에 시달리다 마트 지하 주차장으로 서서히 내려가는 길이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 p.38 「김상혁 - 연기 혹은 유령」 중에서 좋은 그림이란 뭘까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 거지 당신이 살고 싶은 집 당신이 바라온 가정 당신이 지켜낼 가족 어딘지 슬픈 구석이 있는 네가 만든 그림책을 좋아해 네가 만드는 가장 첨단의 것 네가 네 힘을 들여 이루는 모든 것 --- p.44 「남지은 - 잊었던 용기」 중에서 내일 또 보자 매일 바라는 내일이 매일 만나는 내일이 되었다 그때 하루는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공터에 푹푹 발자국이 찍힐 때 땅속에는 수북수북 이야기가 쌓였다 갈봄 없이 새싹이 움텄다 --- p.60 「오은 - 우리」 중에서 맑고 전지전능한 손가락들이 나의 장소를 흔든다. 날개를 뜯긴 작은 풍뎅이같이 굴러떨어져 내동댕이쳐진 마음. 부서진 채로 서랍 깊숙이 담긴 장난감 인형에게서 흘러나오는 어긋난 음의 마디들. --- p.71 「하재연 - 단단하고 허약한 스노볼」 중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하루는 종종 너무 긴데 일주일, 한 달, 하나의 계절, 그리고 한 해는 지나치게 빨라서 때때로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긴 하루를 적절히 요약해 기록하기는 어렵다. 날아가는 세월을 붙잡아 기록하기도 쉽지는 않다. 미국의 시인 수전 그리핀은 그런 어려움을 레지스탕스의 일기에 비유한다. “우리에게는 잠깐의 깨달음만이 허락되며, 이것마저 방해받지 않는 짧은 틈을 타 빨리 기록해야 한다.” --- p.78쪽 「금정연 - 아이-일기-어린이」 중에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정적이 이어졌다. 이 어린 친구는 그 새만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 새를 포기할 수 있는 다른 새를 원하는 걸까? 가장 멋진 새는 무엇을 위한 새인 걸까? --- p.93쪽 「김복희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중에서 나는 그들의 미래를 떠올린다. 때로는 명확하게 보이는 미래가 있다. 뚜렷하게 자신의 꿈을 밝힐 수 있는 아이에게서 보이는 어른의 모습이 있다. 나는 빠른 재생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 p.110 「김소형 - 꿈이 없으면 어떡해요」 중에서 우리 다 같이 꿋꿋하게 살아남자. 살아남아서 나도 반짝반짝 멋진 사람이라는 걸 온 세상에 펼쳐 보이자. 덕분에 나도 너희처럼 이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 거 같아. 그러니 끝까지 너희랑 함께하면서 세상이 조금씩 변하는 걸 지켜보고 싶어. --- p.133 「박세랑 - 나의 작고 어린 대치동 친구들에게」 중에서 아이의 작고 단단한 세계가 굴러와 난분분한 나를 읽는다는 생각. 오랫동안 터지지 못하고 맺혀 있던 어떤 주머니를 터트리고 사라지는 것만 같다고. --- p.143 「서윤후 - 열을 세고 난 다음에」 중에서 주변에 장애인이 없는가? 주변에 장애아가 없는가? 주변에 발달장애와 다운증후군과 자폐 스펙트럼과 뇌병변의 장애를 가진 이가 없는가? 왜 없을까? 우리는 이 없음에 대해서만 위장된 천진함을 가지고 살았던 듯하다. 아이는 특수학교에 다닌다. 운 좋게도 집 근처에 특수학교가 있었다. 이게 왜 운을 운운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p.154 「서효인 - 특수하지 않게 특별하게」 중에서 나의 작은 인간들은 웃고, 울고, 노래하고 지칠 줄 모른다. 멈추지 않는다. 어느 하루 무표정하게 벽을 바라본다. 시간을 가늠하고 어딘가로 서둘러 간다. 그곳은 내가 알 수 있을 것도 같고, 영영 모를 것도 같다. --- p.175 「이근화 - 작은 인간들」 중에서 지금의 내가 나의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면 어린 나의 삶도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어른이 필요하고 어른에게는 아이가 필요했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아이를 돌보고 싶다는 딸에게, 반농담처럼 어른이 되어서 아이를 낳고 돌보게 되면 엄마처럼 몸도 망가지고 매일 보는 친구들도 못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 우리 낳기 전에 엄마는 예뻤어?” 아이가 물었다. --- p.189 「조혜은 - 작은 인간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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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어린이와 마주하는 경험
아침달 앤솔로지 『어린이의 마음으로』가 출간되었다. 열세 명의 시인이 쓴 시와 산문은, 문학을 통해 어린이가 존재하는 자리를 면밀히 경유하는 통로가 된다. 어린이가 살아갈 아름다운 세상과 건강한 삶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이번 앤솔로지는, 각자의 위치에서 만나고 있는 어린이의 존재를 다양하게 그려내면서, 보호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어린이의 권리를 문학으로 사유해볼 수 있다. 육아나 노동 현장에서 경험하는 어린이, 자신의 유년으로 돌아가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과 함께 만나는 어린이, 일상에서 문득 물음표를 남기고 가는 어린이 등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와 밀접한 곳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를 마주할 수 있다. 어린이라는 세상을 두고 주변이 되어가는 어른의 입장으로서, 시인들은 저마다 조심스럽고 투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놓는다. 이 책은 나아가 함께 살아갈 세상을 현실적으로 실감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돕고 응원하며 지켜나갈 수 있는 일에 대해, 문학 작품으로 돌이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질문 그 자체이기도 하다. 수록된 작품들은 단순히 어린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라기보단, 어린 나와 재회하고 마주하려는 ‘말 걸어보기’이자 지금의 자신과 만나고 있는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보기’, 더 나아가 차별이나 소외 없이, 누구나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기’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작품마다 남겨진 여운과 잔상을 오랫동안 나누며, 함께 돌이켜 나아갈 수 있는 보다 나은 세상을 짐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알아가야 할 어린이에 대해 이미 함께하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 이 책의 여는 글을 쓴 이안 시인은 어린이가 갖는 동심에 대해 “두터이 자란 이끼를 들어내면 거기 생흙처럼 남아 있는 본바탕”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린이를 흉내 내는 동심이 아니라, 우리의 원본으로 놓여 있는 그 자리의 이야기를 조명하면서 자신의 유년을 비추기도 한다. “내 어린이의 최대 관심사는 생존”이었다고 말하듯,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어린이의 복합적이고 생경한 언어와 마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시인은 “내가 아는 어린이의 온도는 겨울 나뭇가지처럼 차갑고, 차가워서 생기롭고 삼엄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어린이에 대한 관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어린이를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느긋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시인들은, 저마다 체험했던 어린이와의 일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제시한다. 육아로 삶을 함께하고 있는 여러 아이들과 그의 친구들이 시와 산문에서 속속 등장하기도 하고, 어린이를 직접 가르치고 함께 배워가는 교육의 현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년으로 돌아가 미쳐 데려오지 못했던 마음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기도 한다. 어린이라는 존재를 생각했을 뿐인데,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과 머지않아 당도할 시간, 그리고 지금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이 신비로움을 우리는 시와 산문 속에서 구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놓여 있는 어린이의 자리를 건너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