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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학교다
산길, 강길, 바닷길에서 만나는 세상의 모든 역사
조지욱
낮은산 2013.10.30.
베스트
청소년 인문/사회/경제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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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길이란
ROAD #01 길이란 무엇일까?
세상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 길이 들려주는 이야기 / 길은 생명이다 · 토끼길 / 길은 큰 강을 닮았다 · 아마존 강 / 길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 로마의 길

ROAD #02 길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길은 발자국을 따라 생겨났다 · 동물과 사람이 이동하는 길 / 길은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다 · 토끼비리 / 왕을 위한 길이 만들어졌다 · 페르시아 왕도
/ 교역을 위한 길이 생겨났다 · 비단길

ROAD #03 동양의 길, 서양의 길
서양은 개성을 중시하며 호기심이 강하다 · 고대 그리스를 중심으로 / 서양의 길은 호기심 많은 인간을 닮았다 · 로마의 도로 / 동양은 집단을 중시하며 실용성이 강하다 · 중국을 중심으로 / 동양의 길은 순박한 자연을 닮았다 · 차마고도

ROAD #04 우리의 길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도로를 만들지 않는 나라? · 조선의 길 / 우리 땅에도 국가적인 육상 교통망이 있었다 · 역도 / 교통 혁명은 철도로부터 · 경인선 / 일본의 신작로는 없다 · 수탈을 위한 길 / 한반도에 아우토반 시대가 열리다 · 경부고속도로

2 산과 길
ROAD #05 산을 넘는 길
구름보다 높은 산에도 길이 있다 · 로키 산맥 / 고개를 넘어야 만날 수 있다 · 산과 산 사이 / 산의 길목을 지켜라 · 철령 / 산길에서 찾고, 산길에서 구한다 · 대관령

ROAD #06 산을 관통하는 길
더는 오지가 아니다 · 가룽라 터널 / 점과 점을 잇는 최단 거리는 직선이다 · 배후령 터널 / 지름길을 택한 대가 · 원효 터널

ROAD #07 산과 더 가까워지는 길
왜 사람들이 산으로 모일까? · 배산임수 / 산과 가까워지면 오랜 꿈을 만난다 · 지리산 둘레길 / 산과 가까워진다는 것 · 박영석 대장의 도전 / 왜 산을 찾는가 · 산을 오르는 사람들

ROAD #08 죽음을 부르는 길
인간의 길이 동물의 길을 덮었다 · 갈라파고스 제도 / 공동묘지가 되고 있다 · 로드킬

3 강과 길
ROAD #09 강을 따라가는 길
강은 길이 되고 문명이 된다 · 메소포타미아 / 강을 차지해야 한다 · 한강 / 세금을 나르는 강길 · 조운 제도

ROAD #10 사람을 모으는 길
배가 모인다 · 마포 나루 / 나루는 마을이 된다 · 나루터 마을 / 강을 따라 사람들이 닮아간다 · 지지리 마을

ROAD #11 생땅을 파서 만든 길
인류 최고의 지름길이 열리다 · 파나마 운하 / 자연의 질서를 배운다 · 키시미 강 /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 · 경인 아라뱃길 / 우리 땅에 대운하가 필요할까? · 한반도 대운하 계획

ROAD #12 기氣가 막히는 길
아직도 물길을 더 막아야 할까? · 댐 건설 / 물길을 막은 대가 · 생태계 교란

4 바닷길
ROAD #13 바다로 열린 길
바다도 흐른다! · 해류 / 바다는 용기 있는 자에게만 길을 허락한다 · 콜럼버스의 항해 / 미지의 땅이 사라지다 · 신대륙 정복

ROAD #14 역사를 담은 길
바다의 주인이 되다 · 신라 청해진 / 바닷길에도 자국이 있다 · 청자배 / 바닷길을 빼앗기다 · 군산항 / 바닷길이 경제를 지탱한다 · 울산항

