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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하와이가 녹아서 너는 누굴 반사하니? 수레와 강아지 알 수 없는 주전자 자기소개서 카페의 흐름 낙숫물 마시기 딸의 꿈속에서 나는 죽고 콘센트를 뽑고 입안에 쌀 한 톨을 물고 2부 성숙이 나를 업어주던 다정한 삼촌이 죽었네 10cm 그런 사람 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 너에게 강아지를 보낸다 단풍 절정 목련꽃 그늘 아래 산나리 스낵 3부 저기 창밖에 누가 왔다 키스 투명한 목구멍 티켓팅 파다 보면 강원도 산골 양배추밭에 도둑 화해와 불평등 후쿠시마 활화산 같은 마음으로 판교로 가는 마음 그에 걸맞은 에세이 : 반지하 방의 스누즈 |
Lee Geun-hwa ,李謹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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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손과 발을 지운다
웅웅웅 새벽이었고 설탕통을 쏟았다 나는 고백하는데 너는 쓰러지는구나 새벽에 심각한 경고 문자들 하와이가 녹고 있어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으며 거짓말을 했지 너는 사랑하는데 나는 꿈속에 갇혀버리고 하와이가 녹는구나 하와이가 녹는구나 --- 「하와이가 녹아서」 중에서 제주도에 가서 고등어를 잡았어요 서른을 기념하기 위해서 고등어 삼십 마리를 양동이 가득 채웠어요 미끈거렸어요 나의 서른이 반짝거렸어요 나의 여자가 먹지는 않았습니다 생선은 싫어해요 양동이 가득 고등어를 바다에 되돌려주었어요 나의 서른이 쏟아졌어요 주르르 단번에 --- 「너는 누굴 반사하니?」 중에서 뜨겁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나는 예쁘고 예뻐서…… 숨기지 않아요. 목표가 있어요. 가방 속에 뾰족한 연필을 세 자루씩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침을 발라가며 꼭꼭 눌러서 --- 「자기소개서」 중에서 동파로 씻지도 못하고 그릇은 아무렇게나 쌓이고 눈으로 설거지를 해볼까 빨래를 돌릴까 쓱쓱 문지르면 되겠네 빙빙 돌리면 그게 그거지 물이지…… 물이어서…… 얼어붙은 마음은 녹을 줄 모르고 미운 사람은 잠깐 눈에 묻어두어도 되겠습니까 고마운 사람은 발이 얼어붙어도 되겠습니까 --- 「낙숫물 마시기」 중에서 확 죽어버려. 자신을 불태우는 방식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 앞에는 언제나 차가운 눈길을 가진 사람의 냉소가 있고. 진짜 자신을 불태우는 사람의 조용한 입술은 말릴 수가 없다. 아무도 모른다. 그 자신을 잊은 채 뚜벅뚜벅 불길로 걸어 들어간다. --- 「나를 업어주던 다정한 삼촌이 죽었네」 중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자주 아버지의 직업과 사는 곳을 물었다. 그것이 나를 말해주는 것이라 세상은 믿는 것 같다. 확실히 내 언어는 나의 출생을 속이지는 못할 것이다. 잡다하고 복잡한 말들, 알 수 없는 말들, 희한하고 저속한 말들, 어디선가 주워온 말들, 자꾸 비틀리고 미끄러지는 말들 속에 내가 있다. 내가 나를 박차고 나아가지 못한 슬픔 대신에 얼마간의 명랑함이 내 시에 깃들기를 바란다. 주저앉아 원망에 휩싸여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라고 말하면 또 그런 것도 같다. --- 「에세이, 반지하 방의 스누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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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 번째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의 대표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 번째 시집, 이근화 『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를 출간한다. 2018년 시리즈 론칭 후 6개월마다 여섯 권을 동시에 출간하던 방식을 바꿔 격월로 한 권씩 발간하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마흔 번째 주인공은 “끊임없는 부정과 회의를 거듭하며 존재의 의미를 타진해나가는”(한세정) 이근화 시인이다. 오은경의 시집 『산책 소설』로 시작한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Ⅶ』은 박상수, 장수진, 이근화와 더불어 서효인, 이혜미 시인까지 더욱 다채롭고 풍부한 시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근화 시집 『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 마흔 번째 핀 시리즈 시집 이근화의 『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를 전하는 신작시 서른 편과 에세이가 담겨 있다. 존재와 언어의 한계에 갇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슬픔을 명료하고 다정다감한 시어로 담아낸 이근화 시집 『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는 시와 삶이라는 두 영역에 아슬아슬하게 두 발을 딛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독자적인 언어를 완성하기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조합해나간다. 