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 동시집으로 『안녕, 외계인』, 『콧속의 작은 동물원』, 산문집으로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고독할 권리』 ,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시에는 용기보다 더한 연민이 깃들어 있다. 빠져나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기에 그는 울거나 웃으며 시를 쓴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고, 처치 불가능한 생각들(「작은 폭탄」)을 그러안고 말이다. ‘그러안다’라는 말은 ‘끌어안다’라는 말과 조금 달라서 내밀하면서 완강한 느낌을 준다. 그런 면에서 시인의 마음속 깊이 똬리 튼 울분과 슬픔을 담아내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고찬규 시인을 만난 것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인정과 선의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안도감이 시인을 만나면 잔잔히 밀려온다. 근래 시인의 일상과 작품이 자못 궁금했는데 이번 시집에서 조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벌레와 잎사귀 너머 허공을 보고 있었던 거다(「허공은 힘이 세다」). 돌과 돌이 만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거다(「돌」). 그런데 그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리 평온한 것 같지 않다. ‘말[言]’과 ‘말[馬]’ 사이, 그는 세상이 이렇게밖에 굴러가지 않는 것에 대해 치미는 분노와 치욕을 풀어 놓는다. ‘얼룩말’ 시편에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충돌 양상에 그는 얼굴이 붉어졌다, 일그러졌다 한다. 오랜만에 만나서 보여 주었던 미소가 전부는 아니었던 거다. 강물에 빠진 토마토를 생각하는 밤에(「토마토를 위한 변명」) 그의 마음도 꽤 뒤척였을 것이다. “먹고 마시고 쓰다 말고 목울대가 뜨거울 때가 있다”(「미투 유투 우분투」)는 고백에서 보이는 부끄러움은 어른의 것이다. 생각을 이어 가며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어른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위기가 아닐까. 그 위기에 맞서 시인은 노래 아닌 노래를, 말 없는 말을 상상한다. 거대한 빙벽을 마주하고 서서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던 나를 만나 침묵의 노래를 듣는다”(「빙벽」)고 했다. 진정 사람을 움직이는 말은 요란하거나 교묘하지 않다. 시인은 고요와 침묵 안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새로운 말을 발견하고자 한다. 자신을 다른 이들과 연결시키는 말, 사람을 살리고 함께 숨 쉬는 말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영혼 없이 ‘말’ 달리는 세계에서 침묵의 진언을 찾는 일이 시인의 몫만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이 시기를 함께 건너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