ROAD #15 물 위를 달리는 길
가까운 것은 먼 것보다 강하다 · 다리 / 섬이 인간을 닮아간다 · 영도 / 욕심이 업적이 되고 업적이 업보가 된다 · 새만금 간척 사업

5 사람과 길
ROAD #16 보이지 않는 길
오랜 꿈이 길이 되다 · 하늘길 / 꿈도 꾸지 못했던 길 · 땅속 길 / 나를 찾아주는 길이 있다 · 백두대간

ROAD #17 운명의 길
‘옛길’이 되다 · 미시령 길 / 도시의 운명이 길이 되다 · 진해시 방사상 도로 / 길이 도시의 운명이 되다 · 강경과 천안

ROAD #18 사라지는 길, 끊어진 길
‘스위치백’이 중단되다 · 흥전역-나한정역 /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가 사라졌다 · 청계 고가 / 철마는 달리고 싶다 · 끊어진 철길 / 길이 잠기고 있다 · 용머리 해안 산책길

ROAD #19 좋은 길이란?

저자 소개 1

서울시 종로구에서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았다. 물장구 치고 다람쥐 잡던 추억이 부족했기에 누구보다도 자연을 동경했다. 동국대학교 지리교육학과, 동 대학원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석사 논문은 “흥미로운 지리 공부를 위한 새로운 교재 개발의 필요성(한국지리교육학회, 2003)”이다. 부천의 고등학교에서 한국 지리와 세계 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1993년부터 지리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지리를 쉽다고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학습 교재 집필에 참여했다. 지리를 확장하여 창
서울시 종로구에서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았다. 물장구 치고 다람쥐 잡던 추억이 부족했기에 누구보다도 자연을 동경했다. 동국대학교 지리교육학과, 동 대학원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석사 논문은 “흥미로운 지리 공부를 위한 새로운 교재 개발의 필요성(한국지리교육학회, 2003)”이다. 부천의 고등학교에서 한국 지리와 세계 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1993년부터 지리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지리를 쉽다고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학습 교재 집필에 참여했다. 지리를 확장하여 창조적 사고로 이끄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대표 저서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 지리 이야기』, 『문학 속의 지리 이야기』 등이 있으며, 『중학교 사회』, 『고등학교 세계 지리』 교과서, 『EBS 수능특강 세계 지리』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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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440g | 152*224*20mm
ISBN13
9791155250129

책 속으로

특히 삼척은 1m가 넘게 눈이 쏟아져 하루아침에 그야말로 ‘눈 사막’이 되었고, 주민들은 집 안에 갇혀 나오지 못했다. TV를 통해 삼척의 상황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13일, 날이 밝으면서 하나둘씩 생겨나는 ‘생명선’을 따라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명선’은 바로 마을 주민들이 허리춤까지 쌓인 눈 속에서 넉가래질을 해서 만든 ‘토끼길’이었다. 좁고 투박하게 뚫린 ‘토끼길’은 임시 제설 작업이 끝난 큰길까지 연결되었고, 이 큰길은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또 하나의 생명선이었다. - 13쪽 「ROAD #01 길이란 무엇일까?」

터널은 두 지점을 잇는 최단 거리이다. 산을 높이 올라 넘는 길에 비해 몇 배는 짧고, 오가는 시간도 훨씬 단축된다. 겨울에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터널에는 눈이 쌓이거나 어는 일이 없다. 여름에도 집중호우나 태풍의 위협에서 안전하다. 하지만 터널 안은 봄에도 꽃이 피지 않고, 가을에도 단풍이 들지 않는다. 터널은 그저 길거나 짧을 뿐이며, 오로지 통과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80쪽 「ROAD #06 산을 관통하는 길」