활발하고 역동적인 시어를 구사하는 시인은 사랑의 대상을 향해 성실하게 나아가며 상실마저도 생기 넘치는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화자는 “가방 속에 뾰족한 연필을 세 자루씩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침을 발라가며 꼭꼭 눌러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나 화자의 “솔직함은 칼과 같아서”(「자기소개서」) 상대는 말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외면하거나 침묵한다. 결국 “얼어붙은 마음은 녹을 줄 모르고”(「낙숫물 마시기」) 한겨울에 내다버린 쓰레기 봉지처럼 얼어서 터져버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불태우는 방식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사람이다. “차가운 눈길을 가진 사람들의 냉소”(「나를 안아주던 다정한 삼촌이 죽었네」)에도 입을 꾹 다문 채 불길로 걸어 들어가는 화자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강한 의지를 마주한다. “거짓말은 너와 나의 유일한 형식이어서”(「투명한 목구멍」) 그 무한한 형식으로 마음을 실어 나를 때 “저마다 다른 자세로 서로를 덮”(「화해와 불평등」)을 수 있는 것이다. 무너지는 사랑으로 인한 고독, 좌절, 상실감 속에서도 시편들에는 시인만의 명랑함이 묻어난다.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경쾌함이 가득하다. 우리는 일상의 한복판에서 독자적인 어법과 표현으로 내면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다정한 시어로 담아내는 시인에게서 살아 숨 쉬는 문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핀 시리즈 공통 테마 에세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에 붙인 에세이는, 시인의 내면 읽기와 다름없는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출발한다. 이로써 독자들이 시를 통해서만 느꼈던 시인의 내밀한 세계를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이 에세이가 ‘공통 테마’라는 특별한 연결고리로 시인들의 자유로운 사유공간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를 서로 다른 색채로, 서로 다른 개성으로 보여주는, 깊숙한 내면으로의 초대라는 점은 핀 시인선에서만 볼 수 있는 매혹적인 부분이다. 이근화 시인의 에세이 「반지하 방의 스누즈」는 시인의 어린 시절 공간을 공유하며 그의 따스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어를 감각하게 해준다. 시인은 어린 시절 스누즈 버튼이 달린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했다. 남다른 구석이 있는 송창식과 호로비츠의 음악을 듣고 이승윤의 독창적이면서도 새로운 개성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를 체력이 좋고 집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다. 스누즈 버튼을 눌러 일상의 소리들을 잠재우고 자신만이 감각하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인은 시에 슬픔 대신 명랑함이 깃들길 간절히 바란다. 외침에 가까운 이 소리들은 중심이 아닌 변방을 자처하는 시인의 삶의 태도와 만나 절제되고 고요한 개성을 추구하는 그의 예술 세계에 안착한다. 「반지하 방의 스누즈」는 자기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태도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글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채지민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특색을 갖춰 이목을 집중시키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의 표지 작품은 최근 건축적 요소를 통한 공간성 위에 인물과 상황의 어긋난 이미지 등을 초현실적으로 재구성한 화면을 보여주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채지민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구성된 독창적인 시인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시편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시와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 채지민 Jimin Chae 198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화과 및 런던 첼시대학 석사 졸업. 서울, 런던, 뉴욕, 상하이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홍콩 현대캐피탈 등에 작품 소장.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