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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낯선 이민자들
2. 매그놀리아 하우스 3. 타미의 계절 4. 웨스턴 병원 5. 단풍잎 그리고 이층 버스 6. 외할아버지의 시골집 7. 프레드 잡화점 8. 어거스트의 지하실 9. 다시 리치먼드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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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은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자기가 살고 있는 토론토와는 다른, 높고 낮은 언덕이 도시 곳곳을 감도는 리치먼드힐에 대한 소개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어떠한 시적 표현도, 은유적 표현도 없는 리치먼드힐에 대한 서술에 묘하게 가슴이 데워졌다. 민정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 조용히 등을 쓸어내려 주며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민정아.’ --- p.17 「1. 낯선 이민자들」 중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이 밀려왔고, 그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서 마침내 두 생명이 동시에 태어났다. 아기와 엄마. 엄마가 먼저 울음을 삼켰고, 아기가 그 울음을 이어받아 세상에 첫 목소리를 냈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아기의 두 팔은 허공을 더듬어 엄마를 찾았다. … 그리고 그날, 민정도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낯선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 속에서, 흰빛이 가득한 병실에서. 그 순간부터 민정은 자신이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새로운 계절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계절을 말이다. --- p.42 「2. 매그놀리아 하우스」 중에서 그녀는 소아중환자실 앞에서 멈춰 섰다. 간호사가 의례적인 동작으로 마스크와 가운을 건넸다. 민정은 그것을 받아들면서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얼굴에는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고, 몸에는 가운이 걸쳐져 있었다. 중환자실은 형광등 아래 환하게 빛났지만, 이상할 만큼 어둡게 보였다. 타미의 작은 몸은 커다란 침대 위에서 더욱 작아 보였다. 머리맡의 모니터는 초록빛 선을 천천히 올렸다 내렸다. --- pp.121-122 「4. 웨스턴 병원」 중에서 리치먼드힐은 워낙 바람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지만 가을을 겨울로 내몰고 있는 바람이 오늘따라 유난히 셌다. 바람이 몰고 온 붉은 단풍잎들에 버스가 온통 뒤덮였다. 그런데 버스의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리치먼드힐에 꽤 오래 거주했던 민정도 처음 보는 이층 버스였다. … “죄송한데, 혹시 이 버스 웨스턴 병원에 서나요?” “어디로 가고 싶습니까?” 버스 기사는 운전대를 잡은 채 앞유리창을 바라보며 민정에게 물었다. 대답을 기대했던 민정은 되돌아온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웨스턴, 웨스턴 병원이요.” 운전기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p.127-128 「4. 웨스턴 병원」 중에서 삶은 지독히 불공평할지 몰라도, 죽음만큼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 벅찬 사랑을 받으며 생을 만끽한 이에게도, 미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아이에게도, 이제 그만 쉬고 싶다며 고단한 몸을 누인 노인에게도, 끝은 예외 없이 죽음이다. 제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으랴. 삶을 스스로 놓아버리려는 이조차, 인생의 어느 모퉁이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될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민정은 멍하니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예정된 당연한 도착지이며, 다만 그곳으로 향하는 순서가 잠시 뒤바뀐 것뿐일지도 모른다고. --- p.179 「6. 외할아버지의 시골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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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경진의 눈부신 데뷔작!
담담한 문체로 마음을 무너뜨린 새로운 경지의 소설! “민정은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자기가 살고 있는 토론토와는 다른, 높고 낮은 언덕이 도시 곳곳을 감도는 리치먼드힐에 대한 소개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민정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 조용히 등을 쓸어내려 주며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민정아.’” -책 중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이경진 작가는 20년 넘게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고, 또 고민한 끝에 마침내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를 완성했다. 작가는 그간 지켜본 캐나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묘사해 눈앞에 캐나다가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며, 자신의 가족과 캐나다에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내 내용의 디테일을 더한다. 특히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줄거리를 전개해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다. 작가의 고민과 경험이 그대로 담긴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는 눈물을 강요하지도, 독자들을 억지로 흔들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문장을 쌓아올려 독자들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잊고 있었던 감동을 되찾게 하는 것, 이것이 이경진 작가만의 힘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버스가 멈춰선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의 주인공 민정은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으로 매일 버스를 탄다. 병원에 누워 있는 자신의 아들 타미에게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우연히 마주한 이층 버스에서 민정은 몇번이나 과거로 되돌아간다. 철수를 처음 만난 봄날로, 아버지를 피해 동네를 서성이던 어린 시절로,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갔던 날로…. 이 소설에서 민정은 자신이 행복하던 시절로도, 가장 불행하던 시절로도 돌아가게 된다. 자신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마주하며, 기뻤던 순간을 다시 느끼며 민정은 깨닫는다. 여러 선택들의 결과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왔음을. 그렇게 민정은 자신을 찾기 위해,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타미를 되살리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오른다. 과거로 돌아가는 민정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조용히 말한다. ‘어떤 시간을 살아왔든,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왔습니다. 그 시간들을 살아온 당신, 참 잘 버텨왔습니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