남한만도 이미 10만km 이상의 도로가 만들어졌다. 이는 그만큼 교통이 편리해졌다는 말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물과 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2020년까지 전국 도로를 20만km로 확장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앞으로 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겠지만, 대신 동물들은 더 많이 다치고 죽을 것이다. ‘과연 인간다운 것이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고개를 든다. 인간은 동물들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물도 얻고 사냥감도 얻었다. 그런데 동물들은 인간들이 만든 길에서 그들의 이동로를 잃고, 그들의 서식지를 잃고, 심지어 목숨마저 잃고 있다. 30분을 빨리 가기 위해, 경제 발전을 위해,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만든 인간의 길이 동물들의 공동묘지가 된 셈이다. -101쪽 「ROAD #08 죽음을 부르는 길」

자연의 분노가 일으킨 엄청난 대홍수를 몇 차례에 걸쳐 겪고도 자연을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며 1971년까지 23년간 3천만 달러를 들여 키시미 강 운하를 만들었다. 그리고 강을 복원하는 데 그 10배인 3억 달러가 들었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어기고 인간의 욕심대로 흐르게 한 강은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함부로 생땅을 파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운하의 수로는 그대로 둔 채 운하 옆의 옛 물길을 찾아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이곳 사람들은 이 일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뼈저리게 배웠다.
강은 구불구불 흐르면서 물살이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침식이 되거나 퇴적이 되며, 깊은 웅덩이와 얕은 여울을 만든다. 이렇게 물이 흐르기 때문에 에너지가 분산되어 홍수 위험이 줄어든다. 자갈, 모래, 진흙 등이 쌓인 곳에는 수초가 자라 작은 벌레부터 물고기에 이르는 물속 생물에게 먹이 및 산란 장소를 제공하고 물을 맑게 한다. 이것이 자연의 질서다. -133쪽「ROAD #11 생땅을 파서 만든 길」

고군산 군도에서 가장 큰 섬 신시도와 예쁜 이름의 야미도는 이제 섬이 아니다. 재밌는 것은 야미도(夜味島)는 본래 맛있는 밤이 많아 밤섬으로 불렸는데 일제 강점기 때 실수로 ‘밤 야(夜)’ 자로 쓰면서 ‘캄캄한 밤이 맛있는 섬’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섬이 되었다. 그런데 이젠 야미도가 관광지로 변하면서 진짜 밤이 환하고 달콤해지게 되었다. 초콜릿과 사탕은 달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즐기지만, 이 달콤함이 결국 건강을 상하게 한다.
인간이 갯벌을 막아 간척하는 것을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더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른 어리석은 농부처럼 인간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갯벌을 죽이고 있다. 거위를 죽인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물은 거위 고기로 차린 저녁 만찬뿐이다. 그러고 나면 한 끼 배를 불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189쪽 「ROAD #15 물 위를 달리는 길」

우리나라에는 고속도로인데도 이용객이 많지 않고 사고는 잦은 길이 있다. 바로 대구와 광주를 잇는 88고속도로다. 이 길은 전라도와 경상도 간 지역감정 해소라는 좋은 생각으로 건설되었다. 1984년, 이 길의 개통식이 일주일 동안 열렸으며, 영·호남 신랑 신부 8쌍 합동결혼식, 영·호남 학교 및 도시 자매결연 등 ‘국민 화합’, ‘민족 화합’을 상징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여전히 두 지역 간 갈등은 크다. 애초에 전라도와 경상도 간의 지역감정이 두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가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길은 ‘화해하라’고 언제나 주문하고 있다. 길의 가장 큰 역할은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다. 빠르게 잇는 것만큼 따뜻하게 잇는 것이 중요하다. -234쪽 「ROAD #19 좋은 길이란?」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 세계 구석구석까지
‘길’ 하나에 인간의 역사가 통째로 담겼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3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 사업 선정작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며, 한 나라의 번영과 쇠퇴를 가져오는 두 얼굴의 ‘야누스’이기도 하고, 인류 역사의 숱한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길. 길은 우리가 매일같이 오가는 일상적인 장소인 동시에 인류 역사의 장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인문학의 보고다. 『길이 학교다: 산길, 강길, 바닷길에서 만나는 세상의 모든 역사』는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다뤄진 적 없었던 '길'이라는 주제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역사 · 지리 · 사회 · 문화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식과 깊이 있는 사유로 풀어낸 청소년 인문교양서다.

