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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이 | 금녀
이지유 | 여우의 미소 유상 | 달리 갈음, 다리가름 박소해 | 폭포 아래서 무경 | 웃는 머리 위래 | 반쪽이가 온다 |
유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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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말은, 괴물이 원님의 아내를 잡아가니 어쩌니 하니 딸년을 원님에게 시집보내란 말이로구먼? 딸년을 제물로 바치라는 거요, 뭐요?”
“내 그냥 들은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오. 원님은 젊은 사내답게 의욕이 넘친다네. 마을 여인들이 자꾸만 사라지는 원인과 흉흉한 소문의 출처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심산이오. 지난번 원님도 부인을 잃었으니, 혼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나. 하여 문제가 생겨도 탈이 안 날 여인을 찾아보라는 이방의 지시가 있었소. 자네 딸은 혼기가 훨씬 지난 것은 물론이오, 하도 박색이라 앞으로도 시집가기는 틀린 것 같으니, 목숨을 내놔야 하겠지만 잠시라도 원님 부인이 되게 하는 건 어떻소. 돈이 어디서 나는지는 몰라도 원님 씀씀이가 헤프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자네한테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겠소?” --- pp.21-22 「금녀」 중에서 “아씨는 얼른 공덕을 쌓아 인간이 되고 싶으신 거뿐이면서 저더러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요.” 영인이 팽순에게 고개를 돌렸다. 묘한 눈빛은 평소처럼 웃음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 팽순은 얼굴이 벌게지며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죄송해요, 아씨. 제가 쓸데없는 말을…….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네가 보기에도 내가 이런 일에 열심을 내면 인간이 될 거 같은가 보구나.” 무심하게 대꾸한 영인은 검은 물이 떨어졌던 헛간으로 시선을 옮겼다. 물기가 싹 사라진 헛간은 문의 위쪽 경첩이 떨어져 흉하게 비틀려 있었다. 영인은 벌어진 틈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았다. “그럼 계속 열심히 해봐야겠다. 진심으로.” --- p.87 「여우의 미소」 중에서 “나는 지금 나랏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대들을 관아에 일러바칠 생각도 없소. 하지만 이 고을의 일을 도우러 온 사람이긴 하지. 여기서 대체 무엇이 일어나는지 말해주게.” “아, 알아봤자…… 뭘 도와주실 수 있다는 겁니까.” 한 병졸이 두려움에 이를 딱딱 부딪치며 말하자, 다른 병졸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말을 받았다. “그런 것한테는 천하장사도 의미가 없고, 총포도 소용이 없습니다.” 혜형은 입을 닫고 그들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침묵 속에서, 병사들은 잊고 있었던 기억을 결국 다시 떠올린 듯했다. 결국 병졸 하나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불길하고 더러운 것을 억지로 만지는 듯한 표정으로. “쥐가, 들끓습니다. 수백, 수천의 쥐가. 때로는 파도처럼 덮치고, 때로는…… 사람 모습을 하고서.” --- pp.131-132 「달리 갈음, 다리가름」 중에서 “서방님, 왜 연못 밖으로 나가려 하십니까? 바깥세상이 이곳보다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곳은 한 번 나가면 절대로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두 번 다시 저를 볼 수 없을 텐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저는 싫습니다. 저에겐 서방님뿐입니다.” --- p.200 「폭포 아래서」 중에서 “호랑이에게 죽었다는 이방은 머리가 마구 깨물렸는데도 입이 웃고 있었다지?” “그, 그렇습니다. 죽은 자가 웃는 꼴이 심히 괴이하여 시신을 수습하던 나졸들이 놀랐습니다. 창귀가 이방에게 헛것을 보이게 하여 산길로 이끈 거라는 말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창귀가 깃들려면 호랑이가 사람을 해쳐 잡아먹었어야 한다. 