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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1일째 1929년 6월 17일, 월요일 외출 목격 2일째 1929년 6월 18일, 화요일 심문 변명 의혹 악몽과 헛소문 3일째 1929년 6월 19일, 수요일 순사의 탐문 세르게이 홍의 집 4일째 1929년 6월 20일, 목요일 카페 은하수 헌책방 구문당 정호기 5일째 1929년 6월 21일, 금요일 옛 기억 다방 흑조 연주의 생각 본정경찰서 연결점 은일당의 사정 6일째 1929년 6월 22일, 토요일 국사당 천민근 소문의 출처 엇갈림 의심의 그림자 7일째 1929년 6월 23일, 일요일 조우 다섯 번째 가설 빗나간 추리 호랑이덫 모던 보이 탐정 돌아오다 드러난 진실 나무 상자의 정체 사냥이 끝난 뒤 소문과 비밀 마무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작가의 말 |
무경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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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을 신봉하는 그에게 서양의 발전된 모습은 조선이 본받아야 할 이상이었고, 그 때문에 그는 조선 이름 대신 ‘에드가 오’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그러한 이상을 공유하는 건 편지를 보낸 친구 세르게이 홍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 이상을 이상하게 여기기 일쑤였다. 그가 하숙하는 이곳 은일당의 딸이자 그의 과외 학생인 선화 역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모던한 그의 이름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 양 여기는 눈치였다. 그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pp.14~15 갑자기 하늘이 번쩍 밝아졌다. 그러자 누워 있는 것의 모습이 순간 환하게 보였다. 지저분한 저고리는 눈에 띄게 오른쪽 섶이 찢겨나가 있었다. 오른쪽 어깨와 가슴은 그 때문에 맨살이 거의 다 드러나 있을 지경이었다. (중략) 이마 한가운데 커다란 점이 보였다. 아니, 그것은 점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구멍이 이마 한가운데에 나 있었다. 남자의 미간에 난 구멍과 코, 그리고 입에서 피가 울컥울컥 솟아올랐다. 일그러진 얼굴 아래의 흙은 새카맸다. 그가 흘렸을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pp.33~34 “우리 하숙집 주인이 그러더라. 밖에 도는 소문이 영 흉흉하니 조선인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느니 민간인을 습격한다느니 하는 소문이 나서, 조선인을 색출해서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닌다더라. 경찰과 군인도 그걸 말리지 않고 못 본 척하거나, 오히려 그들이 먼저 조선인들을 끌고 가거나 폭행하기도 한다던데.” “형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 형님이 그의 외출을 막으며 신신당부한 말을 떠올리며, 덕문은 중얼거렸다. --- pp.71~72 이제 더는 탐정 놀음을 할 생각이 없다. 나는 그저 그 친구가 어쩌다 경찰의 주목을 받고 말았는지 알아보려는 것뿐이다. 선화가 말한 대로, 세르게이 홍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약속 장소는 그 친구가 즐겨 찾는 곳이기도 했고, 그곳에는 그 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을 또렷이 기억할 사람도 있었다. 그 친구도 참, 어쩌다가 경찰에 얽혀버린 걸까. 에드가 오는 속으로 괜히 투덜거리며 내일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 p.112 평소에 워낙 자기 멋대로 사는 친구이니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적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왜 하필, 사냥에 관한 책을 찾은 걸까? 산길에 숨어 사람을 쏜 ‘포수’, 세르게이 홍의 ‘사냥 여행’, 그리고 ‘호랑이 사냥’에 대한 책. 그러고 보면 본정서의 취조실에서도 ‘호랑이덫’이라는 단어를 엿들었었지. 이건 그저 우연일 뿐일까? --- p.133 “소문이라는 건 참으로 편한 거야. 화전을 일구려고 숲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아. 불이 잘 붙을 자리에 소문이라는 불씨만 툭 던져놓기만 하면 되거든. 불이 한번 제대로 붙으면 그 뒤론 내가 꼼짝하지 않아도 불길은 알아서 번져 나가지. 그렇게 되면 누가 그 소문을 퍼트렸는지 알기도 어렵고, 혹여나 왜 그런 소문을 퍼트렸냐고 추궁받아도 ‘나는 한마디 꺼낸 것뿐이다. 그게 그렇게 퍼져나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라고 대답하면 그자가 감히 더 뭐라고 할 것인가.” 에드가 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 붉은색이 스쳐 지나갔다. 몇 년 전 내지에서 본, 붉은 노을의 색이었다. 무책임하게 퍼져 나간 소문으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것을 천민근은 알고 있을까? 아니, 천민근은 그런 걸 알면서도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이자는 돼먹지 못한 자니까. 주먹을 꽉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 pp.254~255 “그 친구를 체포할 생각이지만, 살인사건 때문이 아니라니?” 에드가 오가 급히 되물었다. 초조한 그를 앞에 두고, 연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 역시 제 짐작일 뿐이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무척 터무니없는 사건에 말려들고 마셨습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 뒤 잔을 내려놓았다. --- p.319 주고엔 고짓센. 에드가 오는 그 잊을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내지인인지 조선인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그들이 발음하게 했던 말이었다. 그때 그의 발음이 좋지 않았다면, 그 역시 강물에 처박힌 싸늘한 몸뚱이로 변해 있었을지도 몰랐다. 발음 하나가 사람의 생사를 가른 일을 겪은 뒤, 에드가 오에게는 다른 이의 서툴고 어색한 발음을 지적하고 마는 좀처럼 떨어지지않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그때의 일로 받은 충격 때문에 내지를 막연히 동경하던 마음에 금이 갔던 것이, 그가 모던을 외치며 경성으로 돌아오게 된 발단일지도 몰랐다. --- p.3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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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이 꿈이라면 좋겠군. 악몽은 깨면 그만이니까.”
6월의 어느 궂은날. 러시아에서 돌아온 친구 세르게이 홍이 에드가 오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온다. 그가 한창 외출 채비를 하고 있는데 선화는 경성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외출을 만류한다. 소문의 정체는 경성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것. 게다가 호랑이를 소탕하기 위해 남산을 지키고 선 순사들이 험악하게 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이에 에드가 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라며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호기롭게 은일당을 나선 것도 잠시, 그는 얼마 가지 않아 끔찍한 살인사건과 마주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르게이 홍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에드가 오는 봄에 이어 또다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알아갈수록 세르게이 홍이 수상하게만 보이는데·····.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2 : 호랑이덫』에서는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은일당 식구들의 속사정이 밝혀지고, 선화와 연주의 인연의 실마리가 드러나는 등 1권보다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선화와 계월이 조선 독립에 대해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는 마지막 장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1929년의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하며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1929년의 찌는 듯한 한여름 무더위 속에 모습을 감춘 섬뜩한 어둠을 그려낸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2 : 호랑이덫』은 후속편을 기다려 왔던 독자들의 목마름을 충분히 채워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