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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2 3 4 5 6 7 8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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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대로다. 여전히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분명 한 쌍이었던 그 티셔츠를 혼자 입고서, 혼자 덩그러니 사진 속에 남아 있었다. 사진 속의 나는 누군가의 손을 잡은 것처럼 어색하게 손을 오므리고 있었다. 모든 사진에서 아내의 모습이 사라졌다.
--- p.10 “이봐요, 당신 어디 아픕니까?” 이번에는 이 경사가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 길게 찢어진 그의 눈에서 섬뜩한 안광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기세에 지지 않고 더욱더 큰 소리를 냈다.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사람이 실종되었다는데 경찰이라는 사람들이……!” “실종요? 누구요? 사진 속의 이 남자?” 이 경사가 눈앞으로 지갑을 들이밀었다. 검게 해진 지갑의 안주머니에 넣어 둔 결혼사진에는 검은 예복을 입은 남자가 홀로 찍혀 있었다. 곁에 있어야 할 아내는 온데간데없었다. --- p.32 “사람들 사이에 감시자가 섞여 있어. 그들은 우리의 행동과 위치를 파악하고 전달자들의 기억을 왜곡시키지. 마치 우리가 실종자를 찾지 못하게 말이야.” --- pp.62~63 내 기억으로는 분명 이들을 처음 만난 후부터 대화방에는 나를 포함한 네 명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실종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지금 그 대화방에 장수는 없었다. 심지어 그가 보냈던 대화 기록도 모두 다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애초에 장수는 이 대화방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대화방에는 오직 나와 정연, 보배가 나눈 대화만 가득했다. --- p.105 “우리가 실종자를 찾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가 실종자를 찾는 순간 나타나서 실종자를 죽이는 거지.” --- p.139 “우리를 살해하려고?” 그 순간 카페 음악이 뚝 하고 끊기며 정적이 우리를 에워쌌다.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며 머리털이 쭈뼛하고 섰다. 단순히 음악이 멈춘 것뿐인데도 카페는 마치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앉아 있는 의자와 테이블, 심지어 커피까지 아주 낯선 느낌이 들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정연도 똑같이 느낀 것인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카페는 음악만 잠시 꺼졌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 p.142 “이건…….” 천천히 차에서 내린 정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뒤따라 내린 나 역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파출소가 있던 자리에는 짓다가 만 건물이 폐허처럼 남아 있었고, 이 경사는커녕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건물 앞으로 걸어갔다. 찬바람이 건물 외관을 타고 불어왔다. ---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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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피해자에게 얼마나 정의로운가
우리가 믿어온 정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소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범죄는 인간이 정한 법과 규율 속에서 처벌이 이루어진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부터, 최고 선고인 사형까지. 그렇다면 이것으로 그들의 죄는 모두 끝난 것일까. 2021년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매년 높아지던 강력범죄 재범률은 2020년 들어 약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성폭력과 강도의 경우에는 재범률이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각 범죄에 대한 처벌들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다시 되물어보아야 한다. 정녕 이 처벌이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전부 달랠 수 있는 것인지. 우리가 정의라고 이름 부르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이름뿐인 허울은 아닌지. 『사라진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고작 몇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형량이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절대적인 값으로 정해진 형량이 아닌, ‘진짜’ 처벌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쯤 깊이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실종자를 찾는 이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와 방송국 패널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얼핏 조금의 연관도 없어 보이는 이 두 이야기는 후반부에 이르러 빈틈없이 얽혀 들어가며 독자들에게 섬뜩한 반전을 선사한다. 또한 그간 우리가 믿어온 정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말에 책장을 덮은 독자들로 하여금 ‘법은 피해자에게 얼마나 정의로운가’ 하는 무겁고도 씁쓸한 물음을 곱씹게 한다. 저자는 기발한 구성과 탄탄히 쌓아 올린 복선, 흡인력 있는 문장으로 순식간에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도 쉬이 책장을 덮지 못할 만큼 강렬한 반전을 느끼게 해 줄 한 권의 책을 찾고 있다면, 지금 『사라진 사람들』을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