하지만 호랑이는 갓 목격되었을 뿐, 주변 다른 고을에 호환을 입은 자는 여태 없었다.” --- pp.255-256 「웃는 머리」 중에서 “적패지(赤牌旨), 저승의 명부에는 사람의 이름과 그 사람의 수명이 있어. 저승의 계약을 잘 속이면 두 사람의 수명을 서로 바꿀 수 있지.” “그럼 한 사람은 수명이 줄고, 한 사람은 수명이 늘겠네?” “맞아. 명부에 적힌 수명의 합은 줄지 않으니 그걸 이용하는 거야.” --- p.302 「반쪽이가 온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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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이 〈금녀〉
“괴물이 원님의 아내를 잡아간다고 하니, 딸년을 원님에게 시집보내란 말이로구먼?” 이지유 〈여우의 미소〉 “네가 보기에도 내가 이런 일에 열심을 내면 인간이 될 거 같은가 보구나.” 유상 〈달리 갈음, 다리가름〉 “쥐가, 들끓습니다. 수백, 수천의 쥐가. 때로는 파도처럼 덮치고, 때로는…… 사람 모습을 하고서.” 박소해 〈폭포 아래서〉 “서방님, 왜 연못 밖으로 나가려 하십니까? 바깥세상이 이곳보다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무경 〈웃는 머리〉 “호랑이에게 죽었다는 이방은 머리를 마구 깨물렸는데도 입이 웃고 있었다지?” 위래 〈반쪽이가 온다〉 “저승의 계약을 잘 속이면 두 사람의 수명을 서로 바꿀 수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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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불온함을 숨긴 전설들
그 오랜 공포를 깨우는 여섯 편의 서늘한 이야기 분노를 사면 부귀를 안겨준다는 괴물의 둥지에서 눈을 뜬 여인이 괴물의 실체에 접근하며 겪는 섬뜩한 일을 그린 〈금녀〉. 귀신을 볼 수 있는 여우의 눈을 가진 주인공이 사람들은 귀신의 소행이라 여기는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여우의 미소〉. 쥐 떼가 창궐한 외진 고을에 문제 해결을 위해 찾아온 양반과 몸종이 맞닥뜨린 괴기한 현상을 다룬 〈달리 갈음, 다리가름〉. 연못 아래에서 선녀 같은 소녀와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금지된 방에 들어가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그곳을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내의 분투기 〈폭포 아래서〉. 쇠락한 고을에 방문한 어사가 이방의 기묘한 죽음―호랑이에게 잡아먹혀 머리만 남았는데, 그 얼굴이 활짝 웃고 있었다는―을 둘러싼 진실을 규명하는 〈웃는 머리〉, 반쪽 몸만 가진 채 태어나 온갖 구설수 속에 살아온 반쪽이가 대감의 딸을 데려가겠다며 요술과도 같은 기이한 술수를 부리며 접근하는 〈반쪽이가 온다〉. 이 여섯 편의 이야기는 원전이 지닌 고전 서사의 매력에 작가들의 특기인 호러와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날 선 긴장감이 더해져 흥미진진한 장르 소설로 완성되었다. 제목인 ‘귀신새 우는 소리’에서 ‘귀신새’는 호랑지빠귀의 별칭이다. 특징 없고 자그마한 참새지만 특유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한밤중 깊은 산속에서는 마치 귀신 소리처럼 무시무시하게 들린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맑은 낮, 번화한 곳에서 들었다면 아무렇지 않을 새소리가 고요한 어둠 속에서는 듣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며 ‘진짜 공포’를 불러낸 것이다. 《귀신새 우는 소리》 또한 그렇다. 시대와 상황이 다르기에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다소 낯설거나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설들을 원전으로 삼았지만, 호러를 사랑하는 여섯 작가의 손에 재탄생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깊고 어두운 밤 ‘귀신새 소리’를 들을 때처럼 생생히 실재하는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옛날 옛적 어느 한 고을에……’라는 이야기책 구절에 마음 설레본 독자, 어린 시절 눈을 반쯤 가리고 〈전설의 고향〉을 시청하며 가슴 뛰어본 독자라면 분명 《귀신새 우는 소리》가 선사하는 독보적인 ‘전설×호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