고등학교 지리교사인 저자 조지욱은 ‘길’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인간과 세계를 읽는 도구로 삼아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세계 구석구석까지 종횡무진 누빈다. 저자는 ‘셋이 길을 가면 그중 스승이 있다’는 말을 길이 그 자체로 스승이자 가르침의 책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배움의 장소를 학교에서 노천의 길로 확장한다. 이 책은 20년째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은 물론 틈만 나면 국내외를 답사하며 몸에 새긴 생생한 경험을 총동원해 쓴 인문지리서다. 독자들은 ‘산길’, ‘강길’, ‘바닷길’ 그리고 ‘인간 삶 속의 길’ 등 다양한 길의 모습과 그 변천을 속속들이 살펴보면서 길에 관한 가장 ‘디테일한’ 통사(通史)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빠른 길을 개발하기 위해 산을 뚫고 강을 파헤치는 오늘날 ‘과연 좋은 길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왜 길이 학교인가?

인류는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은 동시에 길을 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길은 이미 자연이 품고 있던 것이었다. 초식동물들이 물과 풀을 찾아 이동하면서 드넓은 평원에 길을 만들었고, 다양한 동물들이 저마다 먹이를 구하러 오가며 깊은 산속이나 정글에 길을 냈으며, 강은 저 혼자 구불구불 흐르며 요란한 공사 과정도 없이 물길을 냈다. 인간은 자연의 길을 편의와 용도에 맞게 넓히거나 곧게 폈고, 없던 길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 길을 통해 문명이 발달하고 나라가 번영했고, 또 이 길을 따라 문명이 쇠하고 나라가 멸망했다. 이렇듯 길은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인간 역사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흥미로운 장소다. 따라서 비유적인 의미로든 물리적인 의미로든 길은 그 자체로 인문학적 고찰의 대상이 되며, 길을 고찰하는 일은 곧 인간과 인간이 이룬 세계를 통찰하는 출발점이 된다. 다양한 배움을 얻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제도가 학교라고 한다면, 길은 개인의 일상과 인류의 역사가 평행하는 비조직적인 노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던지는 “길이 학교다”라는 정언은 길이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이며 지식의 보고임을 환기한다.

내가 오가는 길만 살펴봐도 직업, 취향, 건강 상태, 가족 관계, 경제력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내 개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서일 뿐이지만, 결국 수많은 개인의 역사가 모여 이 땅의 지리, 인간의 역사를 이룬다. 또한 길에 새겨진 어떤 시간을 토막 내어 들여다보아도 그 속엔 그 시간의 역사가 있는데, 이로부터 당대의 생각, 생활상,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길 자체가 역사의 주인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시간을 중심으로 풀어낸 학문이 역사학이라면,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낸 학문이 지리학이다.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듯, 이 두 학문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 삶을 이루는 두 개의 큰 축, 시간(역사)과 공간(지리)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허브가 바로 길이다. 그러므로 길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우리 지리, 우리 역사, 세계 지리, 세계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
길은 사람과 세계를 읽는 요긴한 도구다


인터넷 검색창에 ‘길’이라는 단어를 쳐보면 제목에 이 단어를 포함하는 책이 무려 9만 종 넘게 검색된다. 그 분야도 여행을 필두로 인문, 사회, 종교, 지리, 역사에서 예술, 문학에까지 다양하게 걸쳐져 있다. 이는 길이 많은 필자가 매력을 느끼는 주제라는 증거다. 하지만 정작 길 자체를 인문학적으로 고찰한 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낮은산에서 출간한 『길이 학교다』는 ‘길’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지도 삼아 역사, 지리, 문화, 자연,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는 청소년 인문교양서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인 ‘현장’인 동시에, 인류 역사의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는 ‘역사’이며, 인간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인 길.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길’이 사람과 세계를 읽는 매우 요긴한 도구임을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길’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와 이슈를 최신 사례 및 자료들로 만나볼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특장이다. 또한 이 책은 텍스트의 이해를 돕는 시각 이미지를 풍부하게 곁들여 청소년 독자들이 녹록치 않은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게 했다. 독자들은 길과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 나아가 세계 각국의 역사에 대한 이해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주요 독자가 될 청소년들의 솔직한 평을 듣기 위해 출간에 앞서 몇몇 중고등학생들에게 원고를 보냈다. 원고에 대한 반응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 걸친 광범한 주제가 청소년들이 읽어내기에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우려와 달리 중학교 1학년 학생도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쉽게 쓰인 원고임이 입증되었다. “구글어스도 대신할 수 없는, 세계의 길에 관한 놀랍고도 친절한 내비게이션”이라는 평가에서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어떤 역사가 새겨지게 될지 기대된다”는 의견까지 전국 각지의 청소년들이 원고에 대한 찬사를 보내왔다. 이 원고는 청소년들의 평가를 받기에 앞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3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그 독창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인간과 땅의 역사를 관통하는 네 개의 길
길에 관한 가장 ‘디테일한’ 통사


1부에서는 ‘길이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길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다양한 문화 역사적 사례를 들어 밝히고 있다. 저자는 길의 속성을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에 빗대어 설명한다. 개방된 길을 닦음으로써 번영을 이루었으나 그 길을 통해 멸망한 로마 제국의 이야기는 길이 지닌 야누스적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도 초식동물의 대이동으로 생겨난 아프리카 열대 초원의 길, 조선시대의 주요 도로였던 영남대로 옛길 중에서도 험난하기로 유명한 ‘토끼비리’, 고대 고속도로라 할 수 있을 페르시아 왕도, 비단길 등을 들어 다양한 길의 모습과 형성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특히 3, 4장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길을 비교함으로써 동서양의 사고와 성향이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들여다보고, 우리나라의 길과 다른 나라의 길도 꼼꼼하게 비교해본다.

2부에서는 로키 산맥 같은 세계의 대표적인 산에서 땅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여러 고개들까지 높고 낮은 산을 예로 들어 사람들이 산길에서 찾고 구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6장에서 산을 관통하는 길인 터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티베트 모퉈 현이나 우리나라 양구의 예처럼 오지 마을을 세상과 통하게 해주는 터널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도 개발 과정에서 생태계가 무자비하게 파괴된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는다. 독자들은 터널 개발, 로드킬 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봄으로써 인간 중심으로 자연을 대한 결과가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3, 4부에서는 각각 강길과 바닷길을 통해 문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물길이 다른 세계와의 교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갯벌을 막아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대규모 간척 사업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3부에서는 대운하 건설, 댐 개발처럼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그치지 않는 빅 이슈를 다루면서 인간의 길이 자연의 길을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 생생한 시각 이미지와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4부 바닷길에서는 대항해 시대에 펼쳐진 탐험과 정복 활동을 흥미롭게 서술하는 것은 물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예를 풍부하게 들어 바닷길에 얽힌 우리 역사까지 알차게 다뤘다.

마지막 장은 우리네 삶 속의 길을 다룸으로써 사람에게 길이란 어떤 의미이며, 길이 어떻게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지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풀어낸다. 인류의 오랜 꿈의 결과인 ‘하늘길(항공로)’과 대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 ‘땅속 길(지하철)’을 포함하여,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라진 길까지 이야기하면서 ‘좋은 길이란 뭘까’ 독자 스스로 생각해볼 여운을 남긴다. 고등학교 지리교사인 저자 는 ‘셋이 길을 가면 그중 스승이 있다’는 말을 길이 그 자체로 스승이자 가르침의 책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배움의 장소를 학교에서 노천의 길로 확장한다. 『길이 학교다』는 20년째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은 물론 국내외를 직접 답사하며 몸에 새긴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 인문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계의 길에 담겨 있는 인간의 발자취를 전 시대와 전 지역에 걸쳐 기술하면서도 드물게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통사를 